-인낚 어느님의 작품 -
아름다워 잔인한 달 4월이 가고 신록의 푸른 5월이 발아래 뒹구니
새삼 누군가에게 잊히지 않는 추억이 있듯 특별한 계절을 묻는다면 당연 5월 입니다
한낮엔 봄인지 여름인지 헤맬 때도 있으며
현실에 충실하자 하면서도
이러다 정말 봄을 너무 빨리 잃는 건 아닌지 걱정도 앞섭니다.
그래서 일까요?
잠시의 여유 틈타 추억이
봄 날 아지랑이처럼 간질간질 피어오름이 새롭습니다.
20여년이 넘은 어느 날
갓 시집온 제 손을 붙잡고 산책 나선 길
길목에서 어떤 분이 턱으로 가리키니
멋쩍게 웃으며 햄요(형님) 지 밥쟁인기라요~
돌아서서 “밥쟁이가 뭔가요?”
..니는 그것도 모리나 도대체 아는기 머꼬
밥쟁이가 밥해주는 사람이제 머시라 이래 똑똑한 신랑이 어딧노
모리는기 없다 아이가 고로 날 받들고 살아야 한데이~
“참나 아내나 각시 점잖은 말도 있는데 밥쟁이가 뭡니까?
..경상도 남자들 특유의 표현인기라 얼마나 인간적인 말이고..
“뭐가 그게 인간적인 말 인가요? 무시하는 말이지”
눈 흘기며 따질 때가 엊그제 같은데..
동갑내기 경상도 사내와 전라도 처자가 만나
고만고만한 걸음으로 걸어온 길이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남는 긴 여운으로 늘어집니다.

가볍지 않는 인연 일진데
홀로 외롭도록 당차게 몰아세운 것 만 같아 미안해지고
지쳐가는 5월의 부심에 새록새록 그립고 보고픈 인연들이 아른 거려
동안의 게으름을 용서 받고 싶어 차 한 잔 목축이며
컴 앞에 앉았습니다.
서툰 표현에 반가움도 얼버무릴 때 있었고
요즘 왜 그리 뜸하냐는 안부에 미적 거릴 때도 있었지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은 오롯이 담아 두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이다
그 사랑보다 위대한 게 딱하나 있다면 그건 표현하는 것이라 했는데
이 나이 되어도 표현에 어색하고 인색한지
인사 잘하는 막내 녀석에게 배워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느닷없이 일어난 일들의 소용돌이에 정신이 혼미해 졌다면
핑계일 뿐이겠지 혼자 되뇌면서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을 유난떨며
그저 그렇게 시간만 좀먹은 건 아닌지 돌아봅니다.
태연한척 괜찮은 척 곁에 누군가 도와주는 이 없어도 아무렇지 않는 척
독불장군처럼 그 잘난 척만 한동안 한 건 아닌지..
바득바득 기를 쓰다
굶주린 맹수처럼 허기로 휘청 일 때 그때서야
세상은 혼자 다하려 한다면 시작도 전에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우매함에 염치없고 부끄럽지만 그냥 저냥은 아니란 거 알기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진심어린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리면서
특히 아픈 몸 병원에 의지한 체 힘 실어준 친구님과 아우님
“누야(누나야)~그 빚 언제 다 갚을 것이며 무거워 지고는 가것나”
하며 걱정하던 아우와
“갑이믄 친구지 머시 그리 시상 어렵게 사노” 하던 친구님
빠른 쾌차를 빌며
친구님 이야길 잠시 해야 하겠습니다.
10년이 되었으니 짧지 않는 인연입니다.
손님으로 만나 갑장인줄 안후 “그카모 친구묵자” 하길레
속으로 이상한 사람이다 일축 했지요
성격까지 고지식 한건지 미련한건지
어느 순간부터 이성간에 친구란 이해가 쉽지 않았음에..
겉모양은 거칠고 사나워 오면 늘 거리를 두곤 하다
어느 날
남편이 집에 있는데 들어서는 그를 보고
꼬지르듯 여보야~ 저 이양반이지요
나보고 친구하잔 양반이..
알고 보니 전부 갑이구마 형씨 나랑 친구 합시다
손을 내미니 엉겁결에 남편 또한 내밀며 그럽시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또 가도 짓궂은 입담에 장난 가득한 화법은 여전해
더런 한 대 확 쥐어박고 싶다가도 안보이면 궁금해지는걸 보니
예사 연은 아니구나 싶었고 지나온 시간동안 정도 들었지요
부산이 집인지라 객지의 외로움을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 이던 시간도 제법 흘렀으며
한동안 뵈지 않아 해외 출장이 잦은 친구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어느 날 방파제 낚시 광이신 지인 내외가 오셨길레
“친구는 요즘 바쁜가 보군요. 전화도 안 받는걸 보니“ 했더니
..그게 아니라 우리도 안지 얼마 안 된 사실인데
아 글쎄 낚시하다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중이며 몇 차례
수술을 걸쳐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
어디가 얼마나 다쳤는지를 차마 말 못함을 읽는 분들의 양해 바라오며
아울러 갯바위든 선상이든 방파제든 낚시를 좋아하고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
안전한 낚시가 최우선임을 항상 염두에 두시고
한순간에 실수와 방심이 일생을 좌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늘 상기시키기
간절히 바랍니다.
그런 친구가 변함없이 봄바람에 장난가득 머금고 안부를 전합니다.
반가움에 대뜸
“제대로 못하나 나 안보고 싶나”
..엊그제 아들 데리고 가니 요새 바람나서 없드만 먼 소리고..
“나 바람 난거야 하루 이틀인가 뭐 조금 기다리면 볼 텐데
머시 그리 급하게 간다고“
..하긴 애인이 한둘이가 거다가 인자 차 앤까지 끌고 다닐라모
그 등치가 몸살 안하긋나 잘묵고 일 잘보고 있어레이
수술하고 후딱 갈틴께 나 밥 굶기지 말고 잘 챙기도고..
눈물이 날 것 같아 투정하듯
“안하끼다 니가 와서 챙기 묵어라”
..내가 만다(뭐하러) 챙기 묵을끼고 인자 니는 각오해라
일도 그만 할꺼니 식이(남편이름) 따라 댕김서 고기 잡는 꼬봉이나 할끼다
그러니 니가 미기(먹여) 살리야제..
“내가 만다(뭐하러) 니까지 밥 주끼고 서방 챙기기도 바쁘다”
..순 뻥쟁이
니가 식이 밥만 잘도 주것다
굶고 오는 사람은 못보는기 그러니 니는 천상 밥쟁인기라..
전화를 끊고 난후 귓전을 맴도는 마지막 말
밥쟁이 밥쟁이라..
별로 정겹지 않던 그 소리가 이렇게 포근하게 닿을 줄 몰랐습니다.
남편이 농담처럼 하던 그때도 쏘아붙이듯 듣기 싫으니 하지마세욧
도끼눈을 치켜뜨게 하던 그 말이
가마솥 누룽지처럼 구수하게 익어 토도독 튀어 오릅니다.

모든 것이 바래지고 희미해져도
옛 향수처럼 사람이 주는 그리움은 시간 앞에 무색한 것
그래서 우연은 보고 싶단 말보다 그립다는 말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으며
5월이 깊어져 곧 6월을 우린 또 맞겠지요.
하나의 아픔으로 새로운 시작이 열리니 그 고통쯤이야 하면서요.
바람을 좋아하는 우연입니다
보냄도 맞음도 의연하니까요
그렇게 오는 6월이 소란으로 놀라지 않게 가벼운 바람처럼 맞을까 합니다.
모든 분들 염려와 걱정 감사함으로 안으면서요.
부산에서, 주위에서 맨발벗고 나서주신 식솔 같은 분들께도
인낚을 통해 맺어진 김해에서 한걸음 달려와 주신 형님 내외분께도
조석으로 안부 전화 주신 분들께도
우연만이 아님을 각인시켜 주신 모든 벗님들께
일일이 나열 하지 못하고 찾아뵙지 못함을 양해 바라오며
미련한 우연 이지만 한 가지 약속 할 수 있음은
받는 것 보다 주는 것 에 인색하지 않겠으며 잊지 않고 살아가다
더 훗날 그때 그랬었지 하며 마주보며 구르는 웃음 주워 담으려
천천히 걸어가겠습니다.
행여 부족한 우연의 손길을 잡는 누군가를 위해...
어려운 시기 아픔으로 고통 받는 많은 분 들 잠시나마
편안한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아울러 부려 보면서
건망증 심한 우연 행여 잊을까 들춰보려 써놓은 낙서와 함께
좋아하는 사진 음악 겸해 봅니다.

- 꽃이름 /졸방 제비꽃 -
눈 시린 5월에 /우연 낙서 중에서
그대의 여린 손짓에
꽃이 되는 나의 밤
행여
여물지 못한 속
허 할세라
사이사이 운무(雲霧)
실 장막 쳐주고
더런
씁쓸할세라
달 보들에 들려주는 세레나데
한때
고독이 갑옷 입고
흰 수염 날리던 전설 같은 이야기도
주체키 힘든
행복에 겨운 건
정녕..
그대들의 수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5월초 감사함 보관 하면서
Together We Fly ... Darby Dev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