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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야기

솔머리 7 3,720 2010.08.04 15:37
 

군대 이야기

(2006년 3월)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남자들의 군대 다녀온 이야기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 싫어하는 이야기가 축구이야기이고 그리고 제일 듣기 싫은 이야기는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해서 그런지 요즘엔 여자들도 군대에 가고 축구도 즐기고 있으니 말이다.  30년 전 나의 군대시절 에피소드이다. 군대에서 축구하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생각해도 배꼽이 빠지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이다.



  햇볕이 따스하던 초가을 무렵이었다. 성남에서 군대 생활을 할 때였다. 당시 성남 외곽 농촌에는 배 밭들이 많았다. 그리고 배 밭에는 거름으로 쓰려고 밭을 깊게 파서 인분을 저장하던 거름구덩이들이 많이 있었다. 제법 오래된 인분은 햇볕에 색이 변해서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인분 구덩이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배 밭의 배들이 누렇게 익어가던 어느 날, 우리 부대는 외곽 경계정찰 겸 야외 훈련을 나갔었다. 산을 넘고 들을 지나서 목적지인 산 아래 배 밭에 거의 다 왔을 때였다. 배 밭 바로 앞에 제법 큰 개울이 하나 있었다. 모든 소대원들이 다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한 줄로 개울을 건너갔다. 그런데 유독 한 친구가 빨리 건너가려고 소대원들과 떨어져서 혼자 다른 쪽으로  개울을 건너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 후 다리를 건너고 배 밭을 지나서 훈련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부대로 돌아가려고 인원점검을 하였다. 그런데 방금 전 혼자 떨어져서 먼저 개울을 건너갔던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 친구도 찾을 겸 개울 쪽으로 되돌아와 보니 그 친구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옷을 입은 채로 물속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엔 다들 그 친구가 왜 물속에 들어갔는지 또 물속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가만히 쳐다보니 그 친구가 물속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몸 이 곳 저곳을 황급히 씻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 친구가 왜 그러는지 그 사유를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사유는 방금 전 혼자 개울을 건너 갈 때 일어났던 것이다. 개울을 건너 간 다음  길을 따라서 내려오지 않고 뚝 위에서 아래 과수원 밭으로 곧바로 점프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착지했던 장소가 인분을 저장해 놓은 아주 오래된 인분 통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똥통에 빠졌던 것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먼저 개울을 건너갔지만 똥통에 빠져서 부대 목적지에 오지 못하고 황급히 개울물로 뛰어 들어가서 몸을 씻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그 친구가 부대에 합류를 하였다. 씻고 왔는데도 그 친구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났다. 고약한 냄새가 얼마나 심하게 나던지 고참들이 저만치 떨어져서 혼자 오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털털하고 경망스럽게  생긴 친구가 꼭 똥통에 빠진 생쥐처럼 온몸이 젖어 있는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모든 부대원들이 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 같이 행군하면서 얼핏 쳐다보니 아직도 덜 씻었는지 고약한 냄새는 물론 옷 틈새 여기저기에 구더기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부대에 돌아와서 옷을 다 벗고 또다시 씻었는데도 한동안 이 친구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서 혼이 났었다.



  이 친구는 평소에도 웃기는 친구였다. 그냥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요상한 얼굴에 덧니까지 나 있던 친구였다. 약간 덜떨어진데다가 말과 행동이 경망스럽고 하는 일들도 모두 덜떨어지고 이상한 행동만 골라서 했었다. 고향이 경상도였던 이 친구 원래 이름은 00팔이였는데 그날 거름통에 빠진 뒤로는 다들 똥팔이라고 불렀다. 나보다 6개월 정도 군대생활을 먼저 시작했던 이 친구는 군대 암기사항도 제대로 외우지 못했고 사격도 잘 하지 못해서 기압도 자주 받았다. 소위 군대말로 고문관이었다.



  여러분 상상해 보시라, 높은 둑 위에서 가슴께까지 빠지는 거름통 속으로 용감하게 점프하는 군인의 모습을, 오물이 잔뜩 묻은 옷을 씻으려고 허겁지겁 개울물로 뛰어 들어가는 씩씩한 군인의 모습을,  푸른 제복에 철모를 쓰고 군복 여기저기에 훈장처럼 구더기를 붙이고 보무도 당당하게 행군하고 있는 멋진 군인의 모습을, 거름통에 빠진 생쥐 꼴에 총을 메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걸어가는 요상하게 생긴 군인의 모습을,

 지금도 문득 덜떨어졌던 그 친구 모습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배꼽이 다 빠질 지경이다. 약간 부족했지만 마냥 착하기만 했던 그 친구, 누런 덧니를 드러내며 씨익하고 웃어주던 그 친구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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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바닷나비 10-08-05 08:16 0  
아침 시간에 잠시 들러본 글입니다. 글을 읽다 가벼운 미소가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군대가질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졸병땐 누구나 고문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매끄러운 글 즐거이 보았습니다.
솔머리 10-08-05 18:08 0  
시원찮은 글을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전 10-08-05 09:29 0  
오우 아침부터 냄새가 좀 납니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찝찝한데, 본인은 어떻겠을까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하네요.
자칫 똥독에 오르뻔 했네요.
그나마 물이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싶습니다.
제가 상사 같았으면 행군을 빼주던지 했겠습니다.
깨끗이 닦고, 옷도 갈아입고 오라고 말이지요.
솔머리 10-08-05 18:08 0  
발전님 아침부터 냄새를 나게해서 죄송합니다.
벵에스팟 10-08-11 13:38 0  
계분,마분,우분 보다 더독한 것이 인분이지요 ㅋㅋㅋ
인분은 별시리 농작물에 도움도 않되면서 냄새는 엄청시리 고약하지요 ㅎㅎㅎ
솔머리 10-08-11 16:28 0  
아! 그래요, 저희 어렸을 적에는 인분을 모아서 밭에 거름으로 쓰곤했습니다. 덕분에 기생충이 엄청 많았고요. 회충약을 먹으면 변을 볼 때 꼬물꼬물하면서 나오는 느낌이 참 묘했었지요
세월낚시꾼 10-08-28 17:59 0  
여자들은 모르지만 군대를 갓다오신분들은 군대 이야기만큼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도 없을것입니다.
저도 똥통은 아니지만 부대안 연못에 낚시바늘 구경 못해본
고기를 잡았던 추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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