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와 인생
#떠남
배는 불빛이 아른 거리는 여수 육지를 떠나 물위를 쏜살처럼 내달린다.
남자는 떠나는 것이 숙명적인 일이다.
떠나지 않고 이룰수 있는 일이 있으랴.
돌아 온다는 것은 신의 뜻일 뿐, 떠나야 이룰 수 있다.
"웅~투다다당~"
배의 후미에 앉아 엔진 소리를 듣는 일은 마치 하레이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은 흥분과 묘한 자만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일이 쉬운 일인가, 남자의 세계는 육중한 떨림이다.

#동지
같은 목적과 같은 배를 타는 것은 동지의 길이다.
그러나 동지가 항상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같은 길을 가는 밤배의 승객이요,
대물을 노리는 바다의 사냥꾼이다.
그 것으로 충분히 동지의 요건은 성숙하다.
앞 길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뱃 길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너와 내가 서로를 위해 배려 해주는 것,
어떤 일이 있어도 바다에서는 서로가 목숨 줄 이다.

#준비
하나를 얻기위해서 하나만을 투자 할 수는 없다.
거꾸로 하나를 투자해서 하나만을 얻는 것도 아니다.
신 새벽, 대물을 위해 채비를 준비하는 조사의 심정은
심장을 떨게 하는 팽팽한 승부와 손안에 가득한 승자의 전리품에 있다.
바깥 세상의 허울들은 지금 이시간엔 떠오르지 않는다.
채비를 통해 방법을 강구 하는 것, 최상의 채비는 무엇인가,
삶의 기술이 있듯 낚시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기다림
비내리는 바다, 거기에 동상처럼 서있는 기다림이 있다.
때를 기다리는 것, 상대를 찾아 미끼를 놓고 챔질을 기다리는 것은
사냥꾼의 할 일이다.
기다리지 않고 얻은 결과물은 쉽게 사라져 버린다.
무엇이 미끼를 물을 줄은 예상 할순 있지만 그것이 적중하진 않는다.
다만, 챔질의 타이밍을 찾아 사냥꾼의 순발력으로 걸어 올리는 것,
그 것이 대물이라면 승부의 쾌감은 더하다.

#승부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대물을 향한 일념은 꺽이지 않는다.
욕망과 투지는 상통한다.
욕망이 있어야 투지가 살아 난다.
아무런 욕심이 없다면 차라리 횟집에 가리라.
승부의 전율을 느끼기 위해 비바람과 추위의 고통을 감수한다.
도박사의 기록은 진정한 승부를 위한 실패의 기록이다.
우리들 곁에 짜릿함이 없다면 세상은 로봇의 무대가 될것이다.

#나눔
누군가는 대물을 걸었고 누군가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나눔이 있다.
밤을 세운 전투를 끝내고 철수하는 배 안, 어통에 소득은 다르지만
돌아 가는 길에 나누는 한잔의 술과 한첨의 감생이로
조사의 하루는 휴식한다.
지나간 것은 아름다운 것,
미워하지 말고 그냥 두어라.
앞으로 남은 시간에 우리는 대물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
설령 그 것들이 바다에서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대물이 사라진 바다속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조사의 꿈은 영원할 것이다.
2009.11.30 여수에 다녀와서 바람아래 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