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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옷"

나무지니 2 1,437 2008.09.11 17:55
추석을 하루앞둔 날...
 
소년의 마음은 분주해 집니다.
 
할머니의 한손에 쥐인 시장바구니를 제가 들겠노라고
 
받아들고 할머니보다 앞서 가는 시장길엔
 
제삿상을 차릴 음식들을 준비하느라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작은키에 할머니를 놓칠세라 소년은 긴장을 늦출수가 없습니다.
 
홀로 남겨져도 집을 찾아갈수 없는것도 아닌데 오늘따라
 
소년은 할머니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서는 상설괴정시장이긴 했지만...
 
명절이 되면 의례히 장이 커져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신촌극장의 큰 신작로길까지 장이 펼쳐졌습니다.
 
어릴적부터 유난히 새롭고 신기한물건에 관심이 많던
 
손주녀석은 장을보러 나선길에선 할머니에게 큰 짐이었을 겁니다.
 
자기딴엔 할머니를 놓치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썼다지만
 
할머니가 계속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어린 철부지를
 
홀로 시장통에 남겨놓은 일이 없었던겁니다.
 
아침에 먼길을 올라온 삼촌과 이모들은 지금 집에서
 
할아버지의 일장훈시를 듣고 계시고...사촌들은 집에서
 
테레비에서 나오는 추석특집만화를 본다고
 
정신을 빼놓고 있지만 소년은 할머니따라 장에 나서는게
 
오늘만은 더욱 신나는 일입니다.
 
제법 큰 장바구니에 이것 저것 아주머니들과 흥정을 해서
 
구입한 물건 들이 차오를 무렵이었습니다.
 
시장의 끝모퉁이를 돌아 집으로 가는 골목을 막 접어들자
 
그제까지 생긋생긋 웃고만 있던 소년의 얼굴 안색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상하게도 소년은 더이상 할머니를 따라가기도 싫은듯
 
집으로 발길을 옮기는 할머니의 석양노을에 길게 뻗은 그림자보다
 
멀리 떨어져 시무룩한 표정입니다.
 
이내 할머니가 돌아보시곤 "언릉 안오나~~"하시며 발걸음을 재촉하십니다.
 
소년은 들은척 만척 꽤를 부리며 억지 발걸음을 내딪습니다.
 
이내 할머니께선 "에라이 문디 자슥" 하시며 휑 고개를 돌리시곤
 
집으로 걸음을 재촉하십니다.
 
오는길내내 합지박만하게 입을 내어놓은 소년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대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삼촌이 타고오신 "포니"라는 자동차에 붙어있는 말만 원망스럽게 후벼 팝니다. 
 
그날밤 소년은 끝내 고집을 부리다 할아버지에게 혼이 나고 맙니다.
 
"이런 양통같은 놈"...
 
이를 본 고모님이 할아버지를 말리십니다.
 
"아이고 아버지 와 그라능교~~갸도 오늘같은날 저그 아버지가 보고싶을꺼 아잉교~!"
 
소년의 아버지는 작년 봄 교통사고로 인사사고를 내어 지금 옥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냥 멀리 외국에 돈벌러 가신줄로만 알고있는 소년은 아버지가 무척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명절날이면 다른친구들은 모두 부모님들이 사다주신 "때때옷"을 입고 제사를 지내 후
 
모두모여 자랑을 할겁니다.
 
아버지가 보고싶기도 했지만 멀리있어 "때때옷"을 못 사주는 아버지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할머니따라 시장도 따라 다니며 색색깔의 옷가지가 걸린 아동복집에서
 
무언의 시위도 했지만 할머니는 모르시는것 같았습니다.
 
끝내 장터를 돌아 나설때 "할매 나도 때때옷 사도~~!!"
 
하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가 소년에겐 없었습니다.
 
그날밤 소년은 온가족이 티브이앞에 모여앉아 추석특선영화를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때 홀도 다락방에서 군용담요를 뒤집어쓰고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울다가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밤 늦은 시간 할머니는 홀로 장에 나가셨습니다.
 
추석 마지막 장이 막 끝나갈때쯤 할머니는 아동복집에 가셨습니다.
 
"이거 얼멘교?"
 
"아 그거 뜨레미로 드릴테니까 3,000원만 주고 가꼬 가이소!!"
 
아침에 눈을 뜬 소년은 머리맡에 놓인 "때때옷"을 보았습니다.
 
역시 소년은 웃는 얼굴이 이쁩니다....
 
"할매~~!! 이기뭐꼬 누가 준건데~~?"
 
"아 그거 느그 아버지가 저기 싸우디에서 니 주라고 보내온기다~~"
 
그날 아침
 
어느때보다 어느 명절보다 소년은 즐거운 명절 아침을 보내었습니다.
 
"이거 우리 아버지가 보내주신 옷인데 미제다 미제~~"
 
.
.
.
소년은 이제 그보다 훨씬 큰 소년들을 둘이나 자식으로 데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소년이 되어 할머니 품에 안겨보고 싶습니다.
 
"할메~고맙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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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봉황다방김양 08-09-12 11:09 0  
먼 옛날에 그리움 가득한 글. 왠지 가슴 찡함에 목이 메여 옵니다. 신촌 극장! 유명한 이들이 리사이틀이라도 하면 북새통이던곳. 동시 두편하던 영화를 보면서 하루를 흘려보낸 제 젊은 시절이 생각 납니다. 님! 늘 건강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즐
뽈라구 08-09-12 20:29 0  
누구에게나 할머니는 다 같은 감정인것 같습니다. 잘 읽었으며........ 이제는 얼굴도 가물거리는 할머님이 그리워 지는군요. 즐거운 추석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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