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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出漫筆-비타민 십 이

7 2,613 2005.04.07 02:15

일불출(一不出)

나와 동서지간인 양광연의 입심은 꽤 유명하지만 우리들 처남인 김용출의 끈적한 대꾸에는, 간혹 저게 진담인지 아님 조크인지를 햇갈리게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갤러리가 된 오늘은 십만 원으로 붕어와 비둘기가 한 판 붙었다. 월척이면 곱배기였다.
김용출은 아예 붕어에는 관심이 없는지 낚싯대도 한 대만 피운 채, 이미 일곱 치를 건져낸 양광연의 챔질에도 태연한 척, 뒷산의 산비둘기 소리에만 귀를 곤두세우고 있었다.
"줄이 가늘어, 너무 가늘단 말이여. 근디 물었다 하면 월척인디 저것이 찔래가시에 걸리면 말짱 황이여..."
김용출의 원줄은 아직 물이 덜 오른 산머루 가지를 통과하였고 가지채비는 내 마누라 소가지처럼 속시끄러운 찔래넝쿨에 널려있었는데, 7호 바늘이 태연히도 매주콩알을 물고 있었다.
세상에, 그 줄을 세 칸대 뒷마개 고리에다 묶어 놓다니!
내기가 없었던 지난달엔 비둘기가 한 치 차이로 이겼다고 했다. 김용출은 과감하게 양광연에게 삼만 원을 제의했다. 그러나 삼 주 연속 붕어가 비둘기를 잡자 김용출이 오늘 거금 십만 원으로 배팅을 날렸다.
양광연이 그간 사용한 희한한 미끼는 삶은 계란의 흰자였다.
"처남, 이게 말이여, 비타민 십 이란 것이여! 붕어가 이넘에 환장을 하제."
야금야금 노른자를 골라 먹는 밉상에다 김용출이가 받아 넘겼다.
"머시라! 대전발 십이열차에 계란이 언제 탔던감?"
"니미, 비타민 B12란 말이여, 꼭 후렴을 불러야 제목을 아남?"
"시금치도 삶으면 말이여, 그 뭣인가, 거시기도 반으루 준다는디 아매두 그것이 비 6 이 맞을 것이여. 공부 새로 허야것네!"
"근디, 요것은 쌍알이네!"
폭 삶은 계란 껍질을 벗기며 양광연이 무척이나 운수가 대통한듯 김용출에게 회심의 미소를 날렸다. 그러나 김용출은 서리맞은 고염에 사흘두루 속은듯 한참이나 우물거리더니,
"그람 그게 십이가 맞지라!"

드디어 양광연의 두칸반 대가 찌를 고봉으로 올리더니 이불줄에 활대 넘어가듯 덥썩 자빠지더니 모로 삐져 나갔다. 양광연이 춤을 추는지 제식훈련하는지 좌우로 돌고 돌며 별짓을 다하는 동안 김용출은 못 본체 줄곧 벌레를 씹었다. 그러나 그게 다행히도 수염을 달고 나오자 끈적하게 느린 오지랍을 떨었다.
"그 감생이 잡는다는 낚시방송에서 말이여, 등때기에 이름 석 자 박은 그 뭐시라던가, 거시기가 말이여, 땡감 먹구설랑 된똥누듯 벼라별 오두방정을 떨더니 말이여, 대가리에 밤탱이만한 혹부리 한 마리를 올리더라구. 근디 처남, 그 혹 말인디 고단백에 영양가가 심히 높다는디, 곰곰히 생각허니께 아매두 비 십이가 아닌가 모르것어."
느릿느릿 주절대는 김용출의 추임새에 양광연이가 질소냐,
"비둘기 알은 비가 얼맨지 잡걸랑 꼭 좀 물어보더라고."
그때 기상천외의 일이 벌어졌다.
한 대만 걸쳐놓은 김용출의 대에 쭉 뽑는 입질이 왔는데, 비스듬히 제끼고 있던 김용출이 챔질할 겨를이 없어 자세를 고쳐 세우는 참에, 산비둘기가 챔질을 한 것이었다. 세 칸 낚싯대가 순식간에 한 자나 뒤로 빠졌다. 찌가 빙 돌더니 양광연이 앞에서 까딱하더니만 사라졌다.
"얼레?"
이번엔 김용출이가 변비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 오두방정은 양광연의 흉내였다. 주둥이에 확실하게 걸린 걸 인정하곤 낚싯대를 도로 걸고는 뒤로 줄따라 내달았다. 그의 뒷통수가 싸릿대 사이로 사라지자 우린 이 황당한 사건에 물끄러미 서로 쳐다 보기만 했다. 그러나 양광연은 내심 걱정스런 표정으로 중얼거렸는데 그게 가관이라,
"서산 촌놈이 뭔일로 공주까장 장가들 드남? 저 화상이 말이여!"
목에 넝쿨을 감은 김용출의 손아귀에 한 자는 족히 넘는 중닭만한 재색 산비둘기가 푸드득거렸다.
다시 수초에 쳐박힌 붕어를 걸어 올렸다. 힘을 비축한 붕어는 재차 타원 궤도를 타더니 월척 휨새를 만들고는 김용출의 혹부리 춤을 멎게 했다.
양광연은 기가 막힌듯 김용출의 굿거리에 장단도 잊은 채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속주머니의 지갑을 대충 셈했다.
행여 회계에 차질을 빚을지 몰라 김용출이 이번엔 넌지시, 아주 부드럽게 저었다.
"처남, 비둘기가 그러는디비 십이가 맞다네 그랴."
이제 막 넘는 석양빛에 양광연의 얼굴은 한껏 달아 있었지만, 지촌의 흐뭇한 봄바람이 너그럽게 식혀주고 있었다.


***2005. 4. 7/경주월드

二不出-묵화속의 형

형!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음을 늘 후회하고 있습니다. 무슨 변명을 제가 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卒弟의 푸념으로 여겨 주신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형의 입제 때도 찾아 뵙지 못했는데 그래도 형의 사부곡(思父曲)에 망인의 평안이 계실 줄로 염치없이 믿어 봅니다.
늘 아우의 안부를 물어 보심에도, 사는 게 바빠, 차일피일에 해를 넘겼네요.
형,
삼년 전, 오월 햇살에 산붕어 눈부시던 날, 두 마리 월척에 부러운 한낮이었습니다. 유장구이 안주가 어떠냐며 속 좁은 제가 제안했지요. 그날 형의 난감했던 표정을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
아버님께 고아 드려야 한다며 제게 미안한 표정을 어렵게 지으시던 형의 모습에 저의 철딱서니가 한심하여 며칠간을 뉘우쳤습니다. 知天의 나이에 아직도 선머슴아처럼, 앞뒤를 헤매는 愚弟를 사람 대우해 주시던 형!
오늘도 사월의 햇살이 그지없이 형을 향하는데,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에 노심초사하시던 그날, 막걸리 거나하신 형이 우매한 저에게 물었지요.
"큰일 났네! 아우님, 아까 내가 댓돌에 미끄러졌을 때, 아버님 앞에서 많이 휘청거렸나 아니면 눈치 못 채실 정도였나, 혹시 아시는가, 미안하네 ..."
머루가 지천이던 고향 머루지에 붕어 삼매경에 빠졌던 형님과 저였지요. 다 저물도록 오지않는 아들을 찾으러 십 리 길을 오르신 아버님께서는 방죽에서 안도의 미소를 지우심을 봤습니다. 그 넉넉하고 푸근한 최후의 안심을 말입니다.
형이 아버님을 업고 내려오실 때, 당신께서는 허기진다며 형의 입에다 건빵 한 개씩을 물리셨지요. 새털처럼 가벼운 아버님과 십 리길 건빵이 엮어내는 달빛 걸음길에 조금달이 따라 왔습니다. 그리고는 은근히 솔가지 그늘을 밀어냈지요. 저는 압니다. 달빛에 반짝였던 형의 눈자위를...
형!
오늘 그날의 붕어못 달빛 묵화를 그리는데, 화선지엔 여백만 남습니다.
형!
보고 싶습니다.

***2005. 4. 10/경주월드


지난해 게재했던 '出必告反必面의 선배님'에서 빠진 부분을 추가하였습니다.

살다보니, 잠을 잊어 돌아눕던 베갯머리 단상에, 문득 가슴뛰는 사연을 채에 걸러봅니다.
'不出'연작은 스스로 내세울 수 없는, 혹은 자신도 모르게 지나칠 뻔 했던 불면의 이야깁니다.
이 '봄봄'에, 때론 '김유정'의 '춘삼이'가 되기도 하지만, 내내 눈길도 주지 않았던 파리똥의 액자 사진에 갇혀있던 이야기, 그게 마늘맛처럼 콧날에 와닿는 불면의 밤을 혹시 아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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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조경지대 05-04-07 11:15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는것 같습니다.'
늘 그렇지만 경주월드님 글을 보면 단편집 보는듯한
구수한 맛과 감칠 맛이 항상 함께하는듯 합니다.
위에 저수지 그림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낚싯대 담구기가 좀 아까운 그런 생각도 들구여,
아직 저렇게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인 저수지가 있다는것이
마음을 설래이게 합니다........찌 올림이 보고 싶어서~여
생크릴 05-04-07 23:01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루 평안하신지요?

요즘 쬐메 바쁘다는 핑계로 잘 안들어 왔더니

버르장머리 없는넘 같이 될까봐...^^

요즘은 저도 민물 함 해볼까...도 생각을 해봅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꾸뻑
경주월드 05-04-07 23:12
산내천과 동창천(경주 산내-유천-밀양)에 꺽지 루어 다녀왔습니다.스피너 보다는 2인치 웜이 제격이더군요.

제 처남이 산비둘기를 낚시바늘로 낚는데는 釣鳩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때론 꿩도 낚는다는데 원줄을 백 미터 이상 깔아야 한다는군요.
산비둘기는 먹성이 좋아 먼저 땅콩이나 강냉이로 유인한 후 삶은 콩으로 미끼를 쓴답니다. 줄배치는 v 자형 가지 위를 직선으로 3회 이하로 관통시키고 마지막에는 도래에 방울을 걸어 뒷꽂이에 걸치더군요.
워낙에 손이 건 제 처남의 요리법은 끓인 물로 털을 뽑고, 칼집을 넣어 유장을 바른 적쇠구이인데, 두 마리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했는데 나중에는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 먹었답니다.^^
유장이란 고추장과 된장을 2:1의 비율로 섞고 파, 마늘, 양파, 참깨로 양념한 것입니다.
일곱 치 이상 붕어 역시 잘 다듬은 후, 칼집을 넣고 약간 피데기로 그늘에 말려 유장 적쇠구이를 할 수 있습니다.
해거름 낚시 새참에 제격인데 가끔 둘이 먹다가 한 사람 물에 빠지지요.^^

이상 '경주월드의 적쇠구이' 강좌였습니다.^^
경주월드 05-04-08 09:15
잊은 게 있어서...
붕어 유장구이는 아주 약한 불에 서서히 익히듯 구워야 합니다.
급하거나 불이 세면 장이 타버립디다.
좀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천천히 구워야 합니다.
(누가 물었나...^^)

조경지대님, 생크릴님,
언젠가 민물에서 적쇠구이의 진수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 기회를 만들어 봅시다.^^
생크릴 05-04-08 18:04
군침이 돌아서 글을 제대로 몬 읽겠습니다...^^

봄도 되고 젊은넘이 몸보신 생각만 할려니...ㅉㅉ
칼있어 마 05-04-11 14:10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런 단짝 조사 1인분 주문했는데, 아직 나타나질 않는군요. 어복충만 맨날행복! ^_^
경주월드 05-04-12 11:57
님께서 배려에 익숙하시니,
아마 그 분이 곧 나타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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