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눈으로 마음을 나눠 주셨으니
감사하는 우연 입니다.
평온한 시골마을 어둠이 내려 앉으니 더 한층 고요 합니다.
창가가 좋아 컴을 창가로 옮기니 냉기 또한 급습하지만
겨울다운 날씨라 고맙습니다.
보여짐이 없어도 느낌이라는 것들에 감사로 오늘을 접겠습니다.
님의 댓글에서 묻어나는 향내가 그윽 합니다.
친정 나들이 에서 본 첫눈처럼...
한 해도 행복 가득 영그시기 바랍니다.
1,습관과 건망증
오래된 습관은 고치기 어렵듯
소녀 적부터 편지 쓰는 걸 좋아하는 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려고 준비를 하면
초 한 자루 미리 불을 밝힌다.
전등을 끄고 타오르는 촛불의 몸짓을
눈여겨 본 후 엎드려 써내려 가는 편지
마음까지 경건해지는 나만의 의식에 일부였다.
세월 입은 지금에도 아련한 추억처럼 편지가 그리워
세 아이에게 엄마에게 하고픈 말이 있거나
부탁이 있으면 문자대신 몇자라도 메모를 남기거나
짧더라도 편지를 쓰거라
전화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설렘을 주고
주고받는 기쁨은 배가 될테니..
아이들에게 가끔 편지를 쓸때도
두리번거리며 먼저 찾게 되는 초 한 자루
내가 그랬구나. 를 까마득히 잊고 산 어느 날
자주는 아니라도 종종 안부를 어머니와 친지들에게
편지로 드리곤 했는데
이건 아마 친정어머님의 가르침이 컸으리.
객지 나간 여식의 안부가 궁금하여 삐뚤빼뚤 써내려간 편지
그 안엔 언행에 중요성과 변함없이 건강을 당부 하셨다.
그래서 편지지를 보거나 쓰게 되면 먼저 어머님이 떠올라
끝없는 사랑에 가장 가까운 징표라 엄숙해 지는 것인지...
늦은 밤 편지지를 들고 초를 찾으니 없는 것이다
소녀 적 기억이야 가물거린다 하더라도 가족의 상비약이나
편지지와 봉투, 초는 항상 미리 준비해 두는 편인데
생각해보니 오래전 일들보다 3~4년 전 기억이 더 흐리고 생각나지 않는다.
낮 외출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이번에 시내 나가면 꼭 꼭 잊지 않고 사와야지
겨울 아니면 한번 마음먹고 나가기가 힘든 낮 외출인지라...
돌아와서 무언가 서운하다 싶어 편지지를 보면 생각나는 초
건망증과 기억력에 무너지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바보 같기도 해서
되뇌던 반문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럴까?
어릴 때부터 총기 하난 타고 났다는 칭찬을 너무 많이 들었나?
그래서 자만 한 건가?
아니면 이 나이 때 되면 으로 너무 안일한 건가?
그러던 어느 날
또 하나의 충격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등교나 하교 시간엔 배웅을 하고 문 앞을 서성이는데
어느 날인가 문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큰애가 오질 않기에
문밖을 응시하며 이상하다 시간이 훨 지났는데...
남편과 친구가 곁에 있으며 왜? 먼일인데?
으응~ 은비가 학교에서 올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안 오네.
그때 남편과 친구의 놀라는 표정을 난 잊을 수 없다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남편이
“당신 왜 그래
조금 전에 은비 안고 등 두드리며 잘 갔다 왔어 인사 한 사람이
당신 아니고 누군데 정신 좀 차려~“
아니에요 언제 은비가 왔다고 그걸 내가 모른다고
아냐 당신이 잘못 본거지~
의자에 앉아 있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은비야~~목청껏 부르니
친구는 놀래서 내 이름을 자꾸만 부르고
방안에서 나오는 큰애를 보고서야 아! 내가 먼가 잘못되어가고 있구나.
같은 실수는 두 번 이상 용납되지 않던 자신
씁쓸하기 보다는 어이없음에 흐르던 눈물
메모지를 손닿는 곳곳에 놔두고 무관심은 대충 넘기고 관심에 기재를 시작하니
나름 재미있는 습관이 되어 가는 듯하다.
2,과거와 현실
새로운 것에 무딘 나는 아는 길 아니면 나서는 것도
산뜻하지 못했고
배가 고파도 혼자 식당을 들어가는 일이 없으며
누군가 길을 물으면 난감(難堪)해
이 동네 20년 산거 맞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는다.
건방이 넘칠 때야 내 주위 내 울타리 손질하기도 바쁜데
그런 건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잖아
뒤통수를 서슴없이 후려치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기까지 하는 성격
버리고 받아들이는데 까지 오랜 시간의 흐름이 필요 했던
옹고집에 하나밖에 모르는 단순함의 극치
그런 나를 사랑하며 스스럼없이 껴안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말을 자주 듣곤 하는데
그러니 굳이 할 필요 없지 않는가.
일부 젊은이들의 심각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푸르고 싱싱한 젊은 기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아직 난 살고 있음을 자부한다.
그것은 한때 내가 독단적으로 꾸던 꿈이기도 했기에
우리란 테두리가 없는 나 그리고 너는 딱딱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안타까움에 앞선 걱정일지 모를 일이지만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위주의 생각들이 난무(亂舞) 한다면
배려를 상실하고 이해와 나눔이 줄어 들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될 것이다.
남편을 만나 사랑하면서 보고 듣고 얻게 되었던 생의 선물들
첫아인 그중 최고의 선물 이였다.
자신만 알던 이기들이 안개처럼 걷히는걸 보았고
세상이 아름답고 길거리 잡초까지도 사랑스러움으로 일렁거렸다.
반듯하고 착하게 살아야할 의무감으로 충만 했고
밋밋하고 미적대던 편협(偏狹)에서 옳고 그름의 깃대를 바로 꼽아야 했다
별로 예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다른 사람 아이 까지
사랑스러움에 못 견딜 것 같아 아이들만 보면
안고 뽀뽀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선인들의 말씀을 좋아하는 난
지혜와 슬기를 갈수록 배워간다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현실의 도피와 약삭빠른 계산이 앞서는 게 아니라
신비한 음양의 조화가 어우러짐에 눈부신 빛의 활성화
오로지 사랑으로 잉태되는 귀함들을
우린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만의 교감 속에 음과 양이 풍족해
세상이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할 수 있기를
12월의 끝에서 나직이 바라면서
무교지만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는 말을 되짚으며
지난해에 감사와 다가오는 해를 사랑으로 맞으리..
3,가는 12월 에게
하룻밤 사이
그댄
깨끗한 모포 꺼내 나를 덮는다.
모진 추위와 시련
사랑의 동반으로 견뎌냄을
다독이는 모정(母情)의 마음처럼
아픔으로 지나온 길도 분명 사랑 이였으며
희망으로 다가오는 길도 오로지 사랑이리라
가는 12월아 ! 진정 고마웠다
오는 1월을 한층 성숙한 감사로 맞게 해줘서..
글/우연의 생각中 2011년 12월 27일
지난 한 해 동안 부족한 우연의 살이
관심과 사랑을 쏟아주신 모든 분들...
댓글로 마음과 눈으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
우연 머리 조아려 감사함 전합니다.
가는 해는 추억으로 남겨 두시고
오는 해 엔
삶이란 대지가 풍요롭기를 바라오며
아름다운 향기로 일렁이시길 소망하면서...
ㅡ거제에서 우연 올림 ㅡ
경음악/그대는 나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