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묵직한 낚시를 즐긴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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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가 내렸다. 뉴스에선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추위가 엄습해 오겠다고 하였지만 이 비를 맞고 한층 더 노랗게 물들어 갈 은행잎이 그리워짐은 왜일까?
전일(10.13) 작은 녀석 치아 교정차 진주 치과에 들렸다 부리나케 집에 오니 9시가 넘었다. 저녁은 처가에서 먹고 온터라 딱히 할 일이 없었던지라 생수 한병을 챙겨들고 집을 나서니 10시가 넘어선다.
익숙한 듯 낚시점에 들려 청개비와 민물새우를 사서 볼락 낚시를 즐겨보았지만 제법 씨알 좋은 볼락 20cm급 한 마리와 그것보다 좀 작은 볼락 6마리, 망상돔 몇 마리에 밤에도 물고 설치는 복어 몇 마리가 초라한 조과(釣果)였다. 새우는 절반 이상 남았고, 지렁이는 거의 온전한 상태였지만 바다에 뿌려두고는 집에오니 다음날 01시 30분이다. 대충 씻고 누웠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잠이 쉬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늦게 잠든게 화근이었을까?
갈대와 하늘이 워낙 바람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 이뻐서(11.10.01 사진)
어느 순간 보슬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유난히 잠귀가 밝은 지라 창문 밖에 늙은 호박잎에 떨어지는 빗소리와 곧이어 앞마당에도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곱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렴풋이 잠이든 것 같다.
요란하게 울어대는 핸드폰 알람에 와이프가 부스스 집을 나서고,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고 나니 오롯이 내 시간이다.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중 하나가 이불을 끌어당겨 잠의 세계에 빠져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유를 즐기는 수 밖에......,
얼마쯤 잠들었을까?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10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이다. 바깥은 빗소리로 여전히 맑은 음색이 들리는듯한데 허전한 내 속은 배고픔으로 안달이라 라면을 정성스럽게 끓인후 달걀 하나를 넎어 마무리를 하여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을 채웠다.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고는 호사스럽게도 감을 두 개나 깍아 먹고 본시 단단한 것을 좋아라 하는지라 쥐포를 두 마리 구워서 먹고는 게으름에 그대로 엎드렸다.
커튼이 두텁게 쳐진 방이라 잠자기 좋은 조건인지 여기저기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스르르 잠이 오길래 한방 더 멋지게 자고 나니 오후 2시쯤이었다. 다시 할 일 없이 인터넷으로 낚시 사이트를 헤집고 다니다 보니 어느듯 5시가 되었고 작은 녀석과 와이프가 들어온다.
어제 낚은 볼락 구이로 저녁을 먹고 나서 엎드려 책을 읽고 있으니 큰 아들 녀석이 전화를 한다. 버스 시간도 어중간하니 데리려 오란다. 와이프 더러 나갔다 오라니 피곤하다며 나 보고 가란다. 이긍~ 큰 아들 녀석을 데리고 오면서 몇 마디 나눈게 오늘 내가 한 말의 절반 이상이었고 이 외출이 번데기 꼬지속에 갇혀 있던 나의 유일한 탈출구였던 셈이었다.
노란 국화꽃이 참으로 고운 가을을 불러 들이고 있었음(11.08.27 사진)
특별한 날 아니면 잠시 쉴사이도 없이 뽈뽈 거리며 돌아 다니는걸 참으로 좋아라 하는데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하루종인 집안에만 있었으니......,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인터넷도 헤집고, 잠도 자고~
1시간쯤 추가로 잠을 잔 후 야간 출근을 했다. 출근길의 하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흐릿한 달빛이 반가웠고 그 주위엔 달맞이 꽃인냥 별빛 또한 고왔다.
육체적으론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맑은 밤근무가 좋다. 때론 산더미 같은 회사일에 짓눌러 신음을 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족한 여유지만 나만의 오롯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깊어 가는 새벽의 기운이 좋기만 하다.
조금 있음 사찰의 종소리와 아침 예배를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가 울릴테지만 총각 시절처럼 누군가 그리워 할 수 도 있고 분주 하지도 않았던 어제 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