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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사리열도 5
구룡
0
955
2014.02.27 15:29
구름 속에서 해가 솟아오른 지도 제법 되었지만, 구룡은 별다른 어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미 잡아놓은 중치
급 감성돔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답답함을 달랬다. 이상하리만치 입질이
없었다.
'뭐가 문젤까?'
그의 검게 탄 얼굴이 햇살을 받아 옅은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거세게 흐르던 조류가 점점 죽어가며 만조가 될 무렵에는 거의 멈춰 섰
다. 구룡은 채비를 잠시 걷어들이고 갯바위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수면 위
에 떠있는 부유물을 유심히 살폈다. 부유물은 마치 어떤 덫에 갇힌 것처
럼 같은 자리를 맴돌 뿐이었다. 그의 감각조법은 조류가 흐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에 날물을 노려보는 수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는 낚
시대를 두고 바깥제립여를 마주 볼 수 있는 직벽쪽으로 이동하여 조류의
상황을 살폈다. 원래 이곳은 바다의 폭군이라 불리는 돌돔을 노릴 수 있
는 포인트로 수심이 다른 곳 보다 휠씬 깊고 조류가 너무 빨라 감성돔을
노리기에는 부적절한 곳이다. 구룡은 파도가 직벽에 부딪혀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반탄조류를 눈 여겨 본 후, 서둘러 낚시대와 밑밥을 가지고
왔다. 파도의 힘에 의한 조류가 제법 강하게 바깥제립여쪽으로 흘러간다
는 것을 보고, 자신의 조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이다. 그리고 이곳은 수심이 깊기 때문에 굳이 멀리 노리기보다는 발밑
직벽을 공략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구룡은 열합에다 황
토를 더 섞어 최대한 밑밥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발 밑 직벽에서 일
어나는 포말 속으로 밑밥을 충분히 밀어 넣었다. 구룡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경기종료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흑
단을 조심스레 포말 속으로 투척하여 밑채비가 정렬되기를 잠시 기다렸
다, 원줄을 통해서 전해오는 반탄조류의 힘을 느끼며 뒷줄을 주기 시작했
고, 흑단이 조류의 힘을 받아 먼바다 쪽으로 뻗어나가다 조류의 힘이 죽
는 곳에 닿는 순간 뒷줄을 잡고 미끼를 바닥층으로 내려보냈다. 그리고
는 반탄조류가 만들어내는 조경지대에서 원줄조작을 시도했다. 그가 대
를 들어 조류를 상단으로 끌다 놓기를 반복하자 미세한 어신이 포착되었
다. 그는 입질이 너무 미세해서 쉽게 챔질 시기를 잡을 수가 없자, 채비
를 걷어들여 미끼를 교체하였다. 어차피 한 마리의 대물싸움에서 잔챙이
여러마리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 그는 가지고 온 새우 중 가
장 큰 놈을 골라 정성껏 바늘에 꿰었다.
새우가 아직 숨이 붙어있는지 꿈틀거렸다.
그는 크게 숨을 한번 들이키고 신중하게 채비를 입수시켰고, 흑단과 함
께 새우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늘어져있던 원줄이 조류에 의해 팽팽해지
자 채비내림을 시작하였다. 원줄이 12m정도 풀려나갔을 때 더 이상 조류
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신속히 뒷줄을 거두고 미끼가 가라앉기
를 기다렸다.
또 다시 미세한 어신이 느껴졌다.
역시 예신만 올 뿐, 본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잡어는 아닌 것 같았다.
경계심이 대단한 놈이라면 대물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잘알고 있었고, 그의 동물적인 본능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 그는 최
대한 은밀하게 원줄을 몸쪽으로 조금 당겨 보았다. 그 순간 미세한 입질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오른손에 쥐고 있던 원줄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초
릿대를 차고 나가는 강렬한 입질을 받았다. 그는 급히 대를 움켜쥐고 자
세를 다잡고 대 세우기에 돌입했다. 놈의 강렬한 힘은 구룡의 두 팔근육
을 극도로 긴장시켰고, 원줄은 마치 말벌이 귓전에서 놀 듯 굉음을 토해
내었으며, 힘겹게 휘어져있던 낚시대의 휨새는 그 끝을 향하는 듯 했다.
구룡의 강렬한 두 눈에는 안광이 번득였고, 그의 내공은 원줄을 통해 놈
의 억센 주둥이까지 미칠 정도로 강렬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놈
은 아랑곳 않고 난바다 쪽으로 치고 달아나다 방향을 바꾸어 발 밑을 파
고들기 시작했다.
구룡은 순간 당황했다. 이놈은 감성돔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돔인가'
'감성돔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 않는가? 하지만 이 시기에 돌돔이라니...'
그의 머리 속에는 불안한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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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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