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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사리열도 3
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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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5
2014.02.27 15:28
날이 밝아오자 구룡은 서서히 채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결코 서둘거나
조급하지 않았다. 물이 이미 많이 들어 중들물을 넘어서고 있었고, 그는
배대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안제립여는 들물과 날물을 모두 노릴 수 있는 특급 포인트로, 마릿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조류가 거세어 대물들이 잘 붙는 곳이다. 특히 배
대는 곳은 들물 자리로 수심이 깊고 조류가 거세어 찌낚시를 하기에는 상
당히 까다로운 곳으로 일반 조사들은 감히 도전장을 내기가 두려운 자리
로 그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구룡은 자리배정을 받기 위해 쓰는 희망
지신청서에 1순위로 이곳을 적어내었고, 예상대로 이곳을 신청한 조사는
아무도 없었기에 당연히 그에게 이 자리가 배정되었던 것이다.
구룡이 구사하는 조법은 조류가 약하거나 흐르지 않으면 無用之物이다.
그는 黑檀(흑단)에 고리를 달아 원줄 末尾(말미)에 고정하고, 흑단의 무
게로 가라앉히며 미끼를 조류에 따라 흘리는 기법으로 눈으로 입질을 보
는 것이 아니라 팽팽해진 원줄을 통해서 고기의 입질여부를 파악하는
즉, 일종의 感覺(감각)조법이었다. 그래서 그는 조류가 빠른 자리를 자청
했던 것이었다.
그는 밑밥용으로 가져온 열합을 깨뜨려 黃土(황토)와 적절히 배합하여
그가 노리고자하는 곳에 골고루 흩뿌리기 시작했다. 검푸른 바다에 황토
색이 펴지면서 물색이 점점 탁한 막걸리 색을 띄기 시작했다. 그는 준비
해온 새우들 중 가장 큰놈으로 바늘에 단단히 물리고 막걸리 색의 바다
속으로 입수시켰다. 뒷줄을 조금 주면서 조류에 흑단을 태워 조금 흘리
자 지류를 타고 흐르던 흑단이 本流帶(본류대)의 가장자리를 기웃거리다
본격적으로 조류의 힘을 받았다. 원줄이 팽팽해짐을 느낀 그가 뒷줄을 점
점 빨리 풀어주기 시작하자 흑단이 빠른 속도로 潮流(조류)를 받아 물밑
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서둘러 밑밥을 본류대 상단에 뿌리며 뒷줄
의 속도를 조절하며 물밑 바닥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흑단의 당김
과 원줄의 힘으로 물밑의 지형을 상상하며 어느 지점이 공략점인지 파악
하는데 주력했다. 흑단이 바닥이나 수중여를 스쳐지나갈 때의 느낌을 원
줄을 통해서 느낄 때마다 그 지점을 꼼꼼히 기억하였고, 소요되었던 시간
을 체크하였다. 이곳 안제립여는 갯바위근처의 수심은 10-12미터를 넘지
않으나 조금만 벗어나면 20미터를 훨씬 웃돌 정도로 급격히 수심이 깊어
지는 곳이다. 그는 이러한 점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갑자기 깊어지는
그 지점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이야말로 대물이 가장 즐겨 노는 곳
이란 곳을 구룡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수 차례에 걸친 探索(탐색)을 마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채비
를 한 단계 무겁게 다시 꾸려서 보다 많은 밑밥을 뿌려주며 채비를 조류
의 상단에 정렬시켰다. 그리고는 아주 신중하게 원줄조작에 들어갔다. 손
끝으로 전해오는 팽팽한 원줄의 긴장도를 조절하며 조금씩 원하는 지역으
로 미끼를 흘려보내자, 원줄을 통해 타고 오는 미약한 예신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그가 침착하게 뒷줄을 멈추고 낚싯대 끝을 물 속으로 천천히
담그며 본신을 기다리자 강력한 힘이 대끝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대를 높이 치켜세우며 놈의 씨알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가름하기 위
해 대를 좌우로 휘저으며 원줄을 감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 큰 씨알은
아니었다. 40정도의 중치급 감성돔이었다. 그는 서둘러 마무리하여 고기
를 살림망에 담고, 다시 밑밥을 뿌리며 채비를 조류에 태우기 시작했다.
한편, 본섬 골창에 자리잡은 시마노연맹의 나까무라 호사끼는 전방에 희
미하게 비치는 수중여를 중심으로 원옥단조법을 구사하고 있었지만, 방생
수준의 감성돔 3마리를 잡아놓고 있었다. 입질은 왕성하게 들어오지만 씨
알이 수준이하였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
었다. 다이와 연맹의 겐쪼 사시미가 차지한 셋째섬 치끝이라는 곳에 대
한 미련이 아직 그의 머리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왜국에서 떠나올
때 다이와 맹주의 비굴한 웃음이 자꾸 눈에 밟히는 것 같아 낚시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다이와연맹과 시마노연맹은 倭國釣林(왜국조림)의 양대 산맥으로서 굳게
자리매김하고 있었으며, 두 연맹간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2백여년을 지속
해오고 있었다. 다이와연맹은 오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며, 수많은 名人
들을 배출한 왜국 최고의 명문이었고, 왜국 조림맹의 맹주자리를 아직까
지 한번도 내놓지 않은 名實相符(명실상부)한 최고의 연맹이었지만, 근래
들어 시마노연맹의 나까무라 호사끼라는 걸출한 英雄이 나타나 그 위치
가 매우 흔들리고 있었다. 특히 천황배 대회에서 3년 연속 그에게 패하
자 조림맹주의 자리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에 다이
와 연맹의 맹주이자 왜국의 조림맹주인 구라자와 히데요시는 그의 수제자
인 겐쪼 사시미로 하여금 조선의 감성추혼기를 반드시 쟁취하여 오라는
特命을 내렸던 것이다. 감성추혼기를 다이와연맹이 가지게 된다면 조선
의 조림맹을 다이와연맹의 영향력 하에 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마노
연맹의 급성장을 견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그
의 머리에는 있었다. 그러나 시마노 연맹이 감성추혼기를 가져간다는 것
은 다이와연맹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것을 구라자와 히데요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대회가 있기
전부터 대회의 진행자인 광랑연에게 은밀히 접근하여 사전정보를 취득하
고, 포인트 선정에 대한 비밀스런 約束(약속)을 해두었던 터였다. 그에
게는 조선의 조사들은 그리 위협적이지 못한 존재들이었고, 오로지 나까
무라 호사끼만이 유일한 걱정거리였지만, 광랑연으로 하여금 최악의 포인
트를 배정토록 약조를 해놓은 터라 이번 대회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승리
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겐쪼 사시미의 조력
이 日就月將(일취월장)하여 그의 막대직공조법이 10성에 다다른 것도 큰
위안거리가 되었다. 겐쪼 사시미의 막대직공조법은 급류대나 수심이 깊
은 만곡진 포인트에서 그 위력이 배가되는 조법으로 밑채비를 무겁게 하
여 바닥을 긁는 방법으로 포인트를 공략하는 것으로서 대물감성돔을 공략
하는데 가장 적절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그가 천황배에서 나까무
라 호사끼에게 번번이 패하긴 했지만 그 차이가 아주 미미할 정도였고,
포인트 배정만 유리하게 받는다면 언제든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
번 대회에 거는 기대가 유달리 컸다.
나까무라 호사끼는 포인트배정에 어떤 다른 힘이 작용했다는 것을 직감
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항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비룡천선에
서 포인트를 배정 받을 때 광랑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眼光(안광)은 충
분히 그 위엄이 서려있었지만 석연치 않은 느낌이 분명 있었다.
지금 그가 내린 이곳은 도저히 겨울포인트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인
데, 주최측에서 강제적으로 하선시킨 것은 여기에는 다른 힘이 작용했다
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였다. 그는 수 차례 채비를 수중여 부근으
로 흘려보냈지만, 잔씨알의 감성돔만이 입질을 해댈 뿐이었다. 그는 이곳
에서 대물을 기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자 다른 곳을 탐색하기 위해
여기저기 채비를 던져 수심과 조류의 흐름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밋밋하게만 보였던 우측의 직벽이 예상외로 훌륭하게 발달된 수중지형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수심편차가 심하긴 했지만 밋밋한 겉조류와는 달
리 속조류가 아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지해낸 것이다. 속조류가
불규칙스럽다는 것은 물 속에 여가 많이 있거나 굴이 있거나 협곡을 이
루는 경우가 많고, 그런 곳은 대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란 것을 그
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기존에 쓰던 원옥단을 떼어내고 두 단계 무거운 채비로 교체하였
고, 목줄에는 분납을 하여 어지러운 속조류에 대응코자 했다. 그리고 밑
밥이 직벽을 타고 흘러가도록 직벽에 바짝 붙여 많은 양을 던지기 시작했
다. 어차피 시간이 많이 흘렀고 승부를 봐야할 곳은 이곳뿐이란 생각이었
다.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원옥단을 직벽 언저리에 조심스럽게 투척하여
조류에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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