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에 있어서 기상(수온,바람 등)은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제주에서도 며칠째 바람과 풍랑때문에 출조를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잇는 모든 항,포구, 어촌에서 행해지는 풍어제는 고기를 많이 잡게 해달라는 표면적 의미와 함께 거센 파도와 바람을 없게 해달라는 의미가 내포되 있습니다.
고유한 우리네 바람 명칭이 모두 어촌이나 뱃사람들 사이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바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바람과 낚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를 읊고 심사를 표현할 때 항상 멋진소재가 돼주었습니다.
떠나간 님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사무치게 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충신들과 남아의 기상을 나타내는데 더없이 좋은 소재였습니다.
봄이 되면 남서쪽에서 따스한 바람이 불어 오는데 "갈바람"이라고 칭합니다.
"갈(渴)이란 "마르다" 라는 의미로 봄바람이 건조한 아열대 계절풍을 말하는데 갈바람은 높은 파도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인간사와 마찬가지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깊은 곳에 있던 물고기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산란을 준비하도록 해줍니다.
제주는 지금 몇년 째 고사리 장마도 갈 고사리 장마였고 현재도 돌풍만 세차고 불고 구름이 한라산을 넘지못해 비를 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면 "샛바람" 이라고 불리는 동풍이 불기 시작합니다.
바다와 근접한 우리 제주의 어머니들은 샛바람이 불면 비가 온다고 빨래며,널어 놓은 곡식들을 서둘러 걷으시곤 하셨습니다.
그럴 땐 십중팔구 비가 오곤 하는데 고기들도 이 동풍은 무척 싫어합니다.
취이활동도 뒤로 하고 눈앞의 먹이도 먼저 피할 정도입니다.
저는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데 샛바람이 분다면 두말 않고 철수합니다.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면 시작해서 한겨울 내내 주기적으로 불어오는 차가운 대륙성 바람을 "하늬바람" 이라고 합니다.
"하늬" 란 북쪽을 이르는 말이기에 하늬바람이 북풍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워지면 몸을 움츠리고 활동력이 감소하는 것이 어디 인간 뿐이겠습니까?
바닷속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여서 낚시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추위에 눌려 낚시꾼 또한 애먹는게 "하늬바람"입니다.
이외도 "마파람"이 있는데 남풍을 말하며 "마풍"이라고도 했습니다.
또한 바다쪽 보다는 산을 낀 마을 에서는 높새바람(푄)이라는 고온건조한 북동풍이 있습니다.
높새바람은 다습한 바람이 산과의 충돌로 다습한 기운을 모두 빼앗겨 버려 바람과 산이 부딪친 쪽에는 비를, 반대편에서는 온난 건조한 바람이 붑니다.
바람을 등지면 수온이 내려가고 바람을 맞받으면 수온이 올라갑니다.
우리는 흔히 북서풍이 불면 수온이 올라가고 동풍이 불면 수온이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 원칙은 대부분 적용됩니다.
그러나 강한 너울 파도를 일으키는 샛바람 속에서도 그 바람을 맞받는 장소에서는 수온이 올라갑니다.
예를들어 추자도의 오지박은 동풍에 호황을 보이는 맞동풍 지역이며 동해안의 모든 갯바위는 북동풍이나 동풍이 불 때 물색이 흐려지고 수온이 올라가지만 북서풍이 불면 파도 한 점 없고 수온도 내려갑니다.
올해 2월 말 즈음. 여서도에서 강한 샛바람을 만났는데, 바람을 등진 북서쪽에서는 몰황을 겪은 반면 이진이-떡바위에 이르는 맞동풍 지역에서는 많은 감성돔과 벵에돔의 조과를 올린 바가 있습니다.
물론 북서풍에 비해 강한 너울파도를 밀고 오는 샛바람을 맞받고 낚시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조과 면에 있어서는 단연 바람을 맞받는 장소가 유리하다는 사실은 틀림없습니다.
겨울철 제주도의 낚시가 북서풍을 맞받는 북제주군 일대에 편중되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다만 의문스러운 것은 "왜 차가운 바람을 맞받는데 수온이 올라갈까?" 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그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히 동쪽에 위치한 남해동부의 거제.충무 일원에서는 "샛바람"에 대한 공포가 유독 큰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동쪽이기 때문에 샛바람이 난바다에서 거침없이 파도를 밀고 들어오므로 그 위력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어쩌면 남해동부에서의 "샛바람 기피증"이 남해서부까지 확산된 것이 아닌가 반문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람에 의한 수온변화 외에 조류에 의한 수온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예를들어 초도쪽의 수온이 역만도보다 높을 때는 초도에서 역만도쪽으로 물이 흐르는 썰물시간대에 수온이 올라갈 공산이 큽니다.
그리고 만일 이때 새로 들어오는 조류의 수온이 높다면 조류의 중심부에 근접한 포인트에서 수온이 높을 것이며 후미진 포인트에는 수온이 낮을 것입니다.
이처럼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수온이 변화하는 경험을 우리는 갯바위에서 겪었을 것입니다.
벵에돔 낚시에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자연변수로서 햇빛을 들 수 있습니다.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 벵에돔이 잘 낚입니다.
그 이유는 물속까지 흐려짐으로해서 벵에돔의 경게심이 덜해지고 또 저기압 상태가 되는 데다 바닥이 너무 어두워져서 벵에돔이 수면으로 잘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주의보 전날이나 비오기 전날 벵에돔이 잘 떠오르고 낚시도 잘 됩니다.
반면 주의보 끝에는 추자도처럼 물이 흐려지지 않고 금방 맑아지기 때문에 썩 좋지는 않습니다.
알고 보면 바람의 방향은 떠난 님과도, 조국을 생각하는 충신의 마음과도 상관관게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바닷속 물고기들에게는 바람이 조류의 방향을 결정하는 만큼, 낚시꾼들이 바람의 마음을 안다면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우리의 자연환경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온고지신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낚시꾼들도 예로부터 전해오는 바람과 바다와의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연구한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나은 결과를 바다에서 직장에서 기대해도 좋으리라 확신합니다.
더 나아가 각 개인의 품성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