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대의 조작성이란 대의 성능이나 디자인과는 별개로 채비의 투입과 회수, 입질유도와 챔질, 대상어의 랜딩 등 일련의 낚시행위의 효율성과 퀄러티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조작성이 우수한 낚시대는 효율적인 낚시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퀄러티 높은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때문에 대의 성능이 비슷하다면 우선적으로 조작성이 우수한 낚시대가 선호되어야 한다.
우수한 조작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의 홋수나 파워가 비슷하다면 중량이 가벼우면 대의 조작이 용이하다. 동일한 중량이라도 모멘트(체감중량)가 적으면 가볍게 느껴지고 빈번한 채비의 투입, 조작, 회수 등 낚시질로부터 피로감을 덜 느낌으로써 그만큼 집중력을 가질 수 있다. 더 가벼우면서 더 강한 파워를 갖는 낚시대를 위하여 고품질의 탄소섬유가 사용되거나, 더 가벼운 가이드 재질을 장착하게 된다. 우리가 이왕이면 강하면서 더 가볍고 모멘트가 우수한 낚시대에 더 값을 지불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찌흘림낚시에서 채비조작의 목표는 미끼를 예상 입질포인트까지 접근시켜 대상어의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다. 미끼와 대 사이에는 원줄이 매개하고 있으므로 원줄이 낚시인의 의도대로 방출되면 가장 이상적이다. 따라서 원줄통과에 좋은 가이드 체계는 채비의 조작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원줄이 대에 꼬이거나 엉키는 라인트러블 문제는 가이드 낚시대에서 피할 수 없는 골칫거리이다. 경험자일수록 더 가는 원줄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가는 원줄이 주는 용이한 채비내림이나 감도향상의 장점만큼, 확실히 줄이 대 또는 가이드에 엉킬 확률이 높고 또 엉킨 줄도 풀기가 어려운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와서 대에 줄이 붙거나 꼬이거나 줄 통과가 어려워 채비조작이 어려워지면 한두 번은 인내하겠지만 반복되면 짜증나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의욕이 저하되어 정작 중요한 입질 물때를 놓치거나 초리대를 부러뜨리기 쉽다. 특히 야간낚시에서 라인트러블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할 수 있다. 라인트러블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낚시대는 조작성이 우수한 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낚시대의 조작성은 가이드형상의 개선으로 일부 향상될 수 있는가? 앞서 말한 대로 후지사는 찌흘림 낚시용으로 타원형(사각형)링을 장착한 IM-시리즈 경사가이드 시스템을 발표하였다. 이 신형 가이드체계의 장점을 인정하면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이 제시되었다고 본다.
후지사는 신형 가이드체계를 발표하면서 기존 가이드체계 대비, 중량 및 모멘트의 감소, 보다 원활한 줄빠짐 등에 대한 실측자료를 공개하였다. 비교를 위하여 5.3M의 1.5호 낚시대가 사용되었고, 톱가이드를 포함한 총 12개의 기존 LM-가이드와 신형 IM-가이드가 동일한 위치에 배열되었다.
발표 자료를 인용하면, 가이드의 총중량 면에서 신형 IM-가이드는 기존 LM-가이드보다 0.223g 가벼워졌으며, 이는 중간 가이드 1개의 중량에 해당한다. 가이드의 총중량은 정밀저울에서 측정하면 된다. 총모멘트 역시 신형가이드 체계가 기존가이드보다 2.1% 감소하여, 체감중량의 감소를 나타낸다. 가이드의 총모멘트는 그림처럼 릴시트의 기준위치에서 각 가이드까지의 거리를 잰 후 여기에 각 가이드의 중량을 곱하고, 모든 12개 가이드들의 모멘트 합계를 계산한 값이다.
사실 이 정도의 중량감소나 모멘트의 감소는 획기적인 변화가 아니어서 낚시인이 체감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중요한 것은 개발된 신형이 기존 것 보다는 최소한 나빠지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원줄의 통과저항이 감소하여 줄이 보다 원활하게 빠짐으로써 채비조작이 개선되고 비거리가 향상되는가? 신형 타원형 링의 통과 단면적(경사시의 내면적)은 기존 원형링의 단면적보다 약 10% 정도 넓게 디자인되어 있다. 따라서 원줄이 보다 넓은 면적을 통과하므로 타원형 링의 경우 통과저항이 기존 링보다 원활할 것으로 예측은 되는데 실측자료로 보완하였다. 그림처럼 초리대 끝에 5g 정도의 추를 달고 추의 낙하시간을 측정 비교분석하였다. 원줄의 가이드 통과저항이 적을수록 낙하속도가 빨라져 낙하시간이 짧아지게 되고 이는 줄 빠짐이 보다 좋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발표자료에 의하면 대와 줄이 건조한 상태에서는 신형가이드가 기존가이드보다 낙하시간이 2.6% 향상되었으며, 대와 줄이 젖은 상태에서는 6.33% 향상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건조상태에 비해 젖은 상태가 낙하시간이 얼마나 길어지나 하는 자료를 보면 기존 가이드는 9.88% 길어지는 반면 신형 IM-가이드는 5.76%에 그침으로써 신형가이드가 비가 올 때도 줄빠짐이 보다 원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필자의 경험상 흘림낚시에서 5-10% 정도의 줄빠짐 향상 때문에 채비조작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 역시 신형 가이드가 기존가이드에 비해 줄 빠짐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줄꼬임
신형가이드를 채택함으로써 줄 꼬임이나 줄 엉킴이 얼마나 감소하고, 이미 꼬인 줄을 얼마나 쉽게 풀 수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비교평가 하기가 애매하므로 제시되어 있지 않다.
원줄이 대를 휘감거나 가이드에 걸려 꼬이거나 엉키는 줄 꼬임이나 줄 엉킴은 필자의 경험상 낚시대의 탄성과 줄 사이의 긴장관계가 느슨해질 때 발생한다. 채비투입 후 착수시 채비의 비행관성에 의해 릴에서 줄이 더 많이 풀리거나, 채비 견제 시 여유 줄이 발생하거나, 채비회수 후 느슨해진 원줄이 바람에 날리거나 할 때 특히 많이 발생한다. 줄이 꼬인 부위는 낚시인의 손조작 범위 밖인 2번대나 초리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3번대나 4번대에서도 발생은 하나 대부분 손으로 해결할 있는 범위에 있으므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줄 엉킴은 가이드의 숫자가 많을수록 가이드의 크기가 작을수록 경감되며, 엉킨 줄은 가이드의 프레임이 초리대 방향으로 경사되어 있을수록 쉽게 풀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낚시대에서 4번/3번/2번 대의 가이드들은 직립가이드이며, 초리대 부위에만 굴절프레임에 직립링 형태의 경사가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경사가이드가 아닌 굴절가이드로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오목한 굴절면 때문에 엉킨 줄을 풀리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러한 굴절프레임과 직립링의 조합은 링의 원줄 관통면적을 줄이지 않으려면 초리대 방향에 대해 링을 직립시켜야 하고, 파이프부위에서 줄엉킴을 해소하려면 굴절프레임으로 디자인해야 하는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신형가이드는 초리대 뿐만 아니라 대 전체에 걸쳐 완전한 경사프레임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굴절면이 없어짐으로써 이로 인한 추가적인 줄 엉킴 위험을 제거하고 있다. 링자체가 타원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비록 경사가 되더라도 원줄의 유효한 관통면적은 기존링의 면적에 비해 작아지지 않는다.
톱(팁) 가이드의 경우 기존가이드는 브릿지 용접부위가 파이프 바깥쪽에 돌출되어 있으나, 신형은 링 안쪽에 위치하여 파이프부분이 보다 매끈하게 디자인됨으로써 줄 엉킴의 확률을 줄이고 있다. 한편 브리지의 길이를 길게 하여 경사각을 완만하게 함으로써 줄엉킴의 확률을 떨어뜨리는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필자는 경험상 신형가이드가 중량 경감이나 줄 빠짐 개선 보다는 줄 엉킴이 경감되리라는데 대해 더 동의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까지 대여섯 번의 초리대를 부러뜨려 먹었는데 그 중의 절반은 초리대의 가이드에 줄이 꼬인 줄도 모르고 릴링을 하다가 톱가이드 근처가 부러진 경우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감각이 무디어지거나 무시하게 된다. 이처럼 라인트러블 문제는 초리대의 손상을 가져와 낚시를 망치게 하며 금전적으로도 손해다. 신형가이드가 라인트러블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
필자는 신형가이드에 대해 아직 제조사의 가격자료를 참조하지 못해 구체적인 가격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수리용 가이드의 가격은 동등한 사양의 기존 제품보다 약 50% 정도 높게 책정 되어 있다. 예를들어 필자는 G사의 마스터 구태 낚시대의 신형 톱가이드부터 #2-1가이드까지 총 6개를 구입하는데 6만원정도 지불했으며, 이는 거의 비슷한 사양의 어텐더 낚시대의 가이드에 비해 약 50% 높은 가격이다. 가격자체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가격대비 성능향상, 즉 돈을 더 지불한 것만큼 만족도가 더 높으냐는 것이다.
감도
낚시대에서 감도란 라인을 따라 전해오는 대상어의 입질, 미동, 저항 등 수중의 부하 변화를 낚싯대를 통해 느끼는 감각이다. 감도가 좋은 낚싯대는 아주 수중의 미세한 변화라도 읽어내게 할 수 있다. 낚싯대의 감도는 초리대와 가이드가 경량일수록, 라인과 가이드의 접촉이 많을수록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촉이 많으려면 가이드 숫자를 늘리거나 가이드 링의 사이즈를 줄여야 하는데, 이 역시 중량, 줄빠짐의 감소와 적정한 타협을 이루어야 한다. 타원형링의 면적은 직립시나 경사시 모두 원형링보다 10% 이상 넓다. 그만큼 감도의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아주 섬세한 낚시가 아니고선 실질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낚시인이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강도
링 자체가 길쭉하다보니 원형보다 자체중량이 더 나갈 것이고, 프레임도 따라서 더 길어져서 중량이 늘어날 것이다. 앞절에서 설명한대로 프레임을 더 얇게 히고 하부에 큰 창을 뚫어 이러한 중량증가를 보정하고 있다.
낚시줄에 하중이 걸리면 프레임에 전달되어 낚시대에 토크를 유발하게 된다. 직립가이드는 토크방향과 프레임방향이 같은 방향이므로 프레임자체가 휘거나 절단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경사가이드는 프레임의 방향과 토크방향이 경사되어 있으므로 발생된 토크는 프레임을 뻗게(직립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토크는 강한 하중을 버티는 3번대와 4번대에서 증가될 것이다. 전술한바와 같이 라운드조임과 2단경사형 설계로 강도보강을 주장하고 있으나 경사형은 항상 이러한 강도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아래그림은 실제로 이러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브리지부분에서 프레임이 뻗어버린 경우인데 역시 강도문제가 취약점으로 판단된다. 신형가이드를 장착한 낚시대에서 밑 걸림시 무리한 챔질은 더욱 삼가야 할 것이다. 쭉 뻗어 버린 프레임을 다시 경사지게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결론적으로 신형 가이드체계는 기존 가이드체계의 많은 장점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줄빠짐이라든지 줄엉킴 같은 조작성 문제를 다소나마 향상시키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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