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유독 감성돔만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감성돔이 대부분의 낚시꾼들의 첫손가락에 꼽히는 최고 인기 대상어종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선망의 대상이요, 끝없는 도전의 벗인 감성돔.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드는 감성돔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 낚시꾼 스스로가 자제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낚싯대를 접어 두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움이 따른다. 입맛만 접자. 꾼이 손맛까지 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불뚝이 감생이는 개도 안 먹는다’라는 말은 바로 낚시꾼, 우리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던가.
편안하고 여유로운 낚시
내만권 감성돔낚시는 말 그대로 내만에서 이루어지는 낚시다. 그런 만큼 지형, 조류 등이 원도권과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물론 그에 따른 채비와 테크닉도 달라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내만권 낚시의 가장 큰 특징은 조류가 약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섬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곳이 많아 파도 또한 약하기 마련. 어떤 때는 바다가 아닌 호수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수면이 잔잔한 날도 있다. 수심도 원도권 낚시터에 비하면 턱없이 얕은 곳이 많다. 이런 여건이라면 낚시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 안전하고 편안한 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내만권에서는 원도권과는 다른 자세로 낚시에 임해야 한다. 투박한 원도권 보다 내만권에는 보다 섬세한 낚시가 요구된다.
하지만 낚시라는 것은 고기를 낚시라는 것은 고기를 낚는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이러한 이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손맛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내만권은 뻘 지역과 모래지형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감성돔 산란처로써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완만한 조류는 어린 치어에게 안락한 서식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원도권 낚시에 비해 더욱 세심하고 정교한 채비가 필요하다. 조류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고, 파도가 잔잔하다는 것이 감성돔에게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 쉬운 조건이기 때문이다.
채비는 평소보다 한 단계 낮게
우선 채비의 선택에 있어서는 평소 사용하던 것보다 한 단계 낮은 채비의 선택이 필수다. 섬세하고 유연한 채비라야 감성돔의 경계심을 완화시켜 보다 빠른 입질을 유도해낼 수 있다.
평소 3호의 원줄을 사용하던 꾼이라면 2.5호 정도로, 2~2.5호를 사용했다는 1.7~2호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너무 갑자기 몇 단계를 한꺼번에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많은 호수를 낮춘다면 캐스팅 시 원줄이 풀려 엉키는 등 채비의 운용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목줄도 원줄의 낮춤에 맞추어 한 단계 가는 것을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시기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찌의 선택이다. 부력이 적은 것을 고르는 것과 함께 크기와 모양새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포인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낮은 수심을 감안하여 부력이 적은 것을 사용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0호찌를 이용하여 크릴의 무게만으로 자연스러움을 연출해 입질을 유도하기도 한다. 또 조류가 완만하고 파도가 비교적 잔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예민성을 갖춘 찌의 선택도 필수 조건이다. 찌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착수음도 비례해서 커진다. 원도권에서는 어느 정도 파도만 있어도 그 소리에 착수음이 묻혀 버리지만 내만권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밤낚시에서의 착수음은 더욱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한껏 상층까지 피어 올랐던 고기떼가 찌가 수면에 떨어지는 소리에 순식간에 숨어버리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착수음을 줄이고 예민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슬림형의 구멍찌나 막대찌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소형 막대찌는 내만권의 잔잔한 바다에서는 그 진가를 발휘한다. 하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찌가 눕거나 원투가 되지 않고 정면에서 바람이 불면 캐스팅 시 밑채비와 찌가 자주 엉킨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착수음과 함께 다른 소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큰소리로 떠드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갯바위나 방파제에서 감성돔 낚시를 할 경우 일반 운동화나 펠트화를 신어 소음을 줄이기도 한다.
다음은 밑밥론이다. 평상시 사용하는 크릴과 집어제의 비율은 3:1 정도. 영등철이나 한겨울 깊은 수심층을 공략할 경우 2:1. 심한 경우 1:1의 비율까지 집어제의 양을 높여 사용한다.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바닥층까지 밑밥을 내리기 위해서다. 여기에 압맥을 첨가하여 그 효과를 배가 시킨다.
하지만 내만권에서 사용하는 밑밥은 그 사용법에서 차이가 난다. 평상시처럼 3:1, 혹은 4:1 정도의 비율로 사용하거나 취향에 따라서는 집어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집어제 대신에 빵가루를 사용하는 꾼도 많다. 기호에 따라 크릴에 압맥만을 섞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압맥의 기능은 빨리 가라앉힌다는 효과보다는 가라앉는 과정에서의 시각적 효과에 더 중점을 두게 된다. 또 시각적 효과를 감안하여 라면을 부수어 물에 어느 정도 불린 후 크릴과 혼합하여 사용하는 꾼도 있다.
감성돔 만큼 쉬운 어종이 없다? 천만에
어느 정도 낚시 경력을 가진 고참꾼들의 말을 빌자면 감성돔 만큼 낚시 쉬운 고기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다 옛날 이야기다. 요즘 그런 말을 한다면 뻥이 심한 입낚시꾼 취급 당하기 십상이다.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그 이전에 벌써 그들의 몸에 배여 있는, 그래서 그들 스스로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는 여러 가지 감성돔 낚시에 대한 준비 자세에서 기인한다. 앞에서 열거한 채비론이나 밑밥론, 그 이외에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 등이 벌써 낚시의 한 부분으로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만 시즌의 감성돔 낚시가 쉽다는 것이다. 반대로 볼 때 이 같은 낚시가 몸에 배지 않는 낚시꾼은 감성돔 낚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전문꾼의 낚시는 상황에 맞게 동작 하나하나가 자연스럽다. 채비, 캐스팅, 견제, 품질 등 모든 것이 상황에 따라 물 흐르듯이 변화한다. 경험에서 나온 응용은 무시할 수 없는 재산이다.
같은 채비, 밑밥으로 낚시를 한다고 해도 역시 초보꾼 보다는 고참꾼의 조과가 훨씬 앞설 수 밖에 없다. 그 말은 채비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그 채비를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경험도 중요하다. 포인트를 보는 눈과 채비, 또는 채비를 운용하고 관리할 줄 아는 꾼에게 있어서 감성돔이라는 물고기는 분명 쉬운 상대다.
낚시의 혜안, 조류 읽는 눈
내만권은 대체적으로 조류가 약하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어느 정도 조류를 받는 곳을 포인트로 찾아야 한다. 감성돔낚시에 있어서 조류는 바로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조류가 없다면 그날의 감성돔 조과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의 조류와 함께 몰, 수중여와 사니질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주변에 양식장을 끼고 있어도 좋다. 양식장 주위는 감성돔에게 있어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해 주는 서식처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기 때문이다.
밑밥은 조류의 방향에 따라 임의로 선정한 포인트에 밑밥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여기저기 밑밥을 분산시키는 것은 감성돔을 분산 시키는 것과 함께 낚시꾼의 집중력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한다.
미끼는 밑밥 띠에 동조되었을 때만이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내만권이나 연안에서는 밑밥을 품질 할 때의 기술적인 면이 원도권 낚시 때와는 달리 손쉬운 점이 있다. 수심이 비교적 낮아 어느 정도까지는 미끼와 밑밥의 동조를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줄에는 극소형 좁쌀 봉돌이나 아예 봉돌을 채우지 않는 채비가 유용하게 쓰인다. 봉돌을 아주 작게 혹은 달지 않게 되면 미끼는 흩뿌려진 밑밥(집어제의 비율을 낮추거나 크릴만으로 된 밑밥)과 함께 조류를 타면서 아주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므로 밑밥에 현혹된 감성돔이 별 이질감 없이 미끼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