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두고 연중 가장 쉽게 감성돔을 만날 수 있는 시기라고들 한다. 활성도가 높아진 감성돔이 갯바위 가까운 곳으로 쉽게 접근하고, 바닥층을 벗어나 입질하는 경우도 자주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일 것이다. 이처럼 가을에는 감성돔 입질 구역이 넓어지고 입질 수심층 또한 다양한 반면, 채비 만큼은 거의 모든 낚시꾼들이
5B∼0.8호 구멍찌를 사용할 정도로 천편일률적이다. 손맛을 보기가 가장 쉽다는 가을에도 입질을 받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류 느리게 흐르는 수심 8m 이내가 최적
제로찌 채비는 벵에돔낚시를 할 때처럼 중층 이상까지 쉽게 떠오르는 어종을 노릴 때 사용하면 재미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을 시즌 동안에는 감성돔낚시를 할 때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계절에는 바닥층을 잘 벗어나지 않는 감성돔이지만, 활성도가 매우 높은 가을 시즌 동안에는 어느정도 떠올라 입질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을이라고 해서 모든 포인트에서 제로찌 감성돔낚시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수심이 매우 깊거나 조류가 너무 빠른 곳에서는 어느정도 부력이 있는 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반유동낚시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걸어가는 속도로 조류가 흐르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제로찌 채비로 미끼를 8m 수심까지 가라앉히는 데는 대략 25∼30초 정도가 걸린다(좁쌀봉돌을 사용했을 경우). 게다가 수심이 깊어질수록 밑채비가 내려갈 때 받는 저항이 커짐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씩 더 길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더 깊은 수심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몇배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따라서 중치급 마릿수 재미가 특징인 가을감성돔낚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갯바위 주변 수심이 8m 이내인 포인트를 선택해 공략하는 게 좋다.
물론 수심이 매우 깊은 곳이나 조류가 매우 빠른 곳에서도 저부력 채비를 사용해 얼마든지 감성돔을 낚을 수는 있겠지만, 효율성 면에서 따졌을 때 미끼를 빨리 가라앉힐 수 있는 고부력찌를 사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채비의 키 포인트는 좁쌀봉돌
제로찌 감성돔낚시는 일반적인 벵에돔낚시 채비를 그대로 사용하므로 채비가 매우 간결하고, 이로 인해 약은 입질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감성돔낚시는 벵에돔낚시보다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곳이 포인트인 경우가 많고 입질 수심층도 현저하게 깊어지므로 제로찌 채비로는 공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G2나 B같은 부력이 한단계 높은 찌로 바꿔달고 목줄에 좁쌀봉돌을 물리면 얼마든지 감성돔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제로찌 감성돔낚시에서 목줄에 좁쌀봉돌을 달 때는 몇가지 원칙을 지켜야 좋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곳에만 물릴 때는 되도록이면 침력이 낮은 봉돌을 사용해야 하며, 여러 곳에 달아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는 침력이 같은 것을 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로찌 감성돔낚시를 할 때 봉돌을 물리는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저부력 채비를 사용할 때 누릴 수 있는 최대 장점인 미끼의 자연스러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다.
만약 목줄에 침력이 제각각인 좁쌀봉돌을 물리면 밑채비가 가라앉거나 견제를 할 때 무거운 봉돌이 달려 있는 부분이 아래로 처지므로, 미끼가 움직이는 각도가 부자연스러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제로찌 감성돔낚시를 할 때는 되도록이면 침력이 낮은 봉돌을 물리되, 분납을 해야 할 경우에는 동일한 침력을 가진 봉돌을 여러개 물리는 게 좋다.
수심 얕은 수중여밭에선 제로찌 고정 채비
갯바위 주변에 크고 작은 수중여가 넓게 퍼져 있는 갯바위는, 사철 감성돔 손맛을 기대할 수 있는 특급 포인트다. 특히 밑밥효과가 뛰어난 가을에는 감성돔 무리가 쉽게 몰려들고 잘 빠져나가지도 않으므로, 폭발적인 마릿수 조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심이 얕은 수중여밭에서는 감성돔이 바닥층 가까이에서 입질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현상은 수심이 얕을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게다가 얕은 수심으로 인해 감성돔의 경계심까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갯바위 가까운 수중여밭을 공략할 때는 되도록 예민한 채비를 사용해, 미끼가 수중여 사이에 형성된 골을 따라 바닥층을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바닥층을 공략할 때는 찌밑수심을 깊게 주고 바늘 가까운 곳에 좁쌀봉돌을 물리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하지만 수심이 얕은 수중여밭에서는 밑채비가 무거울수록 밑걸림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저부력채비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며, 이때도 목줄에는 좁쌀봉돌을 물리지 않아야 밑걸림을 줄일 수 있다.
수심이 6m 이하인 곳에서는 제로찌 고정 채비가 특효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로찌 고정 채비란 찌멈춤핀을 사용해 공략하고자 하는 수심층에 구멍찌를 고정시켜 놓은 채비를 말하며, 동일한 조류에서는 반유동 채비에 비해 미끼가 빨리 가라앉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어차피 입질 수심층이
바닥층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데다, 입질까지 약은 수심 얕은 여밭에서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갯바위 주변 수심이 얕고 조류가 느리게 흐르는 동해안에서, 사철 제로찌 감성돔낚시가 성행하는 것도 이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멍찌를 일정한 수심에 고정시킨 이런 채비는, 낚싯대 길이 보다 깊은 수심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음도 알아둬야 한다.
수심 깊은 직벽에선 제로찌 전유동 채비
제로찌 감성돔낚시가 특효를 발휘하기는 발밑 수심이 깊은 직벽형 갯바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직벽형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는 덕분에, 수온이 너무 높은 여름이나 수온이 매우 낮은 겨울에 인기를 끄는 곳이다. 하지만 일교차가 크고 수온이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하는 가을 시즌에도 의외로 떼고기 소동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수심이 깊은 직벽에서 감성돔낚시를 할 때는 미끼를 바닥층까지 빨리 내려보내기 위해 고부력채비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겨울에 낚시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활성도가 높은 가을 시즌 동안에는 이런 방법으로 공략해서는 큰 재미를 기대하기 어렵다.
직벽형 포인트에서는 감성돔이 갯바위 벽면을 타고 오르내리며 먹이활동을 하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갯바위 가까운 곳은 멀리 떨어진 지점에 비해 조류가 느리게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을 시즌에 직벽형 포인트를 공략할 때는, 미끼가 천천히 가라앉도록 하면서 다양한 수심층을 노릴 수 있는 제로찌 전유동낚시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직벽지형은 갯바위에 부딪혀 튕겨져나가는 반탄조류로 인해 미끼가 갯바위에서 점점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같은 제로찌를 사용하더라도 수심이 얕은 수중여밭을 공략할 때와는 달리, 바늘 위 1m 정도 되는 지점에 G2~B 좁쌀봉돌을 물린 전유동 채비로 공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채비가 바뀌면 공략 방법도 달라져
제로찌 감성돔낚시로 재미를 보기 위해서는 채비에 맞는 적절한 공략방법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채비와 공략 방법이 제각각이 돼 버리면, 오히려 고부력 채비로 공략하는 것보다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제로찌 채비로 감성돔을 노릴 때는 어느정도 부력이 있는 찌를 사용할 때보다 채비를 멀리 던지는 게 좋다. 고부력 채비를 사용해 감성돔낚시를 할 때도, 채비가 완전히 정렬된 상태로 입질지점으로 흘러들도록 하
기 위해서는 공략지점 보다 좀더 멀리 던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제로찌 감성돔낚시를 할 때는 찌 부력이 매우 적다는 점까지 감안해 밑채비가 정렬되는 동안 밀려드는 거리만큼 채비를 더 멀리 던져야, 채비가 정렬된 상태로 공략지점으로 흘러들도록 할 수 있다.
가벼운 밑밥과 동조시키면 효과 배가
제로찌 감성돔낚시는 밑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저부력 채비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벼운 밑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제로찌 감성돔낚시용 밑밥을 만들 때는 넓게 퍼지면서 천천히 가라앉을 수 있도록 집어제 대신 빵가루를 넣어 섞는 게 효과적이다. 이때 빨리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 압맥이나 옥수수 같은 곡물 성분은 밑밥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넣지 않는 게 좋다.
또한 감성돔은 밑밥에 반응하는 속도가 벵에돔에 비해 느리다는 점을 감안해, 밑밥띠가 끊어지지 않고 멀리까지 흘러가도록 조류 상류쪽에 조금씩 꾸준히 뿌려주는 게 효과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