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시는 ‘고기를 낚는 것’이란 등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단지 고기를 잘 낚는 사람이 최고라는 인식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정말 낚시가 고기를 낚아내는 데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라면 이보다 더 미련스러운 것이 없다. 조과에서는 어부의 그물질보다 못하고 고생스럽기는 어느 일보다 덜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낚시는 하면 할수록 결과보다는 과정에 더 깊게 빠져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출조 준비를 하면서, 채비를 하면서, 현장에서 조류를 보고 채비놀림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짜릿짜릿한 쾌감이 바로 낚시의 즐거움이다. 전문꾼들만이 알 수 있는 감정. ‘나의 이 연약한 채비가 가져다 줄 큰 손맛’에 대한 기대를 일반 사람들은 과연 얼마만큼 알 수 있을까?
전문꾼의 낚시는 섬세한 낚시
초보꾼들이 무작정 따라하는 전문꾼들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처음에는 좀처럼 알 수 없는 깊은 뜻이 숨어 있다. 낚시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는 것 같은 일련의 동작들은 숱한 경험으로 인해 다듬어진 관록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다가 낚시에 대해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되는 것이다.
일례로 잠만 자던 한 낚시꾼이 갑자기 일어나 서둘러 채비를 하더니 한 마리를 걸어내고 하루종일 열심히 낚시를 하던 꾼은 빈손으로 돌아서는 일이 있다. 후자의 꾼은 전자의 꾼을 보고 ‘어쩌다 운이 좋아서’라고 할테지만 실상 전자의 꾼은 전문꾼이었던 게다. 물때를 알고, 집중해야 할 때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과정으로 보면 열심히 했던 후자의 꾼도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문꾼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예가 아닐 수 없다.
전문꾼의 낚시란 미세한 부분에까지 정성을 다하는 낚시다. 갈수록 예민해지는 입질을 받아내기 위해서 출조를 계획하면서부터 마무리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감안한 낚시인 것이다. 전문꾼의 그 미묘하고도 섬세한 준비와 마무리 과정을 배워보자
무작정 떠나는 출조는 없다
전문꾼의 조황 확인은 제3자를 거치지 않는다. 현지낚시점 가이드의 말은 참고로 하되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정확한 조황은 현지에서 낚시하고 있는 꾼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장 측근에 있는 동료 조사들의 출조 결과를 놓고 판단한다.
최소 이틀 전부터 인근의 낚시점에 들러 낚시 다녀온 꾼들에게 가장 믿을 수 있는 조황을 파악하고 현장 상황을 체크해 본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 조황 정보를 결합해 자신만의 조황 정보를 작성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출조지란 항상 유동적이며 출조에 나설 때에도 규모가 적은 2~3명 단위의 단체 출조가 많은 편.
밑밥과 미끼에도 정성이 필요하다
밑밥과 미끼는 그저 채비와 함께 던진다고 해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미끼에 대해서는 신선함이라든지 모양새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밑밥에 대해서는 오로지 ‘가격’만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밑밥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밑밥에도 크릴이 사용되는 만큼 가장 우선할 것은 밑밥용 크릴의 모양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지 출조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밑밥 분쇄기는 시간에 쫓긴 꾼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아직 다 녹지 않은 크릴을 사용하면 모양을 보존할 수 없다. 거의 다 녹은 크릴을 넣어야 그나마 크릴 형태를 살리면서 배합할 수 있다.
밑밥은 최호 현지 도착 반나절 전에 출조점에 연락을 취해 미리 크릴을 녹여 놓아야 한다. 밑밥을 섞을 때는 호미나 삽을 이용해 섞지만 이보다 고무장갑을 이용해 직접 배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첨가제를 넣을 때에도 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온, 물색, 조류에 따라 밑밥의 찰짐과 집어제 비율, 집어제 종류와 첨가제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는 것이다.
미끼도 마찬가지. 냉장실에서 바로 꺼내 밑밥통에 넣어두었다가 현장에서 꺼내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세심한 꾼들은 미끼를 반드시 쿨러에 보관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또는 쿨러가 없다면 금방 꺼낸 밑밥과 함께 밑밥통에 넣어 냉기를 공급한다.
각종 채비 점검이 조과에 직결
원줄
일반적으로 목줄에 대해서는 과민할 정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지만 원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줄이 끊어질 경우 구멍찌와 수중찌를 잃어버리게 되어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음에도 원줄의 상태에 대해서는 둔감하며 투자도 인색하다.
원줄을 교체할 때란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 길이가 짧아졌을 경우라고 알고 있는 꾼들이 많다. 하지만 길이가 적당히 남아있다 하더라도 바닷물에 장시간 노출되어 있었던 원줄은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또한 힘이 어느 정도 가해졌다면 이미 인장력을 상실했거나 플로팅 능력이 떨어져 자연스런 채비조락을 어렵게 한다.
채비를 할 때는 릴에 감아놓은 원줄의 처음 5m 내외를 잘라내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릴의 표면에 감겨 있으면서 외부와 마찰되어 생긴 흠집이나 이전 출조에서 생겨난 흠집난 부분을 없애기 위해서다. 원줄을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원줄 보호용 밴드를 사용하거나 릴 보호용 주머니를 씌우는 것도 좋다. 물론 이전에 스풀을 따로 떼어내 수돗물로 원줄의 소금기를 제거해 주는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찌매듭
찌매듭의 기능은 수심조절과 동시에 어신을 감지할 수 있도록 구멍찌에 걸리게 하는 것이지만 초보꾼들의 경우에는 찌매듭이 구멍찌에 걸리는 것을 보고 채비의 정렬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서 필요이상으로 찌매듭을 크게 하거나 자투리를 많이 남겨놓는다. 이런 경우 찌매듭이 톱가이드를 통과하면서 걸리는 수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묶어지지 않았다면 수심이 들쭉날쭉하게 변할 수 있다. 더 심할 때는 힘차게 캐스팅했을 때 이 부분이 가이드에 감겨 초릿대를 부러뜨리는 낭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전문꾼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면사매듭을 사용하기를 꺼려하는 이도 있다. 품질이 나쁜 면사매듭은 이동을 할 때 원줄을 갉아먹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1호 목줄을 이용해 매듭을 묶는 섬세함을 보이기도 한다. 목줄 매듭은 옆에 있는 다른 낚시꾼이 자신의 채비수심을 가늠할 수 없도록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도래
도래를 단순히 원줄과 목줄의 연결 수단이라고 보는 것은 금물이다. 도래는 복잡한 조류에 의해 채비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고 스스로의 무게로 부력을 조절하는 역할까지 한다. 그러나 무조건 작고 단순한 채비를 선호하는 꾼들에 의해 도래는 작은 것을 쓸수록 좋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도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전력이다. 회전력이 클수록 밑채비의 엉킴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조류가 약한 곳에서는 작은 것을 써도 상관 없지만 조류가 센 곳에서는 큰 도래를 써야 한다. 큰 도래를 쓸 때에는 미세한 부력의 차이까지 감안하여 채비를 조절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시중에는 자체 침력이 표시되어 있는 도래가 있다.
한번 쓴 도래는 절대 소풍통에 다시 넣지 않는 것이 좋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쇠로 되어 있는 도래는 바닷물에 부식되기 때문에 언젠가 그 도래를 다시 쓸 때 대물이 걸렸을 경우 땅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목줄
목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고기를 걸어 터뜨려 먹는 경우의 대다수가 목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목줄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채비를 거두고 미끼를 새로 달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다. 손끝으로 목줄을 훑어주면서 조금이라도 흠집이 발견되면 교체해야 한다. 작은 문제가 큰 사고를 야기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갯바위에서 이런 식으로 목줄 관리를 하는 꾼은 드물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처음 맨 목줄을 철수 때가지 사용할 때도 있으니 아마 이런 타고난 게으름 탓으로 전문꾼이 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문꾼은 목줄관리를 위해 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민감한 혀끝으로 목줄을 훑어 작은 문제도 발견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목줄은 처음 묶을 때도 주의가 요구된다. 목줄은 주로 구명조끼의 윗주머니에 넣어두는데 이때 목줄의 끝부분이 구명조끼 주머니의 지퍼에 쓸리면서 흠집이 나게 된다. 이를 모르고 그대로 매듭을 하면 탈이 나게 된다. 따라서 목줄은 반드시 구입시 동봉된 케이스에 넣어두거나 그렇지 못하다면 10~20cm 정도는 잘라낸 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1.7호 이상의 굵은 목줄은 일단 줄을 풀어서 팽팽하게 당긴 후 묶어 주는 것이 빠른 시간 안에 줄을 펼 수 있는 방법이다. 굵은 줄일수록 오랫동안 감겨 있었을 때의 굴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봉돌을 물릴 때도 휴지를 감아주거나 고무봉돌을 물려주면 목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바늘
낚시바늘은 가격도 저렴하고 밑걸림이 발생할 경우 가장 소비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바늘에 대해 신경을 쓰는 꾼들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대상어와 직접 대면하는 채비이니 만큼 관리에 소흘하다면 제물걸림을 이뤄낼 수 없다. 현장에서 ‘바늘이 벗겨졌다’던가 ‘바늘이 휘어졌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바늘에 대해 무심했던 케이스다.
바늘 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바늘을 손톱에 긁어보아 예리하게 긁혀지는 것이 바른 것이며 이는 미끼를 꿰는 도중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 바늘의 미늘이 허리에도 있는 것은 바늘을 묶는 도중에 목줄이 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역시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각종 소품 선정에도 섬세함 필요
이밖에도 꾼의 섬세함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갯바위 신발의 경우 스파이크화와 펠트화가 있는데 감성돔이 갯바위 가까이 붙는 가을시즌에는 소음이 많은 스파이크 보다 펠트화가 좋다.
밑밥주걱은 사용할 밑밥의 양에 따라 주걱 크기를 달리하면 시간도 절약하고 자주 밑밥을 치는 수고도 줄일 수 있다.
아주 작은 것들이지만 막상 행해보면 모두가 전문꾼의 관록이 느껴지는 소중한 경험의 산물들이다. 전문꾼과 초보꾼의 차이는 결코 큰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몇몇 세심한 배려의 차이가 전문꾼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요소다. 작은 차이가 큰 조과 차이로 나타난다는 낚시의 진리를 알게 될 때 비로소 ‘탈초보’를 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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