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이라고 할 만한 어종이 드문 동네 낚시터에서 숭어의 위치는 최정상급,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있는 대상어가 된다. 가끔 방문하는 학공치나 고등어 군단이 더 없이 반갑기는 하지만 손맛으로 따진다면 어디 숭어 만한 것이 있겠는가.
이러한 숭어를 낚기 위해 보기에도 위협스런 훌치기 채비를 들고 다니는 꾼들은 다른 낚시꾼들의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이 낚아내는 희안한 풍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숭어는 인기어종이다.
숭어는 감성돔이나 벵에돔 마냥 사정없이 처박는 맛은 없어도 그 육중한 몸으로 옆으로 휘젓는 손맛이 일품이다. 더구나 이 즈음의 숭어는 살이 많고 기름이 올라 쫄깃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숭어의 종류의 시즌
숭어는 참숭어와 가숭어로 구분할 수 있다. 참숭어는 머리가 둥글며 비늘의 중앙에 흑색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 참숭어는 남해중부에서 서해에 걸쳐 분포하며 회유를 하지 않는다. 주로 봄에서 가을까지 많이 낚이며 씨알이 굵은 편이다. 흔히 감성돔 낚시를 할 때 낚이는 숭어는 참숭어가 대부분이다.
가숭어는 참숭어 보다 몸이 가늘고 긴 편이다. 몸에 연한 검은색 선이 세로로 그어져 있으며 주둥이가 짧고 붉은 빛 입술을 지니고 있다. 가숭어는 동해 중부에서 남해 동부까지 분포하며 늦겨울에서 초봄까지 육지 근처의 해안을 회유한다. 이때는 눈에 백태가 끼어 시력이 나빠지므로 초보꾼들도 훌치기 채비로 손쉽게 낚을 수 있다.
채비와 낚는 법
숭어를 낚는 채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꾼들이 흔히 사용하는 채비로는 훌치기 채비, 곷낚시 채비, 릴 찌낚시 채비가 있다. 훌치기 채비와 꽃낚시 채비는 가숭어를 낚을 때 주로 쓰며, 릴 찌낚시 채비는 참숭어를 낚을 때 사용한다. 훌치기 채비는 중형 스피닝릴을 장착한 3~5호 릴대에 원줄 6~7호를 쓴다. 원줄과 도래로 연결한 기둥줄에 훌치기 바늘을 3~5개 매단 뒤 10~15호의 고리봉돌을 매달면 채비가 완성된다. 수면 위에 숭어 떼의 모습을 보이면 그 근처로 힘차게 원투한 후 챔질했다 감았다를 반복해 훌치기 바늘이 숭어의 몸에 꽂히게 하면 된다. 훌치기 낚시는 숭어떼의 이동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편광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꽃낚시 채비는 숭어의 눈에 기름기가 끼는 것을 이용한 낚시법이다. 초봄에 숭어의 눈에 백태가 끼면 물체를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데 이때 반짝이는 꽃낚시를 숭어의 근처로 보내면 물체를 분간 못하는 숭어가 달려들어 바늘에 꽂히게 된다.
중형 스피닝릴이 장착된 3~5호의 릴대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5~6칸 대의 민장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릴찌낚시로 숭어를 낚기 위해서는 일반 감성돔 장비에 고추찌나 막대찌를 달면 된다. 참숭어의 입질은 찌가 깜박깜박하는 어신으로 나타나므로 찌가 수면 아래로 살짝 잠길 때 챔질하면 된다. 미끼로는 크릴. 일부에서는 크릴 껍질을 벗기고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