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계절이 왔다.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린다. 포인트 선점을 위해 내린 새벽 3시의 갯바위 공기는 너무나 낯설다. 매정하고 두고 온 마누라 옆의 따뜻한 빈자리가 당장이라도 그리워지는 겨울. 온기 한점 없는 겨울의 갯바위에서 고기 한 마리 낚기 위해 새벽 1시, 2시, 3시 운운할 때 낚시꾼으로써 비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렇게 까지 해야만 하나.
그래도 해답은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길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낚시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나마 낚시에 몰입하면 덜 춥다. 볼락이라도 노리기 위해 갯바위 이곳저곳을 누비면 운동이라도 된다. 하지만 그게 어디 보여야 말이지. 위험천만한 노릇이다. 밤새도록 추위에 떨며 포인트를 잡아 놓았음에도 막상 해가 떠서 따뜻해지면 몸이 스르르 풀리면서 잠이 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낚시고 뭐고 다 귀찮다. 포인트에서 달콤한 잠에 빠져 깨어나면 물때는 지나고 속절없이 밑밥만 축내야 한다. 이렇듯 겨울은 낚시 시작 전부터 고기가 아닌 다른 적과 싸움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낚시터의 겨울을 보낼 수 있을까.
빈틈을 없애라
우선 내복은 필수다. 잘 차려입은 내복은 고어텍스 외피보다 보온에 효과적이다. 그 위에 파워스트레치(얇은 내피형, 등산의류로 많이 판매됨)를 입고 패딩 혹은 폴라폴리스 계열의 내피를 입은 후 낚시복을 입는다. 물론 충전재가 들어 있는 겨울낚시복이 따로 있다면 더욱 좋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옷을 입을 때 바람이 들어올 수 있는 빈틈을 막아야 한다. 바람은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바람이 들어올 수 있는 구멍은 대략 다섯 곳. 목부분과 양 손목과 양 발목 부분이다. 장화를 신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특히 양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필자는 겁도 없이 발목양말을 신고 겨울낚시를 나선 적이 있다. 결과는 옷을 아무리 많이 입었어도 하루종일 시린 발목을 가리기 위해 끊임없이 바지단을 내려야 했다. 양말은 두켤래를 준비한다. 우선 땀을 흡수 할 수 있는 면이나 쿨맥스 계열의 발목양말을 신고 그 위에 등산용의 목이 긴 양말을 덧 신어 준다. 양말을 신을 때는 내피를 양말 안쪽으로 넣어 완전히 고정시킨다. 시장 바닥을 돌아다니는 단벌신사 같은 모양새지만 어차피 낚시복을 겹쳐 입을 것이니 모양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굳이 발목양말을 안쪽에 신는 이유는 똑같이 목이 있는 두꺼운 양말을 겹쳐 신을 경우 움직임도 둔해지고 장화를 신을 때 빡빡하게 들어가 신고 벗기가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손목부분은 시중에서 판매중인 손목 고정 네오플렌 벨트를 쓰거나 스키장갑 형태로 손목을 완전히 덮는 장갑을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낚시를 시작하게 되면 장갑을 벗고 낚시장갑을 껴야 하니 새벽에 방한용으로 쓸 수 있는 두툼한 장갑 하나를 따로 준비하면 훨씬 따뜻하다. 할인마트에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발열체를 이용해 손을 따뜻하게 해 주는 발열장갑도 출시되었다.
낚시 장갑은 손맛과 미끼꿰기를 해야 하므로 보온력 한계가 있다. 물론 시중에는 겨울낚시장갑이 나와있지만 아무리 따뜻해도 엄지와 중지 부분은 시리다. 외부로 노출된 두 개의 손가락은 얼어붙어 정작 섬세하게 매듭을 묶거나 미끼를 다룰 때 움직여 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주머니에 조그만 핫팩을 넣어두면 손을 쓰지 않을 때 녹일 수 있어 좋다.
목부분의 빈틈은 목도리나 폴라티셔츠를 입어주는 것으로 해결한다. 더 좋은 것은 폴라티셔츠를 입고 목도리까지 하는 것이다. 목도리의 경우 목은 물론 얼굴까지도 어느 정도 추위로부터 보호해 주기 때문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자도 사계절 모자를 고집하기 보다는 겨울용 방한모자나 비니모자(일명 군밤장수모자), 귀마개가 달린 모자나 따로 귀마개를 준비하면 훨씬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보조 용품의 활용
낚시장비는 두 개, 세 개 여유를 가지고 챙겨 가면서도 정작 다른 보조장비를 챙기는 것에는 인색한 것이 낚시꾼이다. 그러나 겨울에는 낚시장비보다 방한용품 한 개를 잘 챙기면 훨씬 성공적인 낚시를 할 수 있다.
발열조끼는 이제는 익숙한 겨울 방한 아이템이다.
대표적인 장비는 침낭. 오리털 침낭이면 굳이 텐트가 없어도 웬만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 옷을 단단히 입고 침낭을 넓게 펼쳐 옆사람과 함께 덮어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면 새벽시간이 훨씬 짧게 느껴진다.
자주 쓰는 가스 버너는 겨울에 화력이 좋지 않다. 기온이 낮으면 응결되는 가스의 성질 때문에 중간중간 가열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불이 오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가스의 약점을 상쇄한 기름과 가스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전용 기름을 써야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필드에서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겨울을 보다 따뜻하게 나기 위해서는 굳이 낚시용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등산 등 각종 아웃도어 분야를 둘러보면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