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숫자와 함께 살아간다. 거리, 부피, 면적, 무게 등 모든 것이 미리 정해 놓은 숫자의 규범 속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이러한 규칙이 없다면 A와 B는 서로 다른 개념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상당한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다. 우리가 늘상 접하는 낚시도 예외가 아니어서 숫자라는 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찌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낚싯대는 3칸 낚싯대이다. 본래 1칸 낚싯대의 길이는 6자(尺)로서 1.82m. 그러면 3칸 낚싯대의 길이는 5.46m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편리상에 의해 자투리 2㎝를 떼어 버리고 1칸을 1.8m로 규정해 3칸 낚싯대를 5.4m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낚시도 미리 정해놓은 숫자 단위 속에서 이루어지는바 ‘봉돌’에도 그 무게 단위의 약속과 그 유래가 있다.
‘호’ 단위는 척관법이 유래
우리가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관, 근, 냥이라는 무게 단위구성인 척관법(尺貫法)은 구(舊)한 말 고종 때, 대한제국 법률 제1호 도량형에 의하여 서양의 무게, 거리 단위인 야드, 미터, 파운드법과 함께 사용하도록 제정된 것이다.
그 후 1960년대 초에 척관법인 구(舊) 도량형을 폐지시키고 세계적인 추세에 맞춘 신식 도량형 관계법인 미터법을 단일 도량형으로 제정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깊숙이 배어있던 척관법인지라 지금까지도 전해 오면서 길이는 자(尺)와 미터(m), 넓이는 평과 평방미터(㎡), 부피는 말(斗)과 입방미터(㎥), 무게 역시 관, 근, 냥과 ㎏이 함께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유독 무게 단위는 쇠고기와 같은 육류는 한 근에 600g이며 고추와 같은 곡물류와 한약재 등은 한 근에 375g으로 그 계측이 다르다. 이것까지 설명하자면 본론이 흐려질 염려가 있으므로 생략하고 본래 논하고자 했던 봉돌에 대해 하나씩 알아보기로 하겠다.
일반적으로 봉돌의 개념을 큰 것은 ‘추’, 작은 것은 봉돌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한 질량에 비해 무게가 무거운 ‘납’으로 만들었기에 ‘납추’ 혹은 ‘납 봉돌’이라고 한다. 구멍찌가 도입되기 전에는 봉돌개념보다는 ‘추’의 개념이 강했다. 당시의 낚시는 무게가 무거운 ‘추’를 사용해 바닥을 노리는 민장대 맥낚시기법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 후 구멍찌 도입과 함께 ‘추’보다 더욱 세밀화된 봉돌이 등장하면서 국내의 모든 찌낚시는 일대 혁신을 가져 오게 되었다. 말하자면 조류의 세기에 따라서 채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정밀한 낚시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충족된 것이다. 이렇게 봉돌은 크기와 상관없이 현대낚시의 총아가 됐다. 구멍찌를 사용하려면 수중찌와 봉돌의 비율분배는 필수적인 관계로서 봉돌의 역할이 수중찌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중찌의 마술’이란 말은 없어도 ‘봉돌의 마술’이니 ‘마법의 봉돌’이란 말은 흔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봉돌의 미세한 움직임이 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조력이 깊은 낚시꾼일수록 봉돌을 애지중지하며 소중히 여긴다. 말하자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봉돌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찌낚시의 ‘다이아몬드’인 것이다.

▲일본 츠리켄사의 기준도표
‘G’는 츠리켄, ‘J’는 키자쿠라에서 만든 단위
그러면 낚시꾼들이 이토록 애지중지하는 봉돌이란 존재의 탄생과 족보에 대해 함께 더듬어 보자. 영어로 가라앉는다는 뜻의 싱커(sinker)인 봉돌은 말과 같이 채비와 미끼를 원하는 수심층에 가라앉히기 위한 매개체로서 그 소재가 납, 철, 청동, 아연 등을 이용하나 최근에는 친환경 소재인 세라믹을 사용하기도 한다.
봉돌의 단위 명칭 중 ‘G’와 ‘J’가 있다. 가령 G3호라던가 아니면 J3호라는 등의 명칭인데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이라서 논해 보겠다. ‘J’ 라는 단어는 기자쿠라사(社)에서 규정한 단위 명칭이다. 우리나라 낚시꾼들이 작은 봉돌을 ‘좁쌀봉돌’이라고 하듯이 일본 낚시꾼들은 ‘은단(銀團)봉돌’이라고 한다. 따라서 은단의 일본 이름인 진탄(JIN TAN)의 첫 자인 ‘J’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또한 가장 먼저 사용한 ‘G’ 단위는 츠리켄사(社)에서 규정한 단위명칭이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명칭은 달라도 단위무게는 같다.
B 무게단위는 숫사슴용 엽총 탄환이 유래
츠리켄사에서 규정한 ‘G’단위는 ‘간다마’라는 일본말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면 ‘간다마’는 무슨 말일까? 그 유래는 서양의 사슴사냥에 사용하는 엽총 탄환인 ‘볼벅(BALLBUCK)’ 또는 ‘벅샷(BUCK SHOT)’에서 시작된다. 사슴사냥의 백미인 숫사슴 ‘벅’(BUCK)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B, 2B, 3B, 4B, 5B, 6B 등의 엽총 탄환을 그대로 가져와서 낚싯줄을 끼우게끔 가운데에 홈을 파서 사용한 것이 오늘날의 B, 2B, 3B, 4B, 5B, 6B 봉돌인 것이다. 엽총의 건(GUN)이 일본식 발음으로 ‘간’이며 구슬을 ‘다마’라고 하니 합치면 ‘간다마’이다. 즉 숫사슴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총알을 ‘간다마’라고 부르는 것. 요약하자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B’ 시리즈 단위는 숫사슴 사냥 총알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면 가장 큰 무게 단위의 ‘호’, 그리고 중간 단위의 ‘B’, 가장 작은 무게 단위인 ‘G’의 무게 단위는 어떻게 구분되는지 알아보자. 일본의 낚시 원로들의 말에 의하면 구멍찌의 역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츠리켄사에서 상품으로 만들어 대중화되기 시작한 역사는 25년이다. 그런 세월동안 낚시를 하면서 초창기에는 B단위의 봉돌만을 사용했다. 그러다 점차 더욱 세분화된 무게 단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G’단위의 봉돌이다.

▲추의 무게도표
0.5호와 5B는 무게가 다르다
‘추’의 무게 단위는 척관법에서 따왔다. 따라서 1관인 3.75㎏의 1/10이 1근 375g이며, 1근의 1/100이 1호인 3.75g이다. ‘호’보다 더 낮은 것은 ‘푼’으로서 이것 또한 ‘호’의 1/10로 계산한다. 혹자는 ‘푼’을 ‘부’, ‘호’를 ‘몸메’라고 부르기도 하나 이것은 일본식 발음이므로 ‘푼’과 ‘호’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호’는 ‘할’과 같은 개념이다. 가령 야구에서 타율이 30%면 3할이다. 예를 들면 아홉 번 타석에서 세 번의 안타를 칠 경우 3할3푼3리의 타율이 된다. 그러나 낚시에서는 ‘할’을 사용하지 않고 ‘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호’의 개념은 ‘B’의 개념과 달리 단위구성이 정확한 곱절로 계산된다. 가령 1호가 3.75g이므로 2호일 경우 곱절인 7.5g이다. 5호인 경우는 다섯 곱절인 18.75g이 된다. 말하자면 무게의 등분이 정확하게 딱 들어맞는 것이다. 그러나 B단위구성은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척관법에서 파생한 ‘호’는 1호+1호=2호이지만, 숫사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총알의 단위구성에서 따온 ‘B’단위는 B+B=2B가 아니다. 초심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5B와 0.5호의 무게가 다른 것이 이 때문이다. ‘추’는 무게단위 호수가 크고 적음이 무한대이나 B단위는 B에서 6B까지 6단계, G는 G1에서 G8까지 8단계로 한정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것들이 생기기까지는 그 유래와 필요가 따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무작정 고기를 낚는 데만 치중하기보다 그 본질을 알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겠다.
많이 쓰고는 있지만 섬세한 쓰임새에 대해서는 쉽게 지나치고 마는 봉돌에 대한 미시적 관점의 기사 입니다.
이상돈 한조무역 영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