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새해 벽두부터 낚시인들에게 시련이 몰아치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해양수산부에서 낚시인으로 등록하거나 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들의 낚시를 금하는 내용의 '(가칭)낚시관리 및 육성법'을 제정하여 제도권에서 관리한다고 발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낚시인구를 어촌으로 유입시켜 어촌의 소득증대와 연결시키겠다'라는 대통령 업무보고('05.3)가 이번 법제정의 시발점이라는 해양수산부의 '낚시 종합발전 기본계획'을 접한 낚시 관련인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낚시인의 수자원 남획 및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해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발상에서 일이 추진되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이야말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앞서 말했듯이 낚시인의 수자원 남획 및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수질오염으로 수자원 감소가 이번 법 제정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낚시를 규제하고자 할 때 의례적으로 내세우는 명분일 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번 법 제정에 앞서 관련부처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환경부는 '낚시로 인한 쓰레기보다 낚시터 상류에서 흘러드는 생활쓰레기, 축산·공장폐수로 인한 오염이 더욱 심각한 수준이며, 폐수오염물질 제거율이 98.6%에 하수도 보급률이 81%('04년)로서 낚시 외적인 요소에 의한 수질오염이 상당히 있는 현실에서 수질오염의 주범이 낚시인이라는 서술은 부적절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물론 낚시인들도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들에 의해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가 상당량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낚시인을 매도하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데에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낚시인들은 이미 몇 년 전 한강시민공원사업소에 의해 이와 비슷한 경험을 맛봤기 때문이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이하 사업소)는 낚시인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한강 유역 일부에서의 낚시를 제한했는데 공교롭게도 낚시가 제한된 구역이 한강 진입로에서 가까운 곳으로 국한되었다.
제한된 구역에서는 수상스키, 윈드서핑 등 다른 레저시설이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거나, 일광욕장 등 사업소가 독단적으로 레저시설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결국 사업소는 진입로가 가까워 시민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수익에 관련된 시설들에만 문을 열고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운 낚시에는 문고리를 걸어 잠궜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었다.
더욱이 당시 사업소가 낚시와 관련해서 수익모델로 낚시면허제를 운운하다가 낚시계의 반대로 무산되자 낚시금지로 급선회했다는 점에서, 낚시인들은 이번 법 제정에 강력히 반대했다가 낚시가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을까 냉가슴만 앓고 있는 실정이다.
수자원 고갈에 대해서도 낚시인들은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민물에서는, 공장폐수 등 유독성 물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한강사업 등과 같이 하천을 획일적으로 정비하면서 여울 및 수초들을 말살시켜 고기들이 산란장소를 잃었으며, 그나마 재주껏 산란을 마치면 외래어종에 의해 치어들이 대부분 잡혀 먹히기 때문에 고유어종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또 바다의 경우에는 무분별한 양식사업에 의해 해저면의 사막화가 진행되어 수초가 사라지고 그로 인해 어자원이 급격하게 줄었으며, 줄어든 어자원을 저인망으로 쓸어내면서 수자원 고갈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낚시 규제라는 얘기만 나오면 쓰레기 문제와 함께 낚시인들을 매도하고 있다.
낚시를 규제하겠다면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서구식 낚시면허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서구에서는 낚시 면허가 있어야만 낚시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국가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낚시면허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연어 등과 같이 어자원을 보호해야 할 어종일 경우이거나, 낚시라는 것을 고장의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한다거나, 어업을 주업으로 삼는 지역적 특성으로 지역민과 낚시인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할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사업 기본계획은 특정지역을 유어장으로 개발하여 입어료를 징수하고 그 재원이 지역민의 수익으로 연결되게 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미 비슷한 형태로 대부분의 낚시터가 관리되고 있다.
전국의 웬만한 저수지는 관할하는 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은 관리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관리인은 저수지 사용료와 세금을 자치단체에 납부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운영 형태는 점차 바다로 확대되어 해상 낚시터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재 관리되고 있는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법까지 제정하면서까지 중앙정부가 나선다는 것은 주 5일제로 인해 수요가 늘고 있는 낚시산업에서 발생되는 수익을 정부가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 해양수산부는 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 국가 예산을 55억 원이나 쓰겠다고 한다.
진정으로 어민들의 수익증대를 걱정한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보완하여 낚시인들로부터 발생되는 재원이 어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방단체를 지도하면 된다. 그리고 낚시인들의 레저활동 보장을 위한다면 현재 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양어장의 양성화를 모색하면 된다. 게다가 낚시포털 사이트는 지금도 난무하고 있으니 시장논리에 따라 순리대로 흘러가게 하면 될 것이다.
화살이 모두 낚시인에게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해서 환경 오염시키는 주범이요, 수자원 고갈시키는 죄인이며, 그 때문에 정부로서는 부서도 새로 만들고 예산까지 쓸 수밖에 없으니 불만 있으면 낚시인들을 비난하라는 식으로 언론공세를 펴서도 안 된다.
낚시인들도 필시 대한민국의 선량한 국민일텐데 해양수산부의 조그만 욕심에 이렇게 희생양이 되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 덧붙이는 글 ----
가장 서민적인 취미활동인 낚시. 너무 서민적이다 보니 이리저리 치이기만 합니다. 사실 치이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힘 있는 자들의 조그만 욕심에 언제나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도 억울한 낚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