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부에서 2006년까지 낚시면허제를 시행한다는 뉴스가 나가자 낚시단체와 낚시관련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내수면의 환경보호와, 수질개선, 어자원 증식 등은 낚시면허제로 보장받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낚시면허제를 반대하는 각 낚시단체나 낚시관련 업체는 낚시면허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낚시면허제를 시행하지 않고도 훌륭하게 위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낚시터
최근 나는 낚시터에서 몹시 황당한 일을 겼었다. 내가 사는 곳은 금강 줄기가 유유히 뻗어있는 곡창지대이다. 물론 수많은 수로를 따라 곳곳에 소류지들이 숨어 있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날 따라 동네 아줌마들이 둑 어귀에 나와 갑자기 낚시를 못하게 막는 것이다. 소류지 옆에 쓰레기 포대를 잔뜩 쌓아두고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펴지도 못 하고 그냥 터덜터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낚시꾼이라면 이런 경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수도권의 낚시꾼들은 잘 모르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가을 벼 베기가 끝나면 물을 몽땅 빼버리는 소류지가 한두 개가 아니다. '낚시금지-주민일동' 표지판이 해마다 늘고 있다.
결국 현재 낚시계의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를 한가지로 압축한다면 '낚시터가 사라져가고(죽어가고)있다'는 점이다.
농민과 낚시꾼은 결국 한몸
나는 이와 같은 낚시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낚시면허제'는 타당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현장의 낚시꾼이 낚시면허제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한마디로 '눈먼 돈 거두어서 그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해결하겠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다. 낚시면허제는 또, 최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의 사업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이른바 정부의 '군살빼기 개혁정책'에도 명백히 모순된다. 결국 핵심은 자율규제다. 낚시계가 스스로 낚시터를 살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 외부의 조치보다 우선이다. 그러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낚시는 원래 농사와 한 몸이다. 현재 낚시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삭막하고 이기적인 현실은 낚시와 농사가 분리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풀어 가는 방법도 낚시와 농사가 본래대로 돌아가는 것, 즉 낚시꾼과 농사꾼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낚시터의 주민자치제를 강력히 주장한다. 낚시터의 유료화로 인한 혜택을 그 저수지 주변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기천 원을 지불하는 대신 자신이 거주하는 인근 저수지에 가서 열 번에 여섯 번은 손바닥만한 씨알의 붕어를, 30분에 1마리씩만 낚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여유로운 낚시꾼이 될 수 있다.
안방낚시터 살리기 운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각 저수지나 소류지를 그 지역주민의 자치회, 특히 노인회에서 관리하고, 낚시꾼이 그 대가를 조금씩 지불하는 방안을 들 수 있다. 이름하여 '안방낚시터 살리기(지키기)운동'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각 지방 자치단체별로 약간의 조례를 만들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최근 쌀시장 마저 위협받고 있는 우리 농촌현실을 볼 때 분명 이 방안은 또 한 가지의 농촌 소득원일 수 있다.
마을의 저수지가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면 주민들 스스로 나서서 저수지 주변 쓰레기를 치우고 불법그물을 철거할 수도 있다. 물론 겨울에 물을 빼버리는 일고 사라질 것이다.
어느 마을에 토종붕어가 잘 낚인다는 소문이 나면 많은 낚시꾼이 많이 찾아올 것이고, 그만큼 주민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또한 유명해진 낚시터에는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미끼를 팔거나 밥집 등을 운영함으로써 농촌경제를 살리는 부가가치도 생긴다. .
더 늦기 전에 대안을 찾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낚시꾼들은 친 환경, 친 생태, 친 생명의 공동체적 낚시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자연보호 간판을 설치하고, 험한 바위산길에 밧줄을 매어놓는 산꾼들의 여유로움을 우리 낚시꾼도 발현해야 한다.
각 낚시회마다 자주 가는 낚시터의 마을 자치회와 자매결연을 맺으면 어떨까?
그래서 낚시회 명의의 붕어사랑 간판도 세우고,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며 토종붕어 치어도 방류하면 훨씬 풍요롭지 않을까? 각 낚시단체나 낚시회는 '낚시인의 윤리헌장'을 공동으로 제정하여 선포하면 어떨까?
나는 붕어낚시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도 낚시를 즐기면서 늘 자연과 가까이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