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지난 15일 발행된 낚시춘추 2006년 11월호특집기획 "이슈! 낚시관리제 진단"기사의 전문입니다. 현재 낚시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여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진행되고 있는 낚시관리제에 대한 인터넷바다낚시 방문객 여러분들의 판단에 도움을 드리고자 낚시춘추 측의 협조를 구하였습니다. 본 기사의 방향은 인터넷바다낚시의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힙니다.
낚시관리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낚시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가칭 낚시관리제)이 당초 정부가 발표한 ‘신고제’와 사뭇 다른 방향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9월 20일자 종합면에 “해수부가 낚시인으로부터 1인당 5천원의 신고수수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낚시인으로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부산일보에도 그대로 실렸다. 이는 ‘세수 목적의 면허제가 아니므로 낚시인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겠다’던 해수부의 최초 발표와 다른 것이다. 또 지난 9월 18일 평택에서 열린 낚시인 공청회에서 해수부의 정진혁 낚시관리팀장은 “지자체에 신고하는 것이 번거로우면 돈을 내고 낚시티켓을 사는 제도를 병행하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 역시 처음에는 없던 내용으로, 돈을 내고 낚시허가증(티켓)을 사는 것은 미국의 낚시면허제와 똑같은 것이다.
신고절차도 변질되었다. 당초에는 ‘거주지 동사무소에 등록하면 된다’고 했다가 ‘낚시터가 있는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관할 해양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후자의 경우 낚시를 갈 때마다 신고해야 하므로 등록제보다 불편이 크게 가중된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낚시를 하려면 무려 246 차례(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숫자)나 신고해야 하고, 만일 5천원씩의 신고수수료를 내야 한다면 123만원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낚시인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평택 공청회를 다녀온 한국낚시연합의 김동현 회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처음에는 반발이 약할 것으로 보이는 신고제를 한다고 해놓고 정작 면허제로 가는 물밑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지는 해수부의 정진혁 낚시관리팀장에게 ‘신고수수료 보도와 낚시티켓 발언의 진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 팀장은 “신고수수료는 조선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는 1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낸다더라고 내가 말한 것이 와전된 것이다. 낚시티켓제도는 여수에서 한 참석자가 제안했던 내용으로, 신고제는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으니 돈만 내는 낚시티켓제가 낫지 않겠느냐고 제안해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신문이 정부가 밝히지 않은 신고수수료를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며 보도할 리 없고, 아무리 제안이라지만 낚시관리제 법안을 만드는 책임자가 티켓제를 거론했다면, 면허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음을 시사한다.
애초에는 돈 걷지 않겠다더니…
만일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낚시인에게 돈을 요구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면, 낚시신고제는 처음부터 새로운 논의선상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해수부는 이 제도가 면허제가 아니라는 것을 거듭 발표한 바 있고, 낚시면허제는 이미 세 차례나 추진했다가 철회된 현실성 없는 제도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낚시면허제는 80년대에 환경부가 두 차례, 95년에 해수부가 한 차례 추진했으나 ‘서민의 취미활동인 낚시에 면허세를 매기는 것은 심하다’는 국민여론과 ‘현행법으로는 비영리 레저활동인 낚시를 금지시킬 근거가 없다’는 법 해석에 부딪쳐 백지화했다.
낚시관리제(낚시신고제)란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대로 ‘낚시인이 신고를 하고 낚시허가증을 발급받는 제도’다. 해수부는 낚시신고제의 취지를 “수질 보전과 어자원 감소를 막기 위해 낚시를 국가가 관리할 필요가 있고, 그런 낚시 관리와 육성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가 되는 낚시인구 통계를 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취지가 납득하기 어렵다. 과연 정부가 중앙부처의 공무원 4명을 투입해서 고작 낚시인구 조사만 하고 말겠다는 것일까? 그런 조사야 리서치 기관에 용역을 맡겨도 될 것이다. 낚시관리제 법안을 준비하는 낚시관리팀의 운영예산 중 일부의 비용으로 용역을 맡겨도 번거로운 신고절차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는 낚시인들까지 포함해 더 정확한 통계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낚시관리제가 결국 면허제로 가는 전초단계일 것이라는 추측은 애초에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신고제에는 제도 시행에 필수적으로 따르는 재원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2004년 한국갤럽의 3차례 조사결과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나라의 낚시인구는 570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 많은 낚시인들의 등록증 발급비용은 누가 댈 것이며, 무신고 낚시인들을 색출할 관리 인력은 무슨 돈으로 고용할 것인가?
특히 이 제도가 지난 2005년 3월, 당시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낚시인구를 어촌으로 유입시켜 어촌의 소득증대와 연결시키겠다”고 한 직후에 추진되었다
는 점에서 신고수수료나 티켓제도를 이용해 낚시 육성보다는 지역 어민의 수입을 증대시킬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해수부는 대어민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다. 정부 내에서도 해수부가 어민과 낚시인 사이에서 공정한 제도를 만들기에 적합한 부처는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이는 문화관광부가 “레저에 속하는 낚시는 해수부보다 문광부가 관리주체가 되는 것이 맞다”고 발표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금 (사)한국낚시진흥회, 국민생활체육낚시협의회 등 대표적인 낚시단체는 문광부 산하에 있다. 그런 행정부서간 갈등을 지켜보는 낚시인들은 낚시인을 볼모로 한 정부기관끼리의 밥그릇 싸움이란 느낌마저 받고 있다.
형식적 공청회, 낚시인들 “열리는지도 몰랐다”
의구심은 최근의 무성의한 공청회 이후 더 증폭되고 있다. ‘낚시인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낚시인의 피해가 최소화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던 해수부의 의견 수렴과정은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9월1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0개 도시에서 열린 낚시인 공청회에 참석한 낚시인은 채 200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석인원이 턱없이 적었던 이유는 해수부가 공청회 날짜와 장소를 낚시인에게 제대로 공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포에 있는 한국프로낚시연맹 전서지부는 “지난 9월 22일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서 낚시관리제 공청회가 열렸으나 까맣게 몰랐다. 우리 협회에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한 정책홍보가 활발하기로 이름난 해수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낚시사이트에도 공청회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다. 인터넷바다낚시 운영자 정보교씨는 “그 어떤 낚시사이트도 공청회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낚시인들은 해수부가 형식적인 공청회 과정을 통해 낚시인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낚시관리제를 강행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고, 이대로 관망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낚시인들 “낚시 육성안에 일말의 기대 품었다”
지금까지 낚시관리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과거 낚시면허제 논란이 일 때처럼 낚시인의 강한 반발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왜 낚시인과 낚시계는 침묵하고 있을까?
우선 신고제는 면허제보다 구속력이 약한 것이어서 반감도 그만큼 약하다. 또 낚시면허제 시행안이 그동안 번번이 무산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이러다 말겠지’하는 냉소주의가 서려 있다.
그러나 반대가 적었던 이유는 낚시인들이 ‘육성안’이 포함된 낚시관리제에 일말의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다. 낚시인들도 낚시터 오염과 어자원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어쨌든 이대로 가서는 낚시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정부가 더 나은 낚시환경을 만들 좋은 정책을 세울지도 모르니 기다려보자”는 목소리가 많았다. 불경기에 허덕이는 낚시업계 종사자들도 정부의 낚시 육성안이 침체된 낚시산업을 조금이나마 회복시켜주진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는 이번 낚시관리제 속에 낚시계의 각 구성원을 고루 설득할 수 있는 ‘사탕’도 적절히 배치했다. 낚시단체에는 ‘기존의 단체를 통합한 민간낚시대표단체를 구성해 지원하겠다’는 사탕을, 인터넷 낚시사이트에는 ‘해수부의 홈페이지를 기존 낚시사이트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탕을, 낚시터 운영자들에겐 ‘우수 낚시터를 선발해 차별 지원하겠다’는 사탕을, 낚시산업체에는 ‘친환경 낚시용품을 생산하는 우량업체에 지원하겠다’는 사탕을 제시했다. 그래서 낚시업계 종사자들이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진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언론보도와 공청회를 지켜본 후 ‘그런 기대가 순진한 것이었다’는 자각이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자지체들 “돈 없이 무슨 인력으로 낚시터 관리하나”
과연 해수부가 추진하는 낚시관리제의 의도는 무엇인가? 해수부는 ‘낚시인으로부터 돈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 거듭 말하고 있지만 세수가 없는 관리제의 시안은 지자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낚시관리 인력 문제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570만 중 신고증을 가진 낚시인과 나머지 무등록 낚시인을 가려서 감독할 인력을 어디에서 충당할지 안이 서 있지 않다. 그래서 몇몇 지자체는 ‘인력 고용의 재원이 되는 등록세를 지자체별로 낚시인에게 받게 해 달라. 도시 낚시인이 버린 오물을 시골관청에서 수거하는 것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어긋나므로 지자체에 그만큼 보상을 달라’고 요구했고, 해수부는 각 지자체별로 신고를 받게 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게 하거나 티켓제도를 병행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서 낚시관리제는 그 자체가 딜레마다. 돈을 걷으면 정부가 국민을 기만한 셈이 되고, 돈을 걷지 않는다면 낚시관리제가 추구하는 낚시터 관리, 어자원 증식, 친환경 낚시업체 지원을 가능케 할 재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
또한 신고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서구와 한국의 낚시터 여건이 판이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구미는 몇몇 큰 강과 호수에만 낚시터가 한정돼 있지만 산악지형의 우리나라는 남한에만 1만8000개의 저수지가 있고(건설교통부 통계), 바다에는 3153개의 섬이 있다(해양수산부 통계). 경상도와 전라도는 1개 군에만 500~1000개의 저수지가 밀집돼 있다. 그래서 낚시인들은 “정부가 우리나라 낚시터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 낚시터가 너무 많아 관리가 불가능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낚시여건을 가진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1800만명의 낚시 인구를 가진 세계 제일의 낚시국가이지만 면허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낚시환경과 풍부한 어자원은 세계적 수준이다. 한국낚시진흥회의 안창호 사무국장은 “정부 입장에서야 영미식 면허제가 손쉬운 방안이겠지만 한국의 낚시정책은 일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낚시터 많은 한국에 관리제는 부적합
해수부는 그동안의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낚시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판단하고 법률안 시안을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마련, 관계부처 협의를 거친 뒤 내년 2월에 입법예고하고 8월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낚시신고제는 빠르면 2008년부터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낚시인들은 그들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보고 조직적인 반대운동을 펼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 17일 한국낚시진흥회, 한국낚시연합, 국민생활체육협의회, 한국프로낚시연맹을 비롯한 각 낚시단체와 조구업체, 낚시언론, 낚시동호회가 모인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관한 범낚시계 토론회’를 열고 여기서 정리된 내용을 해수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분위기는 제도의 시행 자체를 반대한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예산과 인력을 들여 추진해온 낚시관리제가 낚시인의 여론에 밀려 중도하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낚시인의 반대는 해수부에서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결국 법안은 국회에 제출될 것이며, 그에 대한 결정권은 국민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대다수 국민이 ‘수질 개선과 어자원 보호를 위해 낚시인이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면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고, ‘수질 오염과 어자원 감소의 책임이 낚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데 법으로 구속하는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한다면 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과연 국민의 여론은 어느 쪽일까?
한국 사회는 낚시라는 행위에 대해 긍정적이지는 않다. 할 일 없는 사람의 소일거리(?)로 취급받아 왔고 낚시인은 가정을 등한시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과거에 비해 환경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도 크게 높아져 낚시가 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에 대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반면 한국인은 낚시라는 행위 자체를 동경하고 있다. 맑은 물을 찾아 심신을 식히고 물고기를 낚아 맛있게 요리해 먹는 것을 도락으로 여긴다. 그리고 낚시는 등산과 더불어 서민이 즐기는 레저다. 낚시관리제의 쟁점은 환경과 지역경제에만 맞춰져 있으나 국민 다수의 여가활동이라는 사회적 순기능이 묻혀서는 안 된다.
국토가 좁은 한국에서 서민이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야외레저는 사실상 등산과 낚시 밖에 없다. 등산과 낚시는 한반도의 지리조건에도 적합한 레저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저수지가 많고, 삼면이 바다인데다 리아스식 해안이라 섬이 많다. 저수지와 섬이 적어 낚시터가 많지 않은 영국, 독일, 미국과 다른 것이다.
또한 낚시관리제는 전문 낚시인보다 오히려 일반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가능성이 크다. 열렬 낚시인들은 1년에 면허세로 100만원을 징수해도 낚시를 끊지 않는다. 오히려 1년에 한두 번 피서지나 바닷가에서 낚시를 즐기던 사람이나 청소년, 어린이 등의 잠재적 낚시인구가 향후 낚시를 즐길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
낚시인들은 취미의 특성상 수질과 어자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일반인보다 높다. 낚시터 청소 행사를 벌이고 돈을 모아 치어방류 행사를 벌이는 등의 자구책을 10년 넘게 벌이고 있다. 서울 낚시인 이현우씨(가산동)는 “그동안 정부가 낚시를 규제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졌지 국민레저로 육성하겠다는 태도를 보인 적은 없었다. 그것이 서운하다. 우리도 국민이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부족해서 1년에 몇 번 가는 낚시에도 세금을 매기겠다면 더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제도를 구상하고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법이란 일단 만들어지면 제정의 취지와 달리 육성보다 규제에 이용될 소지도 있다. 낚시인과 국민의 의견을 더 면밀히 수용한 뒤에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행정부의 역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