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권에서의 감성돔 낚시는 그 어느 지역보다 난이도가 높은 편입니다. 최대 8m에 이르는 고저 차, 그로 인한 잦은 수심 변경, 터무니 없는 낮은 수심, 빠른 조류, 여기에 물속에 잠긴 바위에는 대부분 따개비와 굴이 붙어 있어 일단 밑걸리면 채비 손실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면, 기록을 경신할 절호의 기회에 기분은 한껏 들뜹니다. 남해 쪽은 산란 감성돔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서해는 이맘 때 반짝 낚이는 감성돔과 숭어 외에 딱히 노릴 만한 어종이 없어 그야말로 언감생심입니다. 그래서 아카시아 꽃이 활짝 열릴 5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한두 번이라도 감성돔 기록 경신을 위해 출조를 나가게 됩니다. 물론, 산란이 임박한 개체이면 방생을 기본 전제로 깔아두고서 말입니다.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이곳 서해도 도보권 포인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산을 좀 타야 합니다. 작은 어촌 마을에 차를 대고 올라가면 나지막한 야산이 하나 나오며,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숲길을 헤치고 쭉 들어가면 바닷가가 나옵니다.


보다시피 갯바위 자체는 넓은데 감성돔이 나올 만한 자리는 3~4자리 정도. 그중 비어 있는 자리에 밑밥통을 놓고 낚시 준비에 들어갑니다. 이날은 4물로 약 4m의 고저 차가 발생합니다. 만조에 이르면 사진에 보이는 곳은 모두 잠기기 때문에 짐은 최대한 후방의 높은 곳에 올립니다. 그런 다음, 주걱부터 꺼내 스무 주걱 가량 품질해 놓고 채비에 들어갑니다.
지금 시기, 서해권에는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간대에 저런 해초들이 쫙 깔려서 발판이 굉장히 불편하고 미끄럽습니다. 운동화나 등산화는 아예 밟을 엄두조차 나지 않기에 갯바위 장화는 필수입니다.
#. 나의 장비와 채비
생략
채비는 3B 반유동으로 하였습니다. 산란기라 감성돔이 많이 예민합니다. 여부력을 잘 깍아야 하며, 서해는 지형이 험하고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봉돌 호수와 위치를 잘 생각해서 달아야 합니다. 이 부분은 각자 사용하는 찌마다 여부력이 다르므로 설명은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첫 캐스팅 하니 찌가 잠방잠방한 상태로 보기 좋게 흘러갑니다. 이날 처럼 잔잔한 바다에서 여부력을 예민하게 맞추고 나면 왠지 마음이 든든해진다랄까.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배전도 높은 로스팅의 진한 향을 음미하면서 찌를 응시할 때의 기분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감동적입니다. 이러려고 낚시하는가 싶기도 하고요. 저러다 갑자기 푹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심장이 쿵쾅쿵광. 언제 들어가나 노심초사하며 찌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할 때 골치아픈 세상 사는 금새 잊힙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와 찌를 잇는 2차원적 공간만이 존재하는.. 그래서 낚시를 모르는 혹자들은 찌와 교감을 나누는 꾼들을 일컬어 공허하고 외로운 취미라 여기기도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강력한 자기장처럼 찌와 나 사이에는 꾼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낚시의 매력과 빠져드는 힘의 원천. 그것은 드넓은 바닷속 꿈틀거리는 생명체로부터 전해지는 것이기에 한번 잡은 낚싯대를 평생 놓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또 다른 현지꾼은 숭어를 잡는다며 홈통 입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입질이 들어와야 할 시간대지만, 아직은 잠잠합니다. 잘 흐르던 찌가 주춤하면서 잠길듯 말듯한 시늉을 보입니다. 전형적인 해초 걸림의 표시지만, 가끔 대물 감성돔이 저런 약은 입질을 보일 때가 있어 섣불리 챌 수 없습니다. 찌에 진전이 없자 낚싯대를 살짝 들어봅니다. 초릿대가 슬그머니 구부러지지만, 별다른 입질이 없어 걷어보면 어김없이 해초가 붙어 나옵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크릴이 해초에 가려져 입질 확률을 떨어트리겠지요. 그래서 몰밭이나 해초밭에서 하는 감성돔 낚시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 분들은 대부분 알고 계실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25cm급 우럭
갯바위에서 잡은 것치고는 괜찮은 씨알의 우럭이 올라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싶어 적당한 긴장감으로 흘리자 어린 우럭들이 연타로 입질합니다. 아직 감성돔이 안 들어왔나?

한동안 잠잠하던 일행도 작은 우럭을 올리면서 워밍업을 끝마쳤습니다. 초들물을 넘어 중들물이 들면서 잡어 활성도는 살아나고 있습니다. 잡어라고 해봐야 이곳 서해권은 우럭 아니면 놀래미 정도이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록, 감성돔이 낚이지 않더라도 우럭, 광어, 놀래미는 최대한 잡아낼 수 있어야 그 채비가 감성돔을 부를 것입니다.

찌가 깜빡하고 들어갈 때마다 뭐가 걸려들지 모르니 스릴은 있는데 계속해서 우럭과 놀래미가 걸려들면서, 감성돔의 시간은 정처 없이 흘러만 갑니다.

중간에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를 향해 갑니다. 감성돔의 입질 시간은 점점 멀어져가는 대신 물때는 이런 얕은 만에서 가장 확률 높은 만조가 다가옵니다. 아침에 물이 쫙 빠졌을 때 지형을 봐두거나 사진을 찍어 놓는다면, 어디에 수중여가 있고, 어디에 골창이 있는지 알기 때문에 낚시에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어린 쥐노래미가 자꾸만 걸려든다


이날 이곳에서의 유일한 감성돔 조과는 현지 낚시에 정통한 솔머리님이 올렸는데 최근 상승세가 가파릅니다. 새벽에 쏙 미끼를 꿴 원투 낚시로 전날에는 59, 53, 32cm로 세 마리를 올렸고, 이날 새벽에는 40cm를 조금 넘기는 한 마리를 잡아냈습니다.

바닥에서의 약은 입질을 견제로 받아낸 노래미
최필님은 노래미를 낚는 동안 제게는 찌가 쭈욱 빨려 들어가는 꽤 그럴싸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반사적으로 채니 순간 묵직함이 전해지는 듯한..

그 느낌은 착각이었고 웬 광애 한 마리가 올라옵니다. 녀석의 성급한 입질 덕에 오랜만에 시원하게 들어가는 찌를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30cm가 될까 말까 한 광어

안 다치게 바늘을 빼서 집으로 돌려보냈으니 다음에는 8짜로 훌쩍 커서 제 손에 안겼으면 좋겠습니다.
둘이서 감성돔 낚시를 할 때는 서로 다른 수심으로 흘리는 것이 감성돔의 입질 수심층을 파악하기에 좋습니다. 왜 그런지는 다들 아실테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얄궂은 숭어들이 주위를 빙빙 돌며 약 올립니다. 꽝이라 안 쓰려고 했다가 썼더니 별로 재미 없네요. ㅎㅎ 조행기를 정성들여 쓰고 싶어도 제 개인적인 시간이나 제약으로 그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