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낚시 공황상태, 직접 격어보니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칼럼] 입질의 추억
낚시를 사랑하는 멋쟁이 낚시꾼 - 입질의 추억님의 바다낚시 일기입니다.

말로만 듣던 낚시 공황상태, 직접 격어보니

1 입질의추억 26 6,145 2012.10.23 09:49
제주도 낚시 8부, 형제섬 넙데기에서 긴꼬리 벵에돔 낚시(상)
--------------------------------------------------------------------------------

<img src=

이 날은 장장 12시간의 처절한 전투가 있었던 하루.
그것을 제안한 사람은 다름아닌 아내였으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답니다.
우리부부는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 중 한곳을 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며 환상적인 순간을 맞이하는데..
낚시 인생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이 절묘하게 오버랩되는 상황이였습니다. 왜냐하면 말로만 듣던
소나기 입질을 받았지만 몇 가지 문제로 인해 곧바로 공황상태가 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가 블로그를 한 것에 대한 후회의 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말로만 듣던 소나기 입질!
저를 공황상태로 빠트린 순간이 궁금하시면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img src=
새벽 5시, 서귀포시 사계항
 
제주도 생활 1달차에 접어든 입질부부. 이제는 슬슬 제주도 바다 환경에 적응하는 시점.
이쯤에서 저는 본격적으로 제주도 낚시를 해보기 위해 애초부터 설정했었던 목표를 하나씩 실행하기로 합니다. 그것은 바로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라 일컫는 곳들을 순회공연하는 것!

 
제주 형제섬, 관탈도, 추자 절명여, 마라도, 가파도, 지귀도등..
 
그 첫번째 프로젝트는 제주도 최고의 포인트 중 하나인 넙데기(넙덕여)
넙데기는 일주일 전부터 선장님께 끊임없이 각성시킨 끝에 겨우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자리 싸움이 치열한 곳이기도 하지요. 주말엔 엄두가 안나고 평일도 미리 예약한다고 해서 사수할 보장이 없는 곳으로 저는 보다 확실한 진입을 위해 4시 40분까지 항에 도착하기로 했습니다.
출항 시간은 6시지만 가장 먼저 도착해 승선명부를 적고 낚시짐을 뱃머리에 갖다놓기 위함이니 이 얼마나 처절한 몸부림인지.^^;

 
 
 
<img src=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하늘의 별들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고
 
 
<img src=
사계항 해양경찰서, 제주도 서귀포시
 
 
<img src=
승선명부를 적고 배에 올라타는 아내
 
 
<img src=
6시 20분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제주도 형제섬
 
아내는 무슨 죄가 있다고 밤잠 설치며 이 고생을 할까?
제주도 애월에서 서귀포 사계항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40분..
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우리부부는 밤 10시부터 잠들려고 애를 썼고 그러다 어찌어찌 잠이 들어 알람소리에 일어나니 새벽 3시 30분. 힘들게 들어간 포인트다 보니 이왕 할꺼 종일 낚시하자고 선수 제안하던 아내마저도 새벽의 찬 공기를 맞아가며 뜰채를 피노라면..
"내가 이 짓을 왜 할까?" 싶겠지요.^^;

 
 
 
<img src=
천조법에 대응하기 위한 00(투제로)찌로 원투성이 있는 쯔리켄 Asia LC와 조수우끼 고무를
체결했다
 
제주 형제섬 넙데기 포인트는 너울에 매우 취약한 곳입니다.
가뜩이나 포인트 경쟁이 치열한 곳인데 기상이 약간만 좋지 않아도 진입이 어렵기에 말그대로 "하늘이 허락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포인트"인 셈.


이 날 바다 상황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북-북서풍에 7~11m/s, 파고는 0.5~1m를 보이며 제주도 해상날씨 치고는 무난한 편.
다만 물때는 "무시"여서 이 부분이 걱정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독립여임에도 불구하고 조류는 미약한 상황을 보입니다. 그래서 나름 준비한 채비가 00(투제로)찌를 이용한 천조법.
 
<<입질의 추억 채비>>
1-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직결 - 토레이 SS토너먼트 1.7호 목줄 10m - 00찌 - 조수우끼 고무 - 5번 봉돌 - 벵에돔 바늘 6호

 
<<아내의 채비>>
1.7 -530 낚시대 - 2500번 릴 - 3호 원줄 - 2B찌 - 조수우끼 고무 - B봉돌 - 직결 - 1.7호 목줄 3m - 긴꼬리 전용 바늘 7호로 이후 벵에돔 바늘 6호로 교체, 이후 무거워서 나중에 1호대로 교체.^^;

 
밑밥은 크릴 8장 + 비중이 무거운 벵에돔 집어제 3봉 + 빵가루 4장을 물과 함께 섞어 아내와 제 밑밥통에 반반씩 담아 왔습니다.
 
 
 
&lt;img src=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밑밥을 날리는 아내
 
북서풍이 꽤 강하게 부네요. 멀리 산방산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캐스팅도 밑밥 투척도 쉽지가 않습니다. 밑밥이 날아가다 바람에 휘어져 떨어지다 보니 전방 20m를 공략하는 아내는 계속된 밑밥 투척 실패에..
 
"이건 완전히 포트리스 게임하는 것 같다!"
 
라며 바람세기를 감안해 던져야 함에 혀를 찹니다. 그리고 처음 몇 번은 실패했지요.
밑밥을 던지면 바람에 부서지거나 휘어져 떨어지니 컨트롤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차례 실패 하자, 이제는 감을 잡았는지 잘 뭉쳐진 밑밥은 찌 언저리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 바람에 진기명기도 아니고 말이지요. 순간 아내에게 형제섬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lt;img src=
떠오르는 태양 아래 제법 손맛을 느끼는 아내
 
 
&lt;img src=

첫수로는 준수한 씨알의 독가시치가 올라옵니다. 에잉~ 바늘을 삼켜버렸네요.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에 저리 올라오면 괜시리 바늘 묶다 마음만 급해지지요.
독가시치를 낚시 막판에 잡았다면 챙겼을텐데 오늘은 종일 낚시합니다.

그때까지 살릴 자신이 없어 방생하고요.
 
 
 
&lt;img src=

연속으로 입질 받는 아내, 이번엔 벵에돔 낚시의 불청객인 황줄깜정이가 올라옵니다.
이후 우리부부는 연속으로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의 입질을 받으며 손맛만 즐기고 있었지요.

 
 
 
&lt;img src=
너울이 때때로 낚시자리를 위협하지만 전방에 있는 홍합여가 방파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lt;img src=
전방에 안테나 여와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lt;img src=
그림같은 풍경속에서 벵에돔 낚시, 제주도 형제섬에서
 
아내는 독가시치만 나온다며 자리를 오른쪽 끝으로 이동합니다.
저랑 같이 낚시하기 싫은가봐요? ^^;

 
 
 
&lt;img src=
처음 시전한 천조법 첫수로는 동갈치가 주인공이 되었다
 
 
&lt;img src=
아열대성 어종인 황줄깜정이
 
아침부터 입질들이 굉장합니다. 거의 담그면 나오는 수준.
대부분이 독가시치(따치), 황줄깜정이가 주류이고 벵에돔은 아직 소식이 없는 상황.
장갑을 자세히 보면 황줄깜정이가 응아를 흘리는 걸 볼 수 있는데 냄새가 고약합니다.

회는 살아있을 때 바로 손질해서 먹으면 된다고 하며, 일본에선 소수지만 황줄깜정이만 낚으러 다니는 마니아가 있다고 해요. 다음에 이 녀석이 잡히면 실험삼아 회를 떠서 시식기를 올려보겠습니다.
 
 
 
&lt;img src=
발 밑에 씨알 좋은 독가시치를 걸고 파이팅 중인 서귀포 현지꾼
 
오전 8시가 되자 두 분이 더 오셨어요.
한분은 고수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서귀포 현지꾼이고 다른 한분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1박 2일로 출조오신 분인데 오시자마자 "혹시 입질님 아니세요?"라고 말하셔서 살짝 놀라기도 했답니다.

우리부부의 얼굴이 인터넷 상에 많이 퍼지긴 했나 봅니다.
아..이러면 안되는데~ 낚시 특성상 신비주의로 가기도 좀 그렇고 ^^;

 
 
 
&lt;img src=
해녀들을 싣고 가는 배
 
 
&lt;img src=
잘못했다간 해녀를 걸겠네 헉!
 
해녀들을 가득 싣은 배는 전방 50m쯤에서 멈춥니다.
그리곤 해녀들이 입수하기 시작하는데 마침 제 채비가 저곳을 통과하는 중이여서 황급히 걷어야 했습니다. 문제는 저곳에서 지속적으로 물질했다간 고기고 뭐고 다 달아날텐데..다행히 해녀분들은 형제섬 본섬쪽으로 이동하는군요.^^ 순간 아내가 "왔다!"를 외칩니다.

 
 
 
&lt;img src=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올린 녀석은 황당하게도..
 
 
 
&lt;img src=
70cm급 동갈치를 잡은 아내
 
원래는 저 표정이 아니였던거 같습니다. 황당함, 허탈함, 아쉬움이 교차되는 순간이였죠.
그래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미소로 확 바뀌는 아내의 표정. ^^

 
 
 
&lt;img src=
몸통 굵기가 상당한 동갈치, 이빨이 날카로워 바늘빼기 집게로 처리 중이다
 
 
&lt;img src=

옆쪽에서 조용히 낚시하시던 서귀포 현지꾼도 대를 세웠습니다.
혹시 벵에돔의 입질이 터지나? 싶었는데 독가시치가 연신 물어재끼는 상황.
발앞에 밑밥을 뿌리면 두 어종이 피어오르는데 씨알급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입니다.

 
이것들도 손맛은 제법이지만 여기까지 힘들게 온 만큼 대상어는 '긴꼬리 벵에돔'이 되겠지요.
게다가 이 날은 서울에서 제주도로 여행 온 지인이 있어 저녁에 긴꼬리 벵에돔를 무한리필 해주겠다고 자신있게 말해 논 상태랍니다. 설마 형제섬 넙데기까지 왔는데 꽝이야 치겠냐 하고 말이죠.^^;

 
시간은 어느새 오전 9시.
이른 아침부터 쉴새 없이 소나기 입질이 이어졌지만 벵에돔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오는 상황. 옆에 분들도 상황은 비슷비슷합니다. 발 앞에 몇 번 던져보면 씨알급 독가시치와 황줄깜정이가 물고 늘어져 몇 마리 손맛을 볼 수 있었지만 캐치앤 릴리즈만 할 뿐, 정작 살림망은 바다에 띄우지 못한 상황이였죠.

그렇다고 잡어를 피해 멀리 던지면 입질이 없고..
 
조류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주면 좋으련만 물빨이 약한지 자꾸 여를 감아 돌면서 안테나 여쪽으로 빠져갑니다. 결국 멀리까지 보내지 못한 채비는 시커멓게 피어오른 자리돔에게 크릴을 빼앗기고 맙니다.
저는 좀 더 무게가 나가는 찌로 교체한 후 최대한 원투하여 본류대에 태워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주걱도 벵에돔용이 아닌 감성돔용으로 준비해 본류쪽으로 다량의 밑밥띄를 형성하려고 했지요.

마치 참돔 낚시하듯 말입니다.
그렇게 무한 흘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원줄을 주르륵 풀고나가는 입질이 옵니다. 챔질!

 
 
 
&lt;img src=
형제섬 넙데기에서 낚은 첫 긴꼬리 벵에돔, 바늘 꽂힌 부분이 묘하다
 
 
&lt;img src=
씨알은 형제섬 명성에 걸맞지 않은 25cm급 긴꼬리 벵에돔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정신없 입질이 이어지는데..

 
 
 
&lt;img src=
젯방어
 
방생하려는 걸 아내가 조려먹자고 끝내 말리는 바람에 살림망에 챙겨두고요.
이후로 벌어지는 상황은 정말 안타까움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져들 만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lt;img src=
씨알급 긴꼬리 벵에돔을 걸고 파이팅 중인 아내, 하지만 이 날 총성을 몇 방 날렸는지 모른다
 
씨알급 긴꼬리 벵에돔을 걸고 발 앞까지 끌고 오다 여에 쓸려 목줄이 팅~!
이유는 파이팅하는 위치가 문제였습니다. 지금 상황은 만조인데 넙데기여의 구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발 앞에 턱이 져 있어 벵에돔이 그쪽으로 파고들 경우 최전방으로 나가서 싸워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밀려오는 너울에 아내의 심리는 급격히 위축되었고, 이번 제주도 원정기에 장화를 준비하지 못한 우리부부는(제주도에선 장화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총알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입니다. 어지간한 장화 두 켤레면 30만원이 넘어 엄두가 안나요.) 어쩔 수 없이 갯바위 단화를 신고 할 수 밖에 없는데 파도에 신발이 젖을 것을 염려해 후방에서 파이팅하다 저런 꼴이 났던 것입니다.
 
 
 
&lt;img src=
대물을 걸고 파이팅 중인 입질의 추억
 
그리고 이어진 대물 입질!
최대한 원투하여 썰물조류에 채비를 태운지 1분여 지났을까?
어차피 해가 정면이고 찌는 50m이상 흘러간 터라 찌를 보고 낚시한다는 건 의미가 없겠지요.
그저 하염없이 풀려나가는 원줄만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친듯이 풀려나가는 원줄. 저는 베일을 닫은 동시에 챔질을 하는데 워낙 입질이 강해 자동 챔질!

 
 
 
&lt;img src=
갯바위 아래로 처박는 대물의 입질
 
대를 세워보니 이건 장난이 아니네...
이곳에서 낚시하다 보면 대형 부시리나 다랑어가 곧 잘 입질한다지만 이렇게 처박는 힘은 100% 긴꼬리 벵에돔아니면 씨알급 돌돔이 분명. 하지만 전방 60m쯤에서 받은 입질이였고 가벼운 채비라 중층에서 물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일단 돌돔은 아닌듯 합니다.

 
저 자세를 취해 본지가 얼마만인지..
대를 통해 느껴지는 전율은 제 팔을 짓누르듯 강한 압박으로 내리 꽂았습니다. 마치 팔씨름하는 기분이네요. 저는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지 않으려고 낚시대를 최대한 높이 세워보지만 이 녀석도 무지막지하게 처박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허리춤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아내에게 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자끈과 카메라끈이 엉켜 잠시 어영부영하는 사이 고기는 제 낚시대를 사정없이 빼앗아 갔습니다.

 
빼앗긴 낚시대를 복원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LB(레버 브레이크)를 두어번 정도 풀어주고 다시 끌어 올리는데 아..이 힘은 그래 생각났다! 작년 격포에서 오짜 감성돔을 낚았을 때가 생각났는데 이 녀석 힘은
그보다 더 쎄니 모르긴 몰라도 4짜는 확실히 넘고 5짜는 글쎄?인 정도의 긴꼬리 벵에돔임이 분명합니다. 레버 브레이크를 쥔 손가락에 힘을 살짝 놓자 미친듯이 역회전하며 풀려나갑니다.
한 손은 그렇게 적당한 압력으로 레버를 쥐고 있었고, 다른 한손은 낚시대 그립 끝 부분을 지탱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데 "잘하면 먹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낚시대가 뒤로 솟구칩니다. 상황종료....;;;

 
걷어보니 바늘 위 목줄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군요.
제 목줄이 1.7호라 충분히 먹을 수 있었는데 이빨에 잘리다니..
챔질 타이밍도 다소 느렸지만 바늘 크기도 문제입니다. 벵에돔 6호 바늘이 평소엔 큰 편인데 여기선

어림도 없네요. 이후 긴꼬리 전용 바늘 7호로 교체한 후 제차 던져보는데 또 원줄이 와락~~하며 풀려나갑니다. 챔질!
 
아~! 이녀석도 장난이 아니네..
아까것 보단 작은 녀석인데 그래도 35이상은 될 법한 긴꼬리 벵에돔. 그런데 발 앞에서 처박자마자 낚시대가 펴지고..올려보니 또 바늘 위 목줄이 나갔습니다. 이쯤되니 멘탈붕괴입니다.

 
"이게 다 카메라 때문이다."
 
그 놈의 사진촬영만 아니였으면 파이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것만 괜히 사진찍는다고 설쳤다가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되버렸으니..
저는 재빨리 바늘을 묶고 다시 던져보는데 잠시 후 홍합여 앞 부분에서 쪽~ 하고 가져가는 입질을 받습니다. 그런데 챔질하는 순간 낚시대가 펴지네요? 그리고 릴을 감는 손에는 그 어떠한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 찌만 동동 떠 있군요.

 
"도대체 이건 무슨..."
 
채비를 걷어보니 원줄만이 바람에 날리며 직결 부분이 힘없이 풀려나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후 같은 상황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강력한 힘을 느낄 새도 없이 힘없이 풀어진 직결에 10m짜리 목줄도 잃고 찌도 몇 개 잃었습니다.
무슨 도깨비에 홀린 듯한 낚시를 하네요. 저는 그동안 전차매듭으로 직결을 해왔었는데요.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잘 쓰던 직결법인데 대물 입질에 힘없이 풀려지는 걸 보고 8짜 직결법으로 바꿨답니다. 아마 매듭법이 이상해서라기 보다는 제가 그 날 잘못 묶었다고 생각은 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은 감출 수 없더군요. 이런 어이없는 실수에 모처럼 받은 대물마저(제 기록어가 될지도 모를) 놓쳐버리니 순간 힘이 빠지면서 짜증이 밀려옵니다.
그러면서 저를 향한 조롱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하는데..

 
"입질의 추억, 이제는 줘도 못먹나?"
 
 
 
&lt;img src=

반면 아내는 잔씨알이나마 긴꼬리 벵에돔을 낚고 있습니다.
잔씨알이라곤 하나 여기선 최소가 25cm.

 
 
 
&lt;img src=

10m의 목줄과 찌 두개를 홀라당 날린 저는 찹찹한 기분으로 채비를 다시 꾸리는데..
그 사이 아내가 제법 준수한 씨알의 긴꼬리 벵에돔을 걸었습니다.
옆 사람 채비와 엉킬까봐 낚시대를 눕히며 파이팅하는 아내. 그런데 이녀석, 여뿌리에 박더니 나오질

않네요. 아내는 대를 요리저리 휘저어 보지만 요지부동 상태.
 
녀석이 빠져 나올때까지 잠시 휴식아닌 휴식을 취하고 2분 가량 지났을까?
대를 들어보니 "나온다~나온다"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낚시대는 하늘을 향해 그대로 펴지고 말았습니다. 올려보니 바늘 위 목줄 부분이 깔끔하게 잘려나간 상태.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해볼만 했습니다. 다시 채비를 만들어 던지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곤혹스러움, 당황, 굴욕의 연속이였습니다.^^;
그것이 뭣이냐면...

 
시간은 어느덧 오후 1시, 간조에서 초들물로 바뀌자 전방 20m 지점에서 뭔가가 시커멓게 피어 오릅니다. 그리고 옆 조사님들은 연신 낚기 시작하는데 씨알은 잘아도 긴꼬리 벵에돔이 수면 가까이 피어오른 것입니다. 우리부부는 재빨리 0(제로)찌로 바꾸고 목줄도 짧게 1.5호로 낮춘 뒤 수면에 피어오른 벵에돔떼를 노렸습니다.
 
그런데요. 어찌된 일인지 이놈의 벵에돔들이 밑밥만 줏어먹고 미끼는 건드리지 않네요. 지난번 여수때와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벵에돔이 아무리 영특하고 경계심이 강하다지만 문제는 우리만 입질을 못받는
다는거예요. 물론 위치상의 유불리도 있고 밑밥이 분산됨에 그럴수도 있지만 맨 끝에 계신 서귀포 조사님은 두번 캐스팅에 한마리 낚고, 옆쪽 서울 조사님도 네댓번 캐스팅에 한번은 입질을 받는 상황인데
우리부부만 입질이 전무하다는 건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채비도 거의 같은데 말이지요.
 
"이건 완전한 공황상태"
 
저는 저도 모르게 아내에게 짜증을 부렸고 급기야 갯바위에서 부부싸움이 벌어지는 순간입니다.
이후 우리부부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철저히 원인 분석을 하였고 지금은 왜 그랬는지 알았지만(그 이유가 정말 어이없습니다.) 당시엔 정신이 없었지요.
그리고 그놈의 사진 때문에 될 낚시도 그르치고 말았으니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할까?
제주도 형제섬에서 긴꼬리 벵에돔 낚시,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PS : 이 일이 있은 후 처음으로 카메라 내팽겨치고 숙소앞 무명 포인트를 다녀왔습니다.
        나홀로 출조하여 3시간에 23~27cm 벵에돔 십여수하고 돌아와 혼자 한라산 흰물에 세마리를
        썰어 묵고 잠들었습니다. 촬영없이 낚시하니 너무너무 편해 이거 고민 좀 되는데요.;;
        그 와중에 폰카로 찍은 몇 장 가지고 나중에 조행기 올리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손가락 꾸욱! 감사합니다.^^

저의 최신들은 구독+으로  매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더보기>>
낚시vs골프 어떤게 돈 많이 드나 살펴봤더니
1박2일 인기 실감한 울릉도, 감격적인 상륙기
물 반 고기 반, 추자도에서 볼락조황
낚시광 남편 믿고 휴가라고 따라가보니
낚시의 계절, 바다에서 보는 최악의 꼴불견 5가지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26 댓글
1 흑산도갈매기 12-10-23 11:03 0  
낚시대 휨새가 장난 아닌데요 손맛 찡허게 보셔내요 입질부부님 화이팅~~~~~~~~
1 입질의추억 12-10-25 07:52 0  
말그대로 손맛만 찡하게 봤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19 솔머리 12-10-23 11:17 0  
같은 포인트에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입질을 받는데 유독 혼자만 입질을 받지 못하면....아무리 인내를 하려고 해도 짜증이 나지요. 그 심정 이해합니다. 원인 분석을 하셨으니 다음에는 꼭 복수하시기 바랍니다.
19 입질의추억 12-10-25 07:52 0  
반쯤 말라 비틀어진 크릴이 원인이였답니다.
내려가질 않으니 ..
61 미스타스텔론 12-10-23 11:35 0  
목줄 잘림은 돌돔으로 생각해 봅니다.
아름다운 제주, 형제섬 등 푸른 바다 조행기 넘 멋지네요
61 입질의추억 12-10-25 07:53 0  
생각해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긴꼬리 치곤 너무 아래로 처박아서 그것도 초반에 말입니다.
1 남해흑조사랑 12-10-23 13:50 0  
형제섬 넙데기에 다녀오셨군요.. ^^; 육지에 살지만 제주도 2번 낚시를 가서 두번다 진입했던 명포인트죠...; 처음엔 적응이 안돼서 아무것도 못잡고 나온 포인트, 두번째 진입에서는 중치급 긴꼬리를 잡았던... 사진을 보면 늘 그곳에 가고싶은곳이네요 ㅠ0ㅠ;

넙데기는 일명 기차놀이를 해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보통 5명까지 그이상은 무리구요.
낚시자리 앞 여끝바리까지 원투를 하여 조류 방향으로 쭈욱~~ 흘리다 보면 원줄을 사정없이 가져가는 포인트구요. 목줄은 최하 2.5호 이상 4호까지 써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는 현지인들도 3호줄 이상을 쓰더군요. 목줄을 타지 않는 포인트(?)인 셈이죠...

밑밥은 낚시자리와 앞 간출여 중간부분에 꾸준히 넣어주고요. 빵가루는 필요치 않습니다. 보통 찌는 0, 00, B로 전유동을 해주시면 되구요. 조류에 따라 조금 무거운 봉돌로 ... 분납해도 되더군요... 어쩌다 보니 고수님께 낚시 강의를 하고 있네요 ㅋㅋ; 아무튼 현지인들로 부터 전수받은 비법이구요. 본류 참돔 잠길찌 조법과 유사한 패턴입니다.

머지 않아 제주를 갈 기회가 되면 꼬옥~ 다시 찾고 싶은 포인트 입니다. 마음속의 설레임을 대신 찾아주신 입질님께 감사드리며, 제주도에서 꼬옥~ 멋진 파이팅 해보시길 기원합니다.
1 입질의추억 12-10-25 07:57 0  
기차놀이가 맞더군요~ 다른 포인트처럼 로테이션이라기 보단
그 자리서 쭉쭉 흘리다 감아도(어느 한분이 순서가 틀어지지 않는 한)
채비가 엉키지 않는 본류 낚시다 보니 그런거 같습니다.
낚시줄 호수는 개인 취향에 따라 천자만별인듯 싶어요.
전 그래도 1.7호로 도전해 볼랍니다.
목줄 인장력이 다되어 터진게 아니라 이빨에 쓸린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바늘을 목이 긴 제품으로 보강하여 챔질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는 것도 요령이라고 봅니다 ^^
나중에 넙데기 꼭 들어가셔서 큰 손맛 보시기 바라겠습니다.
저는 기상이 좋으면 다음주에 한번 더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1 어신따라 12-10-23 14:15 0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한달 간이나 머물면서 모처럼 좋은 포인터 진입 기회를 잡았는데
기록어급을 발앞에서 터자 버리니 얼마나 아쉬웠겠습니까.
또 기회는 오기 마련이니 멋진 파이팅하세요.
잘 보고 갑니다.
1 입질의추억 12-10-25 08:01 0  
또 기회가 오겠죠 ^^
담엔 반드시 체포해 올리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어신따라님^^
1 박세미프로 12-10-23 17:50 0  
입질님의 글솜씨가 작가 못지않네요.
직장생활하다보니 출조를 마음대로 못해 늘 아쉬워하는데,입질님의 조행기로 대리만족하고 있네요^^ 고기는 오늘 못잡으면 다음에 잡으면 돼는것인데... 욱~하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했나보네요.  항상 행복하시고 다음에는 좋은 조황 기대해봅니다.
1 입질의추억 12-10-25 08:02 0  
이제는 스마일~ 하면서 낚시를 즐기려고 노력중이예요~
사실 촬영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답니다~
숙소로 돌아와 찍은걸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곤 했지요...
성원 감사드립니다^^
1 토요낚시 12-10-23 19:11 0  
일단 입질님의 즐거운낚시 축하 드립니다  1.7호로 승부 거시는 입질님의프로정신에  존경을보내고싶습니다 낚시는 마리수보다는  기술낚시가 역시 제맛입니다 ㆍ실패 를 두려워하지않고  기술낚시에 치중하시는모습 본받고싶습니다.저희부부는 추자입성후 대물참돔때와 빅쇼를 벌이고있는중입니다.목줄2.0호를사용중인데 부끄럽습니다.곧 조황사진올리겠읍니다.추억님 조과보단 안전이 우선인거아시죠.꼭대물성공기원 드립니다
1 토요낚시 12-10-23 23:47 0  
직결매듭은 저는 스마트 노트를 좋아합니다,
1 얼쭈얼쭈 12-10-23 20:19 0  
넙대기 너울  조심하세요 여전엔  제옆에계시던분은  너울에쓸 려  새끼섬까지 흘러갓네요  넙대기해창 노리시면  괴물들 물지요  3호도 펑펑  나가는곳이기도하구요    요샌보트진입을막아놔서  가본지오래됫 네요  덕분에  오랜만에넙대기조황  보네요 
요새 섶섬 북쪽으로도벵 에가  좀 붙은것 같던데  그쪽으로도한번가보세요  배는 보목항 에서탑니다
1 입질의추억 12-10-25 08:04 0  
그래도 몇몇 유어선이 출조를 나가고 있으니 한번 나가보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썰물조류다 보니 입질이 많진 않았는데 그 와중에 들어온 입질들은 하나같이 씨알급이더군요~
59 폭주기관차 12-10-23 20:52 0  
명포인트에 들어가셔서
즐거움을 만끽 하셧내요.^&^

조행기 잘 보았습니다.
59 입질의추억 12-10-25 08:05 0  
이제부턴 명포인트 열전중으로 가려고 합니다 ^^;
남은 시간에 기록어는 한마리 해야 안겠냐면서...
감사합니다~
1 미륵 12-10-23 21:35 0  
ㅜㅜ 너무아쉽씁니다 채비를 튼튼하게하셔야 혼내줄거같습니다..ㅋ
이젠 벵킬 부부조사라고 닉넴 바꾸세요 ㅋ
1 입질의추억 12-10-25 08:06 0  
벵킬은 아직인거 같습니다 ^^
일단 인장력이 다해 터진게 아닌 만큼 바늘 보강과 파이팅 동선에 신경을 써야 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감사합니다~
1 약산조프로 12-10-24 11:13 0  
낚시 하면서 사진 찍을러니 여간 불편하고 집중이 안 되더군요 랜딩 도중에도 저런 멋진
그림을 찍어 내다니 대단 하심니다...
옆 사람들은 올릴때  구경만 하고 잇어야 하는 낚시인의 심정 충분히 알만 함니다.ㅋㅋㅋ
추억님 때문에 매번 좋은 그림 좋은글 공짜로 잘 읽을수 잇어 감사드림니다
1 입질의추억 12-10-25 08:06 0  
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낚시와 촬영을 할 수 있을까
이 고민 중이랍니다~ 근데 결론이 쉽게 나진 않데요 ^^
늘 감사합니다~약산조프로님!
다~조행기를 위해
사진찍는거에 열중하다보니
낚시를 제대로 못하시네요.
늘~그렇습니다.ㅎㅎ
저는 요래 생각합니다.ㅋ
동갈치가 많은가 봅니다.
맛도 무지 없다던데..
손맛은 잘 모르겠네요..
항상 기상이 그리 좋지 못한듯 합니다.
입질님 저~따라하시면 안되는데...ㅋㅋ
제가 출조할때마다 기상이 안좋은걸
입질님께 옮긴건 아닌지..
다음 출조길에는 날씨엄청 좋기를 바랍니다.
기상이 좋으면 실력은 좋으시니깐~
조황은 당근 좋겠지요..
수고들 하셨습니다.^^
66 입질의추억 12-10-25 08:08 0  
김해장유아디다스님이야 워낙 사진 조행기를 쓰시는 분이다 보니
서로의 고충을 아주 잘 알듯 싶습니다 ^^
그 와중에 뽑아내는 벵에돔이나 감성돔이 그저 대단스러웠지요.
저도 지금의 500D가 사망하면 좀 좋은 디카로 전향할까 생각중이랍니다~ 카메라가 너무 거추장스러워서(사실 낚시기자도 아닌데..)
말예요~~ 이번주는 기상이 좀 좋은거 같아요. 아무쪼록 찐한 손맛 보시기 바래요~
1 한수풀 12-10-26 20:08 0  
제가 물속에서 확인한적은없지만 대물 긴꼬리랑 홧팅하다가 엘비를 줬을때 허무하게 터지는 경험을 여러번했습니다, 바늘에서 5~10센치정도 경험상 버티면 더터지더군요 제생각에는 아가미쪽에 쏠려서 터지는듯하더군요 칼로자른듯 깨끗하거든요,  그후에는 버티다가 줄을줘야될때 아주 충분하게 줘버립니다  그후로는 그런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참고만 하시고요 저도 제주인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마리수보단 씨알 위주로갑니다, 범섬,마라도,씨알로 승부할수있는곳이 많습니다 도전해보세요~~~~~~^^ 그리고 납데기 거기는 거이 물이 새끼섬으로 흐를때 즉 들물일때 좋은 조황을 보이는 곳 입니다, 홍합여를 보면서 원투하시고 로테이션하심  많은분들이 낚시하실수 있습니다.  저희는 12명이상이 한적도 있습니다( 물론 같은팀)~~~~~~ 그리고 감생이 원하심 안테나에서 형제섬 본섬을 보시면 조금 높은곳이 보일텐데 형제섬 감생이 포인트입니다~~~~~^^  물론 들물에~~~

그리고 길성호 선장님 잘고시면 들물에 낚시하시다 썰물로 바뀌면 형제섬 본섬으로 후퇴해서 휴식후 재진입할수도 있습니다~~~~언제함 모시고 가보고 싶네요~~~~~^^
1 입질의추억 12-10-27 13:16 0  
반갑습니다. 한수풀님~
조만간 다시한번 넙데기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최근에 긴꼬리 37을 올렸는데 힘이 넙데기에서 받은 힘의 절반도 안되더군요~ 그리고 물자마자 밑으로 처박는게 어쩌면 긴꼬리가 아니고 돌돔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군요~
어차피 얼굴도 못보고 터트린놈이니 말해봐야 소용없지만요.
알려주신 내용도 잘 참고하여 다음엔 더 좋은 결과 만들어보겠습니다^^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