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환상의 직벽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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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3화, 환상의 직벽 낚시

G 0 7,566 2006.12.04 09:47
밤볼락 낚시는 바다낚시를 해 보았다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낚시이다. 밤볼락 낚시를 시도해 본 낚시인들을 언제나 아기자기한 바다낚시의 참 맛을 보여주는 낚시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지랭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화사한 봄볕이 차가운 대지를 살포시 달굴 때..., 개나리, 진달래 꽃이 온 산에 만발하게 피기 시작하면 보릿누름까지 밤볼락 낚시는 절정으로 치 달린다. 이때쯤 많은 낚시인들이 "마누라 누가 업고 가도 모를 정도"로 신들려 버린 사람이 되기도 한다.

밤볼락 낚시는 갯바위 홈통에 파고들어 칸델라 불을 훤하게 밝혀 놓고 하는 낚시이다. 사무실에 앉아서도 초릿대 끝에 달린 케미컬라이트를 밤새 투루룩~ 물고 늘어지는 볼락의 어신을 생각하면 오장 육부가 짜릿하게 잠겨 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꽃 피고 새가 우는 봄이 오면 자나깨나 그놈의 밤볼락들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한겨울 된바람에 피멍이 들었던 감성돔 장비 고이 접어놓고 짤달막하고 호리낭창한 민장대 한대만 들면 만사가 형통하였다.

밤볼락 낚시 작당중 갑자기 등장한 농어새끼

'86년,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이었다.
필자와 조우들이 모인 낚시회가 있었다. 돌아오는 주말, 정기출조를 밤볼락 낚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하여 둘러앉아 작당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곳으로 떠날 것인가?, 저곳으로 갈 것인가?", 밤볼락 얘기로 떠들석한데 갑자기 조우 L씨가 색다른 제의를 하였다. 고향이 경남 "사천"인 직장 동료 X씨 왈, "사천 현지민들이 시방 이곳에서 농어새끼(가지메기)를 타작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가지메기를 타작하고 있다는 말에

"장대를 담그기가 무섭게 물고 늘어지며, 씨알은 잘지만 마릿수가 환상적이라 끊임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손풀이는 그만"이라는 색다른 정보를 제공하였다. 그런데다 "가끔씩 볼락도 곁들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는 반가운 빅 뉴스를 동료들 앞에 풀어 놓았다. 이 말을 들었던 조우 L씨는 우리 일행들에게 입이 달도록 이 즐거운 소식을 재방송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봄볼락 낚시도 좋지만 오랜 만에 회 맛 일품인 농어새끼 낚시를 한번 시도해보자" 고 모두들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사천"은 완전한 내만권인데 이곳까지 농어새끼들이 들어 오는구나..., 그런 곳에 농어새끼 포인트도 있었구나..., 밤낚시에 농어새끼를 노리다 보면 큰 놈들도 낚시겠지..., 뽈라구도 물고 늘어지겠지...," 하루 밤낚시면 마릿수는 물론이고 차고 달리는 농어새끼의 손 맛을 모두들 보고 싶었었다. 갑자기 정기출조가 밤볼락에서 농어새끼인 가지메기 낚시로 바뀌고 말았다.

농어새끼 낚시를 결정했지만???

토요일 일과를 마치고 약속장소에 집결하여 필자의 승용차와 조우 k씨 승용차로 환상적인 농어새끼(가지메기) 낚시터, 사천으로 총알같이 날아갈 것까지 결정하게 되었다. 떠나기 전날, 조우 L씨는 직장 동료에게 "사천"의 농어새끼 낚시 방법 등을 상세하게 파악하여 알려 주었다. 이곳 농어새끼 포인트 주변에는 대형 텐트를 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공간이 있고 발판이 아주 좋아 갯바위 신발이 따로 신고 올 필요 없다고 하였다. 식수나 간식, 음료수등도 인근에 가게가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농어새끼의 씨알이 20~30센치급 밖에 되지 않지만 마릿수로 낚인다고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민장대 찌낚으로는 낚을 수 없고 반드시 릴을 준비하여 릴 찌낚을 시도하여야 한다"고 낚시방법도 정확하게 알려 주었다.

그러나 조우 L씨의 말에 혼자 정리해 보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이곳 농어새끼는 민장대 찌낚으로 낚이지 않는다고 하며 반드시 릴 찌낚 채비에서만 낚인다고 한 말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이곳 "사천" 주변에 현지민들은 릴찌낚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현지민들이 릴 찌낚채비를 사용하는 것을 아예 본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또한 릴찌낚을 사용한다고 하니 배낚시는 분명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록 씨알은 잔 농어 새끼들이지만 갯바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유영하는 것을 현지민들이 낚아 낸다면 모두들 대단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어 한 수 배울 좋은 기회까지 생길 것 같은 기대 마져 들었다.

그렇지만 "발판이 좋고 갯바위 신발이 필요 없다"라고 하였으므로 "방파제가 아니면 제방 뚝 같은 곳이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여튼, 뭔가 이상한 낚시(?), 아니면 획기적인 현지민들의 새로운 낚시기법을 한 수 전수(傳授) 받을 기회가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토요일 오후, 여섯명의 일행들을 태운 두대의 승용차는 남해고속도로를 미친 듯 내리 달리기 시작하였다.

난해한 가지메기 포인트

이때는 남해고속도로의 왕복 4차선 확장 공사가 한참 진행 중에 있었다.
남강(南江)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조우 L씨는 우리 일행들이 찾아가야 할 목적지를 말하였다. "진주(晉州)"를 지나 곧장 내려가면 삼천포(三千浦), 사천(泗川)으로 나가는 인터체인지가 있고 삼천포 쪽으로 빠져 나가 곧바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국도(國道)와 연결된다. 여기서 계속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속도로 공사를 위해 새로 딱아 놓은 임시도로가 나오며 이곳을 지나면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마을에서 우측으로 돌아서 얼마간 내려가서...,을 돌아..., 에서 내려간 뒤..., 담배 가게에서 K씨를 찾으면 포인트를 안내해 주기로 부산 직장 동료 X씨와 통화가 되었다"고 숨 넘어갈 정도로 장구한 운행 코스를 알려 주었다. 조우 L씨는 선두에서 머리가 아플 정도로 난해(難解)한 운행 코스로 일행들을 뇌 몰았다. 진주를 지나 삼천포,사천으로 내려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게 되자 차내에 조우들은 이정표도 없는 임시국도를 달래며 K씨의 담배가게를 찾는데 시선을 집중하였다.

그래도 농어새끼의 신들린 어신을 기대하면서 모두들 눈이 초롱초롱하게 조우 L씨가 알려 준 코스를 따라 차를 몰아 내려갔다. 어렵게 어렵게 K씨의 조그만 담배 가게를 찾았다. 부산에서 X씨의 연락을 받은 K씨는 무척 반갑게 우리들을 맞이하였다. 우선 정중히 인사를 드리고 가게에서 명 포인트 안내를 받고자 불필요한 물품까지 비싼 가격으로 죄다 구입하고 난 후 그 유명하다는 농어새끼 포인트 안내를 부탁하였다.

함께 차를 탄 K씨는 무표정하게 "이쪽으로...,저쪽에서 돌아서...,저길로...," 우리 일행들을 안내 하였다. 10여분 달렸을 때 큰 다리가 하나 나타났다. 다리를 진입하려는 순간, "여기 차를 세우시오"하면서 우직한 목소리로 차를 멈추도록 하였다. 차를 세우자 K씨가 먼저 내렸고 일행들 모두 우루루루 K씨의 뒤를 따라 내렸다.

다리 앞에서 차를 세웠는데...

K씨 점잖게 "이곳이 농어 포인트"라고 말하였다.
아니!,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내 다리 높이가 줄잡아 10여메타는 더 되게 보였다. 그렇게 기대하며 달려왔던 필자와 일행들은 K씨에게 반문하였다. "아니!, 여기가 농어 포인트 입니까?"
K씨는 역시 걸직한 목소리로 "이곳 다리 위에서 릴을 던져 넣으면 농어새끼 들이 잘 문다"고 말하였다. "우째! 이런 일이?" "이렇게 높은 다리 위에서 우째 농어낚시를 하노...?" 뭔가 새로운 낚시를 접하게 될 것같은 기대감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뒤통수를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하소연할 때도 없었고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우선 장비를 내려 놓고길안내를 맡았던 K씨를 모셔다 드리는 동안 다리 옆 넓은 공터에 커다란 텐트부터 설치하였다. 텐트를 설치하는 중, 머리 속에는 무수한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다. "먼저 다리 위에서는 낚시하기가 어려우니 다리 밑으로 내려가 포인트가 될 만한 곳을 찾아 보기로 하자." 아니면 시셋말로 "삼천포로 빠져 버릴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텐트 설치를 마치고 젭사게 다리 밑으로 내려가보니 갈수록 태산이었다. 모두 자갈과 갯벌이 덤성덤성 섞인 뻘밭이었다. 다시 다리 위로 올라와 아래를 쳐다보니 강물인지, 바닷물인지 좌우지간 다리 기둥을 중심으로 바다 쪽으로 흘려가고 있는 완만한 조류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들 "해가 지고 나면 가지메기나 볼락이 될지 모르지 않느냐?"는 주장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이곳을 고수(固守)하기로 하였다. 다리 위에서 밤 농어낚시를 해보자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난 후 해질 때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밥도 짓고 미리 준비해 간 삼겹살도 굽고 소주잔도 나누며 "다리 위에서 하는 요상한 직벽(?) 낚시"를 기대하였다.

목을 길게 뽑고 다리 밑을 보니

저녁 노을이 멋 떨어지게 물들어 갈 때쯤, 릴장대로 농어채비를 만들어 높은 다리 위에서 채비를 내려 보내기 시작하였다. 높은 다리 위에서 아래를 보니 찌가 가물가물하게 보였다. 모두들 목을 길게 빼고 다리 밑을 바라보며 찌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난생 처음해보는 "직벽낚시"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여섯명이 군데군데 서서 채비를 흘렸으나 10여분 지났는데 어신을 받을 수가 없었다. 얼마 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한참 흘러가던 찌가 흐르는 조류에 휩쓸리면서 잠겨 들었다. 얼런 챔질을 하니 물 속에서 뭔가 차고 나가며 장대를 당기고 있었다. 릴링을 계속하면서 다리 밑을 보니 한 뼘 남짓한 농어새끼가 온몸을 흔들어대면서 다리위로 올라 오는 것이 아닌가?

다리위로는 도로공사 차량이 요란하게 소음을 일으키며 분주히 다녔지만 밤늦게까지 이곳저곳 에서 농어새끼들이 낚여 올라 왔다. "이런데서 농어새끼가 낚일까?" 하던 일행들 모두 부지런히 다리 위에서 채비를 날려 보냈고온 몸을 흔들어 데는 농어새끼들을 다리 위로 건져 올리며 야단을 피웠던 희안한 밤이었다.

가화천이란 이정표가 그날을 생각나게 하지만

기가막힌 직벽(?) 농어새끼 낚시를 하였지만 다시는 이곳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사천비행장을 지나 나타나는 그 곳에는 "가화천"이란 이정표 가 우뚝하게 서 있어 그 날을 생각나게 만들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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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따구 말합니까?

이듬해 봄이었다.
절기(節氣)는 언제나 낚시인들을 속이는 일이 없었다. 먼 산 개울물 소리가 대지를 깨울 때, 어김없이 개나리, 진달래꽃이 피고 봄 아지랭이가 피어 올라 졸음을 재촉할 때면 어느 듯 밤볼락 낚시에 안달이 나기 시작하였다. 필자의 직장에 남해(南海) 창선도(昌善島)가 고향인 J씨가 있었다. 우연찮게 볼락낚시 이야기가 나왔고 한참 볼락낚시 이야기를 하던 중, 작년 높은 다리 위에서 요상한 직벽(?)낚시를 하면서 농어새끼를 낚았던 우스운 이야기까지 오가게 되었다. 그러자 J씨는 "깔따구(농어새끼, 가지메기)?, 깔따구 말 합니까?, 깔따구는 우리 마을 앞에 가면 하룻밤에 조그만 쿨러 정도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J씨의 본가(本家)는 거제도와 창선도를 잇는 창선대교 입구에 있다고 하였고 창선대교 주변에서 어릴 적부터 낚시를 하였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몇시간만 낚시하면 횟거리는 충분하고 마릿수에 대하여는 논하지 말라고 하였다. 창선대교 입구에 있는 본가 주변에서 모처럼 직장 동료들과 어울려 밤낚시도 즐기고 어른들도 찾아볼 냥 주말에 이곳의 깔따구 낚시를 떠날 것을 또다시 계획하게 되었다. J씨의 말로는 이곳에서는 민장대 맥낚으로 깔다구 낚시를 한다고 하였다. 장대는 민물장대 1칸 또는 1칸 반대가 가장 적당하다고 하며 미끼는 청갯지렁이가 최고라고 말하였다.
"민물장대 1칸 또는 1칸반대라..." 재빨리 머리를 굴려보니 1.8에서 2.7메타짜리 장대였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장대 중 가장 짧은 장대가 2칸 민장대였다. 조우 K씨와 함께 조촐하게 출조하기로 하고 둘은 충무동 낚시방에 나가 민물 1칸대와 1칸반대를 두말하지 않고 구입한 후 남해 창선도의 깔다구 낚시 준비를 끝 마쳤다.

1칸대로 깔따구를 낚는다???

조우와 술자리를 갖으면서 작년과 같은 "요사모상한 농어새끼(가지메기) 낚시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이 쌓이기도 하였다. 다시 꼼꼼히 생각해 보았다. 작년에는 농어새끼 낚시에 "반드시 릴장대를 가져오라"고 하였으나 올해는 "반드시 1칸대 또는 1칸반 민장대를 준비하라"고 하니 포인트에 대하여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직장 동료, J씨말로는 분명히 배낚시는 아니라고 하였기에 "1칸대를 담글 포인트가 어떤 곳일까?" 하는 의문이 둘을 사로 잡았다. "애라! 또 속은 샘 치고 올해는 창선도로 가보자..."

토요일 오후, 필자와 조우 K씨, 직장동료 J씨 3명이 또 다시 남해 고속도로로 하염없이 내리 달리기 시작하였다. 삼천포.사천 인터체인지를 지날 때쯤 "저쪽 너머 가화천이란 다리 위에서 작년 봄, 환상적인 직벽 농어낚시를 하였다"는 우스게 소리를 하면서 차내를 잠시 떠들석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아직 의심스러운 오늘 밤낚시에 대해 조우 K씨가 다시 물어 보았다. "갯바위 낚시가 아니고 배낚시입니까...?" J씨는 배를 타고 나가지만 배낚시는 아니라고 말하였고 현지에 내려 가봐야 정확하게 오늘 밤 낚시할 포인트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J씨는 "창선대교 밑에서 배를 타고 나가 깔따구 낚시를 할 수 있는 자리로 우리들을 싣고 나갈 수 있도록 배도 미리 준비해 놓았다"고 하였다. 자기는 기곗배 운전을 못하므로 사촌(四寸)이 배를 몰아서 깔따구 포인트로 내려주고, 밤 12시에 철수시킬 계획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집안 어른들께 의논드릴 일이 생겨 부득이 오늘 밤낚시를 함께 나갈 수 없다"고 하였고 필자와 조우 K씨만 밤낚시를 해야겠다고 먼저 양해를 구하였다. 포인트는 사촌이 현지 사정에 따라 어떤 곳에 내려줄지 모르지만 자세히 안내해 주도록 조치해 놓았다고 하였다.

갈수록 의문에 쌓이는 깔따구 포인트

삼천포항에서 철부선에 차를 싣고 창선도를 향해 넘어 갔다. 어느 듯 해는 수면에 긴 그림자를 남기며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창선대교 앞에 도착하자 오른쪽 편에 있는 마을로 향하게 하였다. 창선대교에서 불과 500여 메타 정도 떨어져 있는 양지바른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에 차를 주차시키고 J씨 댁을 방문하여 정중히 인사를 드린 후 미리 준비된 선물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준비해 둔 저녁 식사를 뚜꺼비 파리 잡아먹듯 재빨리 비웠다. 이어 포인트 안내를 맡은 사촌이 찾아와 쿨러와 낚시대 한대만 들고 따라 오도록 하였다. 차도로 나와서 보니 창선대교 위쪽에 조그만 섬들이 보였다. "저 곳이 포인트인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조우 K씨와 언덕 아래로 내려가니 아담한 방파제가 하나 있었고 방파제 입구 발막(撥幕) 주변에는 아침에 작업한 멸치들을 말리고 있었다.

조그만 목선이 기다리고 있는데...

조그만 방파제에는 경운기 엔진을 단 조그만 목선이 목이 터져라고 퇵퇵거리며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직장동료 J씨 사촌인 선장은 "오늘 조류가 거세므로 밤낚시 때 각별히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다. J씨 "함께 나가지 못해 미안하다", 그렇지만 오늘 밤 "손 맛이나 실컷 보라"고 방파제에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조그만 목선은 유속이 빠르다 못해 콸~콸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바다를 가르며 나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폭포수를 가르며 튀어 오르는 연어와 같이 선두(先頭)쪽에 밀어 닥치는 강한 급조류를 향해 선두(先頭)를 들이밀면서 힘겹게 조류를 가르며 우리 일행을 창선대교 위쪽을 이끌고 나아갔다.

조그만 목선은 죽을 힘을 다해 용을 섯지만 조류가 워낙 강해 좀체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창선대교 주변 바다 위에는 여러 군데에 갯벌에 굵은 나무를 삼각형 형태로 박고 주위에 그물을 걸쳐놓은 멸치망 어장인 "죽방렴"이 보였다. 강한 조류는 죽방렴을 송두리체 훑어 내려갈 것 같은 기세(氣勢)라 보기에도 겁이 날 정도였다. 선장은 방파제에서 가장 가까운 죽방렴을 향해 배를 몰아 나아갔다. "조류가 너무 빨라 멸치 어장 쪽으로 돌아서 위쪽에 있는 섬 쪽으로 붙어 올라갈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계속 멸치어장(죽방렴)쪽으로 선두(先頭)를 고정시키며 배를 몰아 나갔다.

와이고! 여기가 깔따구 포인트입니까?

죽방렴에 가까워 오자 배를 죽방렴이 밀어 붙인 후 "이곳이 오늘 저녁 낚시할 깔다구 포인트이니 내려라"고 말하였다. "와이고! 이럴 수가!" 의심스러워 반문하게 되었다. "이곳이 깔다구 포인트입니까?"고 다시 묻자 "걸쳐놓은 나무(죽방)위에 올라서서 멸치어장(죽방렴) 사이에 장대를 담그면 깔따구들이 잘 문다"고 하였다. 오래된 듯한 죽방에는 따게비와 해조류가 붙어 있었고 걸쳐놓은 죽방에 올라서면 금방이라도 와라락 내려 앉을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 강한 조류에 조각배는 심하게 흔들리면서 금방이라고 휩쓸려 내려 갈 것 같았다. "배가 밀려 아래 쪽으로 떠내려가니 빨리 내려 달라"는 독촉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성미 급한 필자가 먼저 굵은 나무발을 잡고 조심스럽게 죽방렴 위로 올라 섯다. 그리고는 조우가 올려주는 쿨러와 장대 그리고 보조가방을 받아 각자 낚시할 나무 기둥을 차례로 옮겨 다니며 걸쳐 놓았다. 잠시 후 둘을 내려 놓은 조각배는 자정(子正)경에 올 것이라고 말한 후 강한 조류를 타고 떠내려 가 버렸다.

죽방에서 떨어지면 대한해협에서 만나자.

멀리서 보기와는 달리 굵은 나무를 폭 1메타 정도의 간격으로 갯벌 속에 수직으로 박고서 다시 좌우로도 약 1메타 간격 나무들로 바둑판과 같이 엮어 놓은 안전한 구조였다. 죽방렴의 위쪽(입구쪽) 폭은 제법 넓어 대략 7~8메타는 되어 보였으며 아래쪽 그러니까 창선대교 쪽으로는 좁아지는 형태로 삼각형 구조였다. 죽방렴 위에 올라서서 나무발을 강하게 흔들어보니 온 바다가 울렁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강한 조류에 작은 멸치들이 떠밀려 내려오면 상류 쪽 넓은 부분에서 멸치들을 모아서 하류 쪽 폭이 좁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보내어 가두는 가장 원시적인 멸치잡이 어구였다.
가장 아래쪽에는 모기장 같이 촘촘한 그물이 쳐져 있었고 강한 조류에 밀려 이곳으로 들어 온 멸치들은 상류나 하류 쪽으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일단 바다로 떨어지면 이수도나 외포 앞바다를 거쳐 대한해협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나누면서 추락사고가 없도록 사타구니를 가로로 걸쳐 놓은 나무에 끼우고 왼쪽 발로는 아래쪽 나무를 밟고서 몸 균형을 유지하였다. 오른쪽 발은 갯벌에 박아놓은 굵은 나무를 싸 감고 왼손으로 다시 이 나무를 끌어안은 상태의 희안한 "직벽낚시"를 시도하게 되었다. 발판이 험한 만큼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죽방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나무가지를 감싸고 안고 있는 원숭이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깔다구 밤낚시 채비를 점검하였다. 일단 후라쉬를 목에 걸었고 야들야들한 1칸 민장대를 펼쳐 들었다. 정말 1칸대 이상의 장대를 거추장스러워 낚시하기가 불편할 것 같았다.

물 반 고기 반, 아니 고기 반 물 반...

우선 처음 접하는 요상한 직벽낚시를 무사히 진행하기 위하여 예행 연습이 필요하였다. 장대는 오른손에 쥐고 미끼는 허리춤에 차고 왼팔은 죽방 나무기둥을 끌어안은 상태에서 미끼통 속의 청갯지렁이를 꺼집어 내 오른손으로 가져온 다음 바늘에 끼우는 연습을 시도하였고 고기를 걸었을 때, 챔질 방법과 챔질한 후 낚아낸 고기의 뒤처리 과정도 몇 번 연습해 보았다. 오직 굵은 나무를 감싸고 있던 왼팔과 오른팔만 가볍게 움직일 수 있었고 허리와 다리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다시는 낚시대를 쪼물락거릴 수 없는 험악한 상황이었다.

쿨러와 보조가방도 나무기둥에 단단히 묶어 바다로 떨어지지 않게 준비하였다. 아래쪽에서는 강한 조류가 창선대교 쪽으로 쉴새없이 빠르게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조우가 먼저 장대를 담그었다. 필자는 발 아래쪽 수면 위에는 파아란 인광(隣光) 물질이 조류 방향으로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인광(隣光)들은 강한 조류의 흐름에 따라 춤을 추는 듯 하였다. 물결에 따라 흐르는 인광이 너무나 아름다워 넋을 잃고 쳐다 보고 있었지만 이 작은 죽방 속에는 강한 조류에 휩쓸려 내려가는 프랑크톤들과 이를 포식하려는 멸치, 멸치를 탐욕하는 농어새끼들, 그리고 그 위에서 농어새끼를 노리는 숭악한 낚시인이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냉혹한 세계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야들야들한 1칸반 민물 장대에 꼬물락 꼬물락거리는 싱싱한 청갯지렁이를 끼워 와글거리는 수족관 속으로 장대를 담그었을 때 어떻게 되었을까?..., 환상의 직벽낚시 조황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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