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캐나다 밴쿠버 낚시이야기(제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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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31화, 캐나다 밴쿠버 낚시이야기(제2편)

G 2 10,146 2006.12.04 10:01
2002. 6.16(일요일) - 구름 많고 가끔 비.

오후 2시20분, 우리 일행은알버니(Alberni) 만으로 달려 나갔다. 얼마 후 짙은 구름은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강한 바람으로 일어난잔 파도를 타고 넘을 때 낚시배의 요동이 심하였다. 이곳에서 뱀필드까지는 40마일. 날씨탓에 전 속력을 낼 수 없었다. 포트 알버니(Port Alberni)에서 뱀필드까지 40마일에 달하는 알버니 협곡은 무척 아름다웠다. 산 정상으로는 짙은 안개가 감아돌았고, 바다로는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내렸다. 필자의 새로운 낚시세계 방문 방해하는 듯하였지만 어디 포기할 사람인가...? 키를 잡은 J씨, 역시 믿음이 가고 덤덤해 보였다. 뱀필드로 수년째 낚시를 다니고 있다고 하였으며 이곳의 현지 사정 뿐만아니라 현지 캐나다 낚시인들도 많이 알고 있었고 이곳 바다낚시에 관한한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 한국인이었고 "인터넷바다낚시"를 아끼는 팀원이었다.

오후 5시10분, 뱀필드 타이 랏지(Tyee Lodge)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인 듯 하였다. 타이 랏지에서 설치한 개인 선착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이곳에는 여러척의 낚시배를 정박시킬 수 있는 아담한 계류장이 있었다.



배를 계선주에 묶고 선착장에 내려서니 비는 그친 상태였다. 낚시배에 실어둔 모든 장비와 각종 식량을 계류장에 내려놓은 후 주변을 둘러 보았다. 이곳 뱀필드까지는 알버니 협곡(峽谷)을 따라 내려오는 해상 코스외에도 육로를 통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비포장 도로가 많은 험한 도로라 소요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된다고 하였다. 즉, 육로로 이동할 경우 정말 오지(奧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 본 첫 인상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떠 오를 정도로 숲과 마을이 잘 어우려지고 깨끗하면서 잘 정돈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타이 랏지의 주인장께서 직접 작은 리어카를 밀고 내려와 장비를 싣고 대기중인 차량으로 옮겨 우리들의 숙소인 랏지 앞까지 이동해 주었다. 이곳에서는 낚시인들이 짐과 장비들을 모두 이동시켜주는 것이 기본인 것 같았다.
랏지는 우리의 콘도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랏지 1층에는 각종 취사 도구와 식탁, 세면대, 목욕탕, 휴식공간이 잘 꾸며져 있었고 2층은 깔끔한 침실이었다. 이곳이 2박 3일간 체류할 곳이기 때문에 식량과 부식은 냉장고에 정리해 두고 가져간 짐들의 정리를 마쳤다. 그리고 햄버그를 만들어 가볍게 요기를 한 후 간단하게 저녁 물때를 보기위하여 출조 준비를 서둘렀다. J씨는 우리들이 사용할 채비를 만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든 낚시에 루어(인조미끼)를 사용하였다. 왜 생미끼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생미끼의 경우 냄새를 풍기므로 상어들이 덤벼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오후 6시, 채비를 완료하였다. 채비는 너무나 간단하였다. 중형 장구통릴에 비닐 루어를 묶은 채비였다. 우리나라의 가거도나 추자도에서 농어나 부시리 루어낚시에 사용하는 꼴뚜기 루어와 흡사하였다. 장대는 약 1.8m 정도이 릴장대였지만 뽑기식도 꼽기식도 아닌 통 릴대였다. 함께간 B씨가 채비를 들어 보이면서 이런 가짜 미끼에도 고기들이 물고 늘어지는 곳이라니 얼마나 고기들이 많은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고 하였다.
J씨는 낚시배 시동을 걸은 후 배를 반대 방향인 내만쪽으로 몰고 갔다. 내만쪽이 큰 바다게들의 서식처라고 하였고 바다로 나가기 전 오늘 저녁 특미로 뱀필드의 바다게 요리를 선보이기 위하여 내만에 게 그물을 던져놓기 위함이었다. 내만으로 들어가 게 그물을 가라앉혀 놓은 후 바다로 나아갔다. 타이 랏지 앞을 돌아서니 마치 우리의 내만권과 비슷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올망졸망한 섬들이 흩어져 있는 삼천포나 녹동 앞바다와 같았다. 그러나 섬을 돌아 바다로 나아가자 파장(波長)이 긴 너울이 밀려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약 5,000마일 내에는 섬들이 없다고 하였다. 태평양으로 나온 것이었다. 오후 6시40분, 뱀필드가 저 멀리 보이는 바다 한 가운데, 오늘 저녁 횟거리를 제공할 잡어 포인트 도착하였다. J씨는 1시간 반 가량 낚시한 후 철수하자고 하며 배를 멈추었다. 채비를 내리자마자 곧 어신이 있었다. 먼저 J씨의 동생이 50cm급 링카드(범노래미)를 걸어 내었다. 같은 노래미라도 씨알이 엄청났다. J씨는 동생이 잡은 고기의 길이를 대충 제어보더니 방생하라고 하였다. 라이센스를 받을 때 작은 책자를 주었는데 이 고기는 잡아 갈 수 있는 크기가 아니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같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곳에서는 누구나 엄격한 현지의 법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 이어 필자의 장대에 어신이 왔다. 강한 챔질, 그리고 챔질한 후 감아들이는데 인색하지 않는 우리 낚시인들이 아닌가?, 장대를 당기고 릴을 감고 올려보니 약 50cm급 챠이나 락피쉬(노란색 무늬가 있는 중국 우럭)라고 하였다. 맛있는 고기로 크기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고기를 걸어내자 J씨는 작은 야구방망이 같은 것으로 고기의 머리를 쳐 실신시켰다. 비디오 테입에서만 보아왔던 이 광경이 어찌나 우스운지..., 그러나 큰 고기들이 배 위에서 요동칠 때 낚시인들이 다칠 수 있으며, 고기를 빨리 안락사(安樂死)시키는 것이 고기에게도 고통을 줄이고자하는 뜻이기도 하였다.

계속 어신이 이어졌다. 블랙락 피쉬(검정 우럭)를 J씨와 B씨가 연이어 걸어 내었고 필자도 카베죤(얼룩삼세기)과 링카드, 그리고 락피쉬를 연이어 걸어 내었다. 그리고는 방망이로 머리를 쳐 실신시키고 다시 채비를 내려 어신을 기다리는 손쉬운 낚시였다. 미끼도 필요없고 밑밥도 필요없는 낚시. 불과 1시간 정도 낚시를 하였는데 그 량은 엄청났다.

바람이 강해지고 너울도 점차 거세지고 있었다. 약 1시간 반 가량 낚시를 하였는데 필자도 5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시 낚시를 하였지만 많은 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잡어으로 속하는 이들 고기는 캐나다인들에기는 그렇게 인기가 없다고 하였다. 우리 낚시인들이 감성돔 낚시에 매료되어 있는 것처럼 그들에게 가장 대중적인 낚시는 연어낚시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곳에서 잡어 취급을 다하는 덩치 큰 우럭이나 노래미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곳은 극지방(極地方)과 가까워 하지(夏至)를 전후할 때 해지는 시각이 밤 10시반경 이었다. 오후 8시20분 철수할 때 아직 훤한 대낮과 같았다. 라이센스로 규제하는 것을 지켜야 되겠다는 생각보다 잠시 동안 많은 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 고기 욕심이 나지 않았다.

J씨의 말로는 약 8년간 이곳에서 낚시를 했지만 아직 라이센스를 검사하는 사람도 없었고 고기를 많이 잡아 간다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모두들 정해진 규정을 잘 지킨다고 하였다. 철수도중 나갈 때 던져놓은 게 그물에 걷어 올렸다. 약 10마리의 굵은 게가 들어가 있었다. 게를 건져낸 후 다시 그물을 던져 놓았다. 또 다른 내일의 특미를 위함이었다.

랏지도 돌아와 잡은 고기들을 장만하였다. 특이하게도 선착장 옆에 냉동 창고와 저울(고기를 걸어 중량을 젤 수 있는 기둥형 저울)이 있었고 그 옆에 큰 작업대가 있었다. 이 작업대는 잡은 고기들을 장만하는 곳이었다. 작업대는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었는데 잡은 고기의 비늘을 치고 머리와 내장을 잘라 바로 바다로 던져 넣었다. 고기를 장만한 후 고압으로 분사되는 세척수로 생선피까지 모두 바다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우리나라같으면 바다오염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인데... 그러나 이곳에서는 정말 자연 친화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던져진 고기 머리와 내장은 게들과 물고기, 그리고 바다표범과 까마귀들까지 날아와 포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량비가 내리는 선착장 작업대에서 큰 대구만한 링카드(범노래미) 한 마리와 락피쉬(노란색 무늬가 있는 중국 우럭) 한 마리, 그리고 블랙락 피쉬(검정 우럭) 한 마리를 생선회로 장만하였다. 좀 많은 량이었지만 이곳 고기 맛을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바다게들도 J씨가 노련한 솜씨로 즉석에서 장만하였다.



타이 랏지에 도착 후, 약 1시간 반 가량 낚시에서 잡은 고기로 충분한 회거리를 장만하였다. 그리고 바다게의 요리를 곁들여 우리 낚시인들만의 만찬이 이루어졌다. J씨가 특별히 준비한 포도주로 건배를 나누었고 낚시문화는 다르지만 같은 한국인으로써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자정을 넘긴 후 잠시 랏지 밖을 나가보니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2002. 6.17(월요일) - 하루종일 비.

새벽 5시반경, 일찍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이슬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 루어낚시를 해 보고 싶었지만 비가 내려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 일어났는지 J씨가 내려와 루어낚시를 시도해 보자고 하였다. 스푼 루어채비를 만들어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루어채비로 연어를 노려보았지만 전혀 어신을 받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궂은 날씨탓에 오늘 낚시일정을 걱정하였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가운데 약 한 시간 가량, 이곳저곳으로 스푼 루어를 던져가며 연어를 노렸지만 어신이 없어 장대를 접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를 느낄 정도였다. J씨는 낚시배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연어 끌낚시 채비였다. 도래 아래쪽에 큰 반사판이 달려 있었고 그 아래쪽으로는 역시 스푼 루어로 채비한 처음보는 끌낚 채비였다. 비는 계속 내렸지만 채비를 마치고 랏지로 돌아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바다로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오전 8시30분, 한 겨울에나 입는 두터운 방수옷을 입어 움직임이 둔하였다. 그런데다 뒷굽이 없는 장화까지 신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뒤로 발랑 자빠질 것만 같았다. 연어 끌낚시를 나가기 전 어제 오후 던져놓은 게 그물을 건져 미끼를 교환한 후 다시 가라 앉혀 놓고 한 바다로 뱃머리를 돌렸다.

타이 랏지를 돌아 바다로 나가니 예상했던데로 파장이 긴 너울이 밀려 들었다. 9시50분. 뱀필드가 까마득히 보이는 곳까지 멀리 나아갔다. 주변에 낚시배들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큰 너울에 동반된 높은 파도, 비, 바람. 태평양 한 바다에 던져진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일까?, 아니면 불굴의 의지로 태평양의 연어를 걸어내고야 말겠다는 한국인 특유의 끊질긴 집념이랄까?

J씨는 레이더의 좌표를 확인한 후 속력을 늦추고 끌낚 채비의 사용방법을 알려주었다. 먼저 6발 정도를 풀고 아래쪽으로 크다란 추를 내리고 또 다시 6발을 풀어주는 작업이었다. 특이한 것은 원줄을 집게에 끼웠고(완충 역활) 고기가 강하게 당기면 장대가 휘어지면서 이 집게에 끼워진 낚시줄이 빠져 나가고 이때 챔질을 한다고 하였다. 낚시배 후미에 4대의 끌낚 채비를 내린 후 배를 서서히 전진하였고 장대가 휙 고개 숙이기면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울, 높은 파도로 낚시배는 롤링과 핏칭이 심하였다. 한 바다를 누비고 다니길 30여 시간. 어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J씨가 "입질이다!" 하면서 B씨의 장대를 낚아채 감아들이기 시작하였다. 올려보니 씨알이 잔 연어였는데 크기는 50~60cm급이었다. 이곳에서 잡히는 연어는 m급이 많아 이 정도의 씨알은 잔챙이 연어에 속한다고 하였다. 은빛 찬란한 연어의 모습을 보니 왜 이곳 낚시인들이 우리 낚시인들이 감성돔을 노리듯 줄기차게 연어를 쫓아다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한 눈에 "너무 멋진 고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어 끌낚시 도중 씨알이 잔 연어는 집게에 끼운 원줄을 당겨 나가지 못하고 그냥 초릿대만 까닥거린다고 하였다. 이런 어신을 처음 받아보는 필자는 비로소 어신의 감을 느낄 수 있었다.

J씨의 동생과 B씨가 심한 롤링과 핏칭에 고통스러워하였다. 11시20분, J씨는 채비를 모두 올리고 배를 내만으로 이동하였다. 무선으로 다른 낚시배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내만권에서 연어가 낚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배를 타이 랏지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내만으로 이동하여 다시 끌낚시 채비를 내렸다. 내만을 이러저리 휘집고 다녔지만 채비를 끌고 달아나는 연어의 화려한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J씨 동생이 키를 잡고 배를 몰았다. 날궂이 탓인지 어신이 전혀 없었다. 채비가 무거워 휘어질 때 채비를 올려보니 걸려나오는 것은 톳나물과 청각 등 해조류들이었다. 어신이 없어 배의 이물에 앉아 다과를 먹으며 이런 저런 낚시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오른쪽 채비에 약한 어신이 왔다. J씨는 어신같다고 하면서 B씨에게 채비를 감아들이라고 하였다. 릴을 감아들이는 B씨는 "뭔가 걸려있다"는 것을 느끼고 힘차게 감아들였다. 올려보니 먼 바다에 잡았던 크기의 연어였다. 연어를 처음 낚아본 B씨는 크게 기쁘하였다.

비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내만권으로는 바람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오후 2시, 캐나다 기상청의 예보를 들어본 J씨는 "조금전 먼 바다로 폭풍주의보가 발효되었다."고 하였다. 일찍 연어 끌낚시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던져둔 게 투망 인양하였는데 10여마리의 굵은 게들을 수확할 수 있었다. 타이 랏지로 돌아와 연어 회를 장만하였는데 한국에서 냉동한 연어를 먹다가 이곳에서 싱싱한 연어회를 먹어보니 감칠 맛이 더하였지만 캐나다인들은 연어회를 먹지 않는다고 하였다.
J씨는 버터를 발라 양념한 연어 특별요리를 준비하였는데 그 맛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았다.



2002. 6.18(화요일) - 새벽에 비온 후 갬.

어제 비가 내려 일찍 철수한 후 연어 요리로 술이 좀 과했는지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나 돌아보니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낮에는 더위를 느낄 수 있지만 밤이 되면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시원한 날씨였다. 이곳 밴쿠버 지역은 맥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한 겨울에도 매서운 영하의 추위가 없다고 하였고 사계절 동,식물이 활동(성장)하기에 좋은 기후를 보인다고 하였다. 여름인데도 새벽에 일어나니 추위를 느꼈다. 혼자 벽난로에 불을 지펴 놓고 TV를 켜보니 잡히는 챤넬이 없었다. 정말 오지(奧地)였다. TV 안테나가 없는 것인지?, 작동 방법을 알 수 없는 것인지? "한국과 이태리의 8강전이 시작되는 시간이 이곳 시간으로 새벽 4시반인데..." 혼자서 한 시간가량 비디오와 연결된 TV를 작동시키려고 노력하였지만 실패하였다. 왜 그곳의 TV를 작동되지 않았는지를 모르고 돌아와 아직 의문이 남아 있기도 하다.

안되는 TV 작동을 포기하고 소파에 걸쳐 잠시 눈을 붙였다. 새벽 5시. 모두 기상하여 마지막 출조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J씨의 동생은 어제 높은 파도에 고생하였는지 오늘 출조를 포기하였다.
5시 반, 비는 그쳤다. 먼 북쪽 하늘이 열려 파란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니 캐나다 낚시인들이 벌써 낚시준비를 마치고 출조를 나서고 있었다. 타이 랏지 주인장도 내려와 출조를 나가는 낚시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주인장과 대화를 나눈 J씨는 폭풍주의보는 해제되었지만 먼 바다로 나가면 높은 파도가 예상된다고 하였다.

오전 5시 40분, 타이 랏지를 출발하였다. 우리 앞으로는 선박 전체를 알미늄으로 제조한 낚시배 타이랏지3호(Tyee Lodge 3)가 힘차게 파도를 가르며 한 바다로 나가고 있었다. 약 10여분 남서방향으로 나아가자 태평양으로부터 거대한 너울이 밀려들고 있었다. 타이 랏지에서 남서방향으로 30마일 해상이 광어 포인트라고 하였다. 이곳까지는 높은 파도와 큰 너울을 헤치고 1시간 40분가량 나아가야하는 곳이었다. 한 바다로 나아갈수록 태평양의 거대한 너울이 앞을 가로 막았지만 타이랏지3호는 광어포인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파장이 긴 높은 너울을 다고 내려가면 앞서가는 타이랏지3호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것이라고는 엄청나게 밀려오는 태평양의 너울뿐이었다. J씨도 오랫동안 낚시를 다녔지만 이렇게 높은 파도에 광어포인트까자 나가는 것이 오늘이 두 번째라고 하였다.

그러나 B씨는 처음 접하는 거대한 너울과 높은 파도에 안절 부절하는 눈치였다. 약 한 시간정도 나갔을 때 필자에게 살그머니 "얼마나 더 나가야되느냐"고 물었다. 앞으로 약 40분은 더 나가야 된다고 하니 두 손으로 손잡이를 더욱 불끈 잡고 흔들리는 배에서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거도로, 추자도로, 여서도로 여름낚시를 다닐 때 이 보다 더 큰 너울도 만나지 않았느냐"고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말하였지만 얼굴에는 두려운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J씨도 높은 너울이 밀려들면 속력을 낮추고 또 너울을 타고 나갈 때에는 속력을 내어 부지런히 앞서가는 타이랏지3호의 뒤를 따랐다.

오전 7시20분, 높은 너울을 넘고 넘어 망망대해 포인트에 도착하였다. 수평선 저 너머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좌우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너울로 일렁이는 수평선 뿐이었다. 그러나 주변에는 여러척을 낚시배들이 우리보다 일찍 도착하여 낚시중에 있었다. 광어 포인트에 도착하여 배 속력을 줄이자 롤링과 핏칭이 더욱 심하였다. 큰 너울에 가려 주변의 낚시배들이 보였다가 수면 아래로 잠겨 보이지 않았다가를 반복하였다. 배의 흔들임이 심해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며 낚시할 수가 없었다. 여차하면 흔들이는 배 위에서 미끄러져 사고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뒷자리에 앉아 광어 낚시채비를 준비하였다. 역시 간단한 채비였다. 장구통릴이 부착된 짧은 릴대에 형광색이 첨가된 루어를 묶는 것이 전부였다. 처음보는 루어였지만 뭔가 생동감이 있고 고패질을 하면 광어가 덥석 물고 늘어질 것 같은 야들야들한 고무제품으로 형광 반짝이가 함유되어 있었는데 그 속에는 약 30호가량되어 보이는 큰 바늘이 숨겨져 있었다.

심한 롤링과 핏칭으로 몹시 흔들리는 뱃전에서 채비를 내렸다. 수심은 약 90m정도 된다고 하였다. 채비가 한참 내려가는 것 같았다. 채비가 바닥에 닿은 후 뒷줄을 감은 후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연히 고패질이 되었다. 90m 수심이면 빛이 거의 도달하지 않을 것이다. 생미끼를 사용하지 않더라고 항상 어둠속에서 생활하는 고기들이라 형광빛을 발하는 반짝이 루어만 보아도 입질하는 것 같았다. 잠시후 주변으로 10여척의 낚시배들이 모여 들었다. 높은 파도를 헤치고 달려온 이들 역시 대단한 낚시광으로 보였다. 모두 그렇게 크지 않은 낚시배들이라 롤링과 핏칭이 아주 심하게 보였지만 태평양의 큰 너울에 익숙되었는지 잘 적응하면서 낚시를 하였다.

엄청난 너울을 타고 1시간40여분을 달려왔는데 정작 어신이 없었다. J씨는 "어신이 시작되면 전역에서 잡힌다"고 하였다. 바닥은 모래밭인지 밑걸림이 거의 없었다. 바람을 타고 배들이 움직이고 있고 큰 너울파도로 롤링까지 있으니 따로 포인트를 이동시키거나 고패질이 필요없어 낚시배 뒷전에 편안히 앉아 장대가 꾸벅 인사하기만을 기다렸다. J씨는 이곳 광어는 작은 놈이 약 3자(90cm), 큰 놈은 6자(180cm)가 넘으며 입을 받았다하면 모두 대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한 마리를 걸어 내고 다시 도전하는 사람보다는 한 마리를 걸어내고 아예 포기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는 수면까지 끌어내지 못하고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였다.

J씨의 장대에 어신이 왔다. 낚시얘기를 나누며 배 뒷전에서 채비를 당기고 또 풀어주기를 반복하던 J씨는 "왔다!" 하면서 릴을 감아들이기 시작하였다. 무척 무거운 듯, 장대를 위로 힘것 당겨 고기를 끌어 올리고 다시 장대를 눕히면서 줄을 감고, 또다시 장대를 위로 당기면서 고기를 끌어 올리고 또 장대를 눕히면서 줄을 감고를 반복하였다. 깊은 수심에서 사는 대물과의 힘겨루기는 계속되었다. 어느 정도 감다들이고 나서 "작은 놈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렇게 우악스러운 당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후 고기가 떠올랐다. 광어가 아닌 점도다리라고 하였다. 광어는 배쪽이 하얗고 등쪽에 비늘이 없는 반면 점도다리는 배쪽이 약 검고 등쪽에는 비늘이 있었다. 필자가 보기에는 약 70cm는 넘어 보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길이를 보다는 파운드로 약 8~9파운드 정도. 배 위로 끌어 올린 후 역시 작은 방망이로 머리쪽을 쳐서 실신시킨 후 바늘을 빼고 채비를 다시 내렸다.

얼마후 B씨가 채비를 감아들이던 중 "한 마리 걸었다"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장대의 휨세와 감아들이는 힘을 보아 조금전 J씨가 감아 올릴 때보다 가볍게 보였다. 장대를 뱃전에 걸쳐놓고 장구통릴을 감아들이는 모습을 보니 마치 우리나라의 외줄낚시 광경을 보는 것 같았다. 한참 감아들이던 B씨는 "이 놈이 차고 나간다?"하며 장대를 들고 보이지 않는 물 속 고기와 힘겨루기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장대를 당기면서 고기를 제압한 후 다시 감아들였다. 수중으로 얼핏 보이는 고기가 넙적한 광어나 점도다리가 아니었다. 약간 길다란 모습이었다. J씨는 수중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상어, 상어다"고 하였다. 이곳에서 생미끼를 사용하면 상어가 물기 때문에 생미끼를 사용하지 않고 인조미끼를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인조미끼에도 상어가 물고 늘어졌으니 바다속에 상어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상어를 걸어낸 B씨에게 J씨는 조심하도록 당부하였다. 상어의 날카로운 잇빨에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망이로 머리를 쳐 실신시킨 후 고기를 들고 신기한 듯 바라보았지만 약간 겸면적은 듯한 표정이었다.

J씨는 배를 이동하였다. 주변에 있는 배들도 어신이 없는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고 일부는 연어 끌낚시를 위하여 다른 포인트로 떠나기도 하였다. 우리는 이곳 주변을 고수하기로 하였다.
배를 인근으로 이동한 후 다시 채비를 내렸지만 계속 어신이 없었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앞쪽에 있는 타이랏지3호에서 낚시 중이던 캐나다인이 한 마리를 걸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배쪽이 하얀 광어였다. 선장이 칼쿠리로 고기를 걸어 뱃전으로 올렸고 동료 낚시인들이 팔을 걸어 축하해주고 서로 기쁘하는 모습을 멀리서도 볼 수 있었다. 바다 낚시인들은 오직 하나, 화끈한 손맛과 한판 승부 세계. 국경을 달리하고 낚시문화가 달라도 모두 같을 것이라 생각을 다시한번 할 수 있었다.

다시 포인트를 이동해 채비를 내렸다. 얼마 후 J씨가 "왔다!"고 말했다. 배 뒤전에서 장대를 당기며 감아 올리는 모습이 무척 무거워 보였다. 장대를 당긴 후 줄을 감으며 장대를 눕히고 또 다시 반복해서 릴링을 계속하였다. 앞쪽의 타이랏지3호에서도 어신을 받아 감아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배의 후미 왼쪽에 앉은 낚시인이었는데 벌써 2마리째 고기를 걸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릴링을 계속하던 J씨는 수면 아래까지 감아들인 후 광어가 아니라고 하였다. 일어나 수면 아래를 보니 시커먼 물체가 희긋 보였다. 또 점도다리였다. 그러나 그 크기가 엄청났다. 칼쿠리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강제집행하여 뱃전으로 올린 후 작은 몽둥이로 머리를 쳐 실신 시킨 후 바늘을 뽑았는데 입이 얼마나 큰지 주먹이 그냥 들어갈 정도였다. 기대하였던 태평양 광어 대신 대물 점도다리 두 마리와 상어 한 마리만 낚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J씨는 광어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 이 지역 전체에서 대물 광어가 입질한다고 하면서 다시 채비를 내렸다.

10시반, 광어의 입질은 없었다. 배가 바람을 타고 아래쪽 내려갔고 조류는 위쪽으로 흘러 채비가 떠올랐다. 채비를 바닥에 가라앉히려고 뒷줄을 조금씩 풀어주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이때 B씨가 뭔가 묶직한 어신이 왔다고 하면서 릴을 감아들이기 시작하였다. 2~3분간 감아들이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무척 힘들어 하였다. 조금 감아들이면 그 만큼 드랙을 풀고 나가는 것 같았다. 난생 처음 이렇게 큰 입질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계속 릴링을 하였지만 좀체 고기는 떠오르지 않았다. 10여분 감아들이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낚시가 아니라 중노동이라고 계속 말하면서 힘겹게 릴링을 계속하였지만 고기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팔이 져려온다"고 하면서 "더 이상 릴링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하였다. 옆에서 안스럽게 지켜보던 J씨.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우면 "인터넷바다낚시 기획담당인 부채조사님께서 고기 한 마리 걸어 혼줄이 나고 있군요"하는 농담을 던지며 촬영에 열중하였지만 B씨는 이와 정반대로 릴링이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물속 고기를 당겨낼 힘 조차없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곳 사정을 잘 아는 J씨. 더 이상 릴링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B씨의 장대를 넘겨 받았다. B씨는 탈진 상태.

배 뒷전으로 물러 앉은 B씨는 "말로만 듣던 이곳 낚시는 정말 몸전체로 하는 중노동 낚시"라고 여러번 말하였고 팔의 근육을 풀기위해 계속 흔들면서 J씨가 성공적으로 걸어내지 못한 물속이 괴물(?)을 끌어내길 기다리고 있었다. 노련한 J씨. 장대를 건너 받은 후 장대를 세우며 물속 고기의 움직임을 느낀 순간 "상당히 큰 몸 같다."고 말하였다. 장대를 당기고 릴을 감고 또 당기고 릴을 감아들이는 어로작업(?)을 계속하면서 무척 힘겨워 하였다. "대물 같다"고 다시 말한 후 침착하게 감아들였다. 몇분이 지났을까?, 이제 이 괴물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노련하게 릴링을 계속한 J씨는 얼핏 수중에서 움직이는 고기를 보았는지 "광어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다시 장대를 세우며 감아들이기를 여러번.
B씨를 애 먹인 고기의 정체는 밝혀졌다. 그리고 기다리던 광어였다. 수면 아래 2~3메타까지 감아들이자 다시 드랙을 풀며 수면 아래로 내려가 보이지 않았다. J씨는 더욱 침착하게 장대를 세우며 감아들인 후 B씨에게 장대를 넘기고 자신은 칼쿠리를 들고 고기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휴식을 취한 B씨는 다시 장대를 세우며 고기가 떠오르록 줄은 감아들였다. 두 손에 칼쿠리를 들고 있던 J씨는 고기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고기를 걸어내기 위하여 칼쿠리로 고기의 등쪽으로 내려쳤지만 실패하였다. 놀란 고기는 다시 수면 아래로 잠겨들었다. B씨는 다시 장대를 세우며 릴링을 계속하였다. 잠시후 고기는 떠올랐다. 1차 실패를 의식한 J씨는 빠르고 정확하게 배쪽으로 칼쿠리를 걸 수 있었다. 그리고는 두손에 힘을 주고 뱃전으로 제빨리 끌어 올렸다. 필자가 옆에서 성공적인 어로작업을 축하는 박수를 보냈고 B씨도 환호를 질렀다. 올려보니 정말 큰 광어였다.

큰 광어를 한 마리 올린 B씨는 진을 모두 빼 버렸다고 하면서 낚시를 포기하였다. J씨는 채비를 가다듬어 다시 내렸고 필자는 어신이 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어신은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아니면 B씨가 힘겹게 광어를 올리는 동안 배가 포인트 밖으로 밀려 내려갔는지 J씨는 릴을 감아들이면서 자릴 옮겨보자고 하였다. 이때 필자의 장대에 어신이 왔다. 강하게 챔질부터 한 후 릴을 감아들이자 바닥에 걸린 듯 채비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놈아 내 손에 걸렸는데 니가 감히..." 미소를 지어며 장대를 강하게 당기며 릴링을 시작하였다. 채비를 회수하던 J씨는 필자가 어신을 받고 고기를 걸어내고 있자 다시 비디오를 들고 촬영을 시작하였다. 깊은 수심에서 받은 엄청난 중량감. 이를 끌어내기 위하여 약 90메타를 감아들여야하므로 B씨가 지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주로 하는 감성돔 낚시에서 대물 감성돔을 걸었을 때 연질 장대가 휘어지면서 쿠~쿡~ 거리는 입질이 있은 후 장대를 강하게 당기면 살짝 브레이크를 놓아준 다음 고기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장대를 살며시 당기며 릴을 감아들이고 또 브레이크를 놓아주는 이런 바 기교낚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우며 온 몸의 힘으로 대응해야하는 또다른 태평양 낚시의 진한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물 돌돔을 걸었을 때 끝까지 이어지는 파괴적인 손맛과 다른 육중한 중량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몇 년전 해금강 선상 보리멸낚시 때 보리멸 채비를 물고 늘어진 대물 광어의 무거운 손맛과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장대를 당기고, 감고 또 당기고, 감고... 이렇게 힘으로 고기를 끌어내는 작업이 몇 분간 진행된 후 고기는 수면 위로 떠 올랐다. J씨는 노련하게 칼쿠리로 고기를 걸었고 뱃전으로 끌어내 보니 이번에는 광어가 아닌 대물 점도다리였다.

뱃전에는 광어 1마리, 점도다리 3마리, 상어 1마리가 누워 있었다. 모두들 엄청난 크기라 고기담는 큰 상자가 작아보였다. 계속되는 너울, 심한 롤링과 핏칭, 광어를 올리며 혼신의 힘을 다한 B씨는 낚시를 포기하였지만 J씨는 다시 포인트를 이동하였다. 그리고 배의 작은 엔진을 가동해 조류에 따라 배가 흘러 내려가지 않토록 후진 기어로 고정한 후 채비를 다시 내리도록 하였다. 채비를 내린 후 고패질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어신이 끊어졌는지 주변에 있던 낚시배들이 모두 흩어졌고 조류의 흐름도 무척 빨라 더 이상 어신을 받을 수 없었다.

오전 11시50분, 캐나다의 벤쿠버 낚시를 접고 철수를 시작하였다. 궂은 바다 상황에서 모두 손맛을 보았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었다. 철수 도중, 2002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의 축구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무척 궁금하였다. 높은 파도, 큰 너울은 계속되었다. J씨는 큰 너울을 넘을 때 속력을 낮추고 너울 타고 넘을 때는 속력을 내면서 너울바다를 잘 헤치고 올라왔다. 뱀필드 앞 해상으로 접어들자 파도가 약간 잠잠해 졌다. 이때를 틈타 J씨에게 배를 멈추고 필자의 동생에게 전화를 연결해 넘겨주었다. 동생의 흥분한 첫 마디가 "형, 우리가 이겼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도 다운 타운으로 나갔는데 천명이 넘는 우리 교민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승리를 축하하는 가두행진을 하였다고 말하였다. 우리 한국의 승리 소식을 들은 후 세 사람은 8강 진출의 기쁨을 환호하며 뱀필드 선상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 "짜짜~짝 짝!짝!" "대~한민국" "짜짜~짝 짝!짝!", 선상에서의 환호성도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멀리 태평양을 건너왔지만 한 배를 타고 낚시를 나가고 또 함께 어우려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우리 한국인이라는 것을...

누구나 미지(未知)의 포인트, 새로운 낚시 세계로의 도전, 마음을 열 수 있는 조우(釣友)와 만남... 이 모든 것이 생을 살아나는 활력인 동시에 자신의 풍요로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바다를 아끼고 바다를 통해 인생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바다낚시인의 길일 것이다.
필자 역시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던 새로운 낚시문화와의 접촉이 우리나라에서 8,0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오랫동안 바다낚시를 다닌 우리 한국인이자 사업가인 J씨의 안내로 또 다른 낚시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J씨는 이곳에서 잭슨이란 애칭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캐나다 낚시인들에게 우리 한국인의 끈기와 근성, 그리고 깨끗한 메너로 알려진 바다낚시인이기도 하였다.

J씨와의 짧은 2박3일의 뱀필드 낚시일정을 미치고 포트 알버니(Port Alberni)로 돌아오는 낚시배 선실에 누워 꿈 속을 헤매고 있었다.
행복했던 뱀필드의 추억들이 오랫동안 기억되고 또 언젠가 다시 이렇게 좋은 낚시 친구들과 또 다른 낚시 세계에서의 행복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길 기원하면서...(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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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헝그리조사 08-10-16 14:46 0  
저도 그 근처 벤쿠버 섬 빅토리아에서 유학 생활했거든요. 고기밭입니다요. ㅎㅎ... 오랫만에 락피쉬 소리 듣네요^^ 많이 잡기도 어렵죠. 마릿수 제한때문에 올만에 정겨운 소식 듣네요.
1 아트조 12-10-22 02:02 0  
캐나다 선상 낚시 재밌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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