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화, 73.5cm, 생애 최대의 감성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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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28화, 73.5cm, 생애 최대의 감성돔

G 5 22,918 2006.12.04 09:59
운영자의 케케묵은 파일속을 뒤적거리다 보면 우리나라 감성돔 최대어는 거제도 장승포항 옆에 있는 능포항 방파제에서 오래 전에 낚인 71.5cm 감성돔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지만 운영자는 이보다 2cm가 더 큰 73.5cm 감성돔 낚아내어 생애 최고의 손맛을 벌써 느껴 본 적이 있었다.

감성돔 낚시에 한참 미쳐 있었던 '80년 중반, 늦여름이었다.

바다낚시를 여러해 다니다 보니 나름데로 잔꾀도 생겼고 기발한 채비도 만들어 보곤하였다. 어느 해나 다름없이 초가을로 접어들면 감성돔 어신이 활발해지므로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때 쯤 감성돔 장대를 가다듬으며 "올해는 어떤 채비를 해볼까?"하는 구상도 해보곤 하였다. 감성돔 장대라고 말하기 어색하지만 그 당시 부산 낚시인 대부분이 민장대를 주로 사용하였다. 3칸 또는 3칸 반대, 포인트에 따라서는 4칸대 이상의 민장대만으로써 감성돔을 노렸다. 감성돔들 역시 우둔하였던지 민장대에 잘 낚여 나왔던 시절이었다.

이때만 해도 크릴새우가 감성돔 미끼나 밑밥으로 우리 바다낚시에 도입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때라 크릴새우 맛에 반해버린 감성돔들이 갯바위 가장자리까지 겁없이 파고 들어와 밑밥용으로 몇마리 던져주는 크릴새우를 덤석덤석 잘 받아 먹었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어떤 포인트이던 민장대 두대만 받침대 야무지게 박아 걸쳐 놓으면 언제나 쉽게 감성돔을 구경할 수 있었고 간혹 떼고기를 만날 때에는 두대의 민장대가 성가시어 한대만 들고 낚시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포인트에 따라 기다란 막대찌를 단 릴찌낚 채비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릴을 던졌다 감았다 하기가 번거롭고 귀찮았으며 민장대에서 감성돔이 잘 잡히는데 궂이 릴장대로 승부를 걸 필요가 없기도 하였다.

감성돔 시즌이 가까워오자 "어떻게하면 밑밥을 많이 뿌려주지 않으면서 감성돔이 흩어지지 않도록 할 것인가?"하고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왜냐하면 그 시절만에는 크릴새우를 구하기 어려웠고 가격도 엄청 비싸 요즈음처럼 파우다와 반죽하여 듬북듬북 많이 뿌려줄 수 없었던 때였다. 혼자서 민장대 채비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 조금 엉퉁하지만 감성돔 채비를 쌍바늘 채비로 구성하여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감성돔낚시에 쌍바늘 채비라...?" 운영자 나름데로 구상한 쌍바늘 채비는 거창한 채비는 아니었다. 3칸 또는 3칸반 민장대에 원줄 5호, 삼각도래를 달고 그곳에 목줄 3호를 짧게 달아 감성돔 바늘을 하나 묶고 반발 정도 아래쪽에 1호 도래봉돌을 달고 그 아래쪽에 다시 3호 목줄을 반발정도 달아 그곳에 감성돔 바늘을 하나 더 묶는 간단한 채비였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민장대 채비에 가지바늘만 하나 더 달아 쌍바늘로 사용하기 위한 채비였다. 바늘만 감성돔바늘 6호이고 목줄만 굵은 채비로 밤볼락 채비와 같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감성돔 낚시에 쌍바늘 채비를 생각하게된 동기 즉, 주안점은 "상.하 바늘 두 곳에 10여마리 이상의 많은 크릴새우를 꿰어 채비를 내린 다음 감성돔이 위쪽 또는 아래쪽 바늘을 물어주면 챔질과 동시에 어느 쪽이던 꿰어 있던 크릴새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밑밥 효과를 내기 위함과 아래,위 두곳의 수심층을 함께 노리므로 한 곳을 노릴 때보다는 활발한 어신을 받기 위함"이었다.

간단하지만 감성돔 쌍바늘 채비를 시험해 보기 위하여 적당한 출조지를 물색하였다. 한동안 자주 다녔던 P낚시 점주는 이번 주도 지난 주와 같이 완도항에서 신지도와 갈마도, 혈도를 거쳐 생일도까지를 포인트로 잡고 출조할 계획이었다. 이곳 포인트는 득량만, 보성만 등지의 내만권에서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의 이동로이므로 추석전.후 활발한 조황을 보이는 곳이기도 하였고 더욱이 지난 사리물때에 조우 L씨와 도전하여 재미를 본 경험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였다.

추석연휴 기간이었다. 부산을 출발한 관광버스는 완도항(莞島港)을 향해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토요일 새벽, 완도항을 출발한 낚시유람선은 강한 조류를 헤치며 신지도와 갈마도, 혈도를 경유해 생일도로 향하였다. 목적지는 생일도(生日島) 동남쪽 지금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자그마한 마을의 방파제였다. 이 방파제 앞에서 200여메타 떨어진 곳의 작은 간출여(만조시 완전히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으나 중썰물때부터 중들물때까지 드러나는 작은 여)에서 지난해 한물때에 17마리의 감성돔을 뽑아낸 적이 있었다. 들어가려면 마을에서 조그만 배를 빌려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특히 이곳은 사리 만조때 완전히 잠겨버려 보이지 않은 간출여라 주변을 지나칠 때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고 큰 낚시유람선으로는 진입이 어려웠다. 그것보다는 평소 잘알고 지내는 낚시점주 H씨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위험한 포인트에 내려 달라고 하면 결코 내려 줄 사람이 아니었다. 해서, 낚시점주에게 일행 모두들 내려주고 제일 마지막에 운영자와 조우 K씨 두 사람만 이 작은 방파제에 내릴 수 있었다.

방파제에 내려서자 벌써 아침 7시가 가까워졌다. 들물때라 수중여가 잠겼다 떠올랐다 하였지만 만조시까지 계속 잠겨들고 있었다. "배는 내일 아침 10시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철수할테니 아침 일찍 장비를 정리해 두고 민장대만 한대만 가지고 낚시하다가 배가 도착하면 곧바로 철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고는 떠나버렸다.

방파제에 내린 후 썰물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간 시간을 보낸 다음 방파제와 멀리 떨어진 언덕 위 L 선장 집으로 올라가 낚시배를 부탁하였다. L 선장에게 오후 1시경 마을 앞 수중여로 나갈 수 있도록 배를 부탁해 두고는 중썰물이 쳐받칠 때를 방파제 입구 그늘에 누워 충분한 휴식을 취하였다. 이곳 간출여는 사리물때의 경우 오후 2시경부터 6시경까지 약 4시간, 그리고 새벽 5시경부터 7시까지 약 2시간정도 그러니까 약 6시간정도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정오가 지나자 수중여 머리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약속한데로 L선장도 내려왔다. 3칸 민장대 하나와 크릴 대바구니(당시는 크릴을 대바구니에 녹여 소금을 뿌려 미끼로 사용)와 고기 담을 보조빽만 간단히 챙겨들고 처음으로 "감성돔 쌍바늘 채비"의 위력을 보이기 위하여 수중여로 나아갔다. 수중여에 내려보니 썰물이 한참 진행중이라 예상했던데로 갯벌을 바다에 풀어 놓은듯 물색이 혼탁하였고 급조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조류의 강약에 따라 이곳저곳 급조류가 반전되는 곳을 찾아다니며 낚시를 해야 하였다. 강하게 흐르던 조류가 한쪽 모서리에서 소용돌이치면서 완만해지는 곳이 몇 곳 있었다.

운영자가 자리한 곳은 마을을 바라보는 작은 홈통이었다. 조류의 속도를 감안하여 위쪽에 크릴새우를 몇마리 던져 넣자 빠른 속도로 조류를 타고 흘러 내려오다가 발밑 소용돌이 속으로 조용하게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조류를 관찰하면서 처음 시도하는 3칸 민장대 쌍바늘채비를 조용히 펼쳐 들었다. 바늘 위.아래쪽에 크릴새우를 많이 꿰어 채비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러나 채비를 내려보니 속조류는 더욱 빨라 이내 채비가 떠올라 버렸다. 조우 K씨는 바다쪽 조류가 완만하게 흐르는 곳을 찾았지만 수심이 완만하고 밑걸림이 심하여 애를 먹고 있었다.

빠른 조류에 채비를 적응시키기 위하여 목줄에 조개봉돌을 몇개 더 달아 채비를 내린 다음 조류속도와 같이 수평으로 장대를 움직이면서 채비가 바닥까지 갈아 앉도록 계속 움직였다. 중썰물이 지나고 난 후부터 조류가 다소 완만해지는듯 하였다. 빠른 조류와 탁한 물빛의 영향으로 잡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다. 조류가 완만해지면 감성돔의 어신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밑밥을 꾸준히 뿌려가면서 계속 조류와 같은 방향으로 채비를 움직였다.

오후 4시가 지났는데도 감성돔을 구경하지 못하였다. 조우 K씨는 "이곳 수중여를 감성돔 포인트로 선정한게 잘못이었다" "배가 도착하면 다른 포인트로 옮기자"고 운영자에게 종용하다가 반대편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러나 조류는 완만해지면서 물색도 약간 맑아지는 듯하였다. 다시 쌍바늘 채비에 굵은 크릴새우를 여러마리 골라 잘 꿴 다음 소용돌이 안 갯바위쪽에 바짝 붙여 살며시 내려 놓았다. 채비를 내려놓은 다음 천천히 1메타 정도 살그머니 들어보니 바늘이 수중 해초에 걸리는듯 "터더~턱"하는 촉감이 초릿대 끝에 전달되었다. 간조시 수심이 4메타 정도됨을 알 수 있었다. 채비를 다시 천천히 들어올려 보니 바늘에 여러마리 달았던 크릴새우가 일부 떨어져 나가버렸다. 다시 여러마리의 크릴새우를 겹쳐끼워 채비를 조용히 내렸다.

조류는 계속 한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소용돌이 안쪽, 갯바위쪽으로 채비를 바짝 붙여 놓자 조류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다시 채비를 살그머니 들어주자 수중 해초에 걸리는듯 "터더 턱~"하면서 초릿대가 얌전하게 약간 휘어지다가 이내 원 위치로 돌아오면서 해초에 걸린 바늘이 빠져 나오는듯 하였다. 그리나 초릿대가 원위치로 되돌아와 일직선이 되었는데도 초릿대 끝이 깔작깔작거렸다. 감성돔 어신이었다. 장대를 잡은 손에 힘을 가하면서 장대를 조금 들어주자 초릿대가 슬그머니 휘어졌고 무거운 감촉이 오른손에 전달되었다.

"짧으면서 강하게" 힘껏 챔질을 하자, 장대는 반원을 그리며 보기 좋게 휘어져 들어갔다. 오른팔에 더욱 강하게 힘을 더해주면서 장대를 조금씩 세우자 물속 고기는 있는 힘을 다하여 당기기 시작하였다. 장대의 탄력을 이용해 가볍게 몇번 당기다가, 놓아주면서 올려보니 30cm가 안되는 감성돔이었다. 그렇지만 마음 속에서는 "감성돔이다..., 이 놈들이 어디서 놀다 이제 왔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바늘을 뺀 다음 갯바위 뒤쪽 고인물에 던져 놓고 크릴새우를 몇마리 발 밑으로 살짝 던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채비를 내릴 방향을 다시 관찰하였다. 바늘에 크릴을 끼우는 손이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크릴이 잠겨드는 모습으로 보아 빠른 조류의 위쪽으로 채비를 내려 소용돌이 쪽으로 밀려 내려오도록 하였다. 밀려내려 온 채비가 소용돌이 속에서 갯바위 가쪽으로 밀릴 때부터 다시 채비를 살그머니 들어주었다. 채비를 들어주자 역시 수중 해초에 걸리는듯 "터턱~턱"하는 촉감이 전달되면서 초릿대가 얌전하게 약간 휘어졌다. 그리고 이내 장대에 와닿는 손맛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강하면서 짧게 챔질을 하자 장대가 내리박히는데 첫번째 어신과는 다르게 더욱 강하게 당기는 것이었다.

장대를 두 손으로 받쳐들고 당기고 늦추는 힘조절 작업을 시작되었다. 여러번 내리박으며 차고 들어가던 놈이 잠시 추춤거릴 때 "이때다"하면서 힘컷 장대를 당기며 들어주자 또 다시 내리박는 것이었다. 장대에 전달되는 전율을 보아 중치급 감성돔임을 직감하였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요놈아, 원줄이 5호에다 목줄이 3호다, 니가 감히...", 전남 내만권 감성돔낚시 치고는 중무장을 하였기에 천천히 놈의 힘을 빼는 일만 남았다. 장대에 전달되는 강한 어신과 짜릿한 전율을 마음껏 느끼면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잠시후 힘이 빠진 감성돔을 물위에 띄우자 한뼘 물속에 비스듬히 누운 상태에서 꼬리 지느러미를 흔들며 최후에 있는 힘을 다하여 물 속으로 가물가물 잠겨 다시 들어갔다.

"요놈 봐라" 다시 힘을 주면서 장대를 세웠을 때 이제 완전히 백기를 들었는지 물위에 떠 올랐다. 그러나 뜰채가 없었다. 아니, 이 시절만해도 내만권 감성돔 낚시를 할 때 뜰채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고 고기를 걸면 원줄을 잡아 고기를 달랑 들어 강제집행 했던 시절이었다. 굵은 감성돔이 물위에 허연 배를 드리내고 떠오른 후 감성돔을 갯바위에 올려 놓기 위한 다음 작업은 기계같이 움직였다. 오른손으로 원줄을 잡기 위하여 장대를 제빨리 왼손으로 넘겼다. 그런 다음 왼손은 뒤로 뺄 수 있는 만큼 쭉 밀어졌고 오른손 역시 원줄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 뻗어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원줄을 잡아 올리려고 오른손이 다가가는 순간, 왼손으로 잡고 있던 장대를 강한 힘으로 당기며 들어가는 것이었다. "어, 이것 뭐꼬..?", 갑자기 강한 힘으로 당길 때 하마터면 왼손으로 들고 있던 장대를 놓쳐버릴 뻔하였다. 순간적으로 장대를 오른손으로 옮겨 장대를 세우자 처음 고기를 걸었을 때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장대를 끌고 들어갔다. 장대를 숙이며(숙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힘이 강하였다) 아래를 보니 조금전 물 위에 띄워 놓았던 감성돔이 사라져 버렸다.

"좋다, 요놈 봐라, 니가 끝까지 해보겠다 이거가..." 장대를 가지고 들어가는 만큼 몸을 낮추고 앉으면서 장대를 낮추며 힘을 빼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약간 소강상태를 보인다 싶으면 일어서서 장대를 힘컷 당기는 작업을 여러번 시도하였지만 장대에 전달되는 느낌은 마치 바늘에 거대한 해초 덩어리가 걸려 이것을 당기는 것처럼 무겁게만 느껴졌다. 흐린 물 밑에서 육중하게 계속 "쿡~...쿠쿡" 당겼지만 조금씩 조금씩 갯바위쪽으로 이끌려 나오고 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얼마후 완전히 힘이 빠졌는지 허연 배를 들이내면서 비스듬히 누운 상태로 굵은 감성돔이 떠올랐다. "요놈, 니가 감히..."

그런데 힘을 뺀 감성돔이 배를 들이내고 누워 있는데 장대의 초릿대가 휘어지면서 또 쿡~쿠쿡거리며 내리박는 것이었다.
그때사, "아니!, 쌍바늘 채비에 두 마리가 물고 늘어졌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두손으로 장대를 받쳐들고 더욱 힘컷 잡아 당기자 허연 배를 들이내고 누워있는 감성돔 아래에서 또 다른 감성돔 한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가물가물 물속으로 잠겨들고 있었다.

갑자기 손이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난생 처음 접하는 광경을 발아래서 보았기에 더욱 차분하게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손으로 장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원줄을 잡으려고 하였지만 장대가 너무 휘어져 쉽게 잡히지 않았다. 엉둥이를 갯바위에 깔고 주저앉자 장대를 뒤로 더욱 제치며 원줄을 잡는데 성공하였다. 장대를 갯바위에 내려놓고 줄을 잡은 상태로 갯바위에 엎드렸다. 원줄을 당기며 수건을 든 오른손으로 쌍바늘중 위쪽바늘에 걸린 감성돔 몸통을 감싸 건져내자 곧이어 아래쪽 바늘에 걸린 감성돔이 허연 배를 드리내고 떠올랐다. 먼저 올린 감성돔을 가슴아래로 밀어넣고 몸으로 누르면서 아래쪽 감성돔을 다시 수건으로 감싸 갯바위에 올려 놓는데 성공하였다.

위쪽 바늘을 물고 있던 놈은 35.5cm, 아래쪽 바늘을 물고 있던 놈은 38cm로 합계 73.5cm의 감성돔을 걸게 되었다. 민장대 3칸대, 쌍바늘 채비로 또 다른 손맛을 볼 수 있었고 필자의 감성돔 최대어가 되어 버렸다. 그시간 이후 약 한시간 동안 15마리의 감성돔을 무우 뽑듯 무식하게 뽑아내었고 다음날 아침 들물때 역시 1시간만에 12마리의 감성돔이 민장대 쌍바늘 채비에 낚여 나왔다. 조우 L씨 역시 필자의 반대편에서 굵은 감성돔에게 혼줄이 나고 있었다.
그 날 수중여 주변에 얼마나 감성돔이 많았던지 채비를 내린 후 살그머니 들어주면 굵은 감성돔들이 볼락 떼가 피어오르듯 수면까지 따라 올랐다가 등지느러미로 수면을 가르며 유영하면서 서서히 잠겨들곤 하였다. 바다낚시를 다닌 이후 처음 보았던 "겁없는 감성돔 떼거리와의 만남의 날"이었다.

다음날 오전 10시, 우리팀을 태우기 위해 낚시유람선은 정확하게 작은 방파제로 도착하였다. 선두(先頭)에서 낚시점주 H씨는 방파제에서 필자와 조우 K씨가 건네주는 가방과 낚시대케이스를 받아 배위로 옮겨 놓으면서 "방파제에 고기는 좀 됩디까?" 하고 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깨 힘을 주면서 두 손으로 무거운 쿨러를 번쩍들어 배 위로 넘겨주었다. 낚시점주 H씨는 넘겨주는 쿨러를 한 손으로 받아드는 순간 한쪽 어깨가 축 처져버렸고 여차 하였으면 쿨러를 바다로 빠뜨릴 뻔 하였다.

철수 선상(船上)에서 바라보니 사리 만조때가 가까워오자 수중여는 물 속에 잠겨 들어갔고 누가 보아도 낚시 할 자리라고는 엄두도 못낼 정도로 머리만 약간 드리내고 있었다.

낚시점주 H씨는 타는 손님(낚시인) 모두에게 운영자와 조우 K씨의 쿨러를 열어 보이면서 "생일도 방파제에서 고기가 터졌음"을 알렸고 이 소문은 이내 부산의 여러 낚시점으로 펴져 나갔다.
"생일도 방파제에서 감생이가 터졌데이...!!", "하루밤에 쿨러를 채워 나오는 것을 봤데이...!!" 소문은 계속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테트라포트가 끝나는 지점에서 감생이들이 환장한듯 물고 늘어졌는 갑더라..." "그래, 내가 뭐라 카더노, 요즈음 철에는 갯바위보다 방파제가 훨씬 조황이 좋타아이가?, 왜냐카면 밤낚시에 감성돔이 되니까...응"

민장대 쌍바늘 채비에서 73.5cm의 감성돔을 낚은 그 날 이후, 여러번 이곳으로 들어가 몰래 감성돔 낚시를 시도하였지만 그 날과 같이 크릴새우에 미쳐 버린 감성돔 사단(師團)을 만날 수는 없었다.(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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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주디터진감시 09-08-29 10:29 0  
낚였다 ㅠㅠ 제가 178센티 니깐.. 합이 251.5cm 낚으신겁니다 ^^
1 헬리온 09-10-30 13:54 0  
재미나네요 ^^ 80년대라.. 나도 그당시 감시 낚시를 해보고 싶네요 ㅎㅎ
1 곤장돔 12-11-26 09:35 0  
저 역시 민장대를 들고 낚시를 1-2년정도 했는데, 릴찌낚시로 전환되는 시기여서 밤에 민장대로 하다가 새벽에 릴찌낚시로 교체하곤 하였는데, 계속 민장대로 하던 시절의 낚시가 훨씬 신사적이라고 생각 합니다.
1 세계일주 17-11-04 23:10 0  
역사소설에 빠져들듯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민장대 빠져들고 싶습니다...
2 소코바리 22-11-20 12:40 0  
책한권 읽은듯 합니다^^ 좋은글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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