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화 갈미나리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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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27화 갈미나리의 전설?

G 1 5,780 2006.12.04 09:58
2000년 8월15일 여서도 하계 출조때 일이었다.
그 날 새벽, 나의 온몸은 식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바다낚시를 다니다 보면 이상한 예감이 오는 자리가 있다. 특히 밤낚시는 더욱 그렇다. 낮에 보았던 갯바위의 형상과 밤낚시 도중 흐릿한 달빛 아래 어스름하게 보이는 갯바위의 형상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런 날 갯바위를 응시하다 보면 이상한 상상과 함께 갯바위의 형상이 소름끼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곳에서 혼자 밤낚시를 하다보면 갯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파도소리가 마치 흐느끼는 듯한 여인의 울음소리로 들리고 홈진 갯바위를 파고 들면서 일어키는 둔탁한 음은 이상한 여운을 남기며 귓전을 맴돌기도 한다.

여서도 갈미나리 직벽에 내려 장비를 옮겨 놓으면서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갑자기 통영 모 선장의 얘기가 불현듯 떠 올랐다. "남해에서 서해로 상선을 몰고 다니면서 여서도를 지날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그곳은 예전부터 많은 뱃사람들이 목숨을 앗아간 기나긴 간출여가 물 속에 벋어있기 때문이다."는 얘기가... 그곳이 오늘 밤낚시를 하는 갈미나리였다.

갈미나리는 가파른 직벽 포인트이다. 텐트 자리로는 직벽 위쪽에 좁은 공간이 있지만 한 사람 정도밖에 누울 수 없다. 그러나 직벽 바위 틈새를 밟고 이동은 가능한 곳이다. 직벽 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우측으로 긴 간출여가 바다로 벋어 있다. 날씨가 좋은 날 좌측 멀리로는 거문도, 우측 멀리에는 제주도가 아련히 보이는 곳이다.

오후 5시경, 폭염 속에서 장비를 직벽 위로 옮기고 나니 벌써 지쳐 버렸다. 며칠간 쌓였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래도 비지땀을 흘리면서 채비를 만들었다. 어둠이 내리기 전 벵에돔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밑밥을 던져 넣자 자리돔 군단의 파상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발 앞으로 많은 량의 밑밥을 던져 넣고 채비를 멀리 던져 갯바위 가쪽으로 당겼지만 막무가내...

서산으로 해가 기울 무렵 구멍찌를 시원하게 차고 들어가는 어신을 받았다. 올려보니 30센치급 참돔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벤자리들의 입질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씨알이 잘았다. 겨우 30센치 정도되는 중치급으로 당차게 당기는 손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음력 7월 보름, 무척 달이 밝았다. 자정 무렵, 썰물이 시작되면서 어신이 끊어졌다. 조우 역시 어신이 없자 허기를 느꼈는지 야식 시간을 가졌다. 새벽 1시경, 조우는 혼자 누울 수 있는 직벽 위 좁은 갯바위에 몸을 눕혔다. 혼자 직벽에 몸을 의지하고 여서도의 마지막 밤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씨알 잔 참돔만 채비를 건드렸고 마릿수가 적었다.

새벽 3시를 넘기자 피로가 몰리기 시작하였다. 두터운 구름이 달을 가려 갯바위는 어둠이 찾아왔고 피곤한 몸을 눕힐 공간을 찾았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갯바위 뒤쪽 큰 골창 쪽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았다. 경사진 곳이었지만 엉둥이를 걸칠 턱이 있어 미끄러지지는 않을 곳이었다.
습한 바람이 약간씩 불어오는 이상하리만큼 음산한 밤이었다. 달을 가린 짙은 먹구름, 적막에 쌓인 어둠 속에서 갯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야릇한 파도소리,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풀벌레 소리..., 더욱이 갈미나리의 전설(?)을 알고 있는 터라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얼마간 누워 있었을까? 잠결에 큰 너울파도가 우르르릉~쿠궁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직벽 갯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갯바위를 따딱 따딱 때리는 소리가 이어졌고 흐느끼는 듯한 울음 섞인 소리가 들여왔다. 무심결에 발 아래쪽을 바라 보았다. 그곳에는 대여섯명의 사람이 한 손으로는 직벽 갯바위를 잡고 한 손으로 살려 달라는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손과 머리에는 선혈이 낭자한 모습이었지만 애달프게 아래쪽으로 내려와 도와 달라는 모습니다.

"허어 억~!",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왔다.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목에 걸린 손전등을 켜 발 아래쪽을 비추어 보았다. 순간, 그들이 어딜 갔는지 직벽 갯바위와 어둠 속 적막감만이 감도는 밤바다는 그대로였다. 나의 온몸은 식은 땀으로 젖어있었다.

오랫동안 바다낚시를 다니다 보면 이상한 예감이 오는 자리가 있다... 그 한 곳이 오랜 전설을 간직한 갈미나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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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1 하이뉴욕 12-12-07 00:10 0  
야심한밤에 읽으니 너무 무섭네요
연재 하셔도 되겠네요
글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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