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헨들 없는 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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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18화, 헨들 없는 릴

G 0 4,773 2006.12.04 09:54
완도군(莞島郡)에 속하는 소안도(所安島)는 전남(全南)의 여러 지역과 같이 가을철부터 초겨울까지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감성돔 낚시터로는 손꼽히는 곳 중에 한 곳이다. '80년대 초반부터 이곳을 집중 공략하였는데 여러번 쿨러를 넘기는 마릿수 조황을 볼 수 있었다. 이곳 감성돔은 대로 새벽 해 뜰 무렵부터 1~2시간은 민장대로 아침 10시를 넘기면 릴 처넣기에 잦은 어신을 보였었다. 그러므로 3칸 민장대 한대와 3칸 릴장대 두 대를 준비하여야 제대로 감성돔을 구경할 수 있었고 미끼도 크릴새우와 참갯지렁이를 넉넉하게 준비하여야 하였다.

초가을에는 부상리 북쪽 포인트를 늦가을에는 미라리 남쪽 포인트에서 감성돔 낚시를 주로 하였다. 초장기 이곳을 다니며 낚시를 할 때에는 요즘처럼 연질 릴낚시가 없었고 장시간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플 정도로 묵직한 반카본 원투대가 주종이었다. 릴도 지금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덩치 크고 무거우면서 성능과 디자인도 뒤떨어지는 투박한 원투용 릴을 사용하였다. 그러므로 감성돔대는 여름철 돌돔 처넣기 낚시로도 사용하였고 농어 찌낚시로도 사용하였던 전천후 만능 장대였고 릴 역시 같은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감성돔 낚시에 원줄은 5호가 기본이었고 목줄도 보통 3호를 사용하였으므로 뜰채는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그 대신 낚시가방에는 받침대와 망치는 필수품이었다. 여분의 원투대까지 무겁게 넣고 다녔던 시절의 이야기이므로 최근 연질대와 고성능 릴로 구멍찌 흘림낚시를 주로 하며 멋과 맛을 즐기는 낚시인들이 들어면 우스게 소리로 들릴 것이다. 아무튼 이곳 소안도는 추석 전후부터 감성돔은 북쪽에서 부터 붙기 시작하여 섬전체로 골고루 펴져 나갔다. 물론 늦여름부터 감성돔이 낚였지만 제 시즌은 10월을 넘겨야만 화끈한 손 맛을 볼 수가 있었다.

침 맞은 놈을 기다리며

작년, 소안도 감성돔에게 따끔한 침을 몇 방 맞았다. 그 고통은 일년 내내 필자의 마음 한 곳을 누르고 있었다. 빨리 시즌이 돌아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고대하고 있었고 조우 K씨 역시 필자와 같은 마음이었다. 10월이 접어들자 아껴둔 휴가를 무려 3일이나 한꺼번에 내고는 조우와 함께 이곳을 달려갔다. 올해는 침 맞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벼루면서 토요일, 부산에서 순천까지 고속버스로 갔고 순천에서 완도로 가는 시외버스에 무거운 장비들을 옮겨 담기 시작하였다. 부산서 완도로 곧장 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긴 하였으나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순천을 경유하여 완도로 향하는 고행 낚시였다.

완도 낚시점에서 필요한 미끼와 소품들을 준비한 후 시장 뒤편 한정식 집에 들러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거창하게 나오는 저녁식사를 한 상 받아 포식을 하였다. 갯바위 출조를 나서면 며칠 제대로 먹질 못할 것이 뻔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두기 위해서였다. 당시 완도의 한정식은 정말로 풍성하였다.

부상리 선장에게 전화를 해놓고 인근 숙소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일요일 새벽에 소안도로 향하였다. 소안도는 너무나 많은 포인트가 산재해 있어 1개 대대 정도의 낚시인들을 풀어 놓는다 해도 수용이 가능하며 포인트가 광범위한 만큼 어떤 포인트에서 떼고기가 터질지 예상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따라서 그 해 처음 소안도 감성돔 낚시를 시작하므로 북쪽부터 도전하기로 하였다.
해 뜰 무렵 부상리 북쪽으로 들어 갔다. 이곳은 낮 동안에 응달진 곳이 많아 한 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이점도 있는 곳이었다. 도착하자 말자 곧바로 낚시를 시작하였다. 이곳은 경사가 밋밋하지만 다소 굴곡 진 홈통이 산재하였고 작은 골창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작은 골창 사이에서 한낮에는 릴 처넣기에서 30~40센치급 감성돔이 낚이곤 하였다.

작년과 같이 해 뜰 무렵 3칸 민장대 찌낚시에서 어신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물색이 흐려 갯바위 가까이에서 어신이 와 닿았다. 찌가 갯바위에서 1메타이상 벗어나면 어신을 받을 수 없었다. 크릴새우를 갯바위 벽에다 뿌려주고 찌를 바짝 붙여야하므로 목줄이 갯바위에 쓸켜 상하기가 일수였고 몇마리 낚은 후 목줄을 갈지 않았을 때, 큰 입질을 받으면 또 침을 놓아버리게 되므로 부지런히 채비를 손질해야 굵은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었다. 아침 물때에 벌써 여러마리를 건져내 놓았지만 씨알이 대체로 28~33센치급으로 중치급도 못되었다.

정오를 넘기기 전 점심을 지어 먹은 후 갯바위를 뒤 흔들어 놓는 받침대 설치 작업이 시작되었다. 무식한 릴장대에다 감성돔용인지 돌돔용인지 지금도 아리송한 크다란 릴 2벌이 채워 채비를 마치고 나면 참갯지렁이가 먹음직스럽게 끼워지고 이때부터 원투낚시가 시작되었다. 필자와 다소 떨어진 곳에서 역시 조우도 2벌의 원투대가 머리를 쳐들고 먼바다를 향해 큰절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원투에 어신을 받았으나 감아 올려 본 결과 낚시 목줄을 둘둘 감아 채비를 망가터린 바다장어였다. 이후 오랫동안 어신이 없었다. 오후 2시, 더운데다 피로가 몰려 텐트 속으로 들어가 두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하였다. 잠시 눈을 붙이고 나와 보니 필자의 채비 2벌과 조우의 채비 2벌 모두에 바다장어가 둘둘 말아 감아 붙여 채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오후, 저녁물때를 기다리며

두 대의 장대 중 한 대을 챙겨 넣고 한대만 가지고 저녁 물때를 노리기로 하였다. 채비를 다시 묶은 후 잘 생긴 참갯지렁이 한마리를 끼워 본격적인 원투낚시를 시작하였다. 해질 무렵, 아니나 다를까 굵은 초리대를 쿡~쿡 가지고 들어가는 강한 어신을 받았다. 챔질하는 동시에 장대를 치켜들자 강하게 내려 박았다. 두 손으로 장대를 받쳐 들고 버티었지만 릴 드랙만 가끔씩 풀고 나갈 뿐이었다. 골창 앞 쪽 숨은여 쪽으로 이끌려 가면 원줄이 터져버릴 우려가 있을 것 같아 발 빠르게 장대를 움켜잡고 반대편으로 이동하면서 힘껏 잡아 당겼다. "그 정도가지고 확 끌어올리지 못하고 또 침 놓으려고 그러냐!"며 조우는 멀리서 농담을 던진다. 릴 헨들을 몇바퀴 돌리면서 장대를 뒤로 당긴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서는데 갑자기 릴 헨들이 쏙 빠져 밋밋한 갯바위에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릴 헨들은 빠져 버리고...

빠져버린 릴 헨들은 아래쪽으로 바운드를 몇 번 먹더니 "데굴~데골 퐁!"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이럴 수가..." 고기는 계속 당기지만 핸들이 없어니 줄을 감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까지 돌려대던 헨들이 빠져 달아났으니 갑자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할 수없어 릴 베엘을 제켜 원줄을 풀어 주면서 뒤로 뛰어가 장대를 던져 놓고 원줄을 잡았다. "요놈, 이제 힘겨루기다" "원줄이 5호고 목줄이 3호인데 니놈이 감히..." 오른팔을 쭈~욱 벋어 원줄을 잡아 당긴 후 재빨리 왼손으로 넘겨 잡고 다시 오른팔로 당기다가 놈이 조금 세게 당긴다 싶을 때 원줄을 다시 놓아주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계속해서 오른팔로 줄을 당기고 왼손은 뒷줄을 잡아 갯바위에 내리며 놈을 갯바위쪽으로 근접시키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갯바위 가 쪽으로 이끌려 오던 놈은 필사의 탈주를 시도하였다. 갑자기 용트림을 하면서 강하게 내리 박았다. 그러자 목줄이 이내 칼날같은 갯바위에 설키면서 끊어져 버리면서 원줄의 탄력은 사라지고 허전해 지는 것이 아닌가. 싸움에서 승리한 고기는 "그따위 장비가지고..., 다음에 보자"라고 말하는 듯 조용히 사라지고 말았다.

또다시 실패

"작년에 침 놓았던 놈을 꼭 잡아야 하는데 우째 릴 헨들이 빠져..." 릴 스풀을 빼내 원줄을 감으면서 또 패배하였다는 허탈감이 밀려들었다. 그 당시 우리 릴의 성능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릴 관리를 잘못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지만 장비만큼 감성돔도 우둔하였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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