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산에서 노린 참돔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15화, 산에서 노린 참돔

G 0 4,237 2006.12.04 09:53
부산 앞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나무섬(木島)은 부산 낚시인들의 안방 놀이터였다. 충무동 선착장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이 곳은 낙동강에 하구둑이 건설된 후에는 바다에 많은 변화가 생겨서 인지 예전같은 조황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오래 전부터 이곳 나무섬과 그 아래쪽에 있는 형제섬 그리고 해군의 함포 사격장으로 이용하였던 외섬은 부산 낚시인들에게는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었고 또 대상 어종도 다양하여 언제나 짜릿한 손 맛을 안겨줄 때가 많았다.

필자도 오래 전, 그러니까 25여년 훨씬 더 되었을 때부터 이곳을 드나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 나지 않지만 일요일 아침이면 배수량 3~4톤정도의 조그만 목선에는 30~40여명의 낚시인들이 예사로 태우고 다녔다. 그렇지만 선장들의 배 붙이는 솜씨가 노련해 파도가 어지간히 높아도 그냥 밀어 붙이면서 낚시인들을 하선시켰고 철수시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구명복 입은 낚시인은 한사람도 찾아 볼 수 없었고 높은 파도밭을 두려워 한 사람도 없었던 것 같았다.

사철 활개치는 모기 천국

지금도 마찮가지지만 나무섬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모기였다. 주둥이 힘이 얼마나 센지 청바지 정도는 가볍게 뚫고 비옷도 뚫고 들어와 맛있게 피를 쪽 뽑아 먹어치운다. 얼마나 많은지 여름철에 밤낚시를 하다가 손바닥을 펴 허공을 향해 후려치면서 주먹을 쥐면 주먹 속에 모기가 몇 마리는 잡힐 정도였다. 얼마나 영악한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바르는 모기약을 얼굴과 손등 그리고 발과 옷 위에까지 발라도 어떻게 바르지 않은 부분을 정확하게 찾아내 침을 놓는지 밤낚시를 할 때면 여러번 현혈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어 한겨울 감성돔 낚시를 할 때에도 밥 달라고 찾아오니 이곳에서 낚시를 하려면 모기를 이기지 못하면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철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어종

이곳 나무섬은 낙동강 하류에 위치하는 기수역(汽水域)인 만큼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낙동강 뻘물로 바다가 뒤집힌 후 며칠 지난 다음 흙탕물이 가라 앉을 때 쯤에는 온갖 어종이 손 맛을 돋구어 주었다. 그러므로 낚시인들은 철따라 다양한 고기를 노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무섬에는 철따라 많은 고기들이 찾아 왔으므로 이 역시 가볍게 생각하고 이곳을 찾았다. 장마가 끝날 때쯤, 낙동강에서 흙탕물이 쏟아져 내리면 이 일대 바다는 아예 황톳물 황하(黃河)의 하류를 연상하리 만큼 탁하기 그지 없었다. 이때는 일찍 산란을 마친 감성돔들이 많이 낚였지만 특히 장마가 끝나고 갯바위가 따끈따끈 거릴때 참돔이 낚였으므로 필자 역시 이때를 놓칠 수 없었다.

이곳의 참돔은 여러곳에서 낚였지만 필자는 서편, 그러니까 가덕도(加德島)와 거제도(巨濟島)가 바라다 보이는 곳을 즐겨 찾았다. 빠른 조류대가 흐르는 지역이고 바닥이 자갈층으로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특히 밤낚시 때 릴 원투 채비에서 참돔이 잘 낚여 나왔다. 당시 릴낚시를 하는 낚시인들이 극소수에 불과하였으며 모두들 민장대낚시를 주로 하였던 시절이었으며 최근과 같이 릴 찌낚으로 참돔을 노리지는 낚시인도 거의 없었다. 낚이는 참돔 씨알은 크지는 않았지만 감성돔보다 강한 특유의 어신을 받을 수 있었고 당기는 재미도 유별났다. 봉돌은 보통 20호 정도의 삼각 구멍봉돌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미끼는 참갯지렁이가 최고였다. 사리때는 조류가 얼마나 강한지 원줄을 잡고 있으면 20호 봉돌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릴 정도라 30호 이상의 봉돌을 사용할 때도 있었다.

장마가 끝날 무렵 참돔낚시를 시작

장마가 끝날 때쯤인 7월 중순 토요일 오후, 조우와 또다시 이곳을 출조하게 되었다.
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이곳에 출조할 때에는 모기에 이길 수 있도록 미제 군용 바르는 모기약과 모기향을 완벽하게 준비하였다. 이 날은 서풍이 불어 송도(松島)앞 두도(頭島)를 지나자 강한 바람과 함께 물보라가 일어 배 안은 온통 물바다였다. 선장은 나무섬 서편에 낚시할 사람들은 하선이 어렵다고 북쪽 자갈이 깔린 곳에 하선하여 장비를 들고 넘어가도록 권유하였다. 조우와 의논 끝에 선장이 권유하는대로 북쪽에 하선하여 서편으로 넘어가기로 하였고 계속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 산을 넘어 남쪽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나무섬 북쪽에 내린 후 장비를 챙겨 들고 서편으로 넘어가니 파도는 높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바람은 강하지 않았다. 밤낚시에 참돔 몇마리는 구경할 것같은 예감이 들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받침대를 갯바위에 박고 릴 처넣기 채비를 준비한 후 어두워지기까지 민장대로 횟거리용 잡고기도 몇 마리를 낚아 두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파도도 잠잠해지고 바람도 언제 불었느냐는 듯 낚시하기에 그지없이 좋았다. 달없고 바람없는 밤, 한증막 같은 무더위가 불쾌지수를 더욱 올려 놓았다. 낚시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나무섬 모기들이 활동하기 가장 환상적인 밤 같았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어두워지자 살다가 때 만난 모기들이 먹이를 향해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손등과 발등 심지어는 히프카바를 하고 있는 엉둥이 아래쪽까지 정확히 정조준하여 쏘아 되었다. 그렇다고 낚시 안할 사람들이 아니다. 참갯지렁이를 통마리로 달아 힘컷 원투를 하였다. 조우도 역시 멋지게 채비를 날려 놓은 후 받침대에 장대를 걸고 원줄만 살짝 손으로 잡고 어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우의 장대에 입질이 계속되었다.

먼저 조우에게 어신이 왔다. 릴링을 하는 폼이 제법 큰 놈이 붙은 것 같았다.조우의 첫번째 어신은 감성돔이었다. 35센치 더 되어 보이는 감성돔이었지만 굵은 목줄이라 그대로 갯바위로 강제집행하여 눕혀버리고는 다시 채비를 날려 보냈다. 기계적으로 손이 척척 움직였고 오늘 밤 손 맛을 충분히 볼 수 있을것 같았다.

필자는 모기들 저녁식사에 손등을 제공하였다. 손등 여러 곳이 부어 오르고 근지러워 원줄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얼마 후 조우가 또 다시 한 마리를 걸었다. 조금 전보다는 다소 가볍게 릴링을 하여 갯바위에 올려 눕혀보니 붉은 빛깔 선명한 어여쁜 참돔이었다.
30센치도 안되는 잔 씨알이었다. 조우는 낚은 고기의 피를 뽑아 쿨러 속에 갈무리하고 다시 미끼를 끼워 던지는 기계적인 어로 작업에 바빴지만 필자 채비에는 전혀 어신이 없었다.
"조금 있으면 어신이 오겠지...", 조우의 조황을 보아 오늘 저녁 단단히 손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득한 기대감으로 담배를 한대 피워 물었다. 연신 고기를 걸어 올리는 조우와는 달리 숭악하게 덤비는 모기들을 쫓고 따끔하게 침 맞은 곳을 건진다고 필자도 바쁘기만 하였다.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필자의 채비에는 어신이 전혀 없었다. 이곳은 바닥이 자갈밭이고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수중여가 드문드문 깔려있지만 채비 걸림이 적은 곳이라 꾸준하게 기다리면 반드시 어신이 와 닿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어신이 없다고 채비를 회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므로 꾸준하게 기다려야 하였다. 조우의 채비에는 10여분 지난 후 다시 어신이 왔다. 신나게 감아 올려 보니 또 두번째 낚은 크기 정도의 예쁜 참돔이 낚여 나온다.

후라쉬 불빛이 바다로 나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살짝 고기만 비춰 필자에게 자랑하였다. 잘 보란 듯 필자의 눈앞까지 가져와 야유를 보내며 기를 죽였다. 약이 바짝 올라 있는데 다시 채비를 날리고 난 후, "야, 이 사람아 낚시하러 왔지 모기 잡으러 왔나?" 계속 야유를 던지고 있었다. "이 친구야, 조금 있어봐라, 화끈하게 혼내줄께..."라고 말하였지만 죄없는 담배만 연신 빨아대고 있었다. 잠시후 또 조우에게 어신이 왔다.

"이 놈의 참돔들이 미쳤나... 와이래 당기노..."하면서 신나게 릴링을 하여 올리니 또 30센치 정도되는 예쁜 참돔이었다. 달랑 갯바위로 들어 올린 후 또다시 약을 올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지만 차분하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기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놈의 모기들이 와이래 많노..."하면서 사방으로 모기떼를 쫓아 보냈지만 조우의 손은 낚은 참돔을 빼고 미끼를 달고 채비를 날리느라고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옆에서는 감성돔에다 참돔으로 손풀이를 하고 있는데 필자의 채비에는 계속 어신이 전혀 없었다. 다시 담배를 한대 피워 물고 원줄을 살며시 잡았다. 원줄에는 빠른 조류가 스쳐 지나가며 흘려 내리는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조용히 원줄을 잡고 기다리는데 참돔의 어신은 아니지만 봉돌이 조류에 떠밀려 수중 자갈밭에서 조금씩 굴러 가는 것 같았고 큰 고기가 당기는 듯 둔탁한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원줄을 잡고 어신을 기다리는데 모기들이 얼굴과 손등에 마구 덤벼 들었다.

조우는 다시 한마리를 걸었다. 계속 약을 올려 가면서 줄을 감아 들이니 또 참돔이었다. 그리고는 채비를 날리면서 야유를 보낸다. "슬슬 끓는다, 끓어, 이 친구야 뭐하고 있노, 참돔 안잡고 뭐하노..., 모기 잡으러 왔나..." 줄담배를 피우면서 원줄을 잡고 한의사가 환자의 맥을 집듯 조용히 낚시줄에 전달되는 어신을 감지하고 있었다. 물살에 원줄이 이끌리다가 봉돌이 약간 굴러가는 것 같았다. 속으로 "어신 같기도 한데..., 챔질 타이밍일까...?" 하면서 망설이며 받침대에서 걸쳐 둔 장대를 살그머니 빼내 손으로 잡는 순간, 수중의 봉돌이 굴러 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들거덕"거리는 어신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친구야 나도 왔다!, 그런데...

강하게 챔질을 한 후 "이 친구야, 왔다!, 왔어!" 큰 소리를 치고는 릴을 함차게 감아들이자 장대가 휘청거렸다. "이 사람아 한마리라도 걸려면 이 정도는 걸어야지" 하면서 릴링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기는 맛이 전혀 없었다. 계속 감아 들이는데도 고기의 당김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갯바위 가쪽까지 감아 들이자 그때사 장대가 원을 거리며 휘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초릿대가 바다로 향하지 않고 반대로 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원줄을 잡고 감아 들이자 산 쪽을 향한 초릿대 끝이 꺼덕~꺼덕 거리는 것이었다. 장대를 받침대에 슬그머니 걸쳐 놓고 원줄을 잡고 조심조심 따라가 보았다. 참갯지렁이를 통채로 달아 멋 떨어지게 원투를 하였는데 바늘은 위쪽 잡풀 숲에 처박혀 감겨있고 30호 봉돌만 신나게 날아가 바다 속에서 참돔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치밀어 원줄까지 통채로 끊어 버렸다. 그리고 "와이고!, 내가 와이라노..."하면서 조용히 채비를 회수한 후 조우 몰래 가지고 내려 왔지만 이를 알아 첸 조우의 놀림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0 댓글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