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부처님의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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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9화, 부처님의 자비

G 0 3,823 2006.12.04 09:50
석가탄신일(釋迦誕辰日)인 음력 사월초파일은 물때를 알고 있는 바다 낚시인이면 누구나 쉽게 조류 흐름이 약한 "조금"물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방생(防生)과 살생(殺生)

'93년, 석가탄신일은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는 황금과도 같은 징금다리 연휴였다. 불교도들은 방생(放生)한다고 난리인데 직장을 가진 낚시인들은 오랜 만에 연휴라 이때를 놓칠 수가 있겠는가? 일단, 토요일 연가까지 내어 두었다. 모두들 전남 지역으로 출조하여 오름감성돔을 수십마리나 낚았다는 둥, 감성돔을 쿨러에 채웠다고 하는데 지금쯤은 한참 알을 품고 산란을 목전에 둔 감성돔은 낚아내기는 너무 애처럽고 죄를 짓는 것 같아 음력 7월 보름 이후에나 감성돔 장대를 펼쳐야겠다고 마음 먹은지 오래였다.

이미 통영권 홍도로 몇 번 출조하여 농어 구경은 하였으므로 연휴 때는 현지 2박으로 안경섬(외지도)으로 출조하여 돌돔, 참돔과 한바탕 손풀이를 해야겠다고 계획하였다. 그러나 주 중 출조한 팀들이 홍도와 안경섬에서의 조황이 극히 부진하였다 하여 연휴기간 출조 장소를 국도(國島) 간여 쪽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매년 떠나는 출조 코스가(시간이 허락할 경우) 거제(巨濟) 홍도(鴻島)에서 농어를 빼먹고, 안경섬의 돌돔과 국도권의 참돔, 그리고 갈도(葛島)쪽의 돌돔사냥을 떠나는 것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그 해는 윤달이 들어서 그런지 홍도와 안경섬, 그리고 갈도의 여름고기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처럼 연휴라 일행 모두가 몰황을 치더라도 국도 간여쪽으로 출조하여 대물농어나 참돔을 노려 보기로 결정하였다.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조우 K씨와 오랜 만에 조우 L씨가 동행하게 되었다. 부산 충무동 낚시인들은 여름낚시 미끼를 자갈치시장에서 구입하였다. 일찍 나서 게불과, 낙지, 그리고 꼬막 등을 자갈치 시장 어물전에서 구입한 후 낚시점으로 돌아 와 얼음을 쿨러에 맞게 짜넣고 청갯지렁이와 참갯지렁이도 넉넉하게 구입하였다. 식량인 라면과 커피, 소주등 부식도 챙겨 넣어 출조 준비를 완료하였다.

갑자기 일기 시작하는 샛바람

부산을 벗어나 거제도(巨濟島) 지심도 앞 해상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먼 바다 쪽으로 안개가 약간 낀 정도의 쾌청한 날씨였다. 해금강 갈곶도 입구 사자바위에서 미리 와 낚시 중이던 팀을 합류시킨 후 다포도를 지나 쾌속 순항하여 오후 3시반 대병대도(바깥손대)부터 낚시인들이 하선하기 시작하였다. 오후 4시경 대매물도 도착하여 몇 팀을 하선시키고 등여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러나 갑자기 강한 샛바람이 일기 시작하였다.

매물도에서 등여로 넘어가는 뱃전은 강한 바람이 부딪쳤고 파도까지 심하게 날려 올라 왔으며 배는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등여에 도착하니 샛바람이 더욱 강하였다. 5-6명의 꾼만 내리고는 손살같이 국도로 향하였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의 영향으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선장은 대구을비도(안굴비)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였다. 목적지가 졸지에 바뀌어 버렸다. 대구을비도 도착하니 벌써 충무(現, 統營) 낚시인들이 동쪽 긴여에 5~6명, 본섬 동쪽에 2명이 내려 낚시 중에 있었고 일부 낚시인들을 하선시키고 있었다. 서로 좋은 포인트를 선점(先占)하기 위하여 마음들은 모두 급하였다. 낚시인들의 공통된 심리인 "일단, 좋은 낚시자리 확보"를 위하여 빨리 내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들 같았다.

B호 C선장이 샛바람이 강하게 불어대고 있고 내일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하여 국도 간여까지 내려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였고 샛바람 영향을 적게 받는 대구을비도 서쪽 골창에 내려 낚시하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우리 일행에게 권유하여 현지에서 목적지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바람 영향을 적게 받는 대구을비도 서편골창 입구에 하선하게 되었다. 우선 짐을 갯바위 안쪽으로 옮겨놓은 후 받침대를 두들겨 박고 대물장비를 차리기 시작하였다. 한 시간쯤 지난 후 샛바람이 더욱 강하게 휘몰아쳤다. 북동쪽에서는 높은 파도가 밀려 들었고 서쪽 바다까지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해지기 전 루어로 농어를 노렸으나 강한 샛바람의 영향인지 입질 전혀 없었다. 해진 후 골창으로 볼락을 시도하였으나 강한 샛바람이 골로 파고 들어 낚시대를 가누기가 어려웠고 전혀 어신을 받을 수 없었다. 원투 채비에 통낚지를 끼워 소구을비도 쪽으로 던져 넣었지만 역시..., 밤 10시 넘어서는 골창으로 파고 드는 샛바람이 초속 18메타를 넘어서는 것 같았고 갯바위에 부딪힌 파도가 바람에 날려 옷속으로 스며들자 추위지기 시작하였다. 추위와 날려오는 파도를 피하기 위하여 통비닐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파도는 갯바위로 밀려 올라 오고

다음날 새벽 1시반, 파도가 밀려 갯바위로 올라 온다는 조우의 고함소리에 잠을 깨어나 보니 바다는 뒤집혀져 엉망진창이었다. 조금 물때라 더이상 파도가 올라 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내렸으나 누운 곳까지 파도가 올라 올 기세였고 갯바위를 휘감으며 돌아 넘고 있었다. 물보라가 날려 통비닐 속까지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바람은 모든 것을 날려버릴 기세로 엄청나게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조우들은 비옷을 갈아 입고 통비닐 속에서 바람과 파도를 이기고 있었다. 이곳은 약간만 높은 파도가 쳐도 더이상 피할 장소가 없는 평평한 갯바위 지대였다. 그렇지만 한발 짝 정도 높은 자리로 몸을 옮긴 후 혼자서 새우잠을 청하였다. 그러나 좀처럼 깊은 잠이 들지 않았다. 바람과 파도가 더욱 심하였지만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곳이라 명(命)을 하늘에 맡길 뿐이었다.

새벽 4시반경, 바다는 더욱 거칠어졌고 철수가 어려울 정도로 험악하게 변하였다. 물보라는 비오듯 계속 스치고 지나갔지만 다행히 큰 파도가 이곳으로 밀려들지 않았다. "모처럼 연휴기간중 뿌듯하게 낚시라도 하고 싶었는데..." 악천후라 곧바로 철수를 결정하였다. 새벽 5시반, 바다 상태가 급속히 나빠지는 것을 인식한 B호 선장은 새벽부터 철수를 서둘렀다. 밤새 제대로 장대 한번 담궈 보지 못하였고 일행 모두 몰황이라는 부진한 조과를 남기고 아쉬운 철수를 시작해야만 하였다. 등여에 내린 낚시인들을 철수시킨 후 매물도로 향하는 선상에서 미련이 남아있던 일행들은 선장에게 대매물도 남쪽 안전한 곳에 하선을 요구하였으나 "날씨가 나빠지고, 오늘 부산에서 낚시배가 통제를 받아 출항하지 못할 것 같으므로 철수하자"고 종용하였다. 매물도를 벗어나 해금강에서 지심도 앞 해상까지 3-5메타의 높은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아침 9시경, 부산의 남항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이 시간대 대구을비도에서는 높은 파도가 갯바위를 삼키고 있었으며 충무(現 統營)의 모 낚시점을 통해 출조한 낚시인들은 철수시 실족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참한 몰 황, 그리고 재 도전

모처럼 연휴를 맞아 먼 바다로 나갔으나 "몰 황!"이라는 처참한 조황(釣況)으로 부산 남항에 도착하자 도무지 좀이 수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연가(年假)를 내어 두었기에 시간은 넉넉하였고 그런데다 게불과 낚지 등 미끼도 많이 남아 있었다. 충무동 D 낚시방으로 장비를 옮긴 후 R1호 J선장을 만나 오늘 출조 여부를 물어본 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물도(每勿島) 쪽으로 출조한다고 하였다. 일행은 이곳으로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하였다. 장비들을 R1호에 옮겨 놓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목욕탕을 찾아 바닷물이 베인 몸을 녹인 후 낚시방에 들러 식수 등을 챙겨 재출조 준비를 마치게 되었다. R1호에 장비를 싣고 선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데 정오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다 조금 전 나무섬에서 들어온 K호 선장은" 부산 앞바다가 뒤집혀져 엉망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기상대에 확인 결과, 바람 8-10메타, 파고 1.5메타로 예보하였고 기울었던 날씨가 좋아지고 있으므로 강행 출조키로 하였다.

그러나 정오(正午)를 넘긴 후부터 기상대의 예보와는 달리 더욱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출조를 포기하자는 의견이 일치되어 장비를 다시 부두 물양장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비를 모두 내려놓자 이내 비는 멎었고 바람도 잠잠해지는게 아닌가. 토요일 오후라 당일 출조를 나서는 낚시인들이 하나.둘씩 남항 포구로 모여 들었다. 준비한 미끼가 아까워 물양장에 내려놓았던 장비들을 다시 배에 싣고 출조하기로 결정하였다. 살생을 하지 말하는 석가탄신일 이었다.

오후 2시를 넘어서자 궂은 날씨도 불구하고 40여명의 낚시인들을 태운 R1호 남항을 박차고 출발하였다. 낙동강 하구와 가덕도 앞 해상을 25노트의 속도로 쾌속 순항하였으나 지심도 앞바다부터 파도가 높자 배가 기울기 시작하였고 항해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롤링과 핏칭이 너무 심하였다. R1호는 FRP선박에다 설계시 중심축을 높게 만들어서 인지 복원력이 뒤떨어졌으며 높은 파도에 취약한 듯 하였다. 좌우로 허우적거리며 파도를 해치고 해금강과 다포도를 지나 대병대도(큰손대)에 내리게 되었다. 갯바위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몹쓸 놈 샛바람만 계속 강하게 불었고 파도가 바람에 휘날렸기에 처넣기 낚시 외에는 민장대낚시나 릴찌낚시를 시도하기가 곤란하였다. 모두들 강한 바람에 이길 수 있도록 처넣기 채비를 만들었다.

조우 K씨가 대물용 원투(遠投)채비를 만들어 장대를 던져 넣자 잠시 후 대형 게루치 한 마리를 낚아 일단 횟거리는 확보하였다. 고기가 입을 열었다는 기대감으로 부지런히 낚시를 시도하였다. 필자는 강한 바람을 마다하고 릴 찌낚 농어채비를 만들어 계속 이곳저곳으로 던져 넣었지만 입질이 전혀 없었다. 밤늦게까지 갯바위 가까운 곳에서 아주 먼 곳까지 온 바다를 흘려도 보고 수심을 상,하로 조절하면서 별의별 재주를 다 부려보았지만 입질이 전혀 없었고 조우들의 원투채비도 마찬가지로 실낱같은 기대 역시 모두 허사로 돌아가 버렸다.

또다시 몰 황

횟감이 제대로 없어 미끼로 가져왔던 게불을 회치고 낙지를 삶아 술잔을 돌리면서 "석가탄신일 살생한다고 부처님이 노하여 강한 샛바람을 일게하였고 수온이 뚝 떨어져 전혀 어신이 없다"고 서로를 위안하였다. 그리고는 매일하는 시시껄렁한 낚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모기와 씨름하면서 지압식 돌침대에서 새우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연 이틀째 몰황을 달게 생각하면서...

여명(黎明)이 밝아오는 새벽바다, 역시 샛바람이 온 바다를 감싸고 있었고 엷은 구름들은 온 하늘을 짓누르며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농어 릴 찌낚채비도 그렇고 원투채비도 역시... 노래미와 용치놀래기(술벵이)새끼만 대물 장비만 깔짝거리고 있었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석가탄신일 연휴, 그러나 "어찌 2박 3일동안 이렇게 처참한 몰황이..." "그 놈의 농어며, 돌돔이며, 참돔들이 샛바람과 함께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모든 미련을 버리고 장비를 접어 넣은 후 일찍 철수 준비를 마쳤다.

장대를 접자 하늘이 열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철수 준비를 마치자 말자 이내 하늘을 누르고 있던 두터운 구름들이 서서히 열렸고 샛바람 마져 잠잠해지면서 바다는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연휴 2박3일 낚시, 시작부터 몰아치던 샛바람과 너울파도, 그리고 비.바람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창한 봄날로 순식간에 돌변하였다. 샛바람만 쿨러에 가득 채우고 어렵고 힘들었던 2박3일의 낚시를 접게 되었지만 신비로운 부처님의 손길이 이곳 갯바위까지 미쳤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 누가 말했던가!, 샛바람이 불면 고기도 멀미한다고..." 그리고 "이것이 정녕 부처님의 자비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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