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바다낚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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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海巖의 바다낚시 이야기
인터넷바다낚시 창설자 해암님의 맛깔나는 낚시이야기입니다.

제1화, 바다낚시 찬가

G 0 4,664 2006.12.04 09:46
바다는 원시(遠始)적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 그리고 언제나 기다려지는 희망이 있다. 한편으로는 고요함과 두려움, 공포스러운 잔인함, 그리고 광기(狂氣)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바다를 사랑하는 낚시인들 모두는 바다가 저 곳에 있기 때문에 영원한 안식처(安息處)를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낚시를 모르는 사람들은 잘 하는 말이 있다. "이 사람아 낚시는 뭐 할라꼬 다니노... 돈 들고, 시간 뺏기고, 사람 추줍어지고, 비.바람부는데 가서 미끄러질지도 모르고, 따뜻한 방 놓아뚜고 돌 위에서 우째 자노..., 또, 파도치는데 배타고 다니다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 위험한 갯바위에서 언제 자빠질지 모르고, 맨날 마누라, 자식한데 좋은 소리도 못 듣고..., ???..., 이 사람아 그 돈 가지고 고기 사먹지 고생하면서 낚시는 무할라꼬 다니노..., 쯪쯪쯪...,"

그러나 월급쟁이 낚시인들은 항상 바쁘다. 폭주하는 업무 처리, 각종 보고서 작성, 업무 계획의 점검 등..., 언제나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渦中)에서도 짬을 내어 담배 한대 피워 물고는 지긋히 눈을 감고 주말 스케쥴을 점검한다. 일단 출조지를 결정한 후 어떤 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채비 구상을 마치고 나면 각종 준비사항을 다시 머리 속에 정리하면서 잠시 행복감에 잠긴다.

갯내음이 물씬 풍기는 어촌(漁村)에 서면 더욱 큰 심호흡으로 푸릇한 바다 내음을 들이킨다. 싱그러운 해조류 냄새가 더더욱 향긋하고 상큼해서 좋다. 낚시배 엔진에서 나오는 기름 냄새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요란한 엔진 소음도 즐겁고 경쾌한 음악 소리로 들린다. 정든 갯바위에 도착하면 더욱 그렇다.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밑밥을 반죽하고 이어서 마음 가득한 기대감으로 밑밥을 뿌리고 채비를 만들고서는 공들여 미끼를 끼운 후 바다를 향해 희망을 함께 던져 넣는다. 그런 다음 담배 한 개피 붙여 물면 모든 스트레스가 함께 날아가 버린다.

지자요수(知者樂水).
바다를 아는 낚시인들은 잘 알고 있는 것이 있다. 기다렸던 물때, 예측된 시간, 예상했던 포인트, 가물가물 잠겨 들어가는 찌를 보면 마냥 가슴은 두근거려지고 이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만다. 어느 낚시인이건 이 순간만은 무아(無我)의 경지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장대가 윙윙거리면서 휘어지고 허리가 부러질 듯 내리박힐 때, 손끝 마디마디 말초신경까지 전해오는 전률이 좋다. 오직 낚시인들 만이 맛볼 수 있는 희열(喜悅)이다. 바다를 알고 갯바위를 아는 낚시인들 만의 원초적인 행복일 것이다.

밤낚시의 즐거움 또한 좋다. 붉게 타오르다 식어가는 저녁 바다가 좋고, 파아란 케미라이트 불빛이 더욱 좋다. 빨간 꼬갈모자를 덮어서고 신나게 밤바다로 춤추고 다니는 전기찌의 꼭두각시 놀음을 바라만 보아도 좋다. 입질 활발할 때는 어신 속에 파묻혀 정신없어 즐겁고 어신이 뜸할 때에는 낚시인들 만의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 더욱 좋다.
갯바위 고인물에 은빛 반짝이는 둥근 달이 내려와 앉는다. 달 주변에 둘러 앉아 잘 익은 포도주를 함께 나눈다. 믿음을 나누고 우정을 나눈다. 목젖을 적시고 찌든 마음을 열어 놓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씻어 내린다. 조우(釣友)들과 항상 나누는 시시끌렁한 그 얘기 그 얘기지만 그래도 좋다. 까만 어둠 속에 촘촘히 박힌 별 밤이 더욱 아름다워서 좋다. 울퉁불퉁한 돌침대에서 지압을 받아 가면서 갯바위을 업고 딩굴 수 있어 좋다. 더없이 맑은 바다 내음에 취해 돌아올 때 인생의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집채만한 파도밭에서 허우적 될 때도 많다. 보이는 것은 오직 노한 바다와 파도, 하늘뿐이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쉴새없이 때리는 파도를 맞는다. 무언(無言)의 공포에 빠지고 갈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손은 식은 땀에 젖고 현기증이 날 때 조용히 눈을 감는다.
주룩주룩 비를 맞을 때도 있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덮어쓸 때도 있다. 천둥과 번개가 온 천지를 뒤 흔들고 비바람까지 휘몰아친다. 낚시고 뭐고 다 때려 치우고 싶을 때도 있다. 온몸이 젖어들고 한기(寒氣)를 느끼며 온몸에 닭살이 돋아나 사시나무 떨듯이 후들후들 떨면서 하루 밤 드새기가 지옥 속 같았던 날도 많다.

폭염(暴炎) 속에서 축 늘어질 때도 있다. 갯바위는 불덩이 같이 달아오르고 탈진 상태가 된다. 흘러내린 땀에 범벅이 되고 땀 냄새 진동한다. 식욕도 잃고 불볕을 보기만 해도 징거러워 진다. 온몸이 익어 달아오른다. 그런데다 숭악한 모기떼들의 지쳐버린 나약한 인간을 향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미친듯이 쏘아된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바다에 던져질 때도 있다. 갯바위와 바다는 암회색 빛으로 변하고 걸쳐 둔 장대에도 하얀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다. 갯바위에 쌓인 눈들이 바람 부는대로 휘날리고 온몸이 얼어 붙는다. 갯바위는 빙판이 된다. 텐트 속으로 엄동설한(嚴冬雪寒) 차가운 냉기가 스며들어 추위에 떨다가 밤을 지세기도 한다. 바다의 두려움과 공포를 더 이상 배우기 싫어질 때도 많다.

샛바람이 터져 입질 한번 받아보지 못하는 날도 많다. 쿨러에는 심술궂은 샛바람만 가득 담아 두고서는 갯바위 틈새에 파고 들어가 따끈한 커피로 입술에 바른다. 잠시 후 내 작은 꼬마 녹음기의 볼륨은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어진다.

베-토벤이 하늘에서 내려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을 장엄하게 들려 준다. 첫번째 악장이 시작되면 이내 온 바다와 하늘과 갯바위와 몹쓸 놈의 샛바람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어루만진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좋다. 오직 그의 음악뿐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바람도 느끼지 못한다. 어느 듯 두 다리가 쭉 뻗어진다. 갯바위를 업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가 된다. 세번째 악장에서는 조용히 꿈속을 헤맨다. 그의 마지막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서 형언할 수 없는 희열과 함께 갯바위의 환상 속으로 파묻힌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가장 달콤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런 바다가 저곳에 있기에 또다시 낚시장비를 주물럭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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