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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열전<1>총무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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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다음으로 끝발 좋다는 총무, 내가 아는 총무는 예산을 꾸리고, 돈을 집행하는 때깔나는 자리였다. 친구들과 계를 모을 때에도 총무는 아무에게나 맡기지 않았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자리였어도 주위의 신망이 두텁지 않으면 앉혀주지 않는 자리가 총무였다.

그러나 낚시계, 조우회의 총무는 달랐다.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 한번 하면 3년은 거들떠도 보기 싫다는 자리, 돌아가며 억지로 맡아야만 하는 자리가 총무였다.  

조우회의 총무는 돈을 출납하고 궂은 일은 도맡아 해야 하고, 회장의 지시를 받들어야 하는 1인 다역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 고생을 한다고 해도 별다른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작 회비 면제 정도가 혜택의 전부다.  

단체 출조의 총무라는 명칭은 바다낚시 초창기 가이드를 맡았던 사람이 선비를 일괄적으로 거두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 때야 가이드를 겸하고 있었으며 돈까지 관리하였으니 선주와 회원들로부터 남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조우회 총무는 그야말로 온갖 잡다한 조우회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머슴’ 노릇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무는 잘해야 본전인 자리다. 포인트가 별로라고, 고기가 안 나왔다고, 날짜를 왜 이렇게 잡았냐고 선장이나 운영진에게 돌아가야 하는 불만을 혼자서 감당해 내야 하는 것이다.


 

출조부터 철수까지 총무를 지켜보다


 

지난 8월 19일. 8월 정기출조를 떠나는 한사리FC의 조행을 뒤따르게 되었다. 현재 한사리FC의 총무는 오형록씨. 올해로 이년 째 총무를 맡고 있었다. 집결 시간은 9시 30분. 기자가 도착한 시간은 9시 였고, 그때 이미 오총무는 모임 장소에서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모두 개인 짐과 내일의 낚시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오총무는 준비사항이 적힌 차트를 들고 회비를 걷으랴 물품을 지급하랴 정신이 없었다. 중간 중간 도착하는 사람들과 인사도 나누었고, “총무!”라고 소리치는 회장이나 다른 회원들의 부름에도 일일이 응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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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먼저 도착해 인원을 정출 인원을 체크하고 불참자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총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그리고 회비를 걷는 일도 빠뜨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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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안에서도 좀 처럼 쉬지 못한다. 분주하게 앞 뒤를 오가며 회원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나는 한사리FC 이상성 회장에게 “총무님을 취재하고 싶다”고 말했고 오총무와 한조가 되어 갯바위에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대개 조우회와 동행출조를 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주로 총무가 기자와 함께 조를 짜 취재협조를 해 준다. 즉, 총무는 회원들을 챙기는 것 외에도 따로 동행한 다른 사람들의 요구까지도 하나하나 챙겨야만 하는 것이다.  

출발 시간이 임박하자 오총무는 또 바빠졌다. 버스 안으로 올릴 짐. 짐칸으로 내릴 짐을 구분하고 회원들이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몸소 ‘노가다’를 한다. 그리고 최종 인원 체크를 하고 현지 출조점에 연락을 한다. 이윽고 버스에 오르면 다시 한번 인원점검. 빠뜨리고 온 짐은 없는지, 혹 사람은 다 탔는지.  

동래에서 출발한 버스가 만덕터널을 지나가기 까지 오총무는 자리에 앉지 못했다. 여러 회원들의 질문 사항, 회장과의 협의, 포인트에 내릴 조를 짜기 위한 조추첨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추첨 통을 들고 버스의 입구에서 끝까지 왕복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북부산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잠시 엉덩이를 붙이려는 찰라 또 총무를 부른다. 이상성 회장은 정기출조 일정과 당부사항을 전달해야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오총무는 마이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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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에서 조추첨을 하기 위해 추첨함(?)을 들고 다니는 한사리FC 오형록 총무(사진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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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조 당일의 현장 상황과 주의사항을 전달하면서 회원들의 안전조행을 당부하고 있다.

이상성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오총무가 전달사항을 마친 후 버스는 진영 휴게소에 도착했다. 쉴 틈 없이 또 사람들은 내리고 음료수를 사 먹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차에 오르면 또 총무는 인원점검을 한다.  


 

총무는 괴로워


 

버스는 고성으로 들어서 모낚시점 앞에 정차했다. 밑밥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오총무는 가장 먼저 내려 낚시점 주인과 미리 이야기 해 두었던 밑밥 수량과 집어제를 체크한다. 그런 다음 회원들에게 정해진 밑밥과 집어제, 미끼 수량을 말해 주고 일일이 지급 사항을 살핀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 구입도 관리한다. 밑밥을 구입하고 다시 버스에 오른 다음 인원 점검. 그리고 버스는 또 조금 더 가 식당 앞에서 도시락을 싣기 위해 기다린다. 총무는 또 한 번 도시락 수량을 체크하고 일일이 나눠준다. 이제야 비로소 출조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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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조 도중 낚시점에 들러 밑밥과 집어제를 지급하고 체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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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출조점에 도착하면 선장과 함께 선비와 포인트를 협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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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협의가 끝나면 가장 늦게 밑밥을 준비한다. 총무는 모든 일을 가장 일찍 시작하고 늦게 마친다.

버스는 잠시 후 고성의 출조점에 도착했다. 오총무는 또 가장 먼저 내려 출조점의 사장과 선비와 포인트 선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 때 회원들은 저마다의 밑밥을 섞고 낚시 준비가 한창이다. 모든 준비가 끝난 다음 오총무는 자신의 밑밥을 개기 시작했다. 밑밥을 개는 둥 마는 둥 이미 오총무는 진이 빠진 듯 했다.

단체로 출조를 하다 보니 짐이 산더미다. 독배를 낸다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과 짐이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명이 도 맡아서 짐을 정리해야 한다. 회원들이 개인 짐을 배로 들이면 이를 선장과 함께 정리하는 것도 총무의 몫이다. 꼭 총무가 해야 하는 일도 아닌데 대개의 경우 총무들이 이러한 일을 한다. 혹은 총무가 아니더라도 거들어 주는 회원이 간혹 있기는 하지만 짐을 정리하는 일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할 수 없고 결국 포인트를 내릴 때 총무가 순번을 정해 챙겨주는 만큼 결국 이 일도 총무가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적극적으로 거들어 주는 회원도 흔치 않다. 대부분 짐을 맡기고 선실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배가 출발하고 목적지인 노대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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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 짐을 짜고 내리는 것도 어느 사이에선가 총무의 일로 책임지워지고 있다.

 오총무는 챠트를 한번 보고 소리친다. “1조 나오세요”

그리고 선두로 나가 회원들이 내리면 짐을 함께 내려준다. 순서대로 6개의 조가 모두 하선하자 마지막으로 나와 오총무가 하선을 할 차례가 되었다. 주말이라 좋은 포인트는 고사하고 마땅히 내릴 자리도 없다. 오총무 역시 낚시 보다는 적당히 쉴 수 있는 곳에나 내렸으면 좋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마냥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기자와 함께 내려야 하니 고기를 잡아줘야 될 게 아닌가.


 

낚시는 뒷전이 된 총무 노릇


 

포인트에 내려지 오총무는 장비는 대충 던져 놓고 누울 자리부터 찾았다. “좀 쉬었다가 날 밝으면 낚시하죠”  

나는 대개 취재를 나가면 함께 낚시를 하기 보다는 뒤에서 취재원을 쪼으는 스타일이다. “고기 좀 잡아 주세요” 라던가 “고기 사진 못 찍어가면 사무실에서 쫓겨납니다”라는 말로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낚시회의 총무와 내리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진이 다 빠질 정돈데 어디 낚시를 할 수나 있을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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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되는 피곤에 지친 오형록 총무가 낚시는 뒤로하고 갯바위에서 단잠을 취하고 있다. 정기출조일은 회원들에게는 낚시하는 날이지만 총무에게는 고생하고 신경 쓰이는 날이다.

결국 나는 채비를 하고 낚시를 시작했고 오총무는 몇 번 던지는 듯 하더니 뒷에서 앉아 쉬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해가 뜨고 본격적으로 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무렵, 오총무는 그늘에서 뻗어 있었다.  

그는 “자는 거 사진 찍지 마세요”라고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일부러 사진을 찍었다. 총무의 노곤함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낚시가 안되서가 아니라 낚시를 할 만한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깊은 잠에 들지도 못한다. 번번히 전화가 오고, 상황을 체크해야 하고, 기자의 눈치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총무는 일어나 또 한 번 낚싯대를 잡았다. “고기 잡아서 사진 찍어야 하는데 어쩝니까. 이렇게 조황이 안 좋아서...” 대표로 미안해 하는 오총무 앞에서 오히려 기자는 번거롭게 한 죄로 몸 둘 바를 몰라야 했다.


 

총무들에게 박수를!


 

철수가 시작되자 배는 총무가 있는 곳으로 가장 먼저 배를 댄다. 오총무는 다시 배 앞에 서서 다른 포인트에 내린 회원들의 짐을 받아주기 시작한다. 조황을 체크하면서 혹시나 취재거리가 있는지 확인해 준다. 혹시 빠뜨린 짐이 있는지, 미처 짐 정리를 못한 회원들이 있을 때 갯바위에 가장 먼저 내려 짐 정리를 하는 것도 총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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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를 할 때도 일일이 포인트에 내린 회원들의 짐을 받고 안전하게 배에 오를 수 있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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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배에서 짐을 내릴 때도 총무는 작업 반장이 되어야 한다.

비로소 철수가 끝났다. 버스에 오르고 귀가길에 올랐지만 여전히 총무의 일은 남아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고, 중간에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할 때도 총무는 인원 점검과 회원들의 수발을 해야 한다.  

부산에 도착하자 모두가 패잔병처럼 피곤에 지쳐 있다. 오총무는 마지막까지 회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원들 역시 수고했다는 말은 잊지 않는다. “무사히 출조를 마치고 회원들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때가 가장 보람있는 순간입니다. 희생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제가 해야 하는 일을 잘 해냈다는 말이니까요. 저도 내년 이면 누군가에게 총무 자리를 물려 줄 것입니다. 물론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 회원들에게 봉사하겠다는 사람은 꼭 있을 겁니다.”


 

언젠가 들은 우스개 소리가 있다. ‘조우회 회장은 돈으로 때우고, 총무는 몸으로 때운다’는 말. 잘 운영되는 조직은 항상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반대로 내가 잘났다고 서로를 내 세우는 조우회는 삼분오열되기 십상이다. 개인출조가 많아진 요즘이지만 여전히 단체출조를 나서는 인원이 대부분이다. 특히 낚시깨나 다닌 꾼들 치고 조우회, 또는 인터넷 동우회 하나 정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다 못해 낚시점을 통해 출조를 하더라도 그것은 단체출조다. 이러한 단체 출조에는 총무의 희생이 따르고, 꼭 총무가 아니더라도 누구 한명은 험한 일을 도맡아 하기 마련이다. 함께 도울 수 없다면 총대를 맨 누군가의 노력으로 자신이 편한 출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이 땅의 모든 총무님들에게 박수를!


3 Comments
바다매너 2007.08.23 13:44  
보이지않는 수고꾼~ 총무님들 화이팅~
못잡는감생이 2007.08.23 17:00  
총무님들 정말로 수고가 많지요... 한사리 총무님도 고생이 많읍니다...
아름다운낚시 2007.08.24 21:29  
작은 조직의 총무란? 회장이 별도로 있지만.... 총무의 하는 일은 기업으로 치면 사장이요, 생산과장이요,자재과장이요,영업과장이요, 마케팅과장이요 경리과장이요, 회계과장이요,설계과장이요.. 만능이 아니면, 머리가 좋지 아니하면,순발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입니다. 봉사정신이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머리가 빨리 회전하지 못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자리라는거 압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누군가 이렇게 고생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편해지는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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