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폐광 유출수, 맹독성 드러나


1번사진:삼산제일광산에서는 끊임 없이 일정한 양의 갱내수가 유출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개울의 돌들은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2번사진:병산마을을 관통해 흐르는 병산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바라본 병산마을
전경. 병산마을은 바로 앞 남해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갯벌의 침전토사에 대한 연
구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공동조사단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사결과
미디어다음 / 글, 사진 김준진 기자
올초에 수질에 관한 한 실험결과가 있었다. 현행 배출허용 수질기준에 적합한 한
화학물질 제조업소의 폐수시료를 20배 희석시킨 물에 물벼룩을 풀어놓았더니 그
중 절반이 이틀 만에 죽었다. 송사리도 3배로 묽힌 폐수에서 나흘만에 반수로 줄
었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더 심각한 생물독성을 가진 물이 발견됐다. 이는 어느
공장의 오폐수가 아니다. 다름아닌 약 한달 전쯤 전국을 들썩이며 ‘이타이이타이’
병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경남 고성 병산마을 인근의 폐광갱내수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 초 카드뮴 중독에 의한 이타이이타이병 의사 증세를 보인 마을 주민들
이 다수 발견된 병산마을. 현재 이곳에서는 민·관공동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
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가 병산마을 일대 폐광과 저수지 등 수질의 생물독성
에 대한 기초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폐광 갱내수의 독성이 상당히 심각한 것으
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환경영향평가 분야를 위해 민·관공동조사단에 뒤늦게 합
류했다.
최교수의 생물독성시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카드뮴 중독의 직접 원인으로 의심
받고 있는 삼산제일광산 갱내유출수의 독성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삼봉광
산 갱내수가 비슷한 독성을 보였고, 삼산제일광산에서 350미터 떨어져 아래에 위
치한 저수지가 그보다는 약한 독성을 나타냈다. 반면 마을 하류 개울물에서는 생
물독성 반응이 발견되지 않았다.
삼산제일광산 갱내유출수를 400배로 희석한 시료에서는 급성독성 시험생물인 물
벼룩의 절반이 48시간 후 죽었다. 삼봉광산 갱내수도 140배 희석한 물에서 유사
한 결과가 나타났다. 삼산제일광산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의 물은 2배 정도 묽혀
시험한 결과 물벼룩의 반수 정도가 살아나 갱내수에 비해서는 양호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 수질청정법의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미국 수질청정법은 희석
하지 않은 공장 방류수에서 물벼룩의 절반 이상이 죽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삼산제일광산 아래 저수지는 1979년에 만들어진 이후 병산마을 주민들이
주된 농업용수로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이는 차후 더욱 정밀한 역학
조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한편 각 시료에 포함된 중금속 함량 조사에서는 삼산제일광산과 삼봉광산 갱내유
출수에서 구리, 납, 아연, 철, 망간이 공통되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봉
광산 갱내수는 카드뮴과 납의 농도가 수질환경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
면 삼산제일광산 유출수에서는 카드뮴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시료의 양이 적었던
점 등을 고려해 재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최 교수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 폐광에서 유출되는 갱내
수는 강한 생물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대로 물생태계로 유입될 경우 생태계에 일
정한 영향을 초래하고 ▲ 농업용수로 사용됐던 폐광 아래 저수지는 약한 생물독성
이 발견됐지만 저수지 침전토사의 오염도 분석이 필요하며 ▲ 갱내수의 생물독성
은 카드뮴의 독성영향으로만 설명되기 힘들기에 정확한 독성물질의 파악을 위해
서는 종합적인 오염평가연구가 요구된다는 것.
이어서 최교수는 “민관공동조사단이 구성돼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라 이번 결과에
대해 쉽게 단정짓기 힘들다”며 “생물독성의 원인물질에 대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연구 결과는 좀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병산
마을 주민들이 농작물에 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는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지점에
서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밝힐 건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대신에 그는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폐광사업주나 정부가 주민들에게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
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