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온기의 황제도 빈 바다가 야속해

여하튼, 아주 가뿐하게 광양을 지나 회진으로 차를 몰고 간 그저께 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황제도였다. 구정 전부터 아주 대물 소식을 간간히 전해주던 황제도. 겨울 밤 바람을 무던히도 맞은 까닭에 설날 당일부터 연휴 끝날 때까지 감기 몸살을 끙끙 앓아야만 했던 나는 간만의 출조도 부담스러울 지경이었으나, 다행히도 차도를 보여 기어코 낚시를 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감성돔 낚시는 준비할 것이 많았다. 루어 소품으로 채워진 보조가방을 싹 뒤집고 구멍찌며 수중찌며 목줄이며 바늘까지 촘촘하게 챙겨야 했으며 어디로 가버렸는지 야속한 밑밥주걱을 찾아내는 것도 일이었다. (결국 철수 후 차 안에서 찾았다) 바야흐로 저수온기에 접어든 시즌. 사실 꼭 고기를 낚아야 겠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일 때문에 나선 걸음이라 날씨나 조황 따위는 그다지 관심거리도 되지 못했다. 건성으로 알아본 날씨는 예상대로 절망 수준. ‘구라청’의 기상 예보는 8~12m/s의 바람을 예고했다.
동이 트기도 전에 내린 땅콩섬은 삭풍이 그대로 넘나들고 있었다. 바람 피할 데라고는 한 점도 없는 그곳에 오로지 ‘고기 확률이 높다’는 조황 정보 하나만 믿고 상륙을 감행. 그러나 정작 짐을 풀고 채비를 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바람이나 덜 부는 데로 갈 걸’이라는 후회가 엄습하고 있었다. 그리고 힘차게 첫 캐스팅을 했을 때 ‘U턴'을 해서 낚시자리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찌와 함께 밀려드는 ’황‘의 예감. 저만치서 일어나는 백파는 더 이상의 낚시 의욕을 상실케 했다.
11시가 넘도록 땅콩섬에 내린 낚시인 6명이 낚아낸 생명체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다 속이 모조리 비워져 버린 것일까? 나는 혹시나 싶어 가져간 민장대에 크릴을 달아 하릴없이 가지고 놀아 보았다. 여전히 건드림도 없다. 물색, 바람, 수온 모조리 ‘낚시는 왜 왔어?’라고 반문하듯 최악이었다. 수확이라면 철수 1시간 전 모두를 바짝 긴장 시킨 달랑 숭어 한 마리.
‘그래도 바다는 살아 있었어’라는 자조 섞인 체념을 하며 우리는 채비를 걷었다.
어제 황제도의 수온은 11℃ 내외. 장흥 회진 남양레저 배를 타고 나간 꾼들 거의가 황의 기운에 진저리를 쳐야 했다. 널을 뛰는 수온 탓에 어차피 황을 감안하고 나선 출조였기에 꾼들 대부분은 ‘낚시 한 것이 만족’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털래털래 슬리퍼를 끌고 저마다 차에 오르는 꾼들의 뒷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년중 최악의 어한기라는 저수온기 2월. 감성돔은 바닥에서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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