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우도 초겨울 감성돔 솟구친다

마릿수를 원하는 꾼들은 가을이라 답할 것이고, 씨알 승부를 즐기는 꾼들은 영등철이라 할 것이다. 그럼 양 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즌은?
감성돔 마니아들이 진정 기다리는 시즌은 바로 초겨울, 12월 한 달, 혹은 드물게 이듬해 1월초까지 이어지는 초등(초겨울) 시즌이다.
마릿수이긴 해도 30cm급에 불과한 가을 감성돔은 너무 쉽기에 만족할 수 없다. 대물을 낚고 난 다음에 남는 긴 여운이 없는 것이다. 이 여운이야 말로 유통 기한 없는 낚시의 원동력이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덕우도를 찾았다. 다들 초등 감성돔은 추자도다, 거문도다, 태도다 했지만, 굳이 덕우도 일대로 결정지은 것은 최근 이 지역에서 굵직한 놈들이 마릿수로 움직인다는 첩보를 직접 확인한 문덕상 씨(문덕상 피싱샵 대표)의 꼬드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원줄 3호 이상, 목줄 1.75호 이상, 바늘 3호 이상, 무엇보다 마음 단단히”라는 마지막 말에 나는 망설임 없이 새로 원줄을 감았다.
송도 남쪽 홈통에서 소나기 입질
언제나 그랬다. 마음먹고 한 출조는 뭔가 한 가지 모자람이 있다. 이번 출조의 경우는 바람이었다. 기상청은 6~9m/s의 바람을 예고했지만 당연하게도 바람은 8~12m/s를 훌쩍 넘을 정도로 귓전을 때렸다. 선실에서 나와 포인트에 내릴 준비를 하려는 찰라 옆에서 때린 너울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얼굴을 덮쳤다. 혹시나 카메라에 튈까 싶어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면서 ‘오늘 낚시는 힘들겠구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송도 남쪽 홈통 자리에 내렸지만 완전히 바람을 막아주지 못한 까닭에 캐스팅을 하자 채비가 날렸다. 밑밥은 던지는 족족 바람을 타고 허공에 부서지며 원치 않은 방향으로 뿌려졌다. 안 하면 또 뭘 할 텐가 싶어 무심하게 던져 놓은 채비는 자꾸만 발 앞으로 밀려 들어와 밑걸림이 잦았다. 속 조류는 또 얼마나 세던지 수심 10m 내외에 채비수심을 15m, 게다가 봉돌을 바늘 쪽 가까이 물려야 바닥에 닿았다. 역시 낚시는 많이 해 보기 나름이다. 궂은 상황에서는 좀처럼 낚시를 하지 않았던 까닭에 슬슬 채비를 걷고 잠이나 자려는 게으름 병이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까지 옆에서 낚시를 하던 문덕상 씨는 투덜대던 내 혼잣말이 듣기 싫었던지 10m 정도 왼쪽으로 돌아가서 낚시 중. ‘이 바람에 뭔~’이라고 중얼거리기를 몇 번, 이윽고 문덕상 씨의 낚싯대가 힘차게 휘었다.
▲전문꾼은 다르다. 문덕상 씨는 기자의 투덜거림 속에서도 감성돔을 연거푸 낚아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38cm 감성돔을 낚아낸 문덕상 씨. 견제를 해 주지 않으면 본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약은 입질을 파악했다. 문덕상 씨는 여수, 고흥권을 전문 출조 하면서 이 일대의 포인트를 두루 섭렵하고 있었다.
35cm 정도의 첫 감성돔. 부지런히 밑밥을 치더니 5분 만에 또 한 마리를 추가한다. 이번에는 4짜에 간신히 턱걸이 한 놈으로. 이후 또 고만 고만한 놈들로 세 마리. 달리 전문꾼인가.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주었다.
살아나는 물때면 후회 없다
딱 한 시간이었다. 5마리를 연타로 낚아낸 것은. 그 동안 나는 급하게 새로 감은 원줄이 헐겁게 감긴 까닭에 발생한 몇 번의 라인 트러블과 싸워야만 했다. 줄을 다시 묶고 새 마음으로 낚시를 시작한 순간 이내 입질은 끊겼고, 어쩌다 걸린 잔 씨알 한 마리, 당일 낚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물때는 고작 2물이었지만 바람이 얼마나 불어댔는지 너울의 영향으로 들물이 시작되자 탁한 물색이 보였다. 철수 후 확인 한 바로는 구도, 매물도 등지에서도 잠깐 입질이 집중되었고 그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이라 숭어랑 놀았다는 겸손한 무용담이 대부분. 하지만 몰래 확인한 각각의 아이스박스 속에는 45cm 급의 옹골찬 씨알의 감성돔이 2~3마리씩 차분히 누워 있었고, 기포기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차게 돌고 있었다.
▲고기 드는 것도 손맛! 촬영에 열중하느라 낚시도 못한 아쉬움을 포즈로 달랜 표미디어 김형표 PD
▲구도에서 35cm 급으로 두 마리를 낚아낸 문덕상 피싱샵 회원 이종욱 씨.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매물도, 구도, 덕우도 일대에서 알토란 같은 감성돔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감성돔은 대부분 낚시자리 5m 내외의 가까운 곳에서 입질이 집중되었다. 수심은 10m 내외.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으로 예신 직후 견제 동작이 뒤 따라야 본신으로 이어졌다. 채비는 대부분 바닥을 노리는 반유동 채비. 새벽 보다는 해가 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활성도가 높아졌다. 씨알은 35cm 이상이 대부분, 최고 48cm 정도의 씨알이 낚였다.
뻘물의 영향만 받지 않는다면 다소 살아나는 물때인 3~5물 정도에서 최고의 상차림이 이어질 전망. 숟가락을 드는 일만 남았다.
취재협조
문덕상 피싱샵 011-839-26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