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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의 詩

G 4 233 2006.06.30 03:12
시인 김남주..아 용감하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였던 양심..!


1946년 10월 16일 전남 해남군 봉학에서 태어나 광주일고 2학년 때 획일적인 입시위주 교육에 반발하여 자퇴하였다. 1969년 검정고시로 전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뒤 3선 개헌반대 등 반독재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였다. 1972년 유신헌법이 선포되자 이강(李綱) 등과 전국 최초로 반(反)유신 지하신문인《함성》을 제작하였으며, 이듬해 제호를《고발》로 바꾸고 전국에 배포하려다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되고 대학에서 제적당하였다.

8개월 복역 후 고향에서 농사일을 하면서《창작과 비평》1974년 여름호에《잿더미》와《진혼가》 등 7편의 시를 발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이듬해 광주에서 사회과학 전문서점 카프카를 열었으나 경영난으로 1년만에 문을 닫고, 1977년 해남에서 한국기독교농민회의 모체가 된 해남농민회를 결성하였고, 같은 해 광주에서 황석영 등과 민중문화연구소를 열고 활동하다 사상성 문제로 1978년 서울로 피신하여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에 가입하였다. 1979년 '남민전사건'으로 체포되어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되었으며, 1984년 수감 중 첫 시집《진혼가》가 출간되었다.

1988년 12월 형집행정지로 9년 3개월만에 석방되었으며, 이듬해 남민전 동지 박광숙과 결혼하였다. 1990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장이 되었으나 1992년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하였고, 1994년 췌장암으로 사망하여 망월동의 5·18묘역에 안장되었다.

스스로 '시인'이라기보다는 '전사'라고 칭했듯이 그의 시는 강렬함과 전투적인 이미지들이 주조를 이룬다. 유장하면서도 강렬한 호흡으로 반외세와 분단극복, 광주민주화운동, 노동문제 등 현실의 모순을 질타하고 참다운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신동엽창작기금(1991)과 단재문학상(1992), 윤상원문학상(1993), 민족예술상(1994)을 받았으며, 2000년 5월 광주 중외공원에《노래》가 새겨진 시비(詩碑)가 제막되었다.


자작시 낭송 :


자유



[클릭하고 잠시 기다리시면 됩니다^^]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 라고 노래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 민주주의여, 동포여! 외쳐 대면서도 속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도대체 무엇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악몽

밤에 누가 문을 두드리면
내 가슴은 덜컥 내려앉고
내 머리는 순간
체포 구금 고문 재판 투옥의 단어를
기계적으로 떠올린다

아 언제 나는 자유를 노래하고
감시의 눈을 의심함이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노동자를 두둔하고
자본의 보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또 하나의 조국을 사랑하고
감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체포 구금 고문 재판 투옥의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고
시를 쓰고 집회장에 갈 수 있을까

아 언제 나는 아 언제 나는
집에 돌아와
문 두드리는 소리에 겁을 먹지 않고
밤의 잠자리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아내가 울고 있다 이불 속에서
젖먹이 아이를 꼭 껴안고


철창에 기대어



잡아보라고 손목 한번 주지 않던 사람이 그 손으로 편지를 써 보냈다오.
옥바라지를 해주고 싶어요 허락해주세요.
이리 꼬시고 저리 꼬시고 별의별 수작을 다해도 입술 한번 주지 않던 사람이 그 입으로 속삭였다오 면회장에 와서
기다리겠어요 건강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15년 징역을 다 살고 나면 내 나이 마흔아홉 살 이런 사람 기다려 무엇에 쓰겠다는 것일까
5년 살고 벌써 반백이 다된 머리를 철창에 기대고 사내는 후회하고 있다오
어쩌자고 여자 부탁 선뜻 받아들였던고



고목(枯木)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 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고 싶다.



우익 쿠테타

쿠데타는 언제 일어나는가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풀들이 바람에 일어 고개를 쳐들고
회복기의 자유가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하품과 함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을 때 일어난다
창문을 열면 거리마다 무거운 군화발 대신에
오가는 시민들의 가벼운 발자욱 소리가 신선하고
이제 아무도 제 이웃의 거동을 의식하지 않고
사라져 없어진 총칼의 그림자도 의식하지 않고 때마침
머리 위를 날으는 새의 자유를 노래하고 그 높이와
한계까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을 때
그때 쿠데타는 일어난다

그렇다 쿠데타는 자유를 적으로 삼고 일어난다
가진 자들이 강요한 생활의 질서 그 가위눌림으로부터
긴긴 밤의 악몽으로 깨어나 가난뱅이들이
끼리끼리 모여 이마를 맞대고 새로운 삶의 질서를 꿈꾸기 시작했을 때
그 꿈의 번성을 위하여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조합의 결성과 동지의 단결을 호소하고 농촌에서는
농부들이 숫돌에 낫을 갈며 갑오년의 그날을 떠올리고
당돌하게도 부자들의 독점물이었던 통일문제까지 가난뱅이들 좋을 대로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기 시작했을 때
그때 소위 쿠데타라는 것은 일어난다

이를테면 이럴 때 쿠데타는 일어난다
노동과 가난의 거리에 그날그날의 자유가 넘치고
그 넘침의 자유가 착취의 거리까지 흘러들어
부자들의 발등을 적시고 무릎까지 배꼽까지 차올라
목에까지 차올라
부자들의 재산과 생명이 위험수위에 찼을 때
바로 그때 우익 쿠데타는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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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G 목단 06-06-30 09:57
"자본주의는 인간의 탈을 쓴 적은 있어도,인간의 얼굴을 한 적은 없었다.
삶...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의 비인간성,부패와 타락에 대한
전면전에..몸소 자신이 참가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이다...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의 형태와 관계없이 누구나 戰士인 것이다." (김남주)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모가지를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김남주,[낫]-

스스로를 베지 못하는 목단이 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G 구름도사 06-06-30 13:17
인간들의 인간사는 결국 인간들에 의해서 흘러가는것 일뿐입니다.
마치 물길이 없는곳을 길을 내며 달려가는 물줄기 처름,...
그것이 순환이던 반복이던...
이데아는 없읍니다.
그렇다고 무엇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무의미한것은 아닙니다,.
그 자체가 흐름의 일부분이니까요...
G 칼있어 마 06-07-01 01:24
김지하와 대비되는 대쪽같은 시인!
잘 감상했습니다.

갯바위 쓰레기는 밑밥통에 담아오고
고기는 먹을만큼 쿨러속에 넣어오자!
-칼있어마의 6월 인낚캠페인-
맨날맨날 행복하소서! ^_^
G 거제우연낚시 06-07-01 10:33
아내가 이불속에서 울고있다..
젖먹이 아이를 꼭 껴안고..
살아있음으로 절박함이어라
그만 눈시울 붉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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