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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떠나보내던 날에...

G 2 415 2004.01.29 12:55

당신을 떠나보내던 날에...





김일석




강화도를 떠나
경기도를 벗어나는데
당신의 막내딸이 울먹이며
마지막 숨을 고르고 계신다는 전화를 했습니다.
"손 꼭 잡아드려라" 한 마디 했지만
맘처럼 달리질 못하는
내 낡은 고물차는 숨을 허덕이고
눈물은 비오듯 쏟아져내렸습니다.



가볍게 내리는
밤길 고속도로 위의 싸릿눈
내 마음은 꽁꽁 얼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 못해
꺼이꺼이 소리내어 울다
또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님 방금 운명하셨어요"라는...
핸들이 떨려 운전이 어려웠습니다.
대전을 막 지날 즈음
한켠으로 차를 세우곤 얼마나 울었는지...
서러워, 서러워 미칠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당신께서
삶의 마지막 고비에 계실 때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다는 것
당신 곁으로 새처럼 날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해 그저 서러움에 북받쳐...



산 중턱의 새로 지은 병원
넓다란 영안실로 들어서며 본
늘어선 하얀 국화꽃 더미
이미 당신께선 몇 송이 꽃으로 둘러쌓여
초라한 제단 위에
사진 한 장으로 계셨습니다.



몇 해 전인가요.
낚시로 얻은 허리병으로 병원을 전전할 때
늘 제 곁을 지켜주신 당신.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머리조차 스스로 감을 수 없게 된 자신이 싫어
"이렇게 살면 뭐 하나" 자조하며
몸을 창밖으로 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통증이 엄습할 때마다
엎드리게 하시곤 당신께선
손목이 아프도록 주무르셨습니다.
극심한 우울증
아, 그 지옥같았던 내 맘의 통증...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칠순의 당신께서 베푸신 잊을 수 없는 사랑
베풀기만 하시던 당신의 무조건 사랑



하이얀 국화꽃 더미에 쌓여 병원을 나설 때
울음이 바다처럼 넘실거렸지만
난 차라리 당신을 회고하며
당신의 막내딸에게 청혼을 하던
그 파릇파릇한 시절
이십년 전으로 거슬러 갔습니다.



당신의 피붙이들이
당신을 둘러메고
어여~어이~ 구령에 맞춰 산을 오를 때
쥬스 한 통을 사들고
초라한 막내집에 웃으며 들어서시던
아름다운 당신을 추억하였습니다.
온 몸을 주무르시며 "어떻노?" 하실 때마다
엄살을 피운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요.



질퍽하게 물이 흐르는 진흙탕의 산중턱에
발이 푹푹 빠지며 도착한
아, 이제 영원히 쉬실 곳
햇살 눈부신 그곳.
당신을 들어
천천히 언 땅 깊숙히 내려놓을 때
고개 숙여 통곡하던 자식들...
사랑해주셨기에
또 당신을 너무 사랑하기에
당신께서 누워계실 언 땅을 눈물로 녹였습니다.



이제 사랑을 알 듯 합니다.
이제야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알 듯 합니다.
내 아이들이 나누어야 할 사랑
내 벗들이 나누어야 할 사랑
내 피붙이들이
서로 아낌없이 나누어야 할 사랑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Beethoven....Symphony no 3. "Eroica" 2 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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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G 더불어정 04-01-29 16:01
누구의 부음을
전해 듣고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장모님,아니면 장인 어른?
이제는 철이 들고
과거를 회상하며
아파오는 마음을
추스리지 못해
이 겨울 언땅에
눈물로 불러보지만....

일석님!
언제나 여유로움으로
낚시꾼들에게
인생의 참진리를
터득해 해주시는
님의 외울음이
이 겨울을 애잔하게
적셔줍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G pin 04-01-30 00:06
12월 24일 남들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한참 흥에 겨워있을때...
오랜 투병생활에 지친 아버님은 끝네......
집에서 장지까지 가는길 깊고 깊은 회한으로
가득찬 마음이 눈물 조차 빼앗아가
아버님을 차가운 땅속에..묻고 돌아서서
돌아 오는 길에
억누르고 억눌렸던
눈물은 봇물 터지듯이 흐르는데..

부모의 사랑 그 어느 사랑이 거기에
같은 자리메김을 할수 있겠습니까?

김일석님..

부디 추자서 뵈올때 까지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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