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의 겨울밤
“법고(法鼓)는 법을 전하는 북이다.
법고는 보통 쇠가죽으로 만드는데
짐승을 비롯한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기 위
하여 울린다고 한다.”
크리스찬인 내가 불교의 법고를 접한 건 스무 살의 어느 여름이 끝나갈 무렵~
무심코 찾은 쌍계사다
그날의 법고 소리에 매료가 되어 해마다 쌍계사를 찾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저기~서른 즈음의 꽃다운 승려는 어떠한 연으로 여기에 서있는 것 일까!!
손에 쥐어진 북채가 만들어내는 소리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음이 절로 베여있고
북을 두드리는 동작 하나하나가 절제된 그 무언의 힘과 엄숙함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때가 북고를 본 나의 첫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십년 가까이 지리산을 오가며 잊혀져 가던
쌍계의 법고를 근 10년 만에 다시 접하게 되었다
평일에 찾은 쌍계는 해가 떨어지기 무섭게 개미 마저도 자취를 감춘다
이제 더 어두워 지기 전에 늘어 논 장비를 챙겨 숙소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런 와중에 무언가 밝은 빛을 따라 합장해 겆는 승려의 모습이 눈가에 들어온다
그 발길을 따라 도착한 곳이 법고다 .
해지기전 종일 법고 소리를 회상하며 촬영을 했었던 추억이 현실이 되어 돌아온다(판타지!!)
두두둥~두두둥~!!!
이 시간 쌍계엔 법고와 법고를 치는 승려와
유일한 관객인 나와 내 가족이 전부다
삼각대가 없는 탓에
감도를 최대한 올려 겨우겨우 영상을 담았다
묘하게도 7살 아들이 이처럼 조용히 촬영에 협조를 해주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게 야심한 겨울 밤의 법고를
눈과 귀와 카메라에 저장을 하고는
어둠에 뒤덮힌 산사의 달빛을 따라
별빛 속으로 비춰진 아들의 작은 손을 꼬옥 부여 잡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행여 삶이 무의미하거나
지겹다고 느낄질땐 쌍계를 찾아가자
혹시라도 법고를 들을 수만 있어도
고단한 삶의 보상 정도는 이미 따 놓은 단상인 것이다
(글쓴이 윤태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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