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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연 기념 출판

1 칼있어마 7 1,268 2014.06.19 12:31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 이셨던 은사님의 고희연을 앞두고 여러 제자들이 선생님을 추억하는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고 선생님의 칠순잔치를 열기위해 분주한가운데, 저도 한편 써 보냈습니다.

제목 : 선생님 추억하기

올해는 따사로운 햇살아래 가족 나들이라도 즐길 수 있는 봄을 잃어버렸다. 전 국민이 침통한 분위기속에서
세월호사고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 슬퍼했고 함께 치떨며 분노하기도하며 그렇게 사월이가고 오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나마 어린이날 철없는 네 살배기 늦둥이라도 데리고 항공우주박물관 관람이라도 한 것으로 한 가정의 가장 노릇에 위안 삼았다.

어버이날이라고 가슴에 꽃 달기 민망하였고 스승의 날이라고 가슴에 꽃 달긴 더욱 부끄러운 오월 이였기에 스승의 날 조용히 참스승에 대해 생각하고 지나온 나의 교직 25년을 반성과 다짐으로 보냈다.

그런 와중에 매년 5월 15일이면 생각나는 나의 선생님, 아니 우리의 선생님 정00선생님을 떠올리게 된다.

매년 초등학교 동창 몇몇이서 찾아뵙고 있지만 올해는 내가 총무를 맡고 있는 모임의 선약이 있어 참석도 못했다.
소탈한 너털웃음, 이웃집 아저씨같이 검소한 옷차림, 편애 없이 모든 아이를 똑같이 사랑해 주신 선생님!

나의 뇌리에 각인된 선생님의 이미지다.

내가 교사가 된 것도 정00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추종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강한 신뢰감은 나의 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즈넉한 시골마을 북평초등학교! 한 학년에 두 학급씩 7백여명에 가까운 그 당시는 작은 학교였지만 지금과 비교한다면 시골학교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큰 학교다.

나는 3학년과 4학년을 같은 담임선생님께 공부했고 담임선생님과는 너무 악연이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물과 기름처럼 융화되지 못해 나는 계속 겉돌았고 일탈행위만 일삼았다.

어떤 날은 허벅지를 심하게 맞아 집에 가는 길에 풀썩 주저앉은 적도 있었고, 몽둥이로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린 적도 있었으니, “얼마나 심했으면 선생님이 그 정도로 대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요즈음 같았으면 그 선생님은 아마 전국 뉴스에 무자비한 폭력교사로 보도되어 파면 내지는 해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2년을 보내고 5학년이 되면서 담임선생님으로 맞은 분이 정종화선생님 이였다.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평소 이미지와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선생님의 성품을 알 수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00선생님이 우리반 담임이라는 것이 너무나 기뻤고 학교 다닐 맛이 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선생님은 가끔씩 나를 치켜세워 주시는 말씀도 해 주시니 나는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지금도 가끔 선생님께서 들먹이시지만 제사를 지낸 다음날 제사 음식을 챙겨 선생님께 가져다 드릴정도로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렇게 즐거운 5학년 시절의 첫 나들이 봄소풍이 다가오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소풍 갈 때 내 도시락 싸 올 사람!” 하고 넌지시 묻으시는 것이었다.

그 당시엔 대개 반장 또는 부반장이나 집안 살림이 넉넉한 아이들이 선생님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은 관례였기에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싸오겠다고 손을 들어 “저요! 저요!”를 외첬고 그 중 유별나게 날뛰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나였고 선생님은 영광스럽게도 나에게 선생님 도시락을 싸 올 애제자로 낙점해 주셨다.

드디어 소풍날이 다가와 어머니께 선생님 도시락을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당시 가난한 살림에 도시락이라곤 큰형, 작은형, 내 도시락 이렇게 3개밖에 없었으니, 게다가 내 도시락은 물이 날라 허옇고 찌그러진 도시락이니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 중학교 1학년인 작은 형에게 도시락을 양보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가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러자 고등학생인 큰형에겐 부담스러워 말도 못했는데 큰형이 “내 도시락에 싸 가지고 가라!” 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작은형 도시락은 찌그러지진 않았지만 약간 물이 날라 변색된 건데 금빛이 선연한 큰형의 새 도시락에 선생님 밥을 준비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 도시락은 없어도 좋았다. 담임선생님 도시락을 싸 갈수 있으면 그저 행복할 따름이었다.

드디어 즐거운 봄소풍 날이 왔고 어머니는 도시락에 달걀프라이를 얹어 멸치볶음 반찬에 정성스레 도시락을 준비해 주셨다. 소풍지는 덕천강 강변이었다.

소풍지에 도착하여 선생님들은 그늘아래 베이스캠프를 치고-고작 돗자리를 깔아 앉을 자리정도 마련하는 정도지만-둘러 앉으시고 아이들은 선생님 도시락을 갖다 드리는데 다들 삼단찬합에 예쁘장한 분홍 보자기로 싸맨 도시락들이었고 내가 가지고 온 도시락은 사각 양은 도시락에 보잘 것 없는 짜투리 천으로 만든 보자기였으니 부끄럽고 겸연쩍은 마음에 나는 슬그머니 도시락을 밀어 놓고 도망치듯 줄행랑을 쳤다.

그리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삼삼오오 어울려 밥을 먹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자갈 언덕 너머(당시 자갈 채취를 위해 여기 저기 자갈 무더기를 쌓아 놓아 언덕이 생겨있었음) 강가에서 돌팔매질이나 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 목소리가 들렸다.

“춘석아! 거 머하내? 밥은 무겄나?"

어린 나이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예! 퍼뜩 무꼬 왔심더!”

제자 사랑이 남달리 깊으셨던 선생님은 이미 내가 싸온 도시락을 보시고 이미 예측을 하시곤 나를 찾아 챙기시는데, 어슬픈 연기가 통할리 없다.

“참말로 무겄나? 이리 와바라!”

나의 손목을 이끌고 선생님은 선생님들 식사하시는 자리로 데려가 밥을 챙겨 주셨다.
부끄럽고 부담스러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 행복했고 고마웠다.
난생 처음 선생님과 어깨를 걸고 사진도 찍었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 나를 불러 심부름을 시켜만 주셔도 좋아했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빛바랜 나의 앨범엔 아직도 그 시절의 사진이 소중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은 빛이 바랠 수가 없다.

아직도 나는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을 할 때는 비밀번호 힌트 질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 성함”을 선택하고 선생님 함자 “정00선생님”을 선택한다.

사도가, 효도가 물질만능주의에 밀려 헌신짝이 되어가는 요즈음의 세태를 보노라면 그 시절 선생님의 제자사랑을 추억하며 나 자신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자 누가 있겠냐마는 우리 선생님!

내 가슴에 아니 우리들의 가슴에 영원한 참 스승 정00선생님을 다시 한번 불러본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만수무강 하시옵소서!
못난 제자 강춘석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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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50 발전 14-06-19 13:30 0  
선생님에 대한 형님의 사랑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인과응보라고 그렇게 선생님이 잘 해 주셨으니 지금도 제자들에게 추앙받는 것이겠지요.
제자들에 대한 사랑에 제 눈에도 눈물이 고이네요. ㅠ.ㅠ
부디 만수무강하셔서 제자들의 보답을 오래 오래 받으시길 기원드리면서......
제자들의 사랑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대단하시죠?
우리 애들도 전교조 선생님이 담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학생들에게 선택권이 없다보니.....
비밀번호 힌트를 알려주셔서 많이 해킹 당하시겠습니다. ㅎㅎ
50 칼있어마 14-06-19 13:49 0  
허걱! 비밀번호 유출이 우려되는,,,
까이꺼! 우리 같은 범인들이 정보 유출 쫌 되봐야 머 별거 있겠나?
올려름 돌사냥에 합류 안하남?
난 추자 3박4일 계획중인디유?
알 러버유!
맨날맨날 행복하셔유!
-칼있어마의 3유캠페인-
1 육지고래 14-06-19 15:19 0  
그 선생님 육사모에 가입시킬래....ㅎ
정ㅇㅇ선생님 존함이 정종화 선생님이라는걸 나는안다....ㅋ
숨길려면 끝까지 숨겨야지 중간에 살짝 불었는데 조사하면 다나와....ㅎㅎ
육사모회장께서 초등학교때 그런 힘든시절이 눈에서 우거지국물이 쏟아질라칸다....ㅠㅠ
1 칼있어마 14-06-20 16:09 0  
폐~하!
댓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당금 방파제 벵에 치러 안 갑니껴?
날 잡아 같이 함 가시지유!
알 러버유!
맨날맨날 행복하셔유!
-칼있어마의 3유캠페인-
1 걘츄니 14-06-19 16:51 0  
참말로 가슴 따뜻해지는 멋진 추억이 담긴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옛날 생각이 납니다. 그리운 선생님......

요즘의 선생님은 정말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이겨먹으려고 그러는데, 무슨 교육이 되겠습니까......

참 안타까운 세태입니다;;;;
1 칼있어마 14-06-20 16:11 0  
그래도 부모가 제대로 기른 애들은 아직 반듯하게 행동합니더!
그런 애들 때문에 가끔씩 감동도 하구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혀유!
알 러버유!
맨날맨날 행복하셔유!
-칼있어마의 3유캠페인-
1 난정 14-07-21 17:37 0  
ㅎ ㅎ 정종지~인 인줄 알았네요
잘지내시지유?
전 4000 에 한달 팔려 왔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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