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속도로를 뻔질나게 다니면서
추돌사고 현장을 볼 때 마다 끔찍스러웠지만
그래도 그건 남의 일이거니 했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그게 언제까지나 남의 일로 끝날 일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저녁, 미안하게도 주주모임에서 먼저 자리를 떠서 하동에서 1박하고
다음날 오전내내 노가다로 땀을 흘린 후 점심을 먹자마자 울산으로 출발.
군복 IC를 지나 약간 내리막 직선도로가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과속단속 카메라 아래에
갑자기 뭠춰선 RV차량을 뒤를 뒤따르던 2대가 들이받아 3중 추돌사고를 만들었고,
그 뒤에 제차를 맨 마지막으로 줄줄이 5대가 급히 뭠춰 섰는데,
순간 백미러를 돌아보니 제 뒤를 따르던 SM5가 예상외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기어코 제차에 1차 똥침을 가하고 그 충격으로 제차가 앞에 뭠춰선 베리타스 뒤를
본의 아니게 들이 받고, 곧 이어 맨 뒤에 1톤 트럭이 SM5에 보다 심한 똥침을 가하는 바람에
제차와 앞선 베리타스에 2차 똥침까지 가해져 제차가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는
4중 추돌사고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만 범퍼 성능이 좋아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순식간에 현장에 나타난 랙커차 두대가 제 뒤의 SM5와 트럭을 끌고
모두 일곱대의 사고차량이 줄줄이 장지IC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길옆에 주차한 다음
경찰 조사를 받는데,
경찰 : "맨 앞 베리타스 운전자부터 설명해 보세요."
베리타스 : "저는 제대로 정차를 했는데 뒷차들이 제차를 박았습니다."
경찰 : "어느 차가 먼저 박았습니까?"
베리타스 :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 뒷차(고맙게도 제차를 말합니다)까지는 탈없이 세웠습니다"
경찰 : "다음은 SM5 말해 보세요"
SM5 : "트럭이 제차를 받아 제차가 앞으로 튕겼습니다"
(처음부터 잔뜩 쫄아서 말도 못하고 있던 젊은 친구가 살짝 거짓말?을 합니다)
경찰 : "트럭 운전자! 앞차를 박았지요?"
트럭 : "예! 제가 박았습니다."
(트럭 앞부분이 망가진 걸 감출 수 없어 그랬는지 아무튼 씩씩하게 대답 합니다.)
경찰 : "쏘나타 말씀해 보세요"
본인 : "제차는 두차례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먼저 SM5가 제차를 받았지만 그 때 충격은 그렇게 심한 정도가
아니었는데, 두번째 트럭이 SM5를 받을 때는 충격이 훨씬 컸습니다."
" 저 두 차량의 앞,뒤 부서진 정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경찰 : "SM5 ! 앞차를 먼저 박았지요?"
SM5 : 겨우 들릴까 말까한 소리로 "예..."
경찰 : "이야기를 들어보니 SM5는 크게 박지는 않았는데,
앞의 두차량 피해가 1차 충격 때문인지 2차 충격 때문인지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보험사간에 통상 이렇게 합의 합니다.
SM5는 앞차 2대를 물어주고, 트럭은 SM5 뒷부분을 물어줍니다."
"그러니, SM5는 보험사에다 앞차 두대를 추돌했다고 신고하고,
트럭은 SM5를 추돌했다고 신고하세요. 이의 없지요?"
SM5,트럭 : 동시에 "예!"
이렇게 원만하게 수습하고 오늘 점심 무렵 정비공장에 차를 입고시켰는데,
앞 범퍼는 그냥 사용해도 되겠다고 해서 뒷범퍼만 바꾸기로 하고 랜터카를 받아 타고
돌아왔습니다.
주말이면 초보운전자들이 고속도로 1차선을 점거하다시피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시속 110Km 미만의 속도로 가면서도 카메라만 보면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넋 놓고 뒤 따르던 차가 뒤를 받기가 십상이라 참으로 갑갑합니다.
설사 속도위반을 한들 기껏(피해금액에 비교하면) 3만원에 그렇게 놀라서 앞뒤를 못가리니...
예전에는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대개 초보운전자들은 속도를 낮게 운전하지만 시야가 좁아
앞 차 뒷 꽁무니만 보고 따라가다 보니 흐름을 미처 인식하지 못해 앞차가 급히 속도를 줄일 경우
앞차의 뒤를 받을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제 변명을 좀 하자면...
저는 아무리 급정거하는 상황이라도 무작정 브레이크를 힘껏 밟지않고
앞차가 속도를 줄이는 정도에 맞춰 브레이크를 조절하여
앞차를 받지 않고 주먹하나 정도 간격만 남길 정도로 바짝 갖다 붙여 세워서
뒷차가 최대한의 제동거리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니다.
1주일전 일요일 우리가족 4명이 경주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주-울산간 국도를 신나게 달리는 앞차와 뒤를 받을듯이 달려오는 뒷차 사이에 끼어
어쩔 수 없이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는 중, 입실 못미쳐 냉천입구 신호등 앞에서
정지선에 거의 도달한 무렵에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바뀌자 그냥 지나갈 줄 알았던 앞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뒤따라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는데,
제차는 추돌없이 겨우 세울 수 있겠다 싶었지만 뒷차가 걱정되어 급히 비어있던 2차선으로
차를 꺽어서 집어넣고 보니, 따라서 차를 세운 뒷차와 앞차 사이에는 제가 무사히 남아있을 공간이
도저히 안보이길래 추돌 한건을 피했다 싶었더니 그게 딱 일주일을 못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