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유정의 '들병이' 이야기

신상품 소개


회원 랭킹


공지사항


NaverBand
[휴게실]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는 게시판입니다.
▶특정인 비방/폭언/모욕/시비성 글은 예고없이 수정/삭제될 수 있으며, 일정기간 이용 제한 조치됩니다.
▶게시판 성격과 맞지않는 글은 예고없이 삭제 또는 이동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김유정의 '들병이' 이야기

1 경주월드 2 1,058 2008.09.03 15:01
200607300363_01.jpg 
 
   실레에는, 고향의 물골에는 금쟁이들이 있고, 금전판엔 술이 있고  비릿한 들병이가 젖내를 풍겼다. 유정은 천희라는 돌쟁이가 달린 가슴이 큰 여자를 알았다. 천희는 아리랑 타령을 기가 막히게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가세
증긔차는 가자고 왼고동 트는데
정든님 품안고 낙누낙누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가세
낼갈지 모래갈지 내모르는데
옥씨기 강낭이는 심어뭐하리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가세

   초가을 늦은 저녁에 금병의숙을 나온 유정은 속이 허전했다. 서낭당 뒷길에 붙은 술막엔 이미 영수 패가 거쳐갔는지 술청이 한적했다. 열사흘 달은 어머니 품처럼 넉넉한데, 턱도아니게 유정의 아랫도리는 대책없이 저려왔다. 코다리 찌개에 얼큰한 유정은 천희가 있는 술막 아랫채로 갔다. 세상 모르고 잠이 든 천희는 돌쟁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아이와 승강이를 벌이다가 기어이 한 쪽 젖탱이를 차지했다. 벌써 보름 째라 아이에게도 정이 들었다. 유정은 강원도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나 잤을까. 물이 켜서 눈을 떴다. 아직도 목젖엔 강원도 아리랑이 실려 있었다.
   "내일 갈지 모래 갈지 내 모르는데~"  
   유정이 윗목의 숭늉을 찾으며 읊조리자 낮은 진양조가 후렴을 이었다.
   "옥씨기이 강낭이는 심어 뭐하리~"
   잠이 덜 깬 유정은 부스스 천희를 내려다 보았다. 매운 눈을 비비자 새파란 권련 연기 위로 숭늉 사발이 떠 있고, 호얏불 뒤로 금전판 사내가 돌쟁이를 안고 있었다. 천희는 아직 꿈속이고 밤은 열두 점인데, 처마에 걸린 달이 사내의 빈 삼태기를 어슴푸레 비추었다.
   "물골도 인자 말짱 텃어. 고자리 쑤시듯 성한 데가 읎어.... 날 새면 눈들이 많으니 인자 가보시게나." 

 
***경주월드 http://kr.blog.yahoo.com/fish20017/516
 
 
[주1]금병의숙(錦屛義塾):유정이 1931년 고향 실레마을에서 문맹퇴치운동으로 시작한 야학당을 1932년에 당국의 인가를 받아 설립한 간이학교. 조카 김영수(金永壽)와 그의 동료 조명희(趙明熙)가 적극적으로 도왔으며 문맹퇴치 뿐만 아니라 농우회, 부인회, 노인회 등을 조직하여 마을 공동자금으로 저리 금융도 운영하며 생필품의 염가 공급, 공동경작 등으로 공동체 생활을 체득케 함. 1933년까지 운영되었으나 유정과 김영수의 상경으로 조명희에게 인계됨.
[주2]코다리 찌개:강원도 지방에서 명태를 코 꿰어 눅눅하게 말려 조리한 찌개로 술안주와 술국으로 유명함.  
[주3]들병이:주로 금전판(금광) 근처에서 술과 몸을 파는 남편있는 아낙들, 이동식 작부. 
[주4]고자리:구더기, 애벌레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2 댓글
1 kingstar 08-09-08 15:48 0  
인근지역 포항의 무명인 인데요....... 선생님의 글 쭈~ㄱ 보고 있습니다.. 인낚에서 낚시글외에 다른장르의 글을 수시 감상 할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글 볼수있도록 희망합니다.. 건강하시고요... 묵묵히 ..... 즐낚.....
18 之人 08-09-09 10:05 0  
선조들의 삶이 넘 고달퍼서 눈물이 납니다..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