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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

G 1 865 2003.12.1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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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사람들이 분명하다
그 추운 날에 물고기 한 마리 낚아 보겠다고 테트라포트 위에서 꼼짝하지 않는 꾼들이나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져 보겠다고 카메라 들고 서 있는 나나 다들 미친 사람들 아닌가.

일출장면을 찍기 위해 좀 서 있었더니 손끝이 시리다 못해 손가락이 곱아 카메라
작동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남편의 직장내 조우회에서 정기 출조가 있던 날이었다.
이제까지 여인네라곤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남자들만의 조우회라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누군가 먼저 길을 닦아 놓으면 멋진 여성조사가 탄생할지 또 누가 알겠는가.

새벽 3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3시가 되지 않아 남편도 나도 둘 다
잠이 깬 것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도 했지만 이왕 잠이 깬 김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먼저 컴퓨터를 열어 대충 훑어보고, 쌀을 씻어 안치고 간단하게 화장도 끝냈다.

sea31207-27-1.jpg

4시 반에 함께 출발하기로 한 옆 동에 사는 꾼과 합류하고 중간에 또 다른 꾼과 합류를
한 뒤 진리방파제로 달리는데 바람이 예사롭지 않아 사뭇 걱정이 앞섰다. 목적지인
그곳에 도착을 해서도 밖엘 나가지 않고 빨리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렸다.

절기상으로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
전국적으로 10도 이상 떨어졌다는 한파가 몰아치는 아침
대설이라는 이름답게 날씨는 제법 톡톡히 이름값을 한다. 드디어 동쪽 하늘이
푸른빛으로 점점 더 밝아오고... 카메라를 들고 방파제위로 뛰어갔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도 먼저 잡는다'라고 했던가
갈매기들은 먹이를 찾아 분주히 비행을 하고 세상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시간이다.
감성돔이 나왔다는 소문이 나자 하나 둘 몰려드는 꾼들에 의해 작은 방파제는 이미 만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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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해가 서서히 제 모습을 나타내는데 폭풍주의보가 내려진 바다 끝 수평선 너머로
활활 타오르는 해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바다가 어우러져 장엄하기까지 하다.
거의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다른 모습인 이 멋진 광경 하나를
보기 위해 추위도 마다 않고 달려 온 것이 아니던가

겨우 사진 몇 장 찍고는 손가락이 곱아 어쩔 줄 몰라 하는 내게남편은 괜히 미안해하며
따뜻한 손으로 감싸주는데 남편의 손은 장갑도 안 낀 맨손이라 더 마음 쓰인다.

아홉시를 넘어서자 바람은 최고조로 거세어지고 살을 에이는 듯한 매서운 추위로
하나 둘 철수한 꾼들과 모여 횟집으로 들어갔다. 횟집 이층 방에서 내다본 방파제엔
아직도 그 모진 바람 속에서 여전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몇 몇 꾼들이 보인다.

추위로 못 다한 낚시에 미련을 두고 온 꾼들은 매운탕과 술 몇 잔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운 후 다시 방파제로 갯바위로 나간다. 나 또한 사진 몇 컷 더 찍어보겠다고 꾼들
뒤로 멀찌감치 따라 가는데 이번에 바다를 배경으로 꾼들을 찍을 참이다.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은 여전히 차다.

sea31207-37-1.jpg

결국 그날 남편의 직장 내 조우회 정기 출조에서 대상어는 한 마리도 못 건져 올리고
추위 때문에 워낙 고생을 많이 한지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날이 되지 싶다.
고생을 많이 했던 날일수록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지 않던가.

내 한 몸 지탱하기도 어려운 그 모진 바람 속에서도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
백번 천 번 후회를 하고 다시는 안 따라 갈 거라고 수도 없이 다짐을 했건만 다음날
쌓인 피로가 채 풀리기도 전에 다시 또 가자고 한 난 분명 미친 사람이다.

낚시하자고 따라나선 건 아니었지만 정말 괜찮은 사진 한 장 건져보겠다고 했던 나나
모진 바람속에서도 한 마리 낚아 보겠다는 꾼들이나 분명 미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정말이지 무엇 그 무엇이든 그 어딘 가에든 그토록 미칠 수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

진리방파제에 다녀와서... 향기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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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G 경주월드낚시 03-12-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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