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혁명을 꿈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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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혁명을 꿈 꾸었다

G 6 432 2004.03.25 21:31


Neil Young....Running dry. Requiem for the rockets



나는 혁명을 꿈 꾸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혁명을 꿈 꾸었다.
스산한 가을 들녘을 바라보다가도
문득 저 누우런 들풀들이
우우~거리며
들고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 부는 날
갯바위에서
거친 바다의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텐트가 들썩거리거나
버너, 코펠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날릴 때에도
나는 혁명을 꿈 꾸었다.


myblack14.jpg


뒤집어 엎는다는 것
내 주위의 사람들과
그들의 겨운 삶을 눈물로 바라보며
아니면 내 생각의 간지러운 외피조차도
화끈하게 갈아엎는다는 것
그런 혁명을 꿈 꾸었다.


허접한 결혼식을 마치고
번듯한 신사복을 차려입고 찾아간
아, 혁명의 불씨가 아직도 남아있는
저 전라도 구석의 작은 마을
어느 작은 초가집 벽에 걸린
시퍼런 눈을 뜨고 내려다보는 혁명가의 눈을
뜨거워
너무 뜨거워
난 마주보지 못했다.


junbongjunhouse.jpg


이제 구차하게
너무나 구차하게 나이를 먹고
세상을 한번도 갈아엎지 못하면서도
아, 늘 열에 들떠
그 아스라한 혁명을 실낱같이 꿈꾸다
아침이면 처참하게 눈을 뜬다.


내 자식조차
내 마누라조차
내 벗들 조차
내 형제들, 모두
시도 때도 없이 혁명을 방해하고
또 나는
나를 거침없이 난도질 한다.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날
외딴 바다엔 늘 혼자 서있고
내 낚시는 언제나 내가 한다.


myblack6.jpg


넘실대는 파도
이십미터 앞이 채 안보이는
어두운 바다
부랄 밑으로 빗물이 주르르 흘러도
벌거벗고 선 갯바위
대를 꼬나쥔 손에는
죽음이 두렵지 않을 힘이 들어있지만
문득 저 깊은 좌절의 심연
그곳에 빠져 울 뿐이다.


난 혁명을 꿈 꾸었다.
지난 수 십년 간
단 한 순간도 변함이 없이
혁명을 꿈 꾸었다.
우...우...우...
소리 지르며 피를 토하는
그 꿈 속에서는 실존도 없으며
희망도 없었다.



날 때리는 빗줄기
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천둥번개
그러나 난
외로워
너무 외로워
혁명을 꿈 꾸었다.


mycolor14.jpg

http://www.kisfi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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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G 경주월드 04-03-25 22:55
오랜만입니다.^^

인정합니다.
自虐이 아니심을...

저 역시 그 터널에 갇혀 있습니다.
G 갯장군~ 04-03-26 00:06
김샘~~~~

저두... 요즘들어(?) 그 어떤....혁명아닌 혁명을 꿈 꾼답니다...

무슨...혁명... 요...?

거창하게...뭔가를 갈아엎는다는...그런 대의의 혁명은 아니지만.....


소심한 저 나름되로의...... 혁명.....


휴.....


김샘님의 글을 접하구....뭔가...남기구 싶은 말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아무...생각이 떠 오르지 않습니다.....

오로지....

바다가 그립다는 것 밖에........요.

이 댓글 남기구...쫌 있따....또 떠납니당...보따리 메구....어느 이름모를 갯가루....

다녀와서...글로 소식 전하지여.....그럼....
G 이/경/진 04-03-26 00:09
미래는 꿈꾸는 자들의 몫이겠지요...
녹두장군 전봉준.....
꿈꾸는 세상을 현세에 실현하고자한 꿈의대장군....
시대보다 앞선 정신.......................
G 신민규 04-03-26 01:32
저도 혁명을 꿈 꾸었썼습니다
10대 부터..........................
허나 지금은 초라한 꿈을 꾸게 되는 군요.
꿈을 꾸지 못 하는 이밤에....................
님 꿈을 꾸지 못 하는 이 밤에...............
몇 자 꿈 꾸어 봤씁니다.
G 자유인 04-03-26 02:27
모험을 하지않으면 잃을것도 없다 라는 말이 문득.......

제 역시도 이무기의 꼬랑지도 되지못한
어느사이 초로의 신세가 되고 말았군요.
깊은 밤 잘 읽어봅니다..
G 더불어정 04-03-26 07:32
혁명이 아름답게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점진적인 개혁'이
요즘의 담론이라면
내가 젊은 20대 시절은
그것은 회색빛 절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말 처럼
무언가를 몽땅 갈아 엎어
새 것으로 바꾸려는
혁명이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혁명도,개혁도
벅차 숨이 가파집니다.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가는 수동적인
인간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혁명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나의 꿈을
반추시켜 주고 있을 뿐입니다.

일석님,오늘은 포항 신항만에서
학선생님과 볼락낚시를 하고
낚시가자님 집에 들려
차기의 소설가 김민지양을
찾아뵙고 올라 올 예정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그 꿈이 실현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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