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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실]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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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낚시꾼이 있습니다...

G 11 766 2004.04.09 12:51



오래 전
초읍동 미군부대 앞에
연로하신 낚시꾼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 당시에 연세가 예순 여섯 정도셨던 것으로 미루어
어쩌면 세상을 이미 떠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그 때
그 어르신과 꽤나 낚시 다니며
자그마한 행복감에 푹 젖어 있었습니다.


bori.jpg


돌산도 끄트머리의 도로가비포장이었을 때
쿨렁쿨렁거리며 그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나의 고물(?) 자존심(오리지날 푸라이두? )을 몰고
이곳 저곳을 꽤나다녔었지요..


기질적으론다소 급진적이면서도
또 한 편으론 극히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렇게 연세 많으신 대쪽같은 어르신들과 낚시 다니는 게
오히려 재롱을 좀 피워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무척 편안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마 내 생각엔 "조력"이란 말은
그 분 앞에선 거의 금기시되었던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혹는 실례인가 싶어 아주 의도적으로 피했던
그런 낱말이기도 했었습니다.
어르신께선 이미 낚시인생을 50년 사셨으니 말이지요.


mycolor6.jpg


그 때 그 순수했었던 갯바위들이 아련합니다.
그 초자연적인 소매물도의 깎아지른 직벽이며,
어디에도 사람이 다녀갔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던 미지의 돌섬, 알마섬이며
조류가 시냇물 같았던 안손대의작은 돌섬, 똥섬이며,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보잘것 없던 횡간도,
철수길에 죽을 뻔 했던 주의보 속의 소지도,
볼락 수백 마리를 하룻밤 사이에 잡을 수 있었던 딱섬의 용굴 골창이며
밤낚시, 청개비 두마리에 감생이가 한 마리 씩이었던 금오도 염소통...
그렇게 환상적인 컴비네이션을 자랑하며
참 많이도 다녔습니다.


아마도 전 그 분에 대한 최대한의 공경과
예절을 지키려고 애썼던 것 같으며
늘 유쾌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낚시를 다녔던 것 같습니다.
어르신 역시 허투로 그런 절
늘 배려해주시고 위해주셨지요.


어느 초가을 알마에서였습니다.
알마섬 개척(?) 초창기에 연도를 바라보는 홈통 입구에서
아침낚시를 마치고 좀 쉬다가
깊은 홈통 속으로 혹시나 볼락 몇 마리 걸어볼거라고
두칸 반 싸구려 민장대를 챙겨들고
절벽을 타고 홈통 깊숙히 들어갔습니다.


사실 그때엔 볼락이 너무 흔해
여타의 조황이 좀 괜찮은 날엔
씨알이 크던 작던
잡히는대로 살려주던,그런 호시절이었습니다.
씨알은 굵은데 대낮이라 그런지 마릿수가 시원찮았습니다.


Landscape3.jpg


절벽 끝에 걸터앉아
몇 마리의 뽈락을 꼬드기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었지요..
겨우 너댓 마리 건져올려 망태기에 담아 절벽을 타고 나오는데
어르신께서 "어이, 김선생, 이리 와 봐요" 하시며 부르셨지요.
얼른 달려가보니 세상에!


국수를 삶아, 깨끗히 씻으신 후
미리 가져오신 콩가루와 식힌 물에 넣고
쿨러의 얼음을 쪼개어
일명 "냉콩국수" 한 그릇을 내놓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맛도 맛이었지만 그 때의 생각은
다음에 내가 늙으면
이분의 낚시를 나의 낚시를 지켜보는 후배들에게 꼭 가르쳐야지....하고
주제 넘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지금도 머릿 속에 선명합니다.


mycolor3.jpg


올 초에 있었던 낚시방송 중에
그 분을 그리워하는 얘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무정한 세월은 그저 속절없이 흐르고
요즘 주위의 어른들께서
눈에 띄게 한 분, 두 분 세상을 떠나십니다.


유독 상가엘 가는 날이 올 들어 많아진 듯 합니다.
엊그제 갔었던 동의대 영안실에서
소주 한 잔에 돼지고기 몇 점 먹으면서도
불현듯 그 어르신을 떠 올렸습니다.


그립습니다.
그 분이 너무 그립습니다.
아, 마지막으로 어르신을 뵈었던 게 벌써 5년입니다.
쫄딱 망해먹었던...
제 부암동 연구원에
어느 날 어르신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몸이 상당히 불편해보이셨습니다.
마침 옆에 앉아 책을 보던 제 딸아이(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지요)에게
꼬깃꼬깃한 만원 짜리 한장을 불쑥 꺼내주시던 어르신의 모습이
마지막이었습니다.


punggyung2.jpg


그 이후로
워낙에 연구원 운영에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던 터라
그만 이 못난 말학조졸은
아무것도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세월이 이렇게나 흘러가버렸습니다.


3년 전 쯤에 언젠가 초읍을 지나다
어르신께서 가끔 다니시던 동네 입구의 조그마한 낚시방엘 가보았더니
지병이었던 당뇨와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큰 수술 하시고
아들네에 가셨단 얘길 들었습니다.


늘 만나면 만나는 만큼으로 소중한 줄 모르고
막상 헤어지고나면
그 만큼의 질량으로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우리네 마음은
정말 간사하고 사특하다는 생각을 불쑥불쑥 하게 됩니다.


dulpan.jpg


이전에 와조 매니아 클럽을 결성하면서
연세가 높으신 존경하는 선배 한 분을 멤버로 모셨습니다.
내가 낚시꾼이어도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낚시를 하겠단 생각을 갖고있지만
미욱하나마 연륜의 아름다움과 관조의 미학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 늘 가슴 깊은 곳에
일상 속에
오직 낚시를 통하여서도
나날의 거듭나기가 가능토록 기도합니다.


suyeom3.jpg

music...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photo...http://www.kisfish.com
코털아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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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G 학선생 04-04-09 13:04
안녕하세요 일석님!. 반갑습니다.
G 학선생 04-04-09 13:05
지난번 표어선정에 감사하구요.

자~아~알 사용하고 있심다...ㅎㅎㅎ
G 생크릴 04-04-09 14:50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찡하게 아려 오는군요.

저도 그런추억 하나 있어 봤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며...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G 생크릴 04-04-09 14:52
참! 님의 홈에서 동영상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G 섬원주민 04-04-09 15:42
우리도 언젠가는 그 어르신처럼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는 날이 오겠지요.

김일석님!
항시 치열하고 섬세하게 살아가시는 갑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G 김일석 04-04-09 19:31
오랜만에 글을 올렸군요.
님들, 잘 계시는지요?
그렇잖아도 4월 초순, 원주민님 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만
망월동 참배 다녀오느라 함게 하질 못했답니다.

학선생님의 소식은 잘 듣고 있답니다.
늘 건강하신 듯 하여 보기가 좋았습니다.

생크릴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G 구름도사 04-04-09 22:45
김일석님 좋은글 항상감사합니다....
김일석님도 학선생님만큼이나 부러운분입니다....
G 캄피대 04-04-10 22:14
일석 선생님 캄피대입니다.
최근 제가 서울로 근무하게 되어 결국 부산에서 님을 만나뵙지 못하고
아렇게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꼭 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부산에 가면 연락 드릴께요. 늘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글 부탁드려 봅니다.
G 김일석 04-04-11 10:31
캄피대님, 너무 오랜만이군요~
통 안보이시더니...
다음 주에 서울에 있을 예정이랍니다.
전화 한번 주세요~
G 캄피대 04-04-12 00:21
아이구 답을 다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다음주에 연락 꼭 드릴께요.
내일 연락드리고..
혹시 수~목은 없을지 모르겠군요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님 번호가 011-598-3731 그대로 인지요?
G 김일석 04-04-12 10:03
맞아요, 캄피대님...

변함없답니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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