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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아니 기아가 우승했다. 얼마나 목말랐던 한국시리즈 우승이던고.. 지난 24일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7차전이 펼쳐진 잠실구장. 5:5 팽팽한 동점이 이어지던 기아의 마지막 공격, 9회말 1사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지완은 금번 한국시리즈 SK의 히어로인 마무리 채병룡(27)의 6구째 실투를 그대로 당긴 홈런포로 짜릿한 굿바이 승리를 거두었다.
드라마처럼 '명가(名家)'가 부활했다. KIA가 정규리그 막판 파죽의 SK 19연승을 반 경기 차로 뿌리치고 1위를 지키더니,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림 같은 9회말 끝내기 홈런으로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해태 시절인 1997년 우승 이후 12년 만의 우승. 통산 10번째 타이틀이다. 2005년과 2007년 최하위에 머무르며 '종이호랑이' 소리를 들어야 했던 KIA가 다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4일 KIA 선수들은 눈물과 샴페인으로 범벅돼 승리를 자축했다.
KIA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도 가슴으로 울며 첫 우승의 감격을 맞았다. 감독 첫해인 작년에 6위에 머물자, 많은 KIA 팬은 그를 '조뱀'이라고 불렀다. 이 말 속엔 '바닥을 긴다'는 비아냥이 묻어있다. 하지만 조 감독은 2년 계약 만료를 앞둔 이번 시즌에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우승을 해야 명감독 대접을 받는데, 팀을 발전시킨 감독도 좋은 감독이다. 내가 욕을 먹더라도 젊은 선수들을 부상 없이 키워 KIA가 강팀이 되는 밑거름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신이었다. 작년 겨울 왼손투수 유망주 양현종의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시즌 초 6선발 체제를 고수하며 투수력을 비축한 뒤, 후반 반격에 나선 그의 뚝심은 지난 8월 20승4패라는 놀라운 승률로 나타났다.
조 감독은 SK 김성근 감독의 제자답게 '데이터 야구'를 신봉하면서도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주의 기운이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며 '무속인' 흉내를 낸 이유도,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의도였다. 역대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된 조범현 감독의 소감은 "이번에 많이 배웠다"이다.
KIA 선수들은 야구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종범으로 대표되는 KIA의 베테랑들은 팀을 위해 먼저 희생하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외국인 원투펀치' 투수 아킬리노 로페즈(14승5패)와 릭 구톰슨(13승4패)의 활약은 KIA 재건의 주춧돌이었다. 4월 중순 LG에서 옮겨온 김상현(36홈런·127타점)과 메이저리거 출신 최희섭(33홈런·100타점)이 이룬 'CK포'는 타선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젊은 타이거즈'의 내일은 밝다. 최희섭 · 김상현 ·나지완 트리오가 건재하고, 이용규·김원섭·안치홍 등 성장해 가고 있는 타자들이 든든하다. 윤석민 ·양현종·곽정철·손영민 등 젊은 투수들의 어깨도 싱싱하다. 올해 0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유동훈, 부상에서 돌아온 한기주가 꾸릴 마무리 투수진은 철벽을 이룰 것이다.
비록 3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김성근 감독은 여전히 '야구의 신(野神)'다웠다. 투수 김광현 등 핵심 선수들이 없는 상황에서도 이번 한국시리즈를 역대 최고의 명승부로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제자(조범현 감독)가 많이 성장한 것 같아 축하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석태 기자 kos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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