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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장수 부부 이야기...

17 snapper 11 889 2023.02.14 09:23


빵장수 부부 이야기  


   찐빵을 찌는 찜통의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뒤편으로 왠 아이 둘이 찐빵을 쌍아 놓은 진열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큰애가 누나인 듯하고 작은 애가 남동생 인 듯한데 무슨 이유로 찐빵을 쳐다보고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날 이후 자주 그 애들이 가게 앞을 서성이다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희 가게는 동네 어귀에서 찐빵이며 어묵, 떡볶이, 만두 등을 파는 작은 분식점입니다.

남편과 같이 장사하며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큰 욕심 내지 않고 아쉬움 없이 살아갈 정도는 되는 편입니다.

그날도 주방에서 음식재료를 다듬고 있는데 그 남매가 찐빵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알아봐야겠다 싶어 얼른 손을 씻고 주방을 나서보니 어느새 그 애들은 저만치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분명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아 멀찌감치 떨어져 그 애들 뒤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 애들은 산동네 골목길을 골목골목 돌아 낡은 슬레이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주위에 알아보니 부모 없이 할머니랑 살고 있는데 애들 아빠는 작은애가 태어나자마자 사고로 돌아가시고 엄마는 몇 년 전에 고생 고생하다가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연을 듣고 나니 왜 그 애들이 우리가게 앞을 서성이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한참 클 나이에 배가 고프다 보니 찐빵이 먹고 싶어 그러는 것 같았고 누나는 그런 동생을 달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낮에 본 그 애들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줄 길이 없을까 의논을 했습니다.

그 애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도와주자는 것과. 다음에 그 애들이 오면 찐빵이라도 배불리 먹여 보내자고 남편과 상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동사무소에 들러 그 애들 딱한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더불어 큰애 이름이 숙희란 것과 몇 년 전에 돌아가신 그 애들 엄마 이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식탁을 치우고 있는데 그 애들이 찐빵을 쌓아놓은 진열장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얼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나가자 그 애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애들을 불러 세웠습니다.
  
 "얘들아..."

 "예?"

 "너희들 찐빵 사러왔니? 왜 빵 안 사고 그냥 가니?"

 "아니요. 그냥 지나치는 길이었는데요..."

  자존심 때문인지 돈이 없어 찐빵을 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가만... 혹시 너 숙희 아니니? 너희 엄마 이름이 영숙이 아니니?"

 "어. 아줌마가 우리 엄마 이름을 어덯게 아세요?"

 "내 친구 영숙이 딸 숙희가 맞구나! 세상 정말 좁네. 숙희 너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네"

 "엄마 친구 분이라고요?"

 "응. 너희 엄마랑 둘도 없는 친구란다. 너 아주 꼬맹일 때 보고 그동안 사정이 있어 연락이 안 되었는데 오늘 이렇게 보게 되는구나.


그래. 엄마는 어디 계시니?"

 " ... ..."

  큰애는 엄마의 안부를 묻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엄마 몆 년 전에 아파서 돌아가셨어요."

엄마란 단어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한 목소리로 작은 애가 대답을 하더군요.

 "뭐라고?

아니 어떡하다가!

이럴 게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어리둥절하며 미적거리는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며 남편을 불렀습니다.


 "여보.

내 친구 영숙이 알지?

우리 힘들 때 많이 도움 받았던 내 친구.

애들이 영숙이 애들이래..."

 "정말?

당신이 그렇게 찾아도 연락이 되지 않더니 어떻게 만났어. 세상 정말 좁네!"

 "뭐 하고 있어요. 일단 찐빵 따끈하게 데워서 한 접시 빨리 줘요.'

 "응. 그래 알았어."

남편이 준비해준 찐빵과 어묵, 튀김 등을 주며 그동안의 사연들을 들어 보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정부보조금과 주위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정말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한참 부모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고생하고 있는 애들 모습이 코끝이 시려 왔습니다.

 "숙희야.

이제는 이 아줌마가 너희 엄마한테 진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온 것같구나.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이 아줌마한테 이야기해.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 이모라 불러..."


 "그리고 내일부터

 동생이랑 매일 여기 들려서 밥 먹고가.

너희 엄마한테 도움 받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야 나도 너희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지.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꼭 들렀다 가야한다.

알았지?"

그날 이후 그 애들은 매일 가게에 들렀다 갑니다.

밥도 먹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이제는 나를 스스럼없이 이모라고 부릅니다.

예전부터 알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친 조카 이상으로 그 애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애들에게 주는 작은 도움보다

 그 애들로부터 내가 더 큰 도움과 깨달음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나눔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말입니다.

 -옮겨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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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24 감성6 23-02-14 13:26 0  
뭉클하지만 좋은 마음씨를 가진분들이네요..

아직 정의는 살아있지않나 싶어짐니다...

1 난꾼이다 23-02-14 17:13 0  
▶작성자 본인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삭제일시 : 2023-02-14 17:17:03)
21 K무사시 23-02-15 02:11 0  
저 역시 음식장사를 하고 있는데 저도 많이 배풀고 손님을 돈으로 보지않고 가족처럼 대하다보니 다시 복으로 되돌아 오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나도 변함없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28 도라 23-02-15 10:06 0  
눈시울이......흑흑......고맙슈~~그렇게까지 배려를.....
26 타래 23-02-15 11:10 0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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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바이오텍 23-02-15 12:56 0  
감동 / 감사  글을 읽고나니  추위도  삭으러  듭니다.
31 남기지마 23-02-16 08:05 0  
각박하디 각박한 요즘세상에 아직도 저런분들이 존재하실까 싶은생각마저드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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