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일제(感動一題) '응답하라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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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일제(感動一題) '응답하라 1970'

1 경주월드 9 1,218 2014.05.26 21:48
대략 그 시절보다 사반세기 전의 학번인데도 그 드라마(응답하라 1994)에 푹 빠진 건 약간은 아날로그적인 데다 90년대 유행했던 배경음악 때문이기도 했으며 극 중에 나오는 아포리즘을 닮은 네레이션이 이유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당시 허리춤에 달고 다녔던 '삐삐'라든가 오디오 테이프, 워크맨 등의 등장이 '그때 그 시절'로 고완(古玩)의 대열에 올라 추억이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감성 수준도 이른바 70-80에 들어맞아 그 연기까지도 완상(玩賞)으로 끌기 때문이다. 
   또 이 드라마의 OST 중 김광석의 「이등병 편지」, 공일오비의 「슬픈 인연」, 당시 인기 드라마 「서울의 달」 중에 나왔던 장철웅의 노래 「서울 이곳은은 아직도 우리 부부의 노래방 지정곡이기도 하다. 음악이 깔리며 감성 자극의 장면이 멘트로 오버랩 될 때는 한마디도 놓칠까봐 집중 주시한 적도 있다.  
   드라마 재방송을 시청하는 아내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다며 몰아붙였던 내가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는 것은 작가이기도 한 화자의 세계관에 빠져들었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진심이란 늘 뒤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위로란 바라보고 들어주기만 해도 진심이 나타난다'든지 '짝사랑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은 고백하는 길 뿐이다'는 나 역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또 '남자에겐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이름이 첫사랑이라는 것을'이라든가 '누구나 절박하면 기도한다. 그래서 기적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삶이란 기적만을 믿고 살기엔 너무나 매몰차다. 그래도 기적은 필요하다'는 여운이 길어, 오랜동안 잊고만 산 기분이다. 
   옥에 티랄까, 가끔 희화적 오버 액션이 과장 코스프레로 거슬리게는 하지만 전체의 손익계산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 
   아무튼 작가의 감성 동반이 이 시대를 사는 바쁘고 각박한 세상의 잊고 싶은, 혹은 생각하고 싶은 접점들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보석처럼 남아 있는 내 젊은 날의 이야기에도 느닷없이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어쩌다 그 시절에 묶여 모로 누운 한밤이면 나는 아직도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던 그 장면장면의 잔상에 부정맥을 앓는다. 이제 너무 멀리 와버린 탓에 정지화면의 여백만이 넘쳐도 그 두근거림에 내 삶의 동선은 아직 짙다.  
   오늘 불면의 밤에 캔맥주 빈통을 두드리니 느린 모르스 부호가 뜬다. 무전은 '응답하라 1970'이다.
  
   1970년 동짓달 무렵, 동대문 우체국 시외전화 창구 앞. 
   "어무이, 영어사전도 콘사이스도 사야하고 영한사전도 사야 됩니데이. 책값 좀 빨리 송금해 주이소." 
   뒤에 섰던 후배 녀석이 갸우뚱하더니,  
   "형, 세 권이 모두 같은 책 같은디····"  
 
 
   *경주월드/2014.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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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5 길커피 14-05-27 00:45 0  
월드님 그간 안녕 하셨는지요.. 근황이 가장 궁금했던 분이신데 글로서나마 뵙기도 힘드네요. 좋은글로서 자주좀 뵙기를 바랍니다^^
5 경주월드 14-05-29 21:04 0  
닉 네임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지난 해에 시장 어귀에서 포장마차 커피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동식 길카페였는데 그야말로 길커피였습니다.^^
1 둘둘 14-05-27 15:51 0  
이러시면 안됩니다...

주옥같은 글, 기다리는 펜이 얼마나 많은데 월드님은 너무 하시는듯~~~


홈페이지도 여의치 않은듯.......
인낚에서나마 월드님의 흔적 자주 뵙고 싶습니다.
1 경주월드 14-05-29 21:16 0  
그 마담이 50대 초반 쯤 돼 보여, 실없는 농담 슬쩍 띄워봤어요.
내 여동생도 D컵이라 했더니
천 원짜리 커피에 무한 리필입디다.^^
12 청낚초 14-05-27 16:11 0  
나어떡해~...... 암튼 글속 표현을 빌리자면,  한가로운 오후 이쯤에 가슴먹먹합니다. 감사합니다.
12 경주월드 14-05-29 21:39 0  
석 잔째부터는 산수유주라며 컵을 채우더군요.
아이가 없어 서른다섯에 이혼하고 술집을 차렸는데
손님인 이혼남과의 사이에 딸을 낳았답니다.
1 조경지대 14-05-28 10:56 0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간 안녕하신지요?
요즘  인낚의 선배님을 자주 못 뵙는것같습니다.
지도를 보니  .. 명동성당 한국전력 중앙우체국 중국대사관(당시대만)
늘  그리워하시는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만  제자리에 있는것 같습니다.
가끔 좋은 글 부탁드리며 이만  물러갑니다.
1 경주월드 14-05-29 22:23 0  
남편의 아들 둘과 자신의 딸까지 그런대로 행복했다는데
5년만에 남편이 사고로 세상을 놓았다더군요.
전처에게 연락을 했더니 장남만을 데려갔답니다.
산수유 한 되를 다 비웠어요.
동대구역에서 길카페를 하면서 아이 둘을 공부시켰다는데
아들은 입대하고 딸은 고1인데, 역전에서 하도 치대는 사람이 있어
경주로 피신했다더군요.
며칠 후 치맥을 들고 찾았더니, 과일 할머니 왈,
"아이고 불쌍한 년, 그 놈이 자취하는 딸을 집쩍거렸다 카더라. 그 호양놈무새끼, 가시게로 칵 잘라뿌리능기라!"
 
허허롭다는 말, 실감나기에 그날 많이 취했습니다.
 
1 칼있어마 14-06-10 12:40 0  
오랫만에 글을 대하니 반가워서 로긴 했습니다. 잘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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