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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후회

1 경주월드 6 846 2009.05.27 12:39
   그분의 천진함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못한 내가 행여 너무 편협하지는 않았을까. 이제 부질없는 후회일 뿐이다. 노 전대통령의 유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모든 것을 자신이 안고 갈 테니 누구도 서로 갈등으로 원망하지 말아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한 조각이라는 건 자연사일 경우이지 자살은 아니라고. 그러나 노자의 무위(無爲)나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입장에 서면 시각이 달라진다. 죽음은 그렇게 순설(脣舌)의 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문을 방해하는 노사모 등 일부 단체의 작태를 보면 한심하다. 조문이란 경건하고 엄숙해야 함에도 또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 모두가 "네 탓'이라며, 남의 죽음마저 이용하려는 후안무치를 보기 때문이다. 고인도 그런 행태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 분을 보낸 후, 남은 우리는 그 분의 유지(
遺志)
처럼 원망하지 말고, 즉 나와 뜻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과 갈등으로 일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때론 상투적임이 최선일 때가 있으니 바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답습함일 것이다. 우린 길을 가다가 어깨를 부딪쳐도 서로 잘난 체 인상을 쓸 뿐이지 미안함을 표시하지 않는다. 승강기를 타도 경계심으로 무뚝뚝하지만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인생관이 달라진다. 나부터라도 반목하는 고질의 정서를 벗어나고 싶다.

   오월 중순에 부산 경성대 국문학과 초빙으로 강의를 간 적이 있다. 강의 전 휴게실에서 학생들과 담소를 나누며 느낀 것인데, 의외로 이념으로부터 열려있는 분위기에 놀랐다. 건전한 진보와 배울만한 보수를 아우르는 학생들의 세계관에, 우리 아니 나는 늘 편협한 기우로 마치 대차대조표의 잔액만을 확인하듯 그 고질의 '상투적' 속이었는데, 부끄럽게도 여지없이 드러나버렸다. 그러나 그 상황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강태도 역시 우리 '꼰대'들이 우려하는 '상투적'이 아니었다. 우린 스스로 멀어졌던 것이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욕심으로 혹은 자존심으로(그것이 사회적이든 정치적이든, 일상사이든) 하릴없이 편을 만들던 작태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고백하지만 나 역시 그 보호망의 우산을 받으며 남이 비 맞는 걸 방치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尺之愚',  나만의 자로 늘 남을 쟀던 어리석음의 고질, 과연 난 노통을 보낸 후 치유할 수 있을까.
   입질은 기가 막히게 봤어도 세상의 진실을 한번도 낚지 못했던 '지조농어부조명(只釣鱸魚不釣名)'이 바로 나일 줄이야.*

 
 
***경주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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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경주월드 09-05-27 12:54 0  
지조농어부조명(只釣鱸魚不釣名) 낚시꾼들에게 맞는 말인 것 같아 인용했는데, '농어는 낚았지만 그 이름은 낚지 못했다'는 뜻으로 '不釣鱸魚只釣名'과는 반대인데, 근원 김용준의 수필에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 '鱸'자가 어려워 검색기에 안 나와 용을 쓰다가 다시 올립니다.
1 大物戰士 09-05-27 18:40 0  
님을 보내며... 가슴 속에다... 弔章을 달아 봅니다. 저도 ~월드님 처럼 부질없는 후회를~ 뉘들 처럼~ "사랑 했었슴니다"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랑 합니다" 이렇게 말할수는 있겠네요. ~월드님 올려주신 글 보며... 산자들의 몫을 생각 합니다.
1 경주월드 09-05-30 13:36 0  
그래요, 아마도 묻어 넘어가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겁니다.
생전의 관대함이 우리 정서니까요.
우리들 몫,
그게 실행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거지요.
우린 늘 본질과 상관없는 것과 연관지우며 살았으니까요.
1 허거참 09-05-29 04:01 0  
좋은 말씀이우..
우린 모두가 반성할 점이 너무나 많으오..
좋은 세상 이렇게 슬프게 살아가야 할까.. ㅉ..

저 농어라는 글자.. 고기 어(魚) + 노무현 노(盧 - 밥그릇 노..)네요.. 헉..
옥편에 찾아보니 농어 '노(로)'字이네요.
중국어사전에는 루(lu')..
아무튼 어려운 글자여요이..^^

부산 내려오셨을 때 잠깐이라도 보았어야 하는뎅..
에구.. 하필이면 그 시간이람.. ^^
1 경주월드 09-05-30 13:24 0  
뜻밖의 죽음에 대한 연민의 정,
생전의 관용,
남아있는 사람들의 정서, 모두 같을 테지요.
우리 모두 잠재적 시한부임에도, '천년만년 살 것처럼 한 치 앞을 모른다'는 게 늘 하시는 제 아버님 말씀입니다.
그렇게, 그만치만 살다 갈 것을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상투적인 기우, 늘 못된 버릇이 도지는데, 이게 고질이라니까요.
예를 들자면 행여 자살이 미화되지는 않을까, 아마 곧 정치인들이 서로 물어뜯는 이전투구, 뭐 이따위 안 해도 될 걱정거리 같은 거...
5학년 때는 안 그랬는데...^^
붕어가 손아귀에 넘칠 때입니다.
막걸리 두어 주전자 갖다놓고 안주는 여덟 치로 유장구이, 어때요, 섭이형...^^
1 허거참 09-05-30 16:48 0  
붕어 얘기 들으니 갑자기 저수지 새벽 물안개가 눈앞에..ㅋ
슬슬 맹물 쪽으로 눈길을 되돌릴 때가 됐다는 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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