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VS김상중, 슬이 더 해로운가 담배가 더 해로운가’. 출처: 에스비에스
좋은 구성, 명확한 의도(술과 담배의 위해를 전달하면서도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 재미를 모두 잡은 프로그램은 칭찬받을 만합니다. 물론 두 시간 시청 후 금연과 금주를 결심한 사람들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긴 어렵지만, 이미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에게 한 번쯤 술과 담배 이야기를 꺼내 볼 수 있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추석특집으로 방송된 ‘신동엽VS김상중’은 술과 담배 중 어느 것이 더 해로운가 하는 질문으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담배를 끊었지만 애주가인 신동엽, 술은 거의 안 하지만 애연가인 김상중 두 사람의 진행은 신선했다. 해당 방송은 술과 담배의 위해, 삶에 미치는 영향, 미래까지 폭넓게 담아내는, 한편 전문가 인터뷰와 자료 조사에서 멈추지 않고 쌍둥이를 섭외하여 금연, 금주의 영향을 실험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출처: 유튜브
혹시라도 해당 방송을 보셨다면 관련한 다른 궁금증이 생기셨을 것 같아요. 안 보신 분들께도 이 ‘술 대 담배’의 구도는 흥미로우실 거로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방송에 나온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요. 대신 담배와 술을 줄이기 위한 사회의 노력을 살펴보려 합니다. 담배는 금연광고가 있을 것이고, 술은 음주운전 단속 관련 논의가 있겠지요.하나 덧붙이자면, 저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내 아쉬운 마음을 떨쳐 버리기 어려웠어요. 술이 더 해로운가, 담배가 더 해로운가 하는 질문에 결국 프로그램이 답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나 예상하실 수 있는 결론, “둘 다”를 잘 제시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과 답변 전에, 하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담배가 해로운지 묻기 전에 왜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할 수밖에 없는지 물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물론 음주와 흡연이 우리나라에만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건강 위해 행위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최소한 금주와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되었다면, 한 번쯤은 사회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을 여전히 술과 담배로 이끄는지 고민해봤어야 하지 않을까요.불쾌한 금연광고를 내보내도 괜찮은 걸까?먼저 담배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까요? 담배가 폐암의 위험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명확한 증거를 통해 여러 번 증명된 사실입니다. 2019년 7월에 개정된 세계보건기구의 담배 자료를 보면,[1] 담배로 인해 매해 8백만명의 사람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중 7백만명은 직접 흡연의 위해로, 백만 명 이상은 간접흡연의 위해로 사망하고 있다고 해요. 전 세계에는 11억 명 정도의 흡연자가 있는데, 이 중 80%가 저소득 또는 중간소득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흡연 습관은 명확히 사회경제적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겠지요.흔히 금연 의식 고취를 위해서 광고가 활용되곤 합니다. 최근 공익광고를 떠올려 보시면, 금연 광고를 많이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2000년대 초 고(故) 이주일 씨가 나와서 “담배,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말씀하셨던 광고가 아마 가장 유명한 것 같죠. 본인이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결국 돌아가셨기에, 강한 진정성을 품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초창기 금연 광고는 유명인이 나와서 금연을 권유하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점차 흡연이 흡연자 본인과 주변에 가져오는 피해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경되고 이어 금연이 확립된 규범이며 흡연은 이를 반하는 일이라는 내용으로 광고는 바뀌어 갔습니다.그러던 금연광고는 점차 충격적인 내용을 담아내기 시작했어요. 2012년에 발표된 한 논문은 한국과 미국의 금연광고가 주로 호소하는 감정을 분류했는데, 미국 광고가 주로 공포에 호소했지만 한국 광고는 아직 유머로 내용을 전달하려 한다고 분석했지요.[2] 이미 연구가 나온 지도 7년, 이제 한국 금연광고도 주로 공포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보건복지부가 방영한 금연광고는 흡연으로 발생한 뇌졸중을 방영한다며 광고에서 혐오와 불편감을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을 밝힌 바 있고요.[3] 2018년 보건복지부 금연광고는 “우리는 지금 담배와의 전쟁 중입니다”라는 제목으로 흡연이 매일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요.[4] 담뱃갑에 붙어 있는 혐오 사진은 물론이고요.외국에 비하면 국내 금연광고는 온건한 편이에요. 이주일 씨가 점잖은 모습으로 금연을 말할 때 미국에선 이미 흡연으로 인한 후두암으로 후두절제술을 받은 데비 오스틴이라는 여성이 수술로 인해 목에 생긴 구멍으로 담배를 피는 장면을 담은 광고를 내보내 흡연자들에게 불편함을 선사했었지요. 조금만 검색해보면 바로 눈길을 돌리게 되는 금연광고를 여럿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점점 더 공포에 호소하는 광고가 늘어나면서 이런 광고 전략이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는 분들을 여럿 만나게 됩니다.
2008년 칠레 코낙(Chilean Corporation Against Cancer, CONAC)이 게시한 금연광고. 담배 연기가 아동을 질식시키는 모습을 형상화, 간접흡연이 아동에게 미치는 위해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지만, 흡연자를 아동살해자로 그려 혐오감 유발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받았다. 출처: 애드오브더월드[5]
1919년 미국은 금주법을 비준하여 주류의 양조·판매·운반수출입을 금지했다. 금주법은 술 소비량을 절반 이하로 줄였지만, 마피아, 갱스터 등 도시 범죄 조직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실패한 법안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의 실패는 여러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봐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신동엽VS김상중’에도 한국의 경쟁 풍토와 노동 환경을 높은 흡연율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장면을 찾아볼 순 있지만, 이 부분을 중요하게 다루진 않는다. 물론 같은 환경에서도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술, 담배를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맞다. 하지만 음주, 흡연에서 발생하는 위해를 오롯이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회생활이 술, 담배를 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압력, 긴장을 해소하도록 술, 담배를 제시해온 역사적 맥락이 선택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에스비에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