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찾아야 한다' '나답게 살아야 한다' 같은 충고는 지당하면서도 허황되다. 사람들이 나 자신을 찾지 못하고 나답게 살지 않는 주요한 이유는 흐트러진 심리(스스로 정신만 차리면 회복되는)가 아니라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는 곧 상품으로써 가치다. 그의 인격적 면모, 개성이나 특징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발현되는 게 아니라 상품으로써 가치로 추상화하거나 환원된다. 그게 자본주의에서 보편적 삶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간은 나 자신을 찾고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앞서 충고와 같은 심리 조정이나 무책임한 위로 따위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조와 대면을 수반한다. 자본주의와 그 가치 체계에 승복하면서 나 자신을 찾고 나답게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지적 각성으로부터 말이다. 세상엔 자본주의의 수혜를 누리면서도 멋스럽게 자신을 찾고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그런 삶의 스타일을 구매했으며, 그럴 수 있을 만큼 성공한 상품이다.
2018/11/29 20:49
나쁜 인간, 좋은 사람
맑스의 말마따나 사회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개인들이 서로 맺고 있는 관계들의 합으로 구성된다. 모든 관계에서 나쁜 개인도 모든 관계에서 좋은 개인도 없다. 나에게 나쁜 인간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 수 있고 나에게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쁜 인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의 인격이 아니라 그의 행동을 판단하려 노력해야 한다. '그는 나쁜 인간이다’보다 ‘그는 나쁜 행동을 했다’가 우리를 좀 더 현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