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이번 주말은 남부지방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폭우가
예상된다"는 방송보도가 모처럼의 모임을
방해 할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지난 4월 통영 앞 오곡도에서 모임을 가진 후
넉달 만에 갖는 모임이기 때문이다.중추절이 보름 앞으로
다가와 많은 회원들이 벌초를 이유로
불참을 통보해 왔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참석자가 얼마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비까지 내려 더 걱정이다.
오후 3시 서울에서 출발할 당시만해도 내리지 않던 비가
오후 6시 대구를 지나면서 차창을 때리기 시작한다.
영천을 지나 건천으로 가는 길목에서는 제법 많은 비가 내린다.
그리고 차가 멈췄다.교통방송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음을 알린다.
경주에 계신 경주월드님 집을 방문하기로 약속이 돼 있는데
시간이 지연된다.저녁을 먹지 않아 배도 고파오고
차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40여분이 지나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건천 톨게이트를 지나면서 정상속도를 회복했다.
8시 30분이 다되어서야 경주월드님의 가계에
도착했다.사모님과 대일이 형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대일이 형님과 가까운 복집에서 저녁을 때우고
내일(토요일) 오후 5시 소봉대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월성원자력 발전소 아래 읍천항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면서 울산에 있는 깜바구님께 전화를 걸어
'경주출발'을 알리고 50여분이 지나 읍천항 하선장(하승욱 선장님)집에
도착해 5분정도 기다리니 깜바구님이 도착했다.
하선장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내일 낚시여부를 타진 한다.
"월요일오후까지는 날씨가 좋지 않다는데요.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낚시가 불가능 할 것 같은데요"하선장의 비관적인 말이 모처럼
같이 낚시를 하고자 했던 기대를 저버리게 만든다.
가까운 카페를 찾아 그동안의 못다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오딧세이>라는 40대 초반의 여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다.
주인 마담은 42살이라는데 외형적으로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벽에 걸려있는 아름다운(?)사진들이 이 술집 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깜바구님이 화이트 소주(경남 특산)를 시키고 필자는 와인을 시키니
마담은 10여분 후 주문대로 가져왔다.소주는 평소 팔지 않는데도...
와인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프랑스산 '메독'인데 한병에 5만원이니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인근에 와 계신 허거참님께 전화를 걸었다.
"정교수님 우리 지금 <오딧세이>에 와 있는데
이쪽으로 오시죠"
10분 뒤 정교수님이 도착해 4명이 둘러 앉았다.
모두가 내일 일이 걱정이다.제일 큰 걱정은 제숫고기를 낚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하선장은 "내일 새벽 일찍은
가능할 지 모르겠는데 오전 10시가 넘으면 함들 것 같은데요"라며
처음으로 희망섞힌 발언을 털어 놓는다.
이 카페에는 주로 월성 원자력 발전소 관련 인사들이 찾는단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눈는 사이 벌써 새벽 1시가 넘어섰다.
갯장군님과 공주님을 전화로 불러 합류시켰다.이상한 단어의 나열로
최근 인터넷상에서 경주월드님과 다소의 다툼이 있었던 갯장군님,
그리고 여성낚시꾼인 인어공주(살벌마녀,개털마녀 등 웃기는 이름의 닉네임도
많이 사용함)이 나타나자 모두 반가워 하신다.
지난해 가을엔가 마산의 실리도에서 뵌 이후 10달이 넘은 것 같다.
아직 앳된 얼굴에 늘 유머가 풍부한 인어공주의 한마디 한마디가
분위기를 한결 고조 시킨다.새벽 3시 30분이 넘어서야
모두 헤어져 깜바구와 필자는 하선장 집으로 돌아와서
골 수평을 잡았다.
아침 8시 30분 기상과 동시에 TV를 켜고 날씨 상황을 살핀다.
창밖을 보니 강한 빗줄기에 파도가 방파제를 넘는다.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마치 태풍이 닥친 것 처럼 느껴진다."낚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오늘 일정을 깜바구님과 얘기를 한다.
"형님 우선 나가서 아침식사를 하죠"라며 깜바구님이 재촉이다.차를 타고
해변쪽으로 내려 가더니 "형님,누님이 여기서 식사하고 가라는데요"라며
나를 끌어 내린다.예고도 없는 방문이다.인사를 드리고 식탁에 앉아
아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동생인 깜바구님께 온갖 주의 말씀을 아끼시지 않으며 둘째 딸자랑을 늘어
놓으시는 깜바구님의 누님을 보며 우리네 어촌 마을의 아낙네들의 마음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아무리 나이가 들었으도 과거 동생의 어린시절만을
생각하시는 누님의 걱정스런 마음."절대 술먹고 운전하면 안된다.그리고 술도 좀 그만
먹고 이제 정신 차려야지."
누님집을 나와 울산과 경주 경계선에 있는 울산의 정자를 찾아
필자가 목욕을 하는사이 자신은 부인을 모시고 오겠다며 오전 11시쯤 헤어졌다.
12시 10분쯤 전화를 걸었다.
더불어정:어디쯤이야.다와가?
깜바구: 형님 이제 집에서 떠나려고 해요.한 20분쯤만 기다리세요.커피 한잔 하시면서...
12시 30분이 넘어서 부인과 함께 나타난 깜바구님.
가까운 정자 활어센터에서 오늘 모임에 쓸 활어를 사기로 하고 가보았으나
우리가 찾는 <아귀>나 <대구>는 없다.다시 감천항으로 차를 몰았다
빗줄기는 그칠줄 모르고 하염없이 내린다.감천 위판장에서 대구와 도루목,고둥을 사
소봉대에 도착하니 속초에서 이면수님이 부인과 함께 도착해 계셨다.
조금 있으니 울산의 육지고래닌 부부가 도착하고....
수인사를 나누고 모두 반갑게 둘러 앉아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속초에서 내려 오는 길에 비싼 송이를 1킬로그램이나 사 오셨다.
주주클럽 회원이기도 한 깜바구님이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드니
송이를 안주로 술상을 마련한다.주주클럽 회원다운 동작이다.
가자낚시 주인이신 상석씨가
어디서 사왔는지 와인을 한병 사 오셨다.
술잔을 기울이며 온갖 얘기를 나누고 부인들은 부인들 대로
모처럼의 만남과 첫만남을 화기애애하게 풀어 내신다.
모두 낚시를 못해 아쉬웠는지 그래도 낚시 얘기가 주종이다.
마시지 않는 술을 어제 저녁부터 계속 마셨더니 몸이 좋지 않다.
그래서 방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기대 TV를 보는 사이 잠이 들었는 모양이다.
"형님,경주 월드님 오셨어요"라며 상석씨가 깨운다.다시 밖으로 나와
술을 하는 사이에 울산에서 향기님과 낭군이신 울바님,학선생형님이
잇달아 도착하신다.
오후 6시가 되자 모두 15명 정도가 모였다. 올사람은 모두 다 온 모양이다.
6시 30분쯤 되자 인터넷 바다낚시 운영진인 블랙러시안님이
방문하셨다.동호회 모임의 활동상황을 알아보러 오셨단다.
저녁시간이 돼 모두 식탁을 마주하며 둘러 앉았다.
하얀등대 모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순간이다.벌써 3번째 모임이다.
하얀등대 모임은 어떤 회칙이나 이런 것 없이 가입과 탈퇴가 자유스럽고
바다를 사랑하고 남을 돕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모임의 모체는 인터넷바다낚시 <세상사는 이야기>코너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모여 이룬 모임이다.
필자는 평소에 생각하고 경주월드님이 말씀 하시던 말을 모임에서
얘기하기로 했다.
"우리 모임인 <하얀등대>가 일시적인 모임이 되지 않고
생명력있는 모임이 될려면 낚시만을 위주로 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목적의 모임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뭔가 봉사하는 모임으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얘를 들면 소록도를 방문하거나 섬에 홀로사시는 독거노인들을 방문하는 일
또 가끔은 링거를 놓아 주시거나 하는 의료봉사 등...여기에 덧붙일 말씀이 있으면 좀 해 주시죠?그리고 다음 모임을 오늘 가능한 결정하도록 하시죠"
회원들은 모두 찬성이다.<하얀등대>는 앞으로 낚시인의 봉사 모임으로
활동하기로했다.아름다운 모임이다.
회원들은 식사를 끝내고 감포의 노래방을 찾아 노래로
못다한 심중의 얘기들을 나누고 자정이 되어서야 헤어지면서
<하얀등대>모임을 끝냈다.노래방에서 단연 인기는 육지고래님 부부였음을
알려 드리오니 앞으로 분위기 고조에 필요 하신 분 계시면 다소 싼 비용으로 해결해 드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하얀등대> 회원들의 공통된 마음이다.